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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뻥 뚫린 구멍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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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으로 정상적인 세계가 보인다. 검이 날아다니지도, 검이 기어다니지도, 검이 뛰어다니지도 않는 상식적인 세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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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주변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초대 황제의 검을 얻어 보겠다고 난리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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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멍을 발견한 사람들이 왜 초대 황제의 검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지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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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라 표현했지만, 저건 엄밀히 따지면 자상이었다. 검에 베인 흔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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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저런 게 가능한 검은 초대 황제의 검 외엔 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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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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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 자상을 남긴 범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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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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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혼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괜히 검은 쓰기 나름이라는 소리가 있는 게 아니다. 검이 문제가 아니다. 쓰는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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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는 검의 세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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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혼자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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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사태의 범인이 초대 황제의 검이라면, 두 가지 가능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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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누군가 초대 황제의 검으로 허공에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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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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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이 알아서 움직여 허공에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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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영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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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이미 주인이 정해졌다는 것인데, 이러면 일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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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후자면…. 이 넓은 검의 세계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검을 찾아라?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을 찾지.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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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시나 싶어 헤이즈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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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보의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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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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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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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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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있으세요.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 적영의 동생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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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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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찾아요. 차라리 이 시간에 마법 연구나 하는 게 낫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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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대 황제의 검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어디까지나 초대 황제의 검이 가진 불로불사의 기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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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굳이 초대 황제의 검을 얻기 위해 발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불로불사라면 다른 방법도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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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아쉽지 않아? 그래도 하루는 찾아봐야지. 혹시 몰라? 찾자마자 발견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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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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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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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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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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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림에서 실버즈라의 주인격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시간을 죽여야 하는 헤이즈다. 심심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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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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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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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헤이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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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불쌍…해서는 아니고, 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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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도 사야 당첨된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시도해야 성공했다. 행동을 하고 기도를 해야지 기도만 해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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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의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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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찾는 시늉도 안 내고 가는 건 여러모로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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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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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린 나는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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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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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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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세상과 연결된 구멍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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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조리 검을 뽑는다. 몬스터라도 등장한 줄 알았나 본데, 나는 피닉스에 탑승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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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세요! 강도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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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물밧줄 마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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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날며 헤이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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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빠르게 훑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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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로 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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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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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밧줄 마법에 묶여 대롱대롱 하늘을 날던 헤이즈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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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의 위에 올라탄 헤이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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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 사이에 이상한 게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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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게 아니라 피닉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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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의 세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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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요즘 검림이 시끄럽다는 건 빈말이 아닌지, 어딜 둘러봐도 사람들이 검과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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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대 황제의 검을 아무도 못 찾았다고 가정하면, 사람이 있는 곳엔 초대 황제의 검이 없다는 얘기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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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닉스에게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달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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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가 가속한다. 검림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이 퍼져 있던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100명, 10명, 1명…. 기어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졌을 때, 나는 피닉스에게 약간의 하강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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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면에 닿듯 날아다니던 와중, 내 눈에 심상치 않은 디자인의 검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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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초대 황제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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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검을 뽑아 들고 루이나류 오의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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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이 허공을 채우고, 곧 초대 황제의 검에 닿아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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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검을 제압한 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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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님. 드디어 찾았어요. 이만 집에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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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검을 휘두르는 시늉도 안 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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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류 오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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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류 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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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쓰는 척 마법으로 상대 제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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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은 기본적으로 필살기예요. 근본 자체가 죽이지 못하면 죽는, 알지 못하면 당하는 구조죠. 즉 제 필살 검술을 못 알아본 시점에서 상대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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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네가 든 검이나 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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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봐도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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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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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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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검신이 맑은 푸른색 계통인 가운데, 예기와 경도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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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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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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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 폐하의 검에 원래 빙결 계통의 원소가 깃들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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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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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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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거면 내가 여태 얻은 검 중에선 가장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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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붉은 검을 에 넣고 새로 얻은 푸른 검을 허리춤에 찼다. 여태까지 쓰던 붉은 검에겐 미안했지만, 급하게 구한 애치고는 오래 썼다. 내가 마법사여서 계속 쓴 거지, 검사였으면 진작 바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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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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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닉스에 올라타고 방금의 행동을 다시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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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세상을 밝게 빛내는 검을 발견하고 눈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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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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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검이 나를 겨눈다. 나는 즉시 나무 거인을 소환해 검을 흠씬 두들겨 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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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을 뽑지도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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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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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모아 제련이라도 한 듯 은은하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뽐내는 검은, 명장이 인생을 담아 제련한 듯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검이 살아있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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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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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초대 황제 폐하의 검에, 엘프의 문양이 그려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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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 폐하의 정실이 엘프긴 해. 엘프들 주장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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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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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거면 내가 여태 얻은 검 중에선 가장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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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검을 에 넣고 새로 얻은 달빛 검을 허리춤에 찼다. 여태까지 쓰던 푸른 검에겐 미안했지만, 급하게 구한 애치고는 오래 썼다. 내가 마법사여서 계속 쓴 거지, 검사였으면 진작 바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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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검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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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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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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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를 견제하는 헤이즈. 아무래도 내 검술 재능을 눈치챈 듯했다. 내가 검을 잡는 순간 헤이즈는 금방 추월하겠지. 그게 무서운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대놓고 수를 쓰면 너무 티가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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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헤이즈를 토닥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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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마법 외길만 걸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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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이상한 생각 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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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피닉스에 올라타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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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깨달은 건데, 이런 방식으로는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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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 말고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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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기한을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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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만 찾고, 답 없으면 마법학교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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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톨트피어에 미쳤던 바젯 같은 정신병자도 아니고, 계속 이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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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했듯 불로불사를 이룰 방법은 꽤 많아서. 굳이 초대 황제에 목매달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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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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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헤이즈가 옆에서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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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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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아니, 아닌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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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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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찾긴 했는데, 검은 아니고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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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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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헤이즈도 땅을 내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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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땅에 누군가 걷는다. 로브를 눌러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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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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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왜? 지금 초대 황제 폐하의 검으로 세상이 난리 났다고 한 500번 말했잖아. 당연히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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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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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헤이즈의 말대로 로브를 눌러쓴 사람이 검산에 돌아다니는 건 딱히 신기할 일이 아니었으나, 내가 이상한 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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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로브, 마법학교 근처에서 팔던 제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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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디자인이긴 하니까. 내 착각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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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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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에서 이 먼 검산까지 어떻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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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을 끄고 피닉스에게 더 멀리 날아가달라고 요구했다. 저런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는 먼 곳을 훑어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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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가 허공을 가른다. 하늘 높이 나는 피닉스의 위에서 세상을 굽어봤다. 여기도 검, 저기도 검, 온 세상이 검인 가운데, 나는 미간을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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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을 찾다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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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다른 사람이 초대 황제의 검을 이미 찾은 상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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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누가 초대 황제의 검을 이미 찾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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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세상에서 검을 찾는 것보다는, 사람을 찾는 게 백배는 쉬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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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돌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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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귀찮아졌구나.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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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닉스의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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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림에 헤이즈를 내려주고, 마법학교로 돌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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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초대 황제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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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피닉스의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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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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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검 어디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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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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