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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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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의 NPC는 각 서버마다 조금씩 외형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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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2층에서 만난 양치기 소녀 노라의 경우, 1556서버에서는 ‘다이앤’ 이라는 이름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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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색도 조금 다르고, 키나 체형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바탕이 되는 성격이나 담당하는 역할만이 같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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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연극의 배역 같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외형이 조금 달라도 기본적으로는 모두 동일 인물로 봐도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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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나는 반짝거리는 마력 덩어리를 갖고 노는 에인을 잠시 내버려두고, 커뮤니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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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 주요 NPC 정리 (3차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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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엄마는 매우 강력한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요 NPC 목록에 나와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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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이나 이름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각각의 역할과 배경을 통해 에인의 엄마 후보군을 추릴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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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며, 마탑주급의 NPC 중에서 만나기 힘든 이들을 위주로 정보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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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에픽 퀘스트니까, 분명히 쉽게 만날 수 있는 NPC를 에인의 엄마로 설정하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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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은 대부분 고정일 텐데……아닌 경우도 없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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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급 NPC 대부분은 남자지만, 일부 서버에서는 남자 NPC가 여자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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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까지 고려해서, 굳이 여성 NPC로만 한정하지 않고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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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는 생각보다 금방 좁혀졌다. 18층의 마탑이 아무리 다양하다 한들 마탑주급이 많은 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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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후보는 적색 마탑의 마탑주, 게시글을 업로드한 도전자의 서버에서는 ‘헬라’ 라고 불리는 화염 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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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탑에서 변동사항 없이 여성으로만 나온다는 마법사고,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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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NPC들 사이에서 도는 찌라시라고는 하지만 ‘숨겨둔 아이’ 는 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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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후보는 흑색 마탑의 마탑주,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그림자 계열 마법을 다루는 타입이며 성별은 랜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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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에 대한 인식이 나쁘기 때문인지, 마탑 자체가 상당히 외진 곳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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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탑에서 굉장한 미남 혹은 미녀로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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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퀘스트 비중도 적은 계열임에도 여성 도전자들 사이에서 굉장한 관심을 끌고 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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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세히 검색해보니까, 이런 내용의 글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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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민서#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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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리 탑 흑마탑주 진심 얼굴이 반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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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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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칠흑 같은 머리카락에 눈은 또 왜 저렇게 날카롭게 생겼냐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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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차가운 천재 미남’ 이란 말, 이 사람을 위해 있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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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도 존.나. 차분한데 은근 히죽히죽 잘 웃는 거 미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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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장착하고 있다가도 문득 보이는 미소에 심장 우르르 쿵쾅쾅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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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마법 같은 거 쌩까고 그냥 얼굴만으로도 전설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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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쓰는 것도 멋있긴 한데…… 난 그냥 존재 자체가 마법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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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생김? 탑 만든사람 미친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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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초식 주접에 숨이 턱 막히지만, 흑색 마탑주의 정보를 수집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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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흑색 마탑주를 찬양하는 주접글마다 하나쯤 꼭 달려 있는 종류의 댓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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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왜 이렇게 예쁘냐,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 내걸로 바꿔주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의 주접 댓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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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살펴 보면, 거의 모든 탑에서 흑색 마탑주는 기혼자로 나오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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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요한 포인트로, 흑색 마탑주의 배우자는 어떤 탑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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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여성 도전자들이 아무리 분석해 봐도, 결국 배우자의 실체는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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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를 알 수 없는 배우자, 비주류 계열의 마탑주, 굉장한 미남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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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 보면 거의 확정 수준이다. 걸리는 점은 흑색 마탑주가 모든 탑에서 흑발로 나온다는 점 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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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배우자 쪽의 유전일수도 있는 거니까……머리색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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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에는 나도 관심이 많은지라, 개인적으로는 이쪽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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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후보는 커뮤니티에도 관련 정보가 거의 나와 있지 않은 N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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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주요 NPC 정리본에 적힌 이명은 ‘재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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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마탑, 백색 마탑, 갈색 마탑의 마탑주를 모두 겸하고 있는 마법 학회의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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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마법사 대부분의 스승이자, 주문 언어학자이자, 아케인 칼리지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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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전 대륙을 떠도는 방랑 마법사라고도 알려진 살아 있는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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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 없는 18층 최강의 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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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내내 매직 미사일을 갖고 놀다가 늦잠을 잔 에인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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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 넣어둔 음식도 이제 남은게 별로 없어서,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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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식재료를 얻어 와서,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레시피를 참고 해서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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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사 먹는다는 방법도 있지만, 이 마을의 식당 음식들은 하나같이 많이 부담스러운 것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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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아무래도 괜찮지만, 요 꼬맹이에게 아침부터 그런 걸 먹였다간 배탈이 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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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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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거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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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짓도 제법 익숙해지기도 했고- 에인의 입맛이 워낙 막입이라 별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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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밥을 만들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하나 일어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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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 : 초급 요리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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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요리 스킬을 습득했다는 알림창이 떠오른 것이었다. 처음 얻는 생활 계열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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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스킬도 레벨을 높이면 나름대로 스펙적 이득이 있는 모양이지만, 초급 수준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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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가 넘쳐나는 나로서는 요리에 집착할 이유도 없고, 애초에 스킬 레벨을 더 높일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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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괜히 기분만 나빴다. 이제서야 내가 요리 비슷한 걸 했다는 느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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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초급 1레벨 수준이면, 그전까지 만들었던 것들은 요리도 아니었다 이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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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혁악마님이 만들어 주는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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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밥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이 꼬마의 칭찬에 뭔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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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난 후에는 다시 가짜 현자를 찾아가 마법 교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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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내 요구대로 가장 기초적인 마법진 구성법과 매직 미사일의 시전 위주로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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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루 만에 내 이해력이 갑자기 올라갈 리도 없어서,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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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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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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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전한 매직 미사일은 여전히 손 위에서 짧게 빛나다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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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꼬마 에인은 이제 매직 미사일을 완전히 통달했고, 가짜 현자에게 직접 그것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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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짜 현자는 놀라 자빠졌다. 마력량도 빈약한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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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조금만 잘 키웠으면 아주 양질의 제물이 되었겠……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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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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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헛소리를 하길래, 다리 한 짝을 분질러 버리긴 했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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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이후, 매직 미사일을 포기하고 공격 마법 말고도 쉬운 마법이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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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방어 계열 마법이나, 여기 주민들이 사용했던 마법 자물쇠 같은 유틸적인 계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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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나같이 매직 미사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서, 제대로 시전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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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법은 정말 천천히 느긋하게 배워야 할 것 같았고, 나는 노선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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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는 지금부터 교과서를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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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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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네가 마법에 대해 아는 걸 죄다 적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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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짜 현자에게 빈 공책을 건네주었다. 이번 층에서 못 익히면 다른 층에서 공부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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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도가 나가지 않는 탓에 에인도 제대로 마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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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층에서 아예 포기하는 건 아니고, 마법 연습 자체는 에인과 함께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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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법 교습을 받기 시작한 지 2주가량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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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이 마을에는 최장 2주까지만 체류하기로 마음을 정해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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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배우는 건 어디까지나 부가 목표고, 결국 메인은 에픽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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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을 위한 물품을 충분히 챙기고, 나는 마지막으로 가짜 현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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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이신지……오늘은 떠나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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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문답무용으로 놈을 죽였다. 이놈이 에인에 대해 알게 된 이상 더더욱 살려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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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법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거지만, 이 혈사교라는 놈들은 기본적인 사고의 베이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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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을 이용해 힘을 늘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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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조건만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가출 청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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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현자로서 얌전하게 지내고 있지만, 재능이 넘쳐 흐르는 에인을 노리고 무슨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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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에게 집필하게 시킨 ‘교과서’도 완성된 참이고, 에인 역시 이놈에게 더 배울 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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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이 흑마법사라 그런지, 기초 마법의 깊이는 일주일 차의 에인보다 못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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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준비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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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짐은 다 챙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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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 넣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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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동안 익힌 수납 마법인 ‘아이템 박스’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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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은 고작 2주 만에 기초 마법에 있어서는 거의 달인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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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지난 2주 동안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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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요리 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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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요리 스킬의 레벨이 3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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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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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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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이것 때문에 마을을 일찍 떠나기로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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