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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랑의 마녀
마법사라고 하면 비실비실하다는 인식이 좀 있지만, 마탑주쯤 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바로 기절할 줄 알았던 청색의 마탑주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지만,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다.
“핫, 혈사교는……대체 뭘 소환한 건지……제기랄.”
마탑주는 자신이 오판했다며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오판한 것도 아니다.
혈사교가 원래 소환하려던 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간에 나보다 강하진 않았을 테니까.
청색 마탑주 혼자서 어떻게 해볼 만한 상대는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쉽게 패배하지는 않았겠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부터는 설득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이놈을 죽일 경우 생기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살인 혐의로 당장 수배가 걸릴지도 모르고, 최소한 다른 마탑들과 적대하게 되는 건 확정이니까.
그게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에인의 엄마를 찾는 일이 무지막지하게 어려워지겠지.
“너야말로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난 혈사교 놈들이랑 별 관계없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마탑주의 상처 입은 어깨를 꾹꾹 밟아주었다. 원래 이러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크, 아악……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의심하는 마탑주를 위해, 나는 이어서 설득력을 추가로 높여주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튼튼하고 단단한 미스릴 완드, 이게 또 설득에는 직빵이지.
-깡!
“아악!”
정수리를 강타당한 마탑주가 신음했다. 나는 완드를 다시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 말을 이었다.
“내가 혈사교 놈들한테 소환된 건 맞는데, 저 꼬맹이 엄마 찾아주러 왔다는 건 진짜거든? 좀 들어 보지?”
나는 간략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혈사교의 마법진에 의해 소환되었다는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혈사교 놈들을 몰살해버렸다는 이야기와, 제물로 바쳐진 꼬마 에인이 나를 악마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청색 마탑주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조금씩 표정을 바꾸었다. 나도 슬슬 발을 떼고 놈을 놓아주었다.
“믿기지 않는데, 그 말이 사실이냐?”
“그러니까 너도 안 죽이고 살려주잖아.”
“흥, 그런 건 증거가 못 된다만?”
마탑주는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손을 휙 휘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간 마력이 마법진을 그리며 은색 물방울을 토해 내었다.
이 새끼가 놔줬더니 또 지랄이네, 진짜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잠깐, 저쪽을 봐라.”
주먹을 휘두르려던 순간, 마탑주가 손가락을 세우며 내 뒤편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어느새 액체금속으로 이루어진 고리에 둘러싸인 꼬마 에인이 있었다.
이 새끼, 내가 아니라 꼬맹이를 노리고 마법을 전개한 거였나……여기서 인질을 잡는다고?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만 봐라, 네가 보호하는 저 쥐방울을 산산조각내주지.”
마탑주는 진땀을 흘리며 승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내 손에는 이미 검이 들려 있었다.
이 녀석의 반응속도는 이미 대충 감을 잡았다. 꽤 빠르긴 하지만 그래 봤자 마법사.
검에 두른 오러는 이 녀석이 어떤 방어를 펼치건 말끔하게 절단할 수 있다. 일격이면 충분하다.
“야, 내 칼이랑 네 마법 중에 뭐가 더 빠를 것 같냐?”
조용히 [혼신]을 발동해 [민첩] 스탯을 증폭시킨다. 마탑주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하, 허세는. 마탑주를 너무 우습게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꼬맹이는 죽어.”
이 녀석이 알 리가 없지만, 나는 결코 허세는 부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사실을 증명했다.
“무슨 손가락을?”
-서걱, 툭.
깔끔하고 조용한 일섬이, 청색 마탑주의 손목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
가짜 현자의 마법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마법사에게 손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듣자하니, 현존하는 마법의 7할은 손목 부근에 흐르는 마력회로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나.
심장 근처에 존재하는 마력회로의 집합- 마나 하트가 마력의 총량과 생산량을 좌우한다면.
손목 부근의 마력회로는 마나 터널이라 불리며, 마력의 출력을 좌우하는 기관이라고 할 정도다.
“끄아아아아악!”
그렇기에, 순식간에 손목이 날아간 청색 마탑주는 전기로 지져졌을 때보다 더한 비명을 질렀다.
마탑주는 왼손에 들린 완드로 액체금속을 조작해, 잘려나간 손목을 재빨리 붙들어 절단면에 붙였다.
거기에 그 위로 팔찌처럼 액체금속을 둘렀는데, 아무래도 곧바로 접합을 시도하는 모양.
심지어 마력의 흐름을 보니, 별개의 방법으로 출혈을 봉쇄하고 혈류를 조작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액체금속을 다루지만 역시 근간은 물 속성이라 이건가, 피도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구나?
“끄흑……후욱, 후욱, 후욱……젠장, 젠장할……”
마탑주는 눈앞에 있는 나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잘려나간 손을 접합하는 것에 집중했다.
신경쓰지 않는다기보다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아무래도 어지간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걸 그대로 둘 리가, 나는 액체금속이 둘러진 마탑주의 손목을 짓밟아버렸다.
-콱!
“끅!”
주변에 살짝 퍼져 있던 마탑주의 마력이 격하게 흔들렸다. 마력이 역류한 듯하다.
마탑주를 반불구로 만든다고 나한테 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 전에 한 짓이 괘씸해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손목 접합 작업을 강제로 중단당한 마탑주는 나를 올려다보며 독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눈깔 봐라, 나랑 하던 얘기는 마저 해야지? 그거 붙이게 놔두면 내 말 믿어줄 거냐?”
마탑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만 봐도 대충 뭐라고 말할지 알 것 같다.
조금도 굽힐 생각이 없구만, 이러면 에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단 죽이는 수밖에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강철 직검]을 들어 올려 얇게 오러를 씌웠다.
“그만 하시죠, 두 분다.”
그 때, 마탑주가 걸어 내려왔던 계단 쪽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허리 라인이 드러나는 꼭 끼는 로브와, 커다란 챙이 인상적인 고깔모자를 쓴 여자였다.
한 손에 완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곳 소속의 마법사인 것 같은데.
“사정은 들었습니다. 일단 저희 마탑주님을 좀 놓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한숨을 푹푹 쉬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이쪽은 말이 좀 통할 것 같다.
**
나는 마탑주를 짓밟던 발을 떼고, 여자 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청색 마탑의 마탑주 대리, 에올피아라고 합니다. 마탑주님을 대신해 이 마탑의 운영과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파랑의 마녀’ 라는 자신의 이명을 함께 소개했다. 들어본 적은 없다.
신경이 쓰이는 건 오히려 이명이 아니라 마탑주 대리라는 황당한 직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탑주 본인이 부재중인 것도 아닌데 왜 그 대리가 따로 있단 말인가.
“저희 마탑주님은 아무래도 그……조금 문제가 많으셔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을 치셨군요.”
에올피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듯, 알아서 그런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내 발밑에 있던 청색 마탑주는 에올피아를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에올피아, 어서 저쪽의 꼬마를 포박해라!”
“마탑주님은 잠시 닥치고 계시겠습니까?”
그리고 곧바로 닥쳤다. 아니, 뭔, 너희는 상하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거냐?
“마탑주님이 입을 열 때마다 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제발 지금은 얌전히 손이나 붙이고 계시죠.”
공손한 듯 전혀 공손하지 않은 말투로 마탑주를 쏘아붙인 에올피아는 저벅저벅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마력감지를 펼쳐서 탐지해 봤지만, 딱히 마탑주보다 강하거나 격이 높은 마법사라는 느낌은 전혀 안 든다.
체내의 마력량도 훨씬 적고, 마력의 갈무리도 그리 잘 되어있지 않다. 아마도 마탑주보다 두 수는 아래.
“손님, 실례지만 마력을 거두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희 마탑에선 광역 탐지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는 부탁이었기에, 나는 순순히 마력을 거두었다.
“에올피아! 놈은 혈사교가 불러낸 이계의 괴물이다, 손님 대접은 집어치워!”
“얌전히 손이나 붙이고 계시라고 분명 말씀드렸……언제 그걸 또 다 붙이셨습니까……?”
“방해만 없으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내 실력은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러자 덜렁거리는 손목을 달고 위풍당당하게 일어서는 청색 마탑주.
“예, 물론입니다. 그 마법 실력 하나 때문에 이 자리에 계신 분 아닙니까.”
에올피아는 한 번 더 한숨을 내쉬더니, 청색 마탑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구두 굽으로, 마탑주의 발을 세게 짓밟아 버렸다.
“악! 뭐 하는 거냐!”
“가만히 계십쇼, 쫌!”
작은 목소리로 답한 에올피아는 이어서, 한 손에 든 완드로 마탑주의 명치를 푹푹 찔렀다.
“상대가 괴물인 줄 알면 좀 굽힐 줄도 아셔야지, 괜히 센 척하려다 이게 뭔 꼴입니까!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마탑주를 타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 에르웬이 나한테 몇 번 저랬던 것 같은데……에이, 그래도 나는 저 정도는 아니었지.
“진혁악마님, 끝났어?”
액체금속 고리가 흐트러지며 마법에서 빠져나온 꼬마 에인이, 내 등을 쿡쿡 찔렀다.
그래, 끝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