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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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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뻥 뚫린 구멍을 유심히 살폈다.
건너편으로 정상적인 세계가 보인다. 검이 날아다니지도, 검이 기어다니지도, 검이 뛰어다니지도 않는 상식적인 세계가 말이다.
구멍 주변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초대 황제의 검을 얻어 보겠다고 난리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팔짱을 꼈다.
저 구멍을 발견한 사람들이 왜 초대 황제의 검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지 알 거 같았다.
구멍이라 표현했지만, 저건 엄밀히 따지면 자상이었다. 검에 베인 흔적인 것이다.
확실히 저런 게 가능한 검은 초대 황제의 검 외엔 안 떠올랐다.
“이제 알겠지?”
“그래서 저 자상을 남긴 범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나야 모르지.”
검은 혼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괜히 검은 쓰기 나름이라는 소리가 있는 게 아니다. 검이 문제가 아니다. 쓰는 사람이 문제다.
다만 여기는 검의 세계라.
검이 혼자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범인이 초대 황제의 검이라면, 두 가지 가능성이 생겼다.
하나. 누군가 초대 황제의 검으로 허공에 구멍을 뚫었다.
둘.
초대 황제의 검이 알아서 움직여 허공에 구멍을 뚫었다.
둘 다 영 별로였다.
전자? 이미 주인이 정해졌다는 것인데, 이러면 일이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후자면…. 이 넓은 검의 세계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검을 찾아라?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을 찾지. 이건 좀.
나는 혹시나 싶어 헤이즈에게 물었다.
“이게 정보의 끝이에요?”
“이게 끝인데?”
“확인했어요.”
오케이. 잘 알았다.
“그럼 잘 있으세요.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 적영의 동생도 부탁해요.”
“이대로 가게?”
“이걸 어떻게 찾아요. 차라리 이 시간에 마법 연구나 하는 게 낫겠어요.”
나는 초대 황제의 검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어디까지나 초대 황제의 검이 가진 불로불사의 기능이었다.
즉 굳이 초대 황제의 검을 얻기 위해 발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불로불사라면 다른 방법도 많았으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아쉽지 않아? 그래도 하루는 찾아봐야지. 혹시 몰라? 찾자마자 발견할지.”
“헤이즈 님.”
“어.”
“심심하세요?”
“솔직히 그래.”
검림에서 실버즈라의 주인격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시간을 죽여야 하는 헤이즈다. 심심할 만했다.
“알겠어요.”
“고맙다.”
나는 헤이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헤이즈가 불쌍…해서는 아니고, 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복권도 사야 당첨된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시도해야 성공했다. 행동을 하고 기도를 해야지 기도만 해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헤이즈의 말대로였다.
여기까지 와서 찾는 시늉도 안 내고 가는 건 여러모로 아까웠다.
좋아.
결정을 내린 나는 작게 속삭였다.
“오세요.”
직후.
진짜 세상과 연결된 구멍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사람들이 모조리 검을 뽑는다. 몬스터라도 등장한 줄 알았나 본데, 나는 피닉스에 탑승하며 소리쳤다.
“안심하세요! 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동시에 물밧줄 마법을 사용했다.
나는 하늘을 날며 헤이즈에게 말했다.
“이대로 빠르게 훑어봐요.”
“…일단 위로 올려줘.”
“아하.”
나는 물밧줄 마법에 묶여 대롱대롱 하늘을 날던 헤이즈를 끌어 올렸다.
피닉스의 위에 올라탄 헤이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 본 사이에 이상한 게 많이 생겼다?”
“이상한 게 아니라 피닉스예요.”
나는 검의 세계를 살폈다.
과연 요즘 검림이 시끄럽다는 건 빈말이 아닌지, 어딜 둘러봐도 사람들이 검과 싸우고 있었다.
아직 초대 황제의 검을 아무도 못 찾았다고 가정하면, 사람이 있는 곳엔 초대 황제의 검이 없다는 얘기도 되지 않나?
나는 피닉스에게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달라고 명령했다.
피닉스가 가속한다. 검림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이 퍼져 있던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100명, 10명, 1명…. 기어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졌을 때, 나는 피닉스에게 약간의 하강을 부탁했다.
그렇게 지면에 닿듯 날아다니던 와중, 내 눈에 심상치 않은 디자인의 검이 포착됐다.
찾았다. 초대 황제의 검.
나는 즉시 검을 뽑아 들고 루이나류 오의를 날렸다.
붉은 선이 허공을 채우고, 곧 초대 황제의 검에 닿아 폭발한다.
성공적으로 검을 제압한 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들었다.
“헤이즈 님. 드디어 찾았어요. 이만 집에 가죠?”
“너는 이제 검을 휘두르는 시늉도 안 내는구나.”
“루이나류 오의예요.”
루이나류 오의.
검을 쓰는 척 마법으로 상대 제압하기.
“검술은 기본적으로 필살기예요. 근본 자체가 죽이지 못하면 죽는, 알지 못하면 당하는 구조죠. 즉 제 필살 검술을 못 알아본 시점에서 상대에겐―.”
“됐고, 네가 든 검이나 잘 봐.”
“어딜 봐도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잖아요.”
“잘 보라고.”
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확인했다.
재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검신이 맑은 푸른색 계통인 가운데, 예기와 경도가 심상치 않았다.
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다만.
“초대 황제 폐하의 검에 원래 빙결 계통의 원소가 깃들어 있나요?”
“그럴 리가.”
꽝이었나.
그래도 이거면 내가 여태 얻은 검 중에선 가장 훌륭했다.
나는 붉은 검을 에 넣고 새로 얻은 푸른 검을 허리춤에 찼다. 여태까지 쓰던 붉은 검에겐 미안했지만, 급하게 구한 애치고는 오래 썼다. 내가 마법사여서 계속 쓴 거지, 검사였으면 진작 바꿨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요.”
나는 피닉스에 올라타고 방금의 행동을 다시 반복했다.
그러다가 세상을 밝게 빛내는 검을 발견하고 눈이 뒤집혔다.
이번에야말로 심상치 않다.
스릉. 검이 나를 겨눈다. 나는 즉시 나무 거인을 소환해 검을 흠씬 두들겨 팼다.
“이제 검을 뽑지도 않는구나.”
나는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들었다.
달빛을 모아 제련이라도 한 듯 은은하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뽐내는 검은, 명장이 인생을 담아 제련한 듯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검이 살아있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원래 초대 황제 폐하의 검에, 엘프의 문양이 그려져 있나요?”
“초대 황제 폐하의 정실이 엘프긴 해. 엘프들 주장으로는.”
“꽝이군요.”
그래도 이거면 내가 여태 얻은 검 중에선 가장 훌륭했다.
나는 푸른 검을 에 넣고 새로 얻은 달빛 검을 허리춤에 찼다. 여태까지 쓰던 푸른 검에겐 미안했지만, 급하게 구한 애치고는 오래 썼다. 내가 마법사여서 계속 쓴 거지, 검사였으면 진작 바꿨을 것이다.
“너는 검사하지 마라.”
“왜요?”
“그냥 하지 마.”
갑자기 나를 견제하는 헤이즈. 아무래도 내 검술 재능을 눈치챈 듯했다. 내가 검을 잡는 순간 헤이즈는 금방 추월하겠지. 그게 무서운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대놓고 수를 쓰면 너무 티가 나잖아.
나는 헤이즈를 토닥여줬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마법 외길만 걸을 거예요.”
“이 새끼 이상한 생각 한 거 같은데….”
재차 피닉스에 올라타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벌써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깨달은 건데, 이런 방식으로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 말고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거였다.
따라서 나는 기한을 정하기로 했다.
오늘까지만 찾고, 답 없으면 마법학교로 돌아가야지.
내가 톨트피어에 미쳤던 바젯 같은 정신병자도 아니고, 계속 이럴 수는 없었다.
뭐, 말했듯 불로불사를 이룰 방법은 꽤 많아서. 굳이 초대 황제에 목매달지 않아도….
응?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헤이즈가 옆에서 의아해했다.
“왜? 찾았어?”
“아니요. 아니, 아닌 게 아니에요.”
“뭐라는 거야.”
“뭔가 찾긴 했는데, 검은 아니고 사람이에요.”
“사람?”
그제야 헤이즈도 땅을 내려봤다.
저 먼 땅에 누군가 걷는다. 로브를 눌러쓴 사람이었다.
헤이즈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게 왜? 지금 초대 황제 폐하의 검으로 세상이 난리 났다고 한 500번 말했잖아. 당연히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그게 아니라,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확실히 헤이즈의 말대로 로브를 눌러쓴 사람이 검산에 돌아다니는 건 딱히 신기할 일이 아니었으나, 내가 이상한 건 그거였다.
저 로브, 마법학교 근처에서 팔던 제품 아닌가.
흔한 디자인이긴 하니까. 내 착각일 수도 있었다.
착각이겠지.
마법학교에서 이 먼 검산까지 어떻게 와.
나는 신경을 끄고 피닉스에게 더 멀리 날아가달라고 요구했다. 저런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는 먼 곳을 훑어보기 위해서였다.
피닉스가 허공을 가른다. 하늘 높이 나는 피닉스의 위에서 세상을 굽어봤다. 여기도 검, 저기도 검, 온 세상이 검인 가운데, 나는 미간을 긁었다.
초대 황제의 검을 찾다가 깨달았다.
아까는 다른 사람이 초대 황제의 검을 이미 찾은 상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반대였다.
차라리 누가 초대 황제의 검을 이미 찾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검의 세상에서 검을 찾는 것보다는, 사람을 찾는 게 백배는 쉬웠으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요?”
“벌써 귀찮아졌구나. 마음대로 해.”
나는 피닉스의 몸을 돌렸다.
검림에 헤이즈를 내려주고, 마법학교로 돌아가기 위해서.
“씨발 초대 황제의 검이다!”
그리고 다시 피닉스의 몸을 돌렸다.
어디야.
내 검 어디에 있어.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