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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는 굉장히 위험한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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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리치가 됐다는 건 그들이 사령 계통의 마법을 익혔다는 걸 의미했다. 오직 사령 마법만이 인간을 리치로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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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 마법은 죽음을 다루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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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죽은 자를 되살려 사역했으며, 그렇게 모인 죽은 자는 곧 군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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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리치는 혼자서 군대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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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군대를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의 일인군단이 아니라, 실제로 군단을 부린다는 의미의 일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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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본체가 약한 것도 아니니, 리치를 상대할 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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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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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제리는 손을 들었다. 기다리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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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쩍 제리의 얼굴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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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눈 근처에는 불꽃의 안경 같은 게 씌워져 있었는데, 저건 원견(遠見)의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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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마법이라 하면 이해하기 더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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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행하는 피닉스에 올라타 이곳저곳을 내려다보던 제리는, 곧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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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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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닉스에게 착지할 걸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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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과 크리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제리는 재빨리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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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군단이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단순 해골 병사만 있는 게 아니라, 질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모아온 군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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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 높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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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매지션도 많고, 군데군데 데스 나이트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의 리치는 5위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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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포기하고 영원에 머무는 대신, 한계를 넘어선 리치가 5위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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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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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계,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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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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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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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럴 경우 매우 곤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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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여러 고유 마법을 손에 넣고, ‘공평’의 특징 특유의 파괴력 집중 능력치 덕에 나는 저위 마법사라고 믿기지 않는 힘을 3위계부터 보여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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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라면 아무리 날고 기어도 6위계 마법사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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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라면, 도망치기만 해도 힘들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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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사실 6위계도 약간 부담스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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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계와 동등한 싸움이 되는 거지,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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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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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7위계 리치라면, 여기서 이러는 것도 위험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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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뱉으며 일행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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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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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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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이라는 8위계보다 한 단계 낮아 얼핏 무시를 당하는 감이…있지는 않고, 사실 8위계는 일종의 신화 속 인물 같은 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8위계보다 7위계를 더 가깝게 여기며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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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가 홀로 세계와 싸울 수 있는 반신이라면, 7위계는 홀로 국가와 싸울 수 있는 인류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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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최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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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7위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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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리치가 7위계라면 싸우는 게 뭐야. 여기서 알짱거리는 것도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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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현 제국제일검인 발리온 드라고밀의 근처를 돌아다니는 게 딱 7위계 마법사의 근처를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적의를 품고 발리온의 주위를 돌아다닌다? 발리온이 마음 먹은 순간 목이 땅에 떨어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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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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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7위계라면, 이미 우리의 생사는 녀석의 기분에 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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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7위계라기엔 또 적의 전력이 빈약한 감이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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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면 데스 나이트가 뭐야. 그보다 상위 언데드를 잔뜩 거느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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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나도 뒤도 안 돌아보고 후퇴를 선택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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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와 싸울 생각으로 나섰지만, 그게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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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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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더는 마법을 익히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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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목숨을 빼앗으려던 놈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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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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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 할까, 후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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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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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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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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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레온이 검에 손을 올렸지만, 나는 제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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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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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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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님. 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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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루이나 님이 맞군요. 다행…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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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땐 투명화 마법을 썼던지라 맨얼굴은 이번에 처음 보는 건데도, 세스는 용케 나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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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를 이렇게 조사하듯 돌아다니는 마법사는 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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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민의 마을에서 만났던 소년, 세스는 내게 다가와 로브를 강하게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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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간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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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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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움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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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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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흡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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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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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되는 걸 막아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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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있길 원했던 루이나의 바람을 배신하는 게 됐지만, 세스는 루이나가 떠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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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의 위상을 모르는 세스의 입장에선, 마법학교의 강사가 뱉은 말의 무게감이 영 가볍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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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와 대화하고 세스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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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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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그건 전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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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로 누나를 설득하려 했으니, 먹힐 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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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굳게 마음을 먹고 산꼭대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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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금지한 행위라 평생 산 근처에도 가지 않은 세스였지만, 이제는 그런 규칙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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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튀어 나가려는 심장을 억누르며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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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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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스가 딱 산 중턱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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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님이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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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목소리가 세스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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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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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검은색을 머금은 해골 괴물이,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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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의 머리 위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넘실거렸다. 그걸 세스가 멍하니 응시하자, 해골 괴물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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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저 녀석은 마법 재능이 꽤 높군. 따로 분류해 놓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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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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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괴물의 존재감이 너무 엄청나 몰랐지만, 녀석의 뒤에는 콜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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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대표 노릇을 하던 콜린이 괴물의 말에 복종한다. 그 괴상한 상황에, 세스의 뇌가 배배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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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놈들이 왔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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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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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중이떠중이들인가. 어지간히 본좌를 귀찮게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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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괴물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해골 괴물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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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를 눌러쓴 누군가는 세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로브 안쪽이 해골 괴물과 마찬가지로 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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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확인한 세스는 이빨을 딱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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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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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로브의 주인인 마법사가, 얼마 전 마을에 왔다가 사라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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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축복을 받을 인간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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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년의, 세스의 누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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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나 쪽도 기대가 되는군. 부디 재능이 넘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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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해골 괴물은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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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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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게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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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대화만으로 세스는, 모든 상황을 이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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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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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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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게 신이야? 저 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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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말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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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정신이야? 저걸, 저걸 신으로 모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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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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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모든 게 이해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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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산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돌아오지 않던 게, 이래서였어? 저 해골 괴물처럼 변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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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괴물이 아니라, 말러스 님이다. 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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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미쳤어? 왜 괴물이 되려는 거야. 저건 몬스터잖아. 오크, 고블린, 이런 거랑 똑같은 마의 생명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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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되는 게 아니다. 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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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이 나직이, 허나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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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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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얻는 거다. 미천한 우리가, 마법의 힘을 얻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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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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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냐고? 이 미친 세상에서, 아무 힘도 없이 살아가는 그게 미친 짓이다 세스! 고작 2위계 마법사들이 손가락만 까닥해도 버러지처럼 죽어 나가는데, 그 어떤 두려움도 갖지 않는 게 미친 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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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의 눈에 핏줄이 선다. 그 분노한 모습에 세스는 덜컥 겁을 먹었다가, 더듬더듬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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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괴물이 되어선 아무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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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이 뭐가 중요하지? 중요한 건 힘이다.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힘을 얻기만 한다면 그게 정답이야.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판단으로 스켈레톤 매지션이 되기를 원한 거다. 거기엔 협박도, 강제성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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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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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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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누나 또한 스스로의 판단으로 괴물이 되길 선택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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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얌전히 마을로 돌아가라 세스. 곧 너도 우리를 이해할 날이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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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은 몸을 돌려 산꼭대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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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이내 산 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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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사적으로 한 사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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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세스는 루이나를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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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은 몰랐지만, 지금 근처를 돌아다니는 마법사는 루이나밖에 없을 테니까. 특정하기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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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를 붙잡고 사정을 전부 설명한 세스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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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는 마법적 재능이 뛰어나요. 그 해골 괴물이 공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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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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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의 강사라고 했죠? 저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모든 재능을 당신을 위해 쓸게요. 그러니,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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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고유 마법을 얻는다면, 그걸 제게 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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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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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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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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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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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스는,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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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기묘한 소리에 세스는 눈동자를 굴렸다. 대체 언제부터 루이나의 손에 들렸는지 감도 안 잡히는 저울이 기운다.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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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 맑은 종소리와 함께, 새하얀 불꽃이 세스에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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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성립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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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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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세스는 루이나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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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머금은 은발, 생명이 깃든 녹안, 첫눈을 닮은 새하얀 피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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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는 신화를 잘 몰랐다. 어른들이 세상 얘기를 잘 안 해줬으니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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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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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스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게 무엇을 닮았는지는 정확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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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관장하는지는 몰라도, 대가를 받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루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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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여신과 흡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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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가 입꼬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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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매혹적인 모습에 세스의 정신이 나가고, 루이나는 아무렇지 않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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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투명한 보석을 닮은 뼈가 아니라, 검은색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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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크 리치가, 7위계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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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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