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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가 침묵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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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영지엔 대충 살펴도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다. 이 중 10명을 골라내라는 말을 들은 거다. 긴장감이 맴돌아도 이상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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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휩싸인 와중 사람들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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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방법을 써야 10명 안에 들어갈까. 그걸 고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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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 영생을, 불사를, 무한을 담보하는 기적의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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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에게 왼팔이 날아갔던 현자가 ‘나도 드래곤 하트만 있었어도…!’라는 심정으로 만든 현자의 돌은 사용자를 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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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누구라도 얻기만 하면 인생이 바뀌었고, 때문에 소문이 퍼지자마자 즉시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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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만큼 이곳에 모인 자들은 전부 한가닥 하는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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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도 통신 기술도 발전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빠르게 소문을 듣고 움직였다면,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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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이 머리를 팽팽하게 굴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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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날밤 새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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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누군가가 침묵을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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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은 표정을 지은 남자는 군중의 앞에 나서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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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밸류나 공화국에서 온 챠리라고 합니다. 여러분. 제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원래라면 저희는 협력이 안 됐겠죠. 현자의 돌은 유일하고, 공유가 안 되는 물건이니까요. 하지만 어이쿠. 놀랍게도 저희가 얻을 건 현자의 돌의 제작법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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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웅성댔다. 챠리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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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방식으로 10명을 가려내되, 누가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든 그 방법을 모두와 공유한다. 어떻습니까. 제 제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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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거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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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챠리의 방식을 괜찮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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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방식이라면 설사 10명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을 확률이 존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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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에서, 심지어 한가닥 하는 놈들 사이에서 10명 안에 드는 것 자체가 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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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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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공평한 방식을 같이 고민하시죠. 저는 뽑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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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극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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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말에 챠리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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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의 말을 끊은 청발벽안의 남자는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얼굴에 난 기다란 화상 자국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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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웅성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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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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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마법사가 여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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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마법사의 등장에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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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이명은 섬뢰. 이명에서 알 수 있듯 뇌속성 원소를 타고난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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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격인 적운의 마법사에게 당한 화상이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돈이 넘쳐나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화상을 그대로 놔뒀으니. 그의 성격이 어떨지 익히 짐작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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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가 날카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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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런 촌극에 끼어들어야 하지? 무슨 메리트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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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함께하면 목표를 이룰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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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못한 놈들과 협력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 아니면 그건가? 나에게 봉사라도 해달라는 건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리 말했어야지. 혹시 모르지 않나? 내가 아량을 베풀어 줬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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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의 눈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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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계 마법사인 챠리다. 천재라고 칭송 받으며 살아왔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는 인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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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챠리조차 7위계 마법사는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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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필멸자의 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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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을 준비하는 8위계랑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건 8위계가 워낙 비정상이라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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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또한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는 괴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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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8위계는 현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어떤 점에선 7위계가 더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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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마법사가 지닌 무게감을 알아챈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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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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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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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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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선 너희를 전부 치워버린 다음 혼자 부동의 현자를 만나러 가는 게 최선이다만? 그러니 모두 꺼져라. 여기엔 나 혼자만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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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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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는 일단 섬뢰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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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의 자리를 확정해 주는 정도라면 모를까. 아예 현자의 돌 경쟁을 포기하는 건 챠리도 양보 못 하는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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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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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시죠. 섬뢰 님의 자리는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들은 남은 9개의 자리를 알아서 정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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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래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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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는 이미 다른 녀석들과 정상적인 경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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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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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입장에서 굳이 공정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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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전부 없애버리면 자연히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데, 왜 섬뢰가 경쟁자를 9명이나 늘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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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가서 처리하면 그만이니 관대히 봐준다?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지금이라면 100퍼센트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데, 쓸데없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를 섬뢰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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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번개가 튄다. 황금색 빛줄기가 섬뢰의 몸을 감싼다. 섬뢰가 섬뢰라고 불리는 이유. 그의 특기 마법. 섬뢰(嬐雷)가 편린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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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 또한 바람의 거인을 등 뒤에 소환했다. 아무리 7위계라도 무적은 아니다. 하물며 1000명이 넘는 강자가 모인 지금에서야. 6위계인 챠리가 당당히 대적하면 다른 사람들도 슬며시 끼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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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 내뿜는 유혹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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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폭약고 앞에서 불장난을 하는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바람의 거인이 주먹을 쥔다. 섬뢰의 손에 맺힌 노란 번개가 고요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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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죄송한데요.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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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여자의 난입에 모든 게 일시적으로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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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와 섬뢰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린 곳. 거기엔 은발녹안의 여자 마법사가 조용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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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자 마법사를 보자마자 챠리와 섬뢰가 떠올린 건 ‘요정족’이었다. 자신들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든 요정족이 개입하기 위해 끼어들었다고 생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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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냉철한 마법사의 눈썰미는 불청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자의 귀가 요정족의 그것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귀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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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하는 인간이지? 라는 의문이 섬뢰와 챠리를 넘어 야영지에 모인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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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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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섬뢰 님의 특기 마법이요. 살아있는 번개를 만드는 방식인가요? 그러니까 번개에 자아를 만드는 거죠. 특기 마법은 보통 고유 마법을 만들기 전에 완성되니, 섬뢰 님이 가장 먼저 발견한 원소의 ‘특징’과 관련이 됐겠죠? 한 번 맞춰 볼게요. 섬뢰 님의 언동으로 추측하면…. ‘자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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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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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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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 님의 특기 마법은 바람의 거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바람에 거대한 물리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같은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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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리와 섬뢰는 동시에 은발녹안 여자의 옆을 봤다. 옆에서 웬 금발벽안의 여자가 등불을 든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는데, 풍기는 마력으로 보면 소환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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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중요했지만, 챠리와 섬뢰는 다른 쪽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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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안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명백히 은발녹안 여자의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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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마법사. 그걸 깨닫자마자 챠리와 섬뢰는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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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디에도 화상 자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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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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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무나도 기묘해 챠리와 섬뢰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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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모든 상황을 파악한 섬뢰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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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너희의 말을 따라야 하지? 나랑 저 여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조리 꺼지는 게 나한테 가장 이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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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시죠. 남은 8개의 자리만 저희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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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크리스 님도 같이 가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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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너희의 말을 따라야 하지? 나랑 저 여자랑 그 옆의 가슴 큰 여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조리 꺼지는 게 나한테 가장 이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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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시죠. 남은 7개의 자리만 저희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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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알아서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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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타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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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뢰와 마음속으로 악수를 마친 챠리는 몸을 돌려 야영지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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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뭘 멋대로 자리 2개를 개뼈다귀 같은 녀석들에게 넘기는 거야! 나는 동의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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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튀어 나가며 마법을 발동하는 인간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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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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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솟구친 거대한 나무 거인이, 불꽃을 내뿜으려던 마법사째로 들어 하늘 위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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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협적인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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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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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줄기가 엮이며 거대한 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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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천불을 키우는 뱀이 옅은 불을 내뿜다가, 천천히 승천한다. 땅을 기던 뱀이 평생 소망한 모습. 하늘을 누비는 용이 된 강철이가 재앙의 불꽃과 신령의 번개를 함께 다루며 좌중을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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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비로운 짐승에 올라탄, 은발녹안의 여자, 루이나의 당당한 모습에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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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7개의 자리는 제비뽑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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