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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괴물과 괴물

에올피아는 나와 에인을 마탑주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마탑주가 이용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응접실은 탑에서 특히 높은 장소에 있었다.

덕분에 계단을 상당히 많이 올라가야 했는데, 다리도 짧은 꼬마 에인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일이었다.

당연히 나는 에인을 등에 업고 계단을 올라갔다. 청색 마탑주는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찼다.

“흥, 웃기는 연극이군.”

그 싸가지 없는 모습에 잠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에올피아가 먼저 움직였다.

-우당탕!

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휙 휘두르니, 계단을 올라가던 마탑주가 혼자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덜렁거리는 손목을 고치느라 바쁘던 마탑주는 그대로 몇 바퀴나 우당탕 굴러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행실이 나쁘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 넘어지시는 것 아닙니까, 마탑주님.”

“네 짓이잖냐, 에올피아!”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시다니, 그러다가 한 번 더 넘어지셔도 저는 모릅니다.”

마탑주는 투덜거리면서도 손목을 부여잡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량한 꼴이다.

그나저나 방금 그건 마법이었나? 마력감지를 꺼두긴 했지만 [초감각]으로도 전혀 전조를 못 느꼈다.

궁금해져서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에올피아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제 고유마도인 ‘마법 발걸이’ 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한 번 넘어트릴 수 있습니다.”

고유마도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일정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의 성명절기 같은 것이라고.

마법을 대부분 스킬로 사용하고 있는 도전자 중에선 사용자가 거의 없지만, 상층의 NPC 중에선 제법 있다던가.

에올피아의 마법은 그런 거창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대단해 보였다.

“굉장한데, 그런 게 된다고?”

내 [초감각]으로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저 밑의 청색 마탑주도 ‘걸리기만 해 봐라’ 라며 이를 박박 갈고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은 아무런 과장 없는 담백한 사실인 것이 분명하다.

조금 전에 마력감지를 통해 느꼈던 에올피아의 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은밀성.

그런 은밀성으로 한다는 게 고작 발걸기라니, 조금 우습게도 들리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당연하지, 엄청난 마법이잖아.”

상대가 누구든 한 번 넘어트릴 수 있다니, 어마어마한 실전성을 가진 견제용 기술 아닌가?

치열한 싸움 도중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혼자 넘어진다니, 보통 치명적인 게 아니다.

고유마도만 아니었으면 나도 사정사정해서 한 번 배워 보고 싶을 정도다.

“……그렇습니까. 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에올피아는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계속 계단을 올랐다.

**

계단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마탑주의 응접실은 무척 더러웠다.

이런 장소를 손님 대접용으로 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더러웠다.

에올피아도 응접실이 이 꼴이 되어있을 줄은 몰랐는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깊게 한숨을 쉬며 마탑주를 바라보았다.

“마탑주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저 연금대 구매 예산은 제가 기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아, 그거…사비로 샀다. 좀 비싸지만 지출할 가치가 있었지.”

“제가 분명히 금전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안전상의 문제로 기각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마탑주의 발을 구두굽으로 세게 찍어 버렸다.

“그걸 다른 곳도 아니고, 손님 접대용의 응접실에 두신 이유가 대체 뭡니까.”

뭔가 우둑우둑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저거 괜찮은 거 맞나.

“아니, 윽, 당연히 내 공방에 두면 네가 잔소리할 게 뻔하니……치우면 되잖냐.”

마탑주는 그대로 연금대라 불린 장비를 해체해, 응접실 밖으로 갖고 나갔다.

자연스럽게 응접실에는 나와 에인과 에올피아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훼방꾼이 없어진 셈인가.

에올피아는 완드를 휘둘러 염동력 같은 마법으로 방 안의 물건들을 가볍게 정리하곤, 우리를 소파로 안내했다.

소파는 뭔가 마법이 걸려 있는지 푹신했고, 테이블 위에는 저절로 접시가 날아와 단출한 다과가 차려졌다.

“우와.”

에인은 곧바로 쿠키에 손을 뻗었다. 혹시나 독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내가 먼저 하나 집어 먹었다.

독이 들어 있어도 나한테는 안 통하니 분별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또 독 소믈리에거든.

그동안 온갖 독을 다 먹어본 덕분인지, 이제는 맛으로 독이 들었는지 어떤지 분별할 수 있다.

[초급 요리 Lv.3]

이 염병할 요리 스킬에 달린 미각 향상 효과 덕분에, 최근 들어 정확도가 더 높아지기도 했고.

나는 독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에인에게 다과가 담긴 접시를 통째로 내주었다.

-옴뇸뇸.

전부터 생각한 건데, 요 꼬맹이는 먹을 때가 제일 귀엽다. 조그만 게 다람쥐 같아서.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탑주님이 워낙 의견이 분명하신 분이셔서, 간혹 이런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나는 마주 앉은 에올피아의 표현에 감탄했다. 의견이 분명하다니, 그걸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저렇게 보여도 나쁜 분은 아닙니다. 손님께서 모쪼록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마탑주의 인성이야 아무래도 좋다.

“그럼, 그 아이의 어머니를 찾는다고 하셨습니까? 사정을 이야기해주시면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사정이라면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입구 부근에서 어떤 마법사가 연락을 돌렸다고도 했고.

애초에 내가 한창 마탑주랑 싸울 때, 사정은 들었다고 말하면서 나타나지 않았던가.

그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건가? 하지만 더 말해줄 게 없는데?

“아,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두 분을 멈추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샐쭉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기를.

“제가 늦었다면, 손님께선 분명 마탑주님을 죽이고……모든 마탑의 적이 되셨겠죠.”

단언하는 목소리에는 묘한 확신이 있었다. 단순히 내 행동만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확신하는 듯한 느낌.

내가 청색 마탑주를 죽이고 수배자가 되어서 쫓기기 시작한다면, 그 후에 일어날 미래.

“혈사교가 우습게 보일 최대의 적이.”

에올피아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

청색 마탑주는 순수한 마법사로서의 역량만으로 탑주 자리를 먹은 인물.

청색 마탑 자체가 굉장한 메이저급 마탑이기에, 청색 마탑주와 다른 마탑주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청색 마탑주와 잠깐이지만 맞붙어본 관점에서 말하자면- 동급의 마법사가 열 명쯤 있어도 내가 이길 수 있다.

방어마법이고 나발이고 오러 앞에서는 평등하며, 공격마법도 마력강화를 쓰지 않은 상태로도 버틸만한 정도.

18층에 존재하는 마탑의 총 숫자가 얼마나 되더라. 기억하기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

마탑주급의 마법사가 서로 서포팅을 해줄 때 생길 시너지 같은 것을 고려해도, 대충 견적이 나온다.

설령 마탑 전체를 적대하게 된다 한들, 승리의 천칭은 내 쪽으로 훨씬 크게 기울 것이다.

에픽 퀘스트가 걸린 이상, 나는 마탑과 척을 지면 곤란한 처지지만.

그건 마탑 쪽도 마찬가지, 분쟁이 벌어져도 가능하면 원만하게 풀고 싶겠지.

에올피아처럼 내 역량을 제대로 가늠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렇겠지.”

나는 에올피아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실제로 마탑주가 조금만 더 지랄을 떨었으면 참지 않으려 했으니까.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건 그냥저냥 봐줄 수 있다.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하이엘프 쪽에서 잔뜩 봤다.

하지만 주도권을 잡겠답시고 꼬맹이를 인질로 잡은 건 선을 넘은 짓이었다.

아무튼, 나는 에올피아가 부탁한 대로 다시 한번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좀 더 자세하게.

에인이 가진 마법적 재능을 근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부모가 아니겠느냐는 말을 포함해서.

“마법적 재능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니, 타당한 추측이십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에올피아는 마력감지를 사용해 에인의 몸을 훑었다. 내가 말한 재능을 직접 가늠해 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에인의 재능은 그런 탐지로 가늠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 당장 보유한 마력량은 형편없으니까.

에인의 진가는 마법에 대한 놀라운 이해력과 응용력, 그리고 어마어마한 마력 감응력에 있다.

그런데, 그렇게 봐도 모를 거라는 말을 꺼내려던 순간.

-카앙!

에인은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당당하게 입증했다.

에올피아가 퍼트린 마력이 반발을 받아 크게 밀려났다. 나도 불과 조금 전에 겪어본 일이다.

마력감지를 차단했던 청색 마탑주의 마법- 시전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그것을.

“와, 진혁악마님. 나 이것도 했어.”

에인은 자신의 쥐꼬리만 한 마력으로, 아무렇지 않게 재현해 낸 것이다.

“그래, 잘했다. 어머니가 보면 기뻐하시겠어.”

경악한 에올피아의 표정을 보며, 나는 조금 뿌듯한 심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어때, 우리 꼬맹이 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