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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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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가 침묵에 휩싸였다.

현재 야영지엔 대충 살펴도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다. 이 중 10명을 골라내라는 말을 들은 거다. 긴장감이 맴돌아도 이상하진 않았다.

침묵에 휩싸인 와중 사람들은 생각했다.

무슨 방법을 써야 10명 안에 들어갈까. 그걸 고민한 것이다.

현자의 돌. 영생을, 불사를, 무한을 담보하는 기적의 물질.

드래곤에게 왼팔이 날아갔던 현자가 ‘나도 드래곤 하트만 있었어도…!’라는 심정으로 만든 현자의 돌은 사용자를 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정말 그 누구라도 얻기만 하면 인생이 바뀌었고, 때문에 소문이 퍼지자마자 즉시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런 만큼 이곳에 모인 자들은 전부 한가닥 하는 놈들이었다.

인터넷도 통신 기술도 발전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빠르게 소문을 듣고 움직였다면,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이 머리를 팽팽하게 굴릴 때였다.

“이러다 날밤 새우겠습니다.”

돌연 누군가가 침묵을 깨트렸다.

능글맞은 표정을 지은 남자는 군중의 앞에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는 밸류나 공화국에서 온 챠리라고 합니다. 여러분. 제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원래라면 저희는 협력이 안 됐겠죠. 현자의 돌은 유일하고, 공유가 안 되는 물건이니까요. 하지만 어이쿠. 놀랍게도 저희가 얻을 건 현자의 돌의 제작법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웅성댔다. 챠리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공평한 방식으로 10명을 가려내되, 누가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든 그 방법을 모두와 공유한다. 어떻습니까. 제 제안은?”

“나…쁘지 않은 거 같군.”

대부분은 챠리의 방식을 괜찮게 생각했다.

저 방식이라면 설사 10명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을 확률이 존재했으니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에서, 심지어 한가닥 하는 놈들 사이에서 10명 안에 드는 것 자체가 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챠리가 웃었다.

“그럼 공평한 방식을 같이 고민하시죠. 저는 뽑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

“촌극이군.”

갑작스러운 말에 챠리는 입을 다물었다.

챠리의 말을 끊은 청발벽안의 남자는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얼굴에 난 기다란 화상 자국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웅성댔다.

“섬뢰다.”

“7위계 마법사가 여길 왜?”

고위 마법사의 등장에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남자의 이명은 섬뢰. 이명에서 알 수 있듯 뇌속성 원소를 타고난 마법사였다.

라이벌격인 적운의 마법사에게 당한 화상이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돈이 넘쳐나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화상을 그대로 놔뒀으니. 그의 성격이 어떨지 익히 짐작될 거였다.

섬뢰가 날카롭게 말했다.

“내가 왜 그런 촌극에 끼어들어야 하지? 무슨 메리트가 있어서?”

“그야 함께하면 목표를 이룰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보다 못한 놈들과 협력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 아니면 그건가? 나에게 봉사라도 해달라는 건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리 말했어야지. 혹시 모르지 않나? 내가 아량을 베풀어 줬을지.”

챠리의 눈이 가라앉았다.

6위계 마법사인 챠리다. 천재라고 칭송 받으며 살아왔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는 인생을 보냈다.

허나 그런 챠리조차 7위계 마법사는 부담스러웠다.

7위계. 필멸자의 극한.

승천을 준비하는 8위계랑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건 8위계가 워낙 비정상이라 그런 거고.

7위계 또한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는 괴물들이었다.

심지어 8위계는 현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어떤 점에선 7위계가 더 재앙이었다.

7위계 마법사가 지닌 무게감을 알아챈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는 뜻이다.

섬뢰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 입장에선 너희를 전부 치워버린 다음 혼자 부동의 현자를 만나러 가는 게 최선이다만? 그러니 모두 꺼져라. 여기엔 나 혼자만 남겠다.”

“그건 곤란합니다.”

챠리는 일단 섬뢰를 제지했다.

섬뢰의 자리를 확정해 주는 정도라면 모를까. 아예 현자의 돌 경쟁을 포기하는 건 챠리도 양보 못 하는 선이었다.

챠리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시죠. 섬뢰 님의 자리는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들은 남은 9개의 자리를 알아서 정하는 거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섬뢰는 이미 다른 녀석들과 정상적인 경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당연했다.

강자의 입장에서 굳이 공정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여기서 전부 없애버리면 자연히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데, 왜 섬뢰가 경쟁자를 9명이나 늘려야 하는가?

나중에 가서 처리하면 그만이니 관대히 봐준다?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지금이라면 100퍼센트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데, 쓸데없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를 섬뢰는 찾지 못했다.

파직. 번개가 튄다. 황금색 빛줄기가 섬뢰의 몸을 감싼다. 섬뢰가 섬뢰라고 불리는 이유. 그의 특기 마법. 섬뢰(嬐雷)가 편린을 드러낸 것이다.

챠리 또한 바람의 거인을 등 뒤에 소환했다. 아무리 7위계라도 무적은 아니다. 하물며 1000명이 넘는 강자가 모인 지금에서야. 6위계인 챠리가 당당히 대적하면 다른 사람들도 슬며시 끼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현자의 돌이 내뿜는 유혹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폭약고 앞에서 불장난을 하는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바람의 거인이 주먹을 쥔다. 섬뢰의 손에 맺힌 노란 번개가 고요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저기 죄송한데요.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웬 여자의 난입에 모든 게 일시적으로 멈춰버렸다.

챠리와 섬뢰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린 곳. 거기엔 은발녹안의 여자 마법사가 조용히 서 있었다.

처음 여자 마법사를 보자마자 챠리와 섬뢰가 떠올린 건 ‘요정족’이었다. 자신들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든 요정족이 개입하기 위해 끼어들었다고 생각한 거다.

그러나 냉철한 마법사의 눈썰미는 불청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자의 귀가 요정족의 그것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귀라는 걸 말이다.

대체 뭐 하는 인간이지? 라는 의문이 섬뢰와 챠리를 넘어 야영지에 모인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여자가 입술을 뗐다.

“혹시 섬뢰 님의 특기 마법이요. 살아있는 번개를 만드는 방식인가요? 그러니까 번개에 자아를 만드는 거죠. 특기 마법은 보통 고유 마법을 만들기 전에 완성되니, 섬뢰 님이 가장 먼저 발견한 원소의 ‘특징’과 관련이 됐겠죠? 한 번 맞춰 볼게요. 섬뢰 님의 언동으로 추측하면…. ‘자유’죠?”

“…….”

“…….”

“챠리 님의 특기 마법은 바람의 거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바람에 거대한 물리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같은데, 이건―.”

챠리와 섬뢰는 동시에 은발녹안 여자의 옆을 봤다. 옆에서 웬 금발벽안의 여자가 등불을 든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는데, 풍기는 마력으로 보면 소환수였다.

그것도 중요했지만, 챠리와 섬뢰는 다른 쪽에 집중했다.

등불 안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명백히 은발녹안 여자의 마법이었다.

화염 마법사. 그걸 깨닫자마자 챠리와 섬뢰는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나 어디에도 화상 자국은 없었다.

왜지?

그게 너무나도 기묘해 챠리와 섬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모든 상황을 파악한 섬뢰가 말을 꺼냈다.

“내가 왜 너희의 말을 따라야 하지? 나랑 저 여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조리 꺼지는 게 나한테 가장 이득인데?”

“이렇게 하시죠. 남은 8개의 자리만 저희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잠깐만요. 크리스 님도 같이 가야 돼요.”

“내가 왜 너희의 말을 따라야 하지? 나랑 저 여자랑 그 옆의 가슴 큰 여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조리 꺼지는 게 나한테 가장 이득인데?”

“이렇게 하시죠. 남은 7개의 자리만 저희가 알아서 정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흠. 알아서 하도록.”

극적타결이 됐다.

섬뢰와 마음속으로 악수를 마친 챠리는 몸을 돌려 야영지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봤다.

“잠깐! 뭘 멋대로 자리 2개를 개뼈다귀 같은 녀석들에게 넘기는 거야! 나는 동의 못 해!”

그리고 앞으로 튀어 나가며 마법을 발동하는 인간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직후.

땅에서 솟구친 거대한 나무 거인이, 불꽃을 내뿜으려던 마법사째로 들어 하늘 위로 던져버렸다.

그 위협적인 모습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린다.

그에 맞춰.

나무줄기가 엮이며 거대한 뱀이 됐다.

속에 천불을 키우는 뱀이 옅은 불을 내뿜다가, 천천히 승천한다. 땅을 기던 뱀이 평생 소망한 모습. 하늘을 누비는 용이 된 강철이가 재앙의 불꽃과 신령의 번개를 함께 다루며 좌중을 내려다본다.

그 신비로운 짐승에 올라탄, 은발녹안의 여자, 루이나의 당당한 모습에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남은 7개의 자리는 제비뽑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