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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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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거울 깨기
E타입 호문쿨루스는 인간을 모방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은 사실 대단치 않다.
기껏해야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마네킹 내지는 목각인형 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뿐.
하지만 저 호문쿨루스는 내 외형과 장비를 매우 정밀한 수준으로 모방하고 있다.
보스는 확실히 아니고, 그냥 특수 개체인가.
1층의 검은 뿔토끼처럼 초창기에 의해 모두 토벌되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몬스터.
그러나 그 위험도는 이 18층 미궁 지역의 보스를 아득히 능가한다. 녀석이 복제한 나 자신이 그러하니까.
그렇다면, 저 복제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 걸까.
일단 스탯과 공격력만큼은 완전히 재현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장착 중인 장비나 아이템은…애초에 내가 좋은 장비를 안 끼고 있으니 별 의미가 없고.
역시 관건은 스킬인데, 놈이 이것까지 모방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도전자의 스펙을 완전히 1대1로 복사하는 적이라고 해도, 딱히 양심이 없는 난이도 설정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다른 도전자들은 결국 파티 플레이를 하니까. 저런 게 한 마리 뚝 떨어져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다.
파티 플레이로 성장한 도전자들은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는 만큼, 대부분 약점이 명확하기도 하니까.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다구리를 놓으면 못 잡을 수가 없겠지- 결국 또 솔플이 문제다.
“안 덤비냐?”
나는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유지한 채, 호문쿨루스를 향해 말을 던져 보았다.
놈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하며, 나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금 전의 공격적인 모습과는 또 다르다.
저 자세는 다크엘프류 검술의 기본형 중 하나. 저걸 그대로 취한다는 것의 의미는 명백하다.
-찌릿.
순간 미간에 찌릿한 감각이 닥치며, 호문쿨루스의 검이 내 턱 끝을 스쳐 지나갔다.
재빨리 몸을 뺐지만 베일 뻔했다. 내 반응속도와 순발력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살짝 다른가.
저 자세에서 이런 식으로 공격을 잇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역시 판단에는 차이가 있나.
회피와 동시에 오러를 두른 발길질을 뻗어, 호문쿨루스의 명치를 찼다.
제대로 들어갔다 싶었지만, 놈은 크게 밀려나지도 않고 내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
휘감았던 오러를 마력으로 환원해 폭발시키는 것으로, 그 손을 떨쳐내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와 나 씨발, 내 몸이긴 한데 뭐가 저렇게 단단하냐. 오러까지 두르고 찼는데도 이러네.
-후웅!
호문쿨루스는 다시 한번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뻗어오는 검에 내 검을 부딪친다.
동등한 위력의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서로를 부수고 마력의 파편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그냥 부서진 마력의 덩어리라고는 하지만, 그 원본이 오러였던 만큼 저 파편 하나하나도 굉장한 살상력을 가진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파편이 흩날리는 중심으로 뛰어들어가며, 허리춤에 매어 뒀던 도끼를 휘둘렀다.
[혼신]
[신속]
두 가지 버프 스킬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스탯을 증폭시켜서, 단번에 목을 노린다.
하지만 놈은 방패를 들어 올려 도끼를 막아내었다. 도끼를 놓고 방패를 손으로 붙잡아 당긴다.
놈은 힘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 왼팔에 힘을 주었다. 나는 타이밍을 맞추어 반대로 힘을 뺐다.
커뮤니티에서 눈대중으로 읽었던 탈력을 이용한 합기도인가 뭔가 하는 잡기술이다.
휘청이며 뒤로 넘어가는 호문쿨루스의 다리를 걸어, 마운트를 잡는- 어라?
안 넘어간다.
그 잠깐 사이에 상황판단을 마치고, 무게중심을 조절해 균형을 잡은 건가.
다리걸기를 받아내고 반대로 내 멱살을 잡아, 번개 같은 되치기를 시도하는 호문쿨루스.
하지만 나도 반대쪽 다리를 뒤로 뻗으며 무게중심을 조절하고, 허리를 틀었다.
-우당탕!
서로 몸이 얽힌 채로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나며 검과 방패를 고쳐 쥐었다.
호문쿨루스 역시 똑같은 속도로 자세를 갖춘 상태였다.
판단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염병……”
내 동작을 완벽하게 베끼는 학습속도, 내 공격에 그대로 대응하는 반응속도.
이거 아무래도 시간이 엄청나게 끌릴 것 같다.
**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고 돌진하는 호문쿨루스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주었다.
-쾅!
폭발음이 터졌지만 호문쿨루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대로 방패를 휘둘러 온다.
나는 왼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방패로 스위칭해, 그 공격을 막아낸 후 곧바로 다시 스위칭했다.
살짝 휘어있는 형태의 단검, 깊이 뻗어온 호문쿨루스의 손목을 노리고 날을 긋는다.
-샤악!
하지만 [신속]을 발동해 순발력을 높인 호문쿨루스는 생채기 하나만 얻고 몸을 뺐다.
여기서 잠깐 [사고 가속]을 발동해, 호문쿨루스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피며 이제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우선 저 놈은 내 스탯 전반과, 사용하는 아이템 및 스킬까지 모두 모방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놈은 내가 사용하는 체술과 무기술까지 그대로 모방한다. 내 아류 검술을 그대로 펼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조금 전의 공방에서 내가 약간의 우위를 가져왔듯, 놈의 모방도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놈이 모방할 수 있는 스킬과 기술은 내가 보여준 것만으로 한정된다.
패시브 스킬은 그대로 가진 듯하지만, 액티브 종류는 내가 한번 사용했던 것밖에 안 쓰고 있다.
검술이나 무기술도 마찬가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 동작을 베끼지만 결국 베낄 뿐이다.
덕분에 놈은 내가 펼치는 임기응변식의 동작에는 무조건 한 번씩 당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승리한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씨발, 개 같은 [초재생].
개 같은 [철벽].
개 같은 [혼신].
개 같은 [신속].
아무튼 씨이발 존나 개 같은 스킬이 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다!
임기응변으로 일격을 먹이면 뭐하나, 방어력이 개좆같이 높아서 치명상을 안 입는데.
천천히 공격을 이어나가서 데미지를 누적시키면 뭐하나, 치명상이 되기 전에 죄다 재생해버리는데.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올린 사기적인 내구력과 전투 지속력이 그대로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씨발 저거 대체 뭘 어떡해야 뒤지는 건데? 죽기는 하는 거냐?
슬슬 임기응변을 통한 기습도 레파토리가 떨어져 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껴두고 있는 마력강화를 사용하면 아직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공격력이 너무 부족하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HP에 따른 보호 효과 덕분이겠지만, 나는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도 살아난 적이 있다.
내 [초재생]의 성능까지 고려해 본다면, 최소한 일격에 사지 두 개 이상을 날려버려야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남은 승리 플랜은 한 개 정도.
호문쿨루스는 내 모든 스탯과 패시브를 복사하고 있지만, 고유 특성만큼은 복사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피해를 60% 경감시키는 [강철의 혼], 그 차이로 인해 내 쪽이 더 높은 방어력을 가진다.
이 스펙적 우위를 믿고 소모성의 노가드 난타전으로 들어가서, 칠일 밤낮쯤 치고받으면 내가 이길 거다.
여기서 일주일을 내리 싸운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다.
내 집중력이 그렇게 오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후우……”
현재 발동 중인 [사고 가속]이 끝나는 순간, 승부수를 띄우자.
**
준비하는 것은 에인에게 붙여주기 위해 검령을 잠깐 소환했을 때, 간략하게 들었을 뿐인 그 기술.
검령은 그것을 ‘오러 서클’이라고 불렀고, 마법사들의 고유마도와 같은 자신만의 의념기라고 설명했다.
의념기라는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고유마도와 같은 선상에 놓이는 걸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해내야 한다.
기본 원리는 오러가 마력을 고체처럼 굳힌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체외에 형성한 오러의 고리를 마력회로로 삼는 것.
한 마디로 외장 마력회로를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더해, 신체능력과 공격력의 증폭을 도모하는 것이다.
[혼신]스킬을 사용해 [지능]스탯을 증폭시킨다.
[사고 가속]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순환시켰던 마력을 체외로 풀어놓으며, 동시에 붙잡아 조작한다.
솔직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이 오는 그대로 오러의 고리를 형성한다.
[마력 지배]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는 덕분일까,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것 같다.
호문쿨루스 덕분에 내 오러의 발현과정을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문제는 이게 [사고 가속]이 풀리고 실전으로 들어갔을 때,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것인가인데.
그걸 지금 와서 고민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될 거라고 믿고 부딪혀 봐야지.
-키잉!
[사고 가속]이 끝나고, 집중 때문에 느릿하게 흘러가던 세계가 정속으로 움직인다.
동시에 최대한 공격력을 증폭시키기 위해, 몸 안에서 순환시키던 마력을 스스로 폭발시킨다.
원래 이따위 짓을 하면 심각한 내상을 입고 죽는 게 당연하지만, 애초에 내가 노린 게 그거다.
-으적!
몸 안에서 폭발한 마력이 내장기를 짓이기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불굴] 스킬이 발동한다.
인위적으로 [불굴]을 켜기 위한 마력 자해, 동시에 마력강화까지 발동한다.
-쿠르릉!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점 간파]까지 발동해, 강제 크리티컬 판정까지 노린다.
이 삼중 강화에 이어서 준비해뒀던 오러 서클까지 발동시킨다- 제발 돼야 하는데, 된 건가 이거?
일단은 팔에 빛나는 고리 하나가 휘감겼다. 힘이 좀 더 실리는 것 같다.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됐다고 치자. 실패했을 가능성은 그냥 배제해.
[라이트닝 차지]
마지막으로 번개 속성의 마력을 검에 가득히 싣고, 삐걱거리는 [강철 직검]을 내지른다.
호문쿨루스는 갑작스럽게 스펙을 뻥튀기시킨 내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고, 얌전히 공격을 허용한다.
아니, 허용해야 하는데- 서진혁 이 미친 새끼, 반응속도를 대체 어디까지 갈고 닦았던 거지?
호문쿨루스의 눈이 내 검을 쫓는다. 팔이 움직인다.
이런다고 막힐 만한 위력이 아니지만……치명상은 빗겨갈지도 모른다.
저 팔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인벤토리로, 아니, 이 자세로 어떻게 투척해.
시발, 어쩔 수 없다. 오러 서클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지만, 그냥 기도하며 써 보자.
나는 항상 이럴 때마다 강해졌잖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매직 미사일.”
속사포처럼 주문을 외우고, 되는대로 영창을 한 마법이 앞으로 쏘아졌다.
호문쿨루스는 이 엉터리 마법이 내 승부수인 줄로만 알고, 들어 올린 팔로 그것을 막아 냈다.
그 덕분에 내가 찔러야 할 부위- 심장을 향한 경로는 텅 비었다. 하하 씨발, 이게 되네.
“흐핫.”
절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내 검이 호문쿨루스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