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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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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산(劍山)은 하나의 세계라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하나의 세계가 맞았다. 검에 미쳤던, 인류의 2인자가 간절히 바랐던 세상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니까.
이런 검산을 지배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검산이 정신 나가게 넓은 것이 원인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 거기에 꽂힌 수많은 검, 자신에게 맞는 검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이 모든 걸 전부 지배하라는 건 솔직히 제국도 힘들었다.
따라서 검산의 주인은 지배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관리를 할 뿐이다.
나는 손님용으로 내온 월병을 아그작 씹었다.
겉은 바삭하며 부드럽고, 속은 달콤하면서 진했다. 그 고급스러운 맛에 나는 만족하며 용정차를 마셨다.
잠깐 다과를 즐겼을 뿐인데도 벌써 대접받는 느낌이 난다. 과연 검산을 관리하는 검림이다. 구비된 다과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방 밖으로 나갔다.
넓은 마당이 펼쳐졌다. 기와지붕과 나무 기둥이 조화를 이루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가운데 오래된 석등이 방점을 찍었다.
나는 자갈길을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가 왜 중세랜드냐니까.
어이가 없네.
해피 중세랜드에는 동양풍의 세상도 존재한다. 새드 중세랜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새드 중세랜드 추종자가 지금의 풍경을 보면 거품을 물며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피 중세랜드가 원래 이런 것을.
그러니 모두 해피 중세랜드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적당히 산책하다가, 손님용 별관에서 나와 검림의 본관에 입장했다.
검림의 본관은 굉장히 컸다. 사람도 많았다. 모두가 가벼운 복장을 하고 검을 패용한 채 바쁘게 돌아다녔다.
나는 그 모습을 빤히 응시하다가, 사람들을 따라갔다.
별 이유는 없었고, 그냥 심심해 미칠 거 같았다.
내가 이렇게 된 건 순전히 천검 실버즈라가 원인이었다.
초월자들은 전부 이상하다. 그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한 집단의 수장이면 나름 멀쩡할 줄 알았는데, 설마 배신을 당할 줄이야.
나는 어제 검림에 도착하고 나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천검님이요? 그분을 언제 만날 수 있는지는 저희도 모르는데요.
‘어째서죠?
‘그야 마음 내키는 대로 사시는 분이라서요.
‘…연락할 방법도 없습니까?
‘그런 게 가능했으면 천검님이 아니에요.
천검 실버즈라는 일종의 랜덤 인카운터 몬스터였다. 포○몬으로 치면 환상의 포○몬이라는 뜻이다.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때문에 실버즈라에게 편지를 주기 위해선 그냥 검림에 맡기는 게 가장 편했으나….
‘안 돼.
‘왜요?
‘직접 전해주는 게 예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도 천검님한테 들어야 될 말이 있어.
그렇단다.
하여간 덕분에 헤이즈는 강제로 검림 본관에 머물게 됐는데, 그런 헤이즈에 나는 잠깐 고민했었다.
딱 봐도 길어질 거 같으니 헤이즈를 버리고 대충 초대 황제의 검이나 찾다가 마법학교로 돌아가려던 건데,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헤이즈는 바로 내게 말했다.
‘검산의 정보를 누가 제일 잘 알겠냐. 지금부터 천검님의 행방을 검림의 사람들에게 묻고 다닐 건데, 겸사겸사 초대 황제 폐하의 검 소문도 모아올게.
‘저는 늘 헤이즈 님만 믿었어요.
이리하여 나는 검림 별관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심심했다.
물론 마법 연습을 하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이놈의 검림은 마법사 배려가 없어서. 마법 연습을 할 공간이 없었다.
여기도 연무장, 저기도 연무장, 온 세상이 연무장이다.
챙! 검과 검이 부딪힌다.
나는 대련을 하는 검사들을 느긋하게 관람했다. 챙겨온 월병을 먹은 건 덤이었다.
둘 다 신체 강화 단계에 도달했는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속도로 빠름에 도달하는 검과 모든 건 부드러운 흐름 안에서 제어된다고 믿는 검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모든 주장은 자신의 안에서 옳았기에 주장이니까.
다만 승자가 없지는 않았다.
두 주장이 맞붙으면, 반드시 승리하는 쪽이 나왔다.
따라서 검술은 이렇게도 표현이 가능했다.
자신이 갈고 닦아온 정답을 세상에 증명하는 행위, 라고 말이다.
오직 속도만으로 쾌의 궁극에 닿으려는 검사의 검이 가볍게 움직인다. 무게는 속도에 방해가 될 뿐이니까. 검사의 손놀림이 가볍다. 발놀림이 가볍다. 몸이 가볍다.
그러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부드러움이 만든 흐름을 쾌속의 검이 꿰뚫으려 했으나, 미세한 차이로 붙들린다. 어지러운 흐름 속에 갇힌 검이 다급히 빠져나오려고 수를 쓴다. 그리고 다급할수록 느려지는 게 쾌검의 재밌는 점이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쾌검이랑은 안 맞는 거 같네요. 마음속에 신중함이 너무 많아요.”
“쾌검에 신중함이 꼭 독은 아니지. 신중한 성격이라면, 확실할 때 달리면 그만이다. 저 녀석의 문제는 신중한 게 아니라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어중간함에 있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옆에 있었는지 모를 남자는 풀잎을 입에 문 채 연무장을 둘러봤는데, 곧 그는 풀잎을 퉤 뱉고는 월병을 입에 넣었다.
참고로 저 월병은 내가 챙겨온 거였다.
언제 가져간 거야.
그나저나.
“글쎄요. 뭐든지 쓰기 나름이라지만, 사람에게 맞는 옷은 정해져 있는데요.”
아무리 재능이 넘치는 사람도 맞는 분야가 정해져 있다.
만능의 함정이다. 모든 걸 잘한다는 것에 현혹되면, 결국 궁극에 닿을 수 없었다.
허나 내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궁극에 닿으려면 모든 걸 할 줄 알아야 되는 법이야. 하나만 따로 챙기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그렇다 해도 기둥은 올바르게 세워야죠. 걸어야 할 길의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궁극에 어떻게 닿나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다. 모든 사람은 공평한 환경을 받을 수는 없어. 저 녀석이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면 어쩌지? 반드시 쾌검을 익혀야만 했던 환경이라면?”
“그것도 정해져 있어요.”
나는 상상을 했다. 만약 내가 상대와 똑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쾌검에 재능이 없는 걸 알지만, 쾌검을 제외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라면―.
“저라면.”
“너라면?”
“깎을 거예요.”
“무엇을.”
“영혼을요.”
“말은 쉽지. 뼈를 깎는다, 피나는 노력을 한다, 영혼을 바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네? 방금 제 말을 듣고도 이해를 못 하셨나요? 당연히 쾌검이 옳다고 영혼이 인정하는 훈련을 한다는 거잖아요. 신속의 영역에서 날아오는 검에 매일 몸이 꿰뚫리면 뇌가 알아서 바뀔 거예요. ‘아, 이 세상의 신은 오직 속도구나. 이렇게요.”
“…….”
남자가 나를 유심히 훑어본다. 그는 무언가를 찾는 중이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가 중얼거렸다.
“화상 자국은 없는데…?”
뭘 찾는 중인 거야 이 사람은.
“실례예요. 저는 매우 정상적인 마법사라고요.”
“그래. 마법사. 너는 마법사지 않나? 마법사인 너보다 검사인 내가 검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을까?”
“비겁하게 여기서 메신저를 공격한다고요. 마법은 모든 것의 상위예요. 즉 마법사는 검사도 겸할 수 있어요.”
나는 검을 뽑았다. 검에 푸른색 마법이 검에 덧씌워지고, 나는 강하게 주문을 뱉었다.
“비춰라, 청야(靑夜).”
“살면서 연단 마법에 이름을 붙여주는 놈은 처음 보는구나.”
“제가 이 세상에 실망한 점 중 하나에요. 사람들이 낭만이 없어요 낭만이.”
뽑은 김에 나는 검을 휘둘렀다. 레온에게 착실히 배워온 기본기를 비롯해 파이론류를 하나둘씩 선보였는데, 내 모든 검무를 관찰한 남자가 피식 웃었다.
“눈은 좋지만, 검의 재능은 없구나.”
“제가 재능 있는 분야가 더 드물긴 해요.”
이놈의 몸뚱아리는 얼굴 재능 빼고는 존재하질 않아서. 마법이고 연금술이고 검술이고 전부 스승에게 ‘재능 없음’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마법은 무려 4위계라서요. 나름 괜찮아요. 그나마 재능 있는 분야였던 거죠.”
“4위계라.”
“꽤 높죠?”
“확실히 그 나이에 4위계면 높은 수준을 넘었지.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만?”
“무슨 생각이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는 검의 길이 더 잘 어울린다. 마법을 택한 건 실수야.”
“진짜 상상도 못 한 말이네요. 방금 저보고 검의 재능이 없다고 한 사람은 혹시 다른 분인가요?”
“확실히 너는 검에 재능이 없다. 아예 없지. 네 스승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재능이 없는 네게 딱 맞는 검술을 추천해 줬다.”
“봐요. 검에 재능이 없다면서요. 그런데 4위계에 도달한 마법보다 검이 저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게 말이 되나요.”
“다만.”
잠시 말을 끊고.
남자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검의 궁극에 닿을 재능이라면, 여태까지 내가 살면서 봐온 그 누구보다 네가 높다. 어떠냐? 원한다면 제자로 받아주마.”
“대체 누구신데 그러시나요.”
“나? 나는―.”
“천검님!”
누군가 멀리서 소리치며 달려온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천검? 이 사람이 천검이었어?
그러나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남자는, 천검 실버즈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천검의 외부 활동용 인격이다. 이름은 없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건 또 뭐 하는 녀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