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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은 확실히 보통이 아니네요. 아직도 정체를 안 드러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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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냥 마족이 아닌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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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방 안에 들어온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손가락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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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은 서큐버스면서 마족의 생태를 잘 모르시네요. 제가 오늘 특별 교육을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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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폴릭 님이 왜 마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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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종을 잘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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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감정 조종을 당해본 적이 몇 번 없는데, 폴릭이 그 몇 번 안에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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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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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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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좋은 점은 그거죠. 체계적이고 완벽한 구조. 그래서 마법과 수학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모호함이 없고 확실하기에 마법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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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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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펴봐도 나를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말을 고른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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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완벽한 구조, 수학, 모호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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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비가 뭔지 100시간 특별 교육을 해서 알려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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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종 점수, 1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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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발생 점수,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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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 유발 점수,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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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15점 만점 중 17점을 달성해 당신은 마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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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독하네요. 아직도 정체를 안 드러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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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건 쟤가 아니라 너인 거 같다만. 너는 누군가를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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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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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하다 말고 멈칫했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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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허리춤에 걸린 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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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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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거치고는 나를 지지고, 볶고, 부수고, 아주 신나게 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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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삐 얘는 또 언제 나왔어. 부르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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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본색 드러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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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뽀삐를 안에 쑤셔 넣고, 5중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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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뽀삐를 밀봉한 나는 손을 턴 후 폴릭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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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위치를 말하세요. 지금이면 용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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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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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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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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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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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기울여 무릎을 꿇은 폴릭과 눈높이를 맞췄다. 눈이 마주친 폴릭이 눈물을 흘린다. 콧물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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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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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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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거 같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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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이 아닌데 그 정도의 감정 조종 능력을 갖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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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것대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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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릭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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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살면서 언제 불을 먹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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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 루이나 님의 말대로 운이 좋았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불에 지져져서 전신 화상을 입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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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그 사람 저도 아는 사람인 거 같은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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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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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다음 내 눈치를 살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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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풀렸다면 가봐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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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요.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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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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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비밀리에 마족을 탐색 중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 그 시점에서 마족 탐색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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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음흉한 마족들이다.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드시 도망갔다. 마족 탐색을 이어가고 싶다면 폴릭을 어딘가에 묶어서 가둬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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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릭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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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의 첨병 옆이 좋나요, 아니면 땅속이 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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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협력! 협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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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협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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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가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폴릭이 재빨리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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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수상한 사람들을 찾으시려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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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 같은 사람을 찾는 중이에요.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요. 왜 마족이 아니죠? 혹시 혼신의 연기 중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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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사교계의 전문가인! 제게 맡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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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이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렸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붙잡고 매달리려고 했는데, 그런 폴릭의 어깨를 카이렌이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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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이 낮은 목소리로 폴릭을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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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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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저는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직접 사교계를 겪으며 느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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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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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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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어떤 일이든 외부인보다는 내부인이 잘 알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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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 같은 닫힌사회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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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 누구누구 영애는 방탕하다느니, 누구누구 영식은 바람둥이라느니 백 번 들은 사람보다, 한 번 직접 만나본 사람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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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폴릭의 말은 매우 타당했다. 그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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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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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의 눈을 믿기에는 신뢰도가 살짝 떨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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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요? 어떤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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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 보는 눈이 없어 보여요. 경박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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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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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이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자주 흘리는 걸 보면 나이가 들어 여성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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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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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의 도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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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없는 것과 비교하면 나을 거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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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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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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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은 사교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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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랄 것도 없습니다. 학교에 자주 나온다고, 그 학생이 학교에서 중요한 위치는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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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해했어요. 그럼 지식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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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을 많이 하는 만큼 쓸데없이 많긴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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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정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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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릭 님. 당신을 마족 탐색 파티의 도적으로 임명하겠어요. 당장 마족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읊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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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폴릭을 통해 새로운 마족 의심자 명단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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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후보. 남자가 너무 좋아 미치겠는 엘나스 남작의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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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눈을 깜빡하면 바뀌어서, 사람들은 농담 삼아 서큐버스도 저 정도는 아니라며 헛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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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후보. 분란이 너무 좋아 미치겠는 벨몬테 백작의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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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사람끼리 싸움을 붙이는 걸 좋아했는데, 방식이 참 교묘해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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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벨몬테 백작의 영식은 진실을 알려주는 포지션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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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진실을 들은 사람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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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몬테 백작의 영식 같은 사람의 문제가 따지고 보면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라. 대놓고 쳐내기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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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으로 따지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나쁜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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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파티가 너무 좋은 에스텔 백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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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현장에 나타나는 법이다. 즉 마족이 등장할 환경을 자꾸 조성하는 에스텔 백작부인도 상당히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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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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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를 추리고 나서 깨달은 건데, 누구든 있을 법한 인상 군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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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주마다 바꾸는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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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란을 좋아하는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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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를 사랑하는 백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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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이질적이고 특이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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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마족 찾는 게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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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타인의 감정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해서. 사실 인간과 마족을 특징만으로 구별하는 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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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확실하지도 않았다. 방금 나열한 사람들이 마족이 아니라 단순히 이상하기만 한 인간일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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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곤란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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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유 마법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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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이제 어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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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씩 살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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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분란 조장을 좋아하는 벨몬테 백작의 영식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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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군요. 제가 듣기로 블루힐 광산의 정보는 진작 밝혀졌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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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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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새로 발견된 블루힐 광산의 매장량이 매우 적다는 건, 거의 처음부터 밝혀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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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몬테 백작의 영식과 떠들던 남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분노한 채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이윽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머리가 벗겨진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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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새끼가. 사람을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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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호프. 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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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돌려내. 이 사기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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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를 우아한 꽃의 전쟁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맞긴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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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는 일단 즐거운 거면 뭐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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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혈 파티는 해피 중세랜드가 좋아하는 이벤트 중 하나인바. 대머리의 얼굴에 주먹이 꽂히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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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다짐을 하는 남자 둘 뒤에서 벨몬테 백작의 영식이 와인을 홀짝였다. 그 모습이 굉장히 즐겁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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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수상했지만,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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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인지 아닌지 확실하지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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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 ‘불은 답을 알고 있다’를 하고 싶었으나, 이미 한 번 무고한 시민을 검거한 뒤라. 망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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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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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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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엔 클로라 엘나스 영애를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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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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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영애? 분명 저랑 사귀는 거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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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영애는 나랑 사귀는 사이다만? 착각이 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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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클로라 영애는 저랑 사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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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난장판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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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의 한가운데에서 클로라 엘나스 영애가 웃음을 짓더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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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딱히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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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군. 누가 클로라 영애와 어울리는지 결정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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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던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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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자 셋이 싸움을 하는 동안 클로라는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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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마련된 빈방으로 향하는 듯했는데, 나는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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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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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로라의 뒤를 밟았다. 그러다 클로라가 빈방에 들어가자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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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문이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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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와 둘만 남은 상황에서, 창문 가에 기댄 클로라가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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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남작님. 제게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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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 님에게 관심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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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알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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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가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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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가 몸을 돌린다. 달빛 아래에서 클로라의 적발이 은은하게 빛나고, 클로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비비 꼬다가 이윽고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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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가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만진다. 나는 눈동자만 굴려 클로라의 손을 확인했다가, 상대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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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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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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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외모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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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루이나 님? 제가 루이나 님을 처음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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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네요. 저도 관심을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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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의 눈이 붉게 번득인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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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람 눈이 붉게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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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라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을 거두고는, 자신의 옷을 스르륵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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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속삭이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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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프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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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이 된 클로라가 접근한다. 유혹하듯 살랑거리며 내게 손을 뻗은 클로라는, 그대로 나를 껴안듯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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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벌려 내 어깨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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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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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단한 막이라도 깨문 듯한 감촉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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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등불 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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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방을 밝히는 불꽃에 클로라가 당황한 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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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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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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