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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밧줄에 묶인 클로라가 애처롭게 나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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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로라의 앞에서 볼을 톡톡 치다가, 물 밧줄을 하나 더 소환해 클로라를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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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기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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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방심 안 하고 단단히 묶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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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앞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폴릭, 크리스, 카이렌도 있었는데, 그중 폴릭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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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영애가 마족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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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마족이 몸을 먹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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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은 클로라를 살폈다. 겉모습으로 마족의 흔적을 찾으려는 건데, 순진했다. 그렇게 찾기 쉬웠으면 마족은 애초에 박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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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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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크리스 님. 서큐버스 동료를 만난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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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당신 서큐버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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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어쩌지? 폴릭 님 머리가 많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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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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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루이나 님. 저 사람 서큐버스 맞아? 또 애먼 사람 잡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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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의문은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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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고, 실제로 이미 나는 잘못 짚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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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크리스가 말한 대로 클로라가 서큐버스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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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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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서큐버스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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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자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잖아. 나도 루이나 님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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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벌어다 주는 돈을 좋아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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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사람의 가치는 돈이 전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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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중요한 걸 모르는 금화 괴인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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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보다는 뭐야. 더 중요한 게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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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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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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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심하는 크리스에게, 추가로 보충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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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이 붉게 빛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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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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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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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인지 뭔지는 몰라도,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려고 시도한 건 명명백백 서큐버스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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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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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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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뺌해도 소용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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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에요! 폴릭 님! 저 사람을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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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닐 가능성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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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폴릭 님이 정신머리가 빠져 헛소리를 한 것도 증거 중 하나예요. 이상하지 않나요? 클로라 님을 둘러싼 치정극은 평범한 인간의 치정극치고는 남자들이 너무 광적으로 집착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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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클로라 영애가 매력적인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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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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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릭을 빤히 봤다. 마족을 옹호하는 폴릭이 과연 인간이 맞나 의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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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이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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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순수한 의문일 뿐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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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 딱히 폴릭 님을 산채로 불구덩이에 집어넣을까 말까를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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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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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고민 없이 집어넣을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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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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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릭의 처분은 잠시 보류하고,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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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 때도 고민한 일이지만, 이런 정신 기생체는 굉장히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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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모습을 드러냈던 뽀삐 때도 까다로웠는데, 이런 식으로 모습을 숨기면 아예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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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로라가 서큐버스라고 확신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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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마족은 어디까지나 몸에 빙의할 뿐이었다. 즉 지금 설사 클로라 영애의 몸에 마족이 빙의했어도 몸이 조종당하는 것일 뿐. 생명 자체에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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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설명에 크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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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님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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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할 건 없어요. 마족과 계약을 한 건 클로라 님의 의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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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은 아무 몸에나 빙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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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해봤자 효율이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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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마족은 자신과 성향이 맞는, 그리고 몸을 넘겨줄 생각이 있는 인간의 몸에만 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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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클로라가 저 꼴이 된 건 자신의 의지였으나, 원래 인간의 의지라는 건 불완전하기 짝이 없어서. 또 몰랐다. 클로라가 극한의 상황까지 몰렸을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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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는 게 제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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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 뽀삐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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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잠깐 외출했다고 사람을 심연 속에 가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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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미로에서 자력으로 탈출 가능하다고 알려준 거? 나쁘지 않았어요. 나중에 중요한 순간에 제 뒤통수를 치고 배신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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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가봤자 너한테 두들겨 맞는데 무슨 소용이냐. 잠깐 밖 공기를 마셨을 뿐이다. 그래서 왜 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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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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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의 일은 사교계에 소속된 사람이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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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일은 내가 잘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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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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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기생체의 삶은 빙의 기생체가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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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로라를 가리키며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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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마족이 들어있는 거 같은데, 본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마족만 뽑아낼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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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걸 다 묻는군. 혹시 너는 나를 동료로 착각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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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줄 거예요 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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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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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상념에 잠긴 뽀삐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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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꼴이 된 놈이 하나 늘어도 나쁘지는 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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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악질적인 동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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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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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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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르겠지만 빙의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서 말이다. 만약 다른 정신 기생체가 침투라도 하면 곤란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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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가 음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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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완벽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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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뽀삐를 들어 클로라의 어깨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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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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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 님. 이상한 짓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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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여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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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신의 성검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간다. 연기처럼 빠져나간 뽀삐가 클로라의 몸에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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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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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의 몸이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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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고 미동조차 없는 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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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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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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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클로라가 비명을 지르더니, 클로라의 입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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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반투명한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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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날개와 뿔이 달린 여성형 마족, 서큐버스가 도주하려는 듯 창문 밖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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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창문 밖에 놓인 속으로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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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넌 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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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쁘게 웃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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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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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뽀삐도 속에 집어넣었다. 뽀삐 이 녀석 미로에서 음침하게 끌끌대는 놈인 줄 알았더니, 의외의 쓸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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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클로라가 기침하며 눈을 뜬다. 그다음 멍하니 주변을 훑는데,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환자의 반응이라 나는 폴릭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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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 클로라 님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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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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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폴릭 님은 이상한 짓을 할 거 같아요. 카이렌 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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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저라도 환자에게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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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해진 폴릭을 뒤로한 채 나는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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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카이렌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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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어디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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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얻으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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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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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저택 밖으로 나간 나는 피닉스에 올라타 백탑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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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같이 피닉스에 올라탄 크리스가 궁금하다는 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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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궁금한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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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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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뽀삐 님이 안 도와줬으면 어떻게 서큐버스를 쫓아냈을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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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했더니 그게 궁금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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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서큐버스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고문이라도 할 거였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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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에 갇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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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까딱이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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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법에 매달리는 건 너무 운에 기대는 거잖아요. 확정적인 방법을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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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적인 방법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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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는 그거잖아요? 사람을 매혹해 감정을 먹는 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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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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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얼굴을 불태워 못 쓰게 만들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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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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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감탄한다. 내 택틱이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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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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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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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람의 마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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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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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가 안 돼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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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법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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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님은 정신을 빼앗겼을 뿐이지 살아있다며. 여자가 얼굴이 전부 타면 어떻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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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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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마법 미치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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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라고 무작정 불태우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다 대책을 마련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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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의 명예 추기경 자리는 이럴 때 쓰는 거죠. 치료해 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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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치면 전부 해결이라는 발상이 사람의 발상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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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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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주, 지아블 파르트나는 병에 담긴 서큐버스를 이리저리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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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흔들어 꺼내 달라고 마구 벽을 두들기던 서큐버스를 어지럽게 만든 지아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병을 책상에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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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성배 탐색자인가. 마족을 찾은 것뿐만 아니라, 데려오기까지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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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달성 했으니 상으로 고유 마법을 2개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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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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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나라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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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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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이 손가락을 튕겼다. 직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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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젊은 청년이었는데, 지아블은 청년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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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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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탑주님에게 도움이 돼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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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겠지만, 시한부 천재 마법사 같은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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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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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이 기운다. 내 접시에는 약속이, 상대의 접시에는 고유 마법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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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저울의 추가 맞다고 느꼈다. 따라서 이 거래는 ‘공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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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으로 변해 나에게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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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 얻은 마법을 조용히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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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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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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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이라는, 자신을 지탱하던 거대한 기둥이 빠져나가서 그런가. 청년이 기운이 빠져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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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병사를 소환해 청년을 붙잡아주고는 지아블을 슬쩍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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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거래는 끝났다. 더는 지아블과 볼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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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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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이해가 안 되는 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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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치익. 불이 붙고, 연기를 천장에 흘리며 나는 차분히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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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아블 님. 대체 저에게 이 의뢰를 맡긴 진짜 목적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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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아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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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이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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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마족은 찾기 어렵다. 음흉하고, 흔적이 적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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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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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마법사이자, 백탑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수장인 지아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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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마족 하나 찾겠다고 고유 마법씩이나 바치며 내게 의뢰를 넣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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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눈치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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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숨겨진 목적을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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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 당해내겠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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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으니 별 수 없군. 별거 아니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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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냥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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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마족을 구해야 될 이유라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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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가? 마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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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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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으로 할법한 실험이 뭐가 있을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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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인간으로 숨어 살고 있어서 말이네. 자네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 흔적이라도 드러낼 줄 알았건만, 내 착각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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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아블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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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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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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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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