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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청색 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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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떠나 향하는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청색 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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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청색 마탑을 포함해 몇 개의 마탑이 밀집되어 있는 마법도시 게헨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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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법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마법학회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며, 18층의 배경인 왕국의 제2수도라고도 불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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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이 위치하고 있는 ‘셰올’ 과 함께 가장 많은 마탑이 모여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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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19층으로 넘어갈 수 있는 미궁 지역도 이 도시 근처에 존재한다. 에인이 있는 한 들어가 볼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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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엄마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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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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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엄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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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은 내 손을 꼭 잡은 채 엄마를 보고 싶다며 재잘거렸다. 마법을 만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 에인은 항상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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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거리는 말의 절반은 ‘엄마’와 관련된 것, 나머지 절반은 마법이나 내가 들려준 동화에 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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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 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수록, 나도 에인의 작은 재잘거림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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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진혁악마님, 엄마 만나기 전에 이거 마법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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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다운 주어가 생략된 어법, 에인이 말하는 ‘이거 마법’이란 전에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것을 말하는 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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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마법’ 이라고 말했던 복잡한 마법식, 나는 아직도 그 마법의 실체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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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마법진의 전체 모습도 보지 못했고, 전체를 본다 한들 마법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아볼 방법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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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열심히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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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모른다고 대답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말을 고쳤다. 어린아이에게 이런 말투는 좋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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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마법도 하고 싶고……현자님도 되고 싶고……엄마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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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에인은 무척 욕심이 많다. 무엇하나 포기할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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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고 싶다고 말하고, 빨리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도 말하고, 현자가 되고 싶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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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에 대체 악마를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나는 악마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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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면, 그다음에는 뭘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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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에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엄마’, 그다음 순위는 무엇일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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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마법 보여줄 거야.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마법. 엄마도 좋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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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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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도 맛있는 거 먹여줄 거야. 그리고 같이 동화 얘기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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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이어서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에인이 원하는 것들은 모두 나와 함께 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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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딴에는 즐거웠던 것들을 엄마와 공유하고 싶어하는 거겠지, 그 마음은 나도 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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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처박혀 개백수 생활을 이어나가던 시절에도,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 효도라는 말을 떠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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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아픈 곳이 늘어가는 엄마가 편히 지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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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에 김치나 마른반찬 따위로 끼니를 때우던 엄마가 맛있는 것만 먹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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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엄마를 비행기에 태워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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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무엇하나 실천으로 옮기지 않은 채 마냥 초대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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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이나 마찬가지인 ‘인생 역전 찬스’ 따위를 바라면서-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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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여기 이 꼬맹이는 얼마나 기특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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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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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에인이, 문득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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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이랑 더 멀리멀리 가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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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재잘거리는 목소리에는 순수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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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그 소망만큼은 이뤄줄 수 없다. 이 18층에서 계속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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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이 꼬마가 반드시 엄마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할 계기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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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내 감정을 정확히 안다. 떠오른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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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이 꼬맹이가 누굴 택시인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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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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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어, 이 쪼끄만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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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감추며 거칠게 쓰다듬은 에인의 회색빛 머리카락은, 솜털처럼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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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시 게헨나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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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이랑 다르게 길도 잘 닦여 있는 만큼, 에인의 느릿한 걸음에 발을 맞춰 주어도 도착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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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여곡절이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니다. 길을 지나던 도중 노상강도 패거리 같은 게 나타나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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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형님! 제발 살려주십쇼! 목숨만 살려주시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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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일개 강도 패거리 따위가 내 상대가 될 리는 없었다. 뭐, 노상강도치고는 꽤 센 편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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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죽여버려도 괜찮았겠지만, 꼬맹이가 보는 앞에서 살인을 하는 건 나도 좀 망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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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딱 목숨만 살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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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목숨만 살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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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이는 대신, 적당히 사지를 분질러 놓고 가진 물건을 모두 빼앗았던 일이 두어 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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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어린애에게 삥 뜯기를 가르친 셈이라, 이래도 됐던 건가 싶은데……거친 세상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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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 뜯는 대상도 일반인이 아니라 노상강도고, 강도에게서 강도질하는 건 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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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일을 거치며 도착한 마법도시 게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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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헨나는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에서 반세기 정도 더 전진한 느낌으로 발전해 있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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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보던 풍경과는 살짝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른 층의 차이에 비하면 아직 얌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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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헨나에 입성하자마자 마탑의 밀집 구역을 찾았고, 꼬마 에인을 데리고 다니며 각 탑의 문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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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중에서 눈이 익는 것이 있느냐고,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온 대답은 시원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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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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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너한테 뭘 물어보겠니. 기억력도 좋은 애라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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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그림인데? 이거 있으면 다 마법사인 거야? 우리 엄마도 이런 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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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소속의 마법사라면 다 하나씩 있다나봐. 네 엄마도 마탑 소속이었으면 아마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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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러면 진혁악마님도 마법사라서 이거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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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견장에 붙어 있는 마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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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고리가 휘감겨 있는 다크엘프 정찰대의 징표다. 나는 대충 비슷한 거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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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뭘 형상화한 마크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소중한 사람들을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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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나도 나중에 그거 갖고 싶다. 이건 소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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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되면 정말 마탑 하나하나에 다 방문해서 사람을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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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은 학자들을 위한 연구실 비슷한 곳인 만큼, 일반적으로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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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부 마탑은 연구비 확보 목적으로 금전을 받고 내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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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마법사의 등록을 위한 창구 등 몇몇 시설은 기본적으로 개방되어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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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모두 방금 알게 된 사실이다. 원래는 무력을 행사해서 뚫고 가야 하나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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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에게 납치되었던 아이라고요? 세상에, 용케 거기서 살아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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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듣던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마법사들도 말이 통하는 족속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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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청색 마탑을 찾아가서 사연을 조금 이야기하니까, 안타깝다면서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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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수정구를 이용해 에인의 얼굴을 기록한 뒤, 각 마탑에 전송해 연락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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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탑에는 모두 연락해뒀어요, 아이 이름이 에인이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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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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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어머니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가엽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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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쉬고 있으라며, 우리에게 차와 다과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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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비장한 결심을 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되면 생각보다 싱겁게 일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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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 꼬맹이에겐 잘 된 일이지만……그리고 나한테도 딱히 나쁠 건 없는 일이지. 그냥 좀 허무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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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언제나처럼 ‘옴뇸뇸’ 하는 의성어를 내며 과자를 갉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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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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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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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마력의 기척이 나를 둘러싸더니,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묘하게 익숙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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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내 몸 상태를 살필 때와 매우 비슷한 감각- 그리고 엘레노어의 기억에서도 느껴본 적 있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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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내 몸을 마력으로 훑어볼 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이다. 어떤 새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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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어떤 새끼야, 튀어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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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검과 방패를 꺼내며 전투 준비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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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놓고 원격에서 타인의 몸을 마력으로 훑는 건,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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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한 행동이지만, 이렇게 티를 내면서 훑는다는 건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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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마력을 최대한 뽑아내 주변에 퍼트렸다. 마탑 안에서 감지되는 생명반응은 거의 백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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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다 마법사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과 함께 감지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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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게 뭐지. 마력감지를 차단하는 마법이 따로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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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기척이 느껴져서 잠시 구경하러 내려와 봤는데, 웬 괴물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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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마탑의 구석 계단에서 푸른 옷을 입은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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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말한 대로 튀어나와 줬는데……그러는 너는 뭐 하는 새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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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싸가지없는 NPC는 하이엘프 이후로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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