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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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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는 굉장히 위험한 괴물이었다.

기본적으로 리치가 됐다는 건 그들이 사령 계통의 마법을 익혔다는 걸 의미했다. 오직 사령 마법만이 인간을 리치로 만들었으니까.

사령 마법은 죽음을 다루는 마법이었다.

그들은 죽은 자를 되살려 사역했으며, 그렇게 모인 죽은 자는 곧 군단이 됐다.

따라서 리치는 혼자서 군대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다.

혼자서 군대를 이길 수 있다는 의미의 일인군단이 아니라, 실제로 군단을 부린다는 의미의 일인군단.

그 와중에 본체가 약한 것도 아니니, 리치를 상대할 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됐다.

“어떤가요.”

내 말에 제리는 손을 들었다. 기다리라는 의미였다.

나는 슬쩍 제리의 얼굴을 살폈다.

제리의 눈 근처에는 불꽃의 안경 같은 게 씌워져 있었는데, 저건 원견(遠見)의 마법이었다.

망원경 마법이라 하면 이해하기 더 편할 것이다.

그렇게 비행하는 피닉스에 올라타 이곳저곳을 내려다보던 제리는, 곧 입을 열었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나는 피닉스에게 착지할 걸 명령했다.

레온과 크리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제리는 재빨리 말을 꺼냈다.

“언데드 군단이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단순 해골 병사만 있는 게 아니라, 질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모아온 군단이겠죠.”

“어떤 식으로 높은데요?”

“스켈레톤 매지션도 많고, 군데군데 데스 나이트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의 리치는 5위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성장을 포기하고 영원에 머무는 대신, 한계를 넘어선 리치가 5위계가 아니다?

그럼 둘 중 하나였다.

6위계, 아니면.

7위계.

7위계라….

만일 그럴 경우 매우 곤란해졌다.

으로 여러 고유 마법을 손에 넣고, ‘공평’의 특징 특유의 파괴력 집중 능력치 덕에 나는 저위 마법사라고 믿기지 않는 힘을 3위계부터 보여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아무리 날고 기어도 6위계 마법사까지였다.

7위계라면, 도망치기만 해도 힘들지 몰랐다.

거기에 사실 6위계도 약간 부담스럽긴 했다.

6위계와 동등한 싸움이 되는 거지,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었으니까.

흐음.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정말 7위계 리치라면, 여기서 이러는 것도 위험하긴 해요.”

나는 말을 뱉으며 일행을 살폈다.

내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7위계.

반신이라는 8위계보다 한 단계 낮아 얼핏 무시를 당하는 감이…있지는 않고, 사실 8위계는 일종의 신화 속 인물 같은 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8위계보다 7위계를 더 가깝게 여기며 두려워했다.

8위계가 홀로 세계와 싸울 수 있는 반신이라면, 7위계는 홀로 국가와 싸울 수 있는 인류의 정점.

인간계 최강자.

그것이 7위계였다.

따라서 리치가 7위계라면 싸우는 게 뭐야. 여기서 알짱거리는 것도 위험했다.

비유하자면 현 제국제일검인 발리온 드라고밀의 근처를 돌아다니는 게 딱 7위계 마법사의 근처를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적의를 품고 발리온의 주위를 돌아다닌다? 발리온이 마음 먹은 순간 목이 땅에 떨어져 죽었다.

7위계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리치가 7위계라면, 이미 우리의 생사는 녀석의 기분에 달린 것이었다.

“근데 7위계라기엔 또 적의 전력이 빈약한 감이 있긴 해요.”

7위계면 데스 나이트가 뭐야. 그보다 상위 언데드를 잔뜩 거느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랬으면 나도 뒤도 안 돌아보고 후퇴를 선택했겠지.

리치와 싸울 생각으로 나섰지만, 그게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내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죽으면 더는 마법을 익히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내 목숨을 빼앗으려던 놈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했던 거였다.

나는 고민했다.

전진 할까, 후퇴 할까.

그리고.

딱, 그때였다.

누군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반사적으로 레온이 검에 손을 올렸지만, 나는 제지시켰다.

아는 얼굴이었다.

내가 말했다.

“세스 님. 무슨 일인가요.”

“루, 루이나 님이 맞군요. 다행…다행이다.”

처음 만났을 땐 투명화 마법을 썼던지라 맨얼굴은 이번에 처음 보는 건데도, 세스는 용케 나를 알아봤다.

이 근처를 이렇게 조사하듯 돌아다니는 마법사는 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었다.

화전민의 마을에서 만났던 소년, 세스는 내게 다가와 로브를 강하게 붙잡았다.

그다음 간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도와주세요.”

“어떤 도움을 말이죠?”

“누나가, 누나가.”

한 호흡 쉬고.

세스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괴물이 되는 걸 막아주세요. 제발….”

얌전히 있길 원했던 루이나의 바람을 배신하는 게 됐지만, 세스는 루이나가 떠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마법학교의 위상을 모르는 세스의 입장에선, 마법학교의 강사가 뱉은 말의 무게감이 영 가볍게 느껴졌던 탓이었다.

루이나와 대화하고 세스는 깨달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그건 전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태로 누나를 설득하려 했으니, 먹힐 리 만무했다.

세스는 굳게 마음을 먹고 산꼭대기로 향했다.

어른들이 금지한 행위라 평생 산 근처에도 가지 않은 세스였지만, 이제는 그런 규칙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세스는 튀어 나가려는 심장을 억누르며 산을 올랐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속도로.

그렇게 세스가 딱 산 중턱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군.]

음산한 목소리가 세스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세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불길한 검은색을 머금은 해골 괴물이,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골의 머리 위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넘실거렸다. 그걸 세스가 멍하니 응시하자, 해골 괴물이 웃었다.

[콜린. 저 녀석은 마법 재능이 꽤 높군. 따로 분류해 놓도록.]

“알겠습니다.”

해골 괴물의 존재감이 너무 엄청나 몰랐지만, 녀석의 뒤에는 콜린도 있었다.

마을의 대표 노릇을 하던 콜린이 괴물의 말에 복종한다. 그 괴상한 상황에, 세스의 뇌가 배배 꼬였다.

[귀찮은 놈들이 왔었다고?]

“그렇습니다.”

[또 어중이떠중이들인가. 어지간히 본좌를 귀찮게 하는군.]

해골 괴물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해골 괴물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로브를 눌러쓴 누군가는 세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로브 안쪽이 해골 괴물과 마찬가지로 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걸 확인한 세스는 이빨을 딱딱거렸다.

왜냐하면.

저 로브의 주인인 마법사가, 얼마 전 마을에 왔다가 사라졌으니까.

[이번 축복을 받을 인간이 누구지?]

“저 소년의, 세스의 누나입니다.”

[그렇다면 누나 쪽도 기대가 되는군. 부디 재능이 넘쳤으면 좋겠어.]

그 말을 끝으로 해골 괴물은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세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뛰어난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게 사실일까.

일련의 대화만으로 세스는, 모든 상황을 이해해 버렸다.

“콜린?”

“…….”

“저게, 저게 신이야? 저 괴물이?”

“세스. 말조심해라.”

“모두 제정신이야? 저걸, 저걸 신으로 모신다고?”

세스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그냥, 모든 게 이해가 안 됐다.

“사람들이 산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돌아오지 않던 게, 이래서였어? 저 해골 괴물처럼 변해서? 그런 거야?”

“해골 괴물이 아니라, 말러스 님이다. 세스.”

“모두 미쳤어? 왜 괴물이 되려는 거야. 저건 몬스터잖아. 오크, 고블린, 이런 거랑 똑같은 마의 생명체잖아!”

“괴물이 되는 게 아니다. 세스.”

콜린이 나직이, 허나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콜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생을 얻는 거다. 미천한 우리가, 마법의 힘을 얻는 거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미쳤냐고? 이 미친 세상에서, 아무 힘도 없이 살아가는 그게 미친 짓이다 세스! 고작 2위계 마법사들이 손가락만 까닥해도 버러지처럼 죽어 나가는데, 그 어떤 두려움도 갖지 않는 게 미친 짓이라고!”

콜린의 눈에 핏줄이 선다. 그 분노한 모습에 세스는 덜컥 겁을 먹었다가, 더듬더듬 말을 뱉었다.

“하지만, 괴물이 되어선 아무 의미가….”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지? 중요한 건 힘이다. 어떤 모습이 되어서든 힘을 얻기만 한다면 그게 정답이야.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판단으로 스켈레톤 매지션이 되기를 원한 거다. 거기엔 협박도, 강제성도 없어.”

“…….”

세스는 할 말을 잃었다.

콜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누나 또한 스스로의 판단으로 괴물이 되길 선택했다는 거니까.

“그러니 얌전히 마을로 돌아가라 세스. 곧 너도 우리를 이해할 날이 올 거다.”

콜린은 몸을 돌려 산꼭대기로 향했다.

세스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이내 산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한 사람을 찾았다.

다행히 세스는 루이나를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몰랐지만, 지금 근처를 돌아다니는 마법사는 루이나밖에 없을 테니까. 특정하기는 쉬웠다.

루이나를 붙잡고 사정을 전부 설명한 세스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했다.

“저는, 저는 마법적 재능이 뛰어나요. 그 해골 괴물이 공언했어요.”

“그래요?”

“마법학교의 강사라고 했죠? 저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모든 재능을 당신을 위해 쓸게요. 그러니, 그러니―.”

“만일 당신이 고유 마법을 얻는다면, 그걸 제게 줄 수 있나요?”

마법을 준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네. 드릴게요.”

지금 세스는,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끼익. 기묘한 소리에 세스는 눈동자를 굴렸다. 대체 언제부터 루이나의 손에 들렸는지 감도 안 잡히는 저울이 기운다. 직후.

뎅―! 맑은 종소리와 함께, 새하얀 불꽃이 세스에게 박혔다.

“거래는 성립됐어요.”

루이나가 말한다.

그제야 세스는 루이나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

별빛을 머금은 은발, 생명이 깃든 녹안, 첫눈을 닮은 새하얀 피부까지.

세스는 신화를 잘 몰랐다. 어른들이 세상 얘기를 잘 안 해줬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만.

그런 세스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게 무엇을 닮았는지는 정확히 이해했다.

무엇을 관장하는지는 몰라도, 대가를 받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루이나는―.

틀림없이, 여신과 흡사했으니까.

루이나가 입꼬리를 올린다.

그 매혹적인 모습에 세스의 정신이 나가고, 루이나는 아무렇지 않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온몸이 투명한 보석을 닮은 뼈가 아니라, 검은색 뼈?

그럼 아크 리치가, 7위계가 아니네?

넌 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