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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괴물과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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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나와 에인을 마탑주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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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가 이용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응접실은 탑에서 특히 높은 장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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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계단을 상당히 많이 올라가야 했는데, 다리도 짧은 꼬마 에인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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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나는 에인을 등에 업고 계단을 올라갔다. 청색 마탑주는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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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웃기는 연극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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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싸가지 없는 모습에 잠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에올피아가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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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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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휙 휘두르니, 계단을 올라가던 마탑주가 혼자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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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손목을 고치느라 바쁘던 마탑주는 그대로 몇 바퀴나 우당탕 굴러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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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이 나쁘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 넘어지시는 것 아닙니까, 마탑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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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짓이잖냐, 에올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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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시다니, 그러다가 한 번 더 넘어지셔도 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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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투덜거리면서도 손목을 부여잡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량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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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방금 그건 마법이었나? 마력감지를 꺼두긴 했지만 [초감각]으로도 전혀 전조를 못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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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져서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에올피아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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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유마도인 ‘마법 발걸이’ 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한 번 넘어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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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마도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일정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의 성명절기 같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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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대부분 스킬로 사용하고 있는 도전자 중에선 사용자가 거의 없지만, 상층의 NPC 중에선 제법 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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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의 마법은 그런 거창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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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데, 그런 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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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감각]으로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저 밑의 청색 마탑주도 ‘걸리기만 해 봐라’ 라며 이를 박박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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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은 아무런 과장 없는 담백한 사실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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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마력감지를 통해 느꼈던 에올피아의 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은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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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은밀성으로 한다는 게 고작 발걸기라니, 조금 우습게도 들리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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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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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엄청난 마법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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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누구든 한 번 넘어트릴 수 있다니, 어마어마한 실전성을 가진 견제용 기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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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싸움 도중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혼자 넘어진다니, 보통 치명적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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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마도만 아니었으면 나도 사정사정해서 한 번 배워 보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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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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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계속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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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마탑주의 응접실은 무척 더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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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소를 손님 대접용으로 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더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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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도 응접실이 이 꼴이 되어있을 줄은 몰랐는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깊게 한숨을 쉬며 마탑주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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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저 연금대 구매 예산은 제가 기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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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사비로 샀다. 좀 비싸지만 지출할 가치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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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분명히 금전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안전상의 문제로 기각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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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마탑주의 발을 구두굽으로 세게 찍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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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른 곳도 아니고, 손님 접대용의 응접실에 두신 이유가 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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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우둑우둑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저거 괜찮은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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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윽, 당연히 내 공방에 두면 네가 잔소리할 게 뻔하니……치우면 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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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그대로 연금대라 불린 장비를 해체해, 응접실 밖으로 갖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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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응접실에는 나와 에인과 에올피아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훼방꾼이 없어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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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완드를 휘둘러 염동력 같은 마법으로 방 안의 물건들을 가볍게 정리하곤, 우리를 소파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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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뭔가 마법이 걸려 있는지 푹신했고, 테이블 위에는 저절로 접시가 날아와 단출한 다과가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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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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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곧바로 쿠키에 손을 뻗었다. 혹시나 독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내가 먼저 하나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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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들어 있어도 나한테는 안 통하니 분별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또 독 소믈리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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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온갖 독을 다 먹어본 덕분인지, 이제는 맛으로 독이 들었는지 어떤지 분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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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요리 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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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염병할 요리 스킬에 달린 미각 향상 효과 덕분에, 최근 들어 정확도가 더 높아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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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에인에게 다과가 담긴 접시를 통째로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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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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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생각한 건데, 요 꼬맹이는 먹을 때가 제일 귀엽다. 조그만 게 다람쥐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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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가 많았습니다. 마탑주님이 워낙 의견이 분명하신 분이셔서, 간혹 이런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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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주 앉은 에올피아의 표현에 감탄했다. 의견이 분명하다니, 그걸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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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보여도 나쁜 분은 아닙니다. 손님께서 모쪼록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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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마탑주의 인성이야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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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아이의 어머니를 찾는다고 하셨습니까? 사정을 이야기해주시면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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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라면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입구 부근에서 어떤 마법사가 연락을 돌렸다고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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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가 한창 마탑주랑 싸울 때, 사정은 들었다고 말하면서 나타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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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건가? 하지만 더 말해줄 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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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두 분을 멈추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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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샐쭉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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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늦었다면, 손님께선 분명 마탑주님을 죽이고……모든 마탑의 적이 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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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는 목소리에는 묘한 확신이 있었다. 단순히 내 행동만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확신하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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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색 마탑주를 죽이고 수배자가 되어서 쫓기기 시작한다면, 그 후에 일어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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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가 우습게 보일 최대의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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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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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마탑주는 순수한 마법사로서의 역량만으로 탑주 자리를 먹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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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마탑 자체가 굉장한 메이저급 마탑이기에, 청색 마탑주와 다른 마탑주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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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색 마탑주와 잠깐이지만 맞붙어본 관점에서 말하자면- 동급의 마법사가 열 명쯤 있어도 내가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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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마법이고 나발이고 오러 앞에서는 평등하며, 공격마법도 마력강화를 쓰지 않은 상태로도 버틸만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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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에 존재하는 마탑의 총 숫자가 얼마나 되더라. 기억하기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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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급의 마법사가 서로 서포팅을 해줄 때 생길 시너지 같은 것을 고려해도, 대충 견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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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마탑 전체를 적대하게 된다 한들, 승리의 천칭은 내 쪽으로 훨씬 크게 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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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가 걸린 이상, 나는 마탑과 척을 지면 곤란한 처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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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탑 쪽도 마찬가지, 분쟁이 벌어져도 가능하면 원만하게 풀고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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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처럼 내 역량을 제대로 가늠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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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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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올피아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실제로 마탑주가 조금만 더 지랄을 떨었으면 참지 않으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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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싸가지가 없는 건 그냥저냥 봐줄 수 있다.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하이엘프 쪽에서 잔뜩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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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도권을 잡겠답시고 꼬맹이를 인질로 잡은 건 선을 넘은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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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에올피아가 부탁한 대로 다시 한번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좀 더 자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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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가진 마법적 재능을 근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부모가 아니겠느냐는 말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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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적 재능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니, 타당한 추측이십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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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마력감지를 사용해 에인의 몸을 훑었다. 내가 말한 재능을 직접 가늠해 보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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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에인의 재능은 그런 탐지로 가늠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 당장 보유한 마력량은 형편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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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진가는 마법에 대한 놀라운 이해력과 응용력, 그리고 어마어마한 마력 감응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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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봐도 모를 거라는 말을 꺼내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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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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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당당하게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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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가 퍼트린 마력이 반발을 받아 크게 밀려났다. 나도 불과 조금 전에 겪어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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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를 차단했던 청색 마탑주의 마법- 시전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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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혁악마님. 나 이것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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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의 쥐꼬리만 한 마력으로, 아무렇지 않게 재현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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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했다. 어머니가 보면 기뻐하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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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한 에올피아의 표정을 보며, 나는 조금 뿌듯한 심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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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우리 꼬맹이 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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