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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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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에인은 마침내 완성된 완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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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은 수정목이라는 나무의 목재다. 광물처럼 단단한데도 가벼워서, 이만한 크기로도 휘두르기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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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간략하게 완드에 사용된 재료나 탑재된 기능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대부분은 에인의 요망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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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이거 봐.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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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완드에 새겨진 자신의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같은 문장을 새긴 게 그렇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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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는 뭐, 확실히 잘 만들어진 완드다. 내구도나 마력 전도율을 제외하면 내 미스릴 완드를 웃도는 성능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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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거리던 심연의 파편이 내던 불길한 마력은 크게 사그라져 얌전하게 변했고……확실히 비싼 돈을 들인 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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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이나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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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끼워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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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데, 마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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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두꺼운 책 몇 권을 건넸다. 이거, 에인이 공부할 때 쓰던 마법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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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저 꼬마는 이미 다 익혔을거고, 어디에든 유용하게 써라. 마법을 배우고 싶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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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다. 일전에 지나가듯 말한 것뿐이었는데, 마법을 배우고 싶다던 걸 기억하고 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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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서로 처참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얼굴을 보면서 지내보니 나름대로 괜찮은 녀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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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들어본 마법사 평균 인성에 비교하며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훌륭하다고 해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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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고맙다, 잘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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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서와 완드의 설명서를 인벤토리에 챙겨 넣고, 간략하게 챙긴 나머지 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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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 세트는 이제 필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챙기고, 에인의 여벌옷은 넉넉하게 가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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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잘 있어. 나중에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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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지막으로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마법도시 게헨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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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셰올 시, 게헨나 다음으로 많은 마탑이 모여 있는 도시이자 적색 마탑이 자리하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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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지만- 혈사교의 본거지가 있던 숲을 헤치고 나갈 때처럼 험한 길을 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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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거라, 그냥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하루쯤 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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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 쑤셔 넣은 짐이나 여벌옷 따위도 혹시 몰라서 챙긴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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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가진 거 다 내놓고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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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했는데, 길을 떠난 지 십 분 만에 무기를 든 도적 떼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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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너무 얕본 건가. 백주대낮의 도로에 이런 패거리가 당당하게 나타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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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똑같은 대사밖에 말할 줄 모르는 저급 NPC에, 머리 위에 떠있는 콘솔도 병아리 같은 노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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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 정리하고 지나갈 생각으로 손을 풀며 앞으로 나섰는데, 내 뒤에 있던 에인이 등을 콕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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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이거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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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 꼬마가 완드의 성능을 실험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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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완드에 담긴 여러 기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마력을 생산하고 충전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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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어마어마한 마법적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보유한 마력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에인의 결점을 완벽하게 메꾸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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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구해온 심연의 파편과 최상급 마법석을 아낌없이 갈아 넣었음에도 그 최대 충전량 자체는 대단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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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에인은 단순히 마법의 습득과 시전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마력의 효율적인 활용에도 무척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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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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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완드를 몇 번 휘두르자, 무장한 도적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팽이처럼 빙빙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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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다고는 해도 나름 18층에 걸맞은 강함을 지닌 도적들인데, 맥없이 구역질하다 기절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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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들의 몸무게를 합하면 수백 킬로그램은 될 텐데, 그걸 저렇게 엄청난 속도로 돌려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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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염동 마법처럼 보이지만, 에인의 곁에 떠올라 있는 마법진은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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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의 마법을 겹치고 겹쳐, 매우 적은 소모값으로 이같은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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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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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도적들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에인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며 손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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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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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브이는 내가 알려준 제스처다. 대충 승리를 의미하는 동작이라고 말해 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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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짓은 마냥 귀엽지만, 가진 재능은 여전히 경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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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눈곱만 한 마력만을 사용해서,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적 다수를 아무렇지 않게 제압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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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마가 마력량까지 많았으면, 정말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현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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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되었을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분명히 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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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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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마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문득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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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꼬마야, 전에 보여줬던 그 마법은 이제 쓸 수 있는 거야? 엄마가 제일 좋아한다는 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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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질문은 마탑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몇 번 건넨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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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마법적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해, 이미 단순한 기교 면에서는 마탑주를 옛적에 뛰어넘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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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인이 마법을 배우고 싶어했던 가장 큰 이유, ‘엄마가 좋아하는 마법’은 아직도 구현하지 못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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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마탑주가 오랜 기간 연구하고 있는 마법이라는 건 확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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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마탑주를 능가하는 재능을 보유한 에인에게조차 이렇게나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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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법 너무 어려워……마법진이랑 다 외웠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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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마법으로 내 앞에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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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넓은 크기의 종이에 빼곡하게 가득 그려진 마법진, 전체의 형태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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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렉탈 구조로 이루어진 다양한 도형이 복잡하게 얽힌 형태. 마법식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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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마법에 문외한까지는 아니기에, 대충은 알 수 있다. 이 마법진이 얼마나 굉장한 물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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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이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는 알고 있어? 너희 엄마는 이 마법을 왜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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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진혁악마님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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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도 몰라서 물어본 거야. 보통 마법이 아닌 건 확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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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마법진이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모르겠다. 이 마법이 무엇을 위한 마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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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속성에 전문일 터인 적색 마탑의 마탑주가, 왜 이런 마법을 연구하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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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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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를 만나보면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나는 마법진을 캡처해 저장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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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셰올 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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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보다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에인이 건강해지고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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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을 주파하던 때처럼 느릿한 속도로 이동했으면 반나절 정도는 더 걸렸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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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이제 엄마 볼 수 있어? 보러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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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둡잖아, 하룻밤만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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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오늘은 일찍 잘게. 빨리 내일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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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가까운 숙소를 잡았다. 이런 밤에는 마탑의 문도 닫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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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금 억지를 부리면 바로 찾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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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에픽 퀘스트가 끝난다. 그러면 꼬마 에인은 엄마 곁으로 돌아가고, 곧 자의식을 잃고 깡통이 되어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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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는 애저녁에 각오한 일이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느긋하게 뭉그적거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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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잠이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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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평소와 다르게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그런 소리를 하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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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콩닥콩닥해서 시끄러워,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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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의 가슴께를 콩콩 두들기며 그렇게 말했다. 엄마를 다시 만나는 게 너무 기대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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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딴에는 심각한 고민이랍시고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마냥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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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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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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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엄마는 어떤 분이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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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이불 속에서 몸을 마구 꼼지락거리며 재잘재잘 엄마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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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뻐, 그리고 착해, 진혁악마님 만큼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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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표현력이 떨어지는 꼬맹이다. 나만큼 착하다니, 그거 보통은 칭찬이 못 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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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에인의 두서없는 재잘거림을 들었지만, 결국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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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에인은 정말 엄마를 세상 전부처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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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부모란 그런 존재다. 누가 뭐래도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기준이고, 우주고,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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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에게 끌려와 괴로운 시간을 겪었을 텐데도, 이 아이는 자신이 입은 상처와 괴로움을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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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작은 입은 항상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재회의 소망만을 재잘거렸다. 내가 무엇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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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의 가지런한 회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이 아이의 앞날이 행복하기를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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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날이 밝자마자 적색 마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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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구의 마법사에게 간략하게만 사정을 설명하고, 마탑주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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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탑주님께선 모르는 얼굴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혹시 무슨 관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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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할,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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