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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거울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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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타입 호문쿨루스는 인간을 모방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은 사실 대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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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마네킹 내지는 목각인형 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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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호문쿨루스는 내 외형과 장비를 매우 정밀한 수준으로 모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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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확실히 아니고, 그냥 특수 개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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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검은 뿔토끼처럼 초창기에 의해 모두 토벌되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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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위험도는 이 18층 미궁 지역의 보스를 아득히 능가한다. 녀석이 복제한 나 자신이 그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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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 복제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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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탯과 공격력만큼은 완전히 재현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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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 중인 장비나 아이템은…애초에 내가 좋은 장비를 안 끼고 있으니 별 의미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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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건은 스킬인데, 놈이 이것까지 모방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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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의 스펙을 완전히 1대1로 복사하는 적이라고 해도, 딱히 양심이 없는 난이도 설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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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다른 도전자들은 결국 파티 플레이를 하니까. 저런 게 한 마리 뚝 떨어져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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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플레이로 성장한 도전자들은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는 만큼, 대부분 약점이 명확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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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다구리를 놓으면 못 잡을 수가 없겠지- 결국 또 솔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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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덤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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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유지한 채, 호문쿨루스를 향해 말을 던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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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하며, 나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금 전의 공격적인 모습과는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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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세는 다크엘프류 검술의 기본형 중 하나. 저걸 그대로 취한다는 것의 의미는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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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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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미간에 찌릿한 감각이 닥치며, 호문쿨루스의 검이 내 턱 끝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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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몸을 뺐지만 베일 뻔했다. 내 반응속도와 순발력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살짝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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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세에서 이런 식으로 공격을 잇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역시 판단에는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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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와 동시에 오러를 두른 발길질을 뻗어, 호문쿨루스의 명치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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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들어갔다 싶었지만, 놈은 크게 밀려나지도 않고 내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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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감았던 오러를 마력으로 환원해 폭발시키는 것으로, 그 손을 떨쳐내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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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 씨발, 내 몸이긴 한데 뭐가 저렇게 단단하냐. 오러까지 두르고 찼는데도 이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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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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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는 다시 한번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뻗어오는 검에 내 검을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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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위력의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서로를 부수고 마력의 파편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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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부서진 마력의 덩어리라고는 하지만, 그 원본이 오러였던 만큼 저 파편 하나하나도 굉장한 살상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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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오히려 파편이 흩날리는 중심으로 뛰어들어가며, 허리춤에 매어 뒀던 도끼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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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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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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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버프 스킬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스탯을 증폭시켜서, 단번에 목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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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놈은 방패를 들어 올려 도끼를 막아내었다. 도끼를 놓고 방패를 손으로 붙잡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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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힘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 왼팔에 힘을 주었다. 나는 타이밍을 맞추어 반대로 힘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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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눈대중으로 읽었던 탈력을 이용한 합기도인가 뭔가 하는 잡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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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며 뒤로 넘어가는 호문쿨루스의 다리를 걸어, 마운트를 잡는-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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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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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잠깐 사이에 상황판단을 마치고, 무게중심을 조절해 균형을 잡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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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걸기를 받아내고 반대로 내 멱살을 잡아, 번개 같은 되치기를 시도하는 호문쿨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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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반대쪽 다리를 뒤로 뻗으며 무게중심을 조절하고, 허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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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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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몸이 얽힌 채로 넘어졌다. 재빨리 일어나며 검과 방패를 고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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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역시 똑같은 속도로 자세를 갖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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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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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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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작을 완벽하게 베끼는 학습속도, 내 공격에 그대로 대응하는 반응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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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래도 시간이 엄청나게 끌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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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앞으로 내세우고 돌진하는 호문쿨루스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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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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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이 터졌지만 호문쿨루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대로 방패를 휘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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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방패로 스위칭해, 그 공격을 막아낸 후 곧바로 다시 스위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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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휘어있는 형태의 단검, 깊이 뻗어온 호문쿨루스의 손목을 노리고 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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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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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속]을 발동해 순발력을 높인 호문쿨루스는 생채기 하나만 얻고 몸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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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사고 가속]을 발동해, 호문쿨루스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피며 이제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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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 놈은 내 스탯 전반과, 사용하는 아이템 및 스킬까지 모두 모방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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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내가 사용하는 체술과 무기술까지 그대로 모방한다. 내 아류 검술을 그대로 펼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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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전의 공방에서 내가 약간의 우위를 가져왔듯, 놈의 모방도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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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놈이 모방할 수 있는 스킬과 기술은 내가 보여준 것만으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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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은 그대로 가진 듯하지만, 액티브 종류는 내가 한번 사용했던 것밖에 안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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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이나 무기술도 마찬가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 동작을 베끼지만 결국 베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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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놈은 내가 펼치는 임기응변식의 동작에는 무조건 한 번씩 당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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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게 내가 승리한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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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개 같은 [초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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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철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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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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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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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씨이발 존나 개 같은 스킬이 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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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으로 일격을 먹이면 뭐하나, 방어력이 개좆같이 높아서 치명상을 안 입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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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공격을 이어나가서 데미지를 누적시키면 뭐하나, 치명상이 되기 전에 죄다 재생해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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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힘겹게 쌓아올린 사기적인 내구력과 전투 지속력이 그대로 내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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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저거 대체 뭘 어떡해야 뒤지는 건데? 죽기는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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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임기응변을 통한 기습도 레파토리가 떨어져 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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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두고 있는 마력강화를 사용하면 아직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공격력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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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제공하는 HP에 따른 보호 효과 덕분이겠지만, 나는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도 살아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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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재생]의 성능까지 고려해 본다면, 최소한 일격에 사지 두 개 이상을 날려버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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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불가능하다면, 남은 승리 플랜은 한 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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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는 내 모든 스탯과 패시브를 복사하고 있지만, 고유 특성만큼은 복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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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피해를 60% 경감시키는 [강철의 혼], 그 차이로 인해 내 쪽이 더 높은 방어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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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펙적 우위를 믿고 소모성의 노가드 난타전으로 들어가서, 칠일 밤낮쯤 치고받으면 내가 이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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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주일을 내리 싸운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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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중력이 그렇게 오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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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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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동 중인 [사고 가속]이 끝나는 순간, 승부수를 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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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것은 에인에게 붙여주기 위해 검령을 잠깐 소환했을 때, 간략하게 들었을 뿐인 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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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그것을 ‘오러 서클’이라고 불렀고, 마법사들의 고유마도와 같은 자신만의 의념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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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념기라는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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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유마도와 같은 선상에 놓이는 걸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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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원리는 오러가 마력을 고체처럼 굳힌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체외에 형성한 오러의 고리를 마력회로로 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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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외장 마력회로를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더해, 신체능력과 공격력의 증폭을 도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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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스킬을 사용해 [지능]스탯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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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가속]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순환시켰던 마력을 체외로 풀어놓으며, 동시에 붙잡아 조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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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이 오는 그대로 오러의 고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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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지배]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는 덕분일까,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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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덕분에 내 오러의 발현과정을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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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게 [사고 가속]이 풀리고 실전으로 들어갔을 때,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것인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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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지금 와서 고민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될 거라고 믿고 부딪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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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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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가속]이 끝나고, 집중 때문에 느릿하게 흘러가던 세계가 정속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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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최대한 공격력을 증폭시키기 위해, 몸 안에서 순환시키던 마력을 스스로 폭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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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따위 짓을 하면 심각한 내상을 입고 죽는 게 당연하지만, 애초에 내가 노린 게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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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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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서 폭발한 마력이 내장기를 짓이기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불굴] 스킬이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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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불굴]을 켜기 위한 마력 자해, 동시에 마력강화까지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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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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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점 간파]까지 발동해, 강제 크리티컬 판정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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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중 강화에 이어서 준비해뒀던 오러 서클까지 발동시킨다- 제발 돼야 하는데, 된 건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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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팔에 빛나는 고리 하나가 휘감겼다. 힘이 좀 더 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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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됐다고 치자. 실패했을 가능성은 그냥 배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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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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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번개 속성의 마력을 검에 가득히 싣고, 삐걱거리는 [강철 직검]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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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는 갑작스럽게 스펙을 뻥튀기시킨 내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고, 얌전히 공격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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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용해야 하는데- 서진혁 이 미친 새끼, 반응속도를 대체 어디까지 갈고 닦았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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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의 눈이 내 검을 쫓는다. 팔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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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다고 막힐 만한 위력이 아니지만……치명상은 빗겨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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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팔을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인벤토리로, 아니, 이 자세로 어떻게 투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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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어쩔 수 없다. 오러 서클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지만, 그냥 기도하며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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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이럴 때마다 강해졌잖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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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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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포처럼 주문을 외우고, 되는대로 영창을 한 마법이 앞으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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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는 이 엉터리 마법이 내 승부수인 줄로만 알고, 들어 올린 팔로 그것을 막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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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내가 찔러야 할 부위- 심장을 향한 경로는 텅 비었다. 하하 씨발, 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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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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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내 검이 호문쿨루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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