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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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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이라는 말에 초대 황제의 파티원, ‘우둔한 현자’를 떠올렸다면 크게 잘못된 접근은 아니었다. 우둔한 현자는 이 세계 사람들이 현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그래서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 답하겠다.

확실히 우둔한 현자가 가장 유명한 현자는 맞았지만, 유일한 현자는 아니었다. 초대 황제 이후로도 수없이 많은 황제가 탄생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멀리 갈 거 없이 엘프 왕국의 반신 또한 ‘현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현자는 기나긴 역사상 꾸준히 등장했는데, 이 현자의 돌은 상당히 특이했다.

현자의 돌을 제작한 현자 본인보다 유명한 마도구라는 점에서 그랬다.

현자의 돌은 현대인에게 연금술의 궁극으로 더 친숙할 텐데, 아쉽게도 이 세계의 현자의 돌은 연금술과는 관련이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성능 자체는 현대인이 아는 현자의 돌과 비슷했다.

무한한 마력을, 무한한 수명을, 무한한 생명을 주는 현자의 돌은 사실상 꿈의 물질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런 현자의 돌에 관한 정보를 습득한 사람들은 2가지 생각을 품었다.

첫 번째. 현자의 돌만 얻으면 인생이 바뀐다.

두 번째.

저런 물질을 가슴 속에 박아놓은 생명체는, 대체 뭐 하는 새끼지? 라는 생각을 말이다.

새삼 문득. 그런 드래곤도 포기한 상황에서 세상을 구원한 초대 황제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네.

“현자의 돌이요.”

“흥미가 생기십니까?”

“조금은요.”

내 말에 크로닐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현자의 돌의 성능은 이미 여러 번 증명됐죠. 마지막 소유자가 무려 1000년이나 살면서 말입니다.”

“성능은 의심 안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현자의 돌이 지금 등장했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건 신기하네요.”

진짜로 신기했다. 왜냐하면.

“현자의 돌은, 이미 없어졌잖아요?”

현자의 돌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약 600년 전이었다.

누군가 몇십 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사람의 존재를 눈치챈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는데, 잘 대처하면 넘어갔을 수도 있던 이 사건은 한가지 비극으로 인해 불이 붙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현자의 돌의 보유자가 이능에 재능이 없던 것이었다.

현자의 돌이 주는 3가지. 무한한 마력, 무한한 수명, 무한한 생명 중 뒤의 두 가지만 활용하던 영생자는 기어코 현자의 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알겠지만 원래 사람은 궁지에 몰렸을 때 미친 짓을 저질렀다.

비록 이능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1000년간 현자의 돌을 다루며 현자의 돌 자체에는 익숙해진 영생자가 ‘내가 못 가지면 다른 놈도 못 가져’라는 생각으로 현자의 돌을 폭주시킨 것이다.

그로 인해 현자의 돌은 이 세상에서 없어졌는데, 갑자기 몇백 년 만에 세상에 등장했다고 하니 영 의심스러웠다.

“그건 저도 압니다.”

“아시는 분이 소문을 믿으세요?”

“그야 이번 소문은 현자의 돌과 관련됐지만, 현자의 돌 그 자체의 소문은 아니니까요.”

무슨 말이야 그게.

나는 선문답을 하는 크로닐을 빤히 쳐다봤다. 아무리 내가 크로닐을 살짝 돌렸다지만, 그렇다고 말을 빙빙 돌려서 복수를 하면 어떻게 해.

진짜 돌리는 게 뭔지 보여줘?

응?

“……어라. 오한이.”

“혹시 현자의 돌의 제작법이라도 발견됐나요?”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얼른 루이나 켁켁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나를 크로닐이 다급히 붙잡았다.

“잠깐만요! 제 말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닌데요.”

“그런데 왜 그리 급하게 떠나십니까.”

“그야 쓸모가 없는 정보니까요.”

“왜죠?”

왜긴 왜야.

나는 친절히 보충 설명을 해줬다.

“현자의 돌을 만들기 쉬웠다면, 제작자가 직접 현자의 돌을 양산하지 않았을까요?”

간단한 문제였다.

현자의 돌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바꾸어 말하면 두 개 이상 못 만들었다는 뜻이고, 그건 즉 현자의 돌은 제작이 매우 까다롭다는 말이 됐다.

제작법을 알려줘도 못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하지만 크로닐은 내 말에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현자의 돌을 만드는 건 어렵겠죠.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걸 무슨 수로 아나요.”

“공언을 받았습니다.”

공언을 받았다고?

뭔가 이상했다.

공언을 받았다는 건 누군가 현자의 돌의 제작법을 손에 넣었다는 건데, 그게 사실이면 그 시점에서 이미 사태는 종료된 거 아닌가?

쟁탈전을 펼칠 것도 없이 이미 승자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거기에 굳이 공언해 주는 부분도 이상했다.

제작법을 얻었다고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그걸 왜 공언해 줬지.

마치, 제작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사람 같잖아.

상념을 이어가던 나는 문득 깨달음을 얻어 고개를 들었다.

그다음 말을 꺼냈다.

“크로닐 님.”

“네?”

“현자의 돌의 제작법을 보유한 건 현자죠?”

“용케 눈치채셨군요.”

앞서 말했듯 현자는 대대로 꾸준히 등장했다.

우둔한 현자, 불사의 현자, 천리의 현자 등등. 수많은 현자가 등장했다 사라지며 대를 이어갔는데, 그 이어달리기의 마지막에 선, 현시대의 현자를 우리는 이렇게 불렀다.

부동의 현자, 락토르라고.

엘프 왕국의 반신이 공언한 내용이라.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나는 크로닐에게 질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부동의 현자가 고했습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사람에게 현자의 돌의 제작법과 핵심 재료를 주겠다고.”

“어떤 부탁이죠?”

“그게 말입니다….”

크로닐이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그게 의아해 내가 눈을 깜빡이자, 크로닐은 결심한 듯 입술을 뗐다.

“세상에서.”

“세상에서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가져온 사람에게 제작법을 주겠다더군요.”

“진짜인가요?”

“진짜입니다.”

크로닐의 말에 나는 속으로 허허 웃었다.

진짜.

반신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니까.

엘프, 혹은 요정족이라 불리는 이 녀석들은 너무나도 뛰어난 점이 많았다.

일단 미색이 뛰어났다. 본디 요정족에겐 미남미녀라는 개념이 없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아름다운 세계에선 미남미녀가 평범하게 바뀌는 이치였다.

요정족이 미남미녀라는 개념을 깨우친 건 순전히 타종족과 교류한 후부터였는데, 이래서 연출에서 대비를 잘해야 깊게 와닿는 거였다.

거기에 요정족은 수명이 길었다. 일반 요정족도 1000년 가까이 살았고, 상위 요정족은 그보다 몇 배 더 길게 살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 때문에 요정족은 강했다.

지성체에게 어마어마한 시간이 주어진 거다. 아무리 대충 살아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명이 너무 많으니 게으르고, 그로 인해 수련을 등한시한다?

게으른 건 천성이다. 수명과 관련이 없었다. 심지어 요정족은 태생적으로 성실한 부류가 많았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게다가 ‘정령술’이라는 독자적인 마법 체계도 보유했으니, 그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종족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요정족이 그런 세속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여간.

나는 하늘을 뚫을 듯한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봤다.

기어코 구름을 꿰뚫어버린 나무는 생명체라기엔 너무 거대했는데, 나무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은 저게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세계수.

요정족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어머니를 관찰한 나는 이내 주위를 둘러봤다.

군데군데 야영지가 만들어진 가운데,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무슨 축제라도 벌어진 모양새였다. 물론 어떤 의미에선 축제긴 했지만, 정식 축제는 아니라. 자신의 앞마당에서 저러는 걸 과연 요정족이 좋아할까에는 의문이 붙었다.

나는 슬쩍 눈동자만 굴려 이 축제장의 주인을 찾아냈다.

야영지와 조금 떨어진 나무 위. 거기에 은밀히 숨어 있는 요정족이 날카롭게 사람들을 노려본다. 누군가 허튼짓을 하면 즉시 정령술과 궁술로 죽여버릴 기세였는데, 쟤들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부동의 현자 락토르가 이해 안 됐다.

모든 걸 알기에 아무것도 안 하던 양반이 왜 갑자기 대대적으로 관심을 끌었지.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일 마음이라도 들었나?

뭐, 락토르의 의도가 뭔지는 크게 상관이 없긴 했다.

중요한 건 락토르의 부탁을 들어주고 현자의 돌 제작법을 얻어오는 거였으니까.

다만 극도로 폐쇄적인 요정족 왕국에 들어가는 방법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구해오는 방법을 모르는 건 걸림돌이었는데, 후자건 전자건 똑같이 골치 아팠다.

전자를 해결 못 하면 국경 근처에서 술판이나 벌이는 다른 사람처럼 허송세월이나 보낼 확률이 높았으니.

어떻게 해야지.

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내 어깨를 크리스가 두들겼다.

“있잖아 루이나 님.”

“네.”

“루이나 님은 요정족을 닮았잖아?”

“그건 아름다운 사람에게 일단 요정족이냐고 묻는 느낌이지 닮아서는 아닌데요.”

“어쨌건, 루이나 님이 들여보내달라고 하면 동족인 줄 알고 들여보내 주는 거 아니야?”

“진짜 아무 말이나 하시네요.”

황당한 소리를 하는 크리스를 무시하고 나는 적영을 시켜 야영지를 꾸렸다. 우선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상황을 볼 생각이었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워진 건, 딱 그때였다.

나는 소란의 중심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웬 요정족 무리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리의 가장 앞에 선 요정족 남자는 적당한 곳에 멈춰 선 다음 작게 혀를 찼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 듯했는데, 잠시 후. 요정족 남자가 입을 열었다.

“딱 10명이다. 10명만 국경을 넘는 걸 허락해 주지.”

“10명? 너무 적잖아!”

“기준? 기준이 뭐지?”

순식간에 떠들썩해지는 군중에 요정족 남자가 손을 들었다.

직후 바람이 모두를 짓눌렀다.

거센 압박에 대부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황에서.

요정족 남자가 사납게 웃었다.

“당연히 그건 네놈들이 알아서 정해야지. 1시간이다. 1시간 후에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결정해 놓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