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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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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비

시련의 탑의 NPC는 각 서버마다 조금씩 외형의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2층에서 만난 양치기 소녀 노라의 경우, 1556서버에서는 ‘다이앤’ 이라는 이름이라고 불린다.

머리색도 조금 다르고, 키나 체형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바탕이 되는 성격이나 담당하는 역할만이 같을 뿐.

말하자면 연극의 배역 같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외형이 조금 달라도 기본적으로는 모두 동일 인물로 봐도 된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반짝거리는 마력 덩어리를 갖고 노는 에인을 잠시 내버려두고, 커뮤니티를 켰다.

[18층 주요 NPC 정리 (3차 수정본)]

에인의 엄마는 매우 강력한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요 NPC 목록에 나와 있을 터.

외형이나 이름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각각의 역할과 배경을 통해 에인의 엄마 후보군을 추릴 수 있을 거다.

나는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며, 마탑주급의 NPC 중에서 만나기 힘든 이들을 위주로 정보를 찾아보았다.

명색이 에픽 퀘스트니까, 분명히 쉽게 만날 수 있는 NPC를 에인의 엄마로 설정하지는 않았겠지.

“성별은 대부분 고정일 텐데……아닌 경우도 없지는 않구나.”

마탑주급 NPC 대부분은 남자지만, 일부 서버에서는 남자 NPC가 여자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점까지 고려해서, 굳이 여성 NPC로만 한정하지 않고 탐색한다.

후보는 생각보다 금방 좁혀졌다. 18층의 마탑이 아무리 다양하다 한들 마탑주급이 많은 건 아니라서.

첫 번째 후보는 적색 마탑의 마탑주, 게시글을 업로드한 도전자의 서버에서는 ‘헬라’ 라고 불리는 화염 마법사다.

모든 탑에서 변동사항 없이 여성으로만 나온다는 마법사고,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한다.

뭐, NPC들 사이에서 도는 찌라시라고는 하지만 ‘숨겨둔 아이’ 는 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다.

두 번째 후보는 흑색 마탑의 마탑주,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그림자 계열 마법을 다루는 타입이며 성별은 랜덤.

그림자 마법에 대한 인식이 나쁘기 때문인지, 마탑 자체가 상당히 외진 곳에 있다고 한다.

거기에,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탑에서 굉장한 미남 혹은 미녀로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덕분에 퀘스트 비중도 적은 계열임에도 여성 도전자들 사이에서 굉장한 관심을 끌고 있다나.

실제로 자세히 검색해보니까, 이런 내용의 글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작성자 : 임민서#1443]

[제목 : 우리 탑 흑마탑주 진심 얼굴이 반칙임]

(사진)

그 칠흑 같은 머리카락에 눈은 또 왜 저렇게 날카롭게 생겼냐고ㅠㅠㅠ

그냥 ‘차가운 천재 미남’ 이란 말, 이 사람을 위해 있는 말 아닌가……?

말하는 것도 존.나. 차분한데 은근 히죽히죽 잘 웃는 거 미쳤다고……

카리스마 장착하고 있다가도 문득 보이는 미소에 심장 우르르 쿵쾅쾅됨

솔직히 말해서 마법 같은 거 쌩까고 그냥 얼굴만으로도 전설이다 진짜

마법 쓰는 것도 멋있긴 한데…… 난 그냥 존재 자체가 마법 같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생김? 탑 만든사람 미친거 아님?

여초식 주접에 숨이 턱 막히지만, 흑색 마탑주의 정보를 수집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한다.

개중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흑색 마탑주를 찬양하는 주접글마다 하나쯤 꼭 달려 있는 종류의 댓글이었다.

손이 왜 이렇게 예쁘냐,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 내걸로 바꿔주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의 주접 댓글인데.

내용을 살펴 보면, 거의 모든 탑에서 흑색 마탑주는 기혼자로 나오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게다가 중요한 포인트로, 흑색 마탑주의 배우자는 어떤 탑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다는 점.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여성 도전자들이 아무리 분석해 봐도, 결국 배우자의 실체는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배우자, 비주류 계열의 마탑주, 굉장한 미남미녀.

조건만 보면 거의 확정 수준이다. 걸리는 점은 흑색 마탑주가 모든 탑에서 흑발로 나온다는 점 정도인데.

“뭐, 배우자 쪽의 유전일수도 있는 거니까……머리색 쯤이야.”

그림자 마법에는 나도 관심이 많은지라, 개인적으로는 이쪽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후보는 커뮤니티에도 관련 정보가 거의 나와 있지 않은 NPC다.

내가 읽은 주요 NPC 정리본에 적힌 이명은 ‘재버워크’.

남색 마탑, 백색 마탑, 갈색 마탑의 마탑주를 모두 겸하고 있는 마법 학회의 원로.

궁정마법사 대부분의 스승이자, 주문 언어학자이자, 아케인 칼리지의 명예교수.

동시에 전 대륙을 떠도는 방랑 마법사라고도 알려진 살아 있는 신비.

설명이 필요 없는 18층 최강의 마법사다.

**

다음 날, 새벽 내내 매직 미사일을 갖고 놀다가 늦잠을 잔 에인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인벤토리에 넣어둔 음식도 이제 남은게 별로 없어서,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몇 가지 식재료를 얻어 와서,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레시피를 참고 해서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해 봤다.

식당에서 사 먹는다는 방법도 있지만, 이 마을의 식당 음식들은 하나같이 많이 부담스러운 것들이었기에.

나야 아무래도 괜찮지만, 요 꼬맹이에게 아침부터 그런 걸 먹였다간 배탈이 날 것 같아서.

-옴뇸뇸.

“응, 이거 맛있어.”

뭐, 이런 짓도 제법 익숙해지기도 했고- 에인의 입맛이 워낙 막입이라 별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아침밥을 만들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하나 일어났는데.

[패시브 스킬 : 초급 요리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뜬금없이 요리 스킬을 습득했다는 알림창이 떠오른 것이었다. 처음 얻는 생활 계열 스킬이다.

요리 스킬도 레벨을 높이면 나름대로 스펙적 이득이 있는 모양이지만, 초급 수준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골드가 넘쳐나는 나로서는 요리에 집착할 이유도 없고, 애초에 스킬 레벨을 더 높일 자신도 없다.

오히려 괜히 기분만 나빴다. 이제서야 내가 요리 비슷한 걸 했다는 느낌이라서.

이게 초급 1레벨 수준이면, 그전까지 만들었던 것들은 요리도 아니었다 이거잖아.

“나는 진혁악마님이 만들어 주는 게 제일 좋아.”

에인이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밥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이 꼬마의 칭찬에 뭔 의미가 있을까.

그러고 난 후에는 다시 가짜 현자를 찾아가 마법 교습을 받았다.

현자는 내 요구대로 가장 기초적인 마법진 구성법과 매직 미사일의 시전 위주로 강의했다.

물론 하루 만에 내 이해력이 갑자기 올라갈 리도 없어서,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매직 미사일.”

-파직!

내가 시전한 매직 미사일은 여전히 손 위에서 짧게 빛나다 사라질 뿐.

반면 꼬마 에인은 이제 매직 미사일을 완전히 통달했고, 가짜 현자에게 직접 그것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당연히 가짜 현자는 놀라 자빠졌다. 마력량도 빈약한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냐면서.

“이거, 조금만 잘 키웠으면 아주 양질의 제물이 되었겠……아악!”

-뚜둑!

그 와중에 헛소리를 하길래, 다리 한 짝을 분질러 버리긴 했지만- 아무튼.

나는 그 이후, 매직 미사일을 포기하고 공격 마법 말고도 쉬운 마법이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간단한 방어 계열 마법이나, 여기 주민들이 사용했던 마법 자물쇠 같은 유틸적인 계열로.

물론 하나같이 매직 미사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서, 제대로 시전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마법은 정말 천천히 느긋하게 배워야 할 것 같았고, 나는 노선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자, 너는 지금부터 교과서를 집필한다.”

“예?”

“여기에 네가 마법에 대해 아는 걸 죄다 적어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짜 현자에게 빈 공책을 건네주었다. 이번 층에서 못 익히면 다른 층에서 공부하면 그만.

내 진도가 나가지 않는 탓에 에인도 제대로 마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리라.

물론 이번 층에서 아예 포기하는 건 아니고, 마법 연습 자체는 에인과 함께 계속할 예정이다.

그렇게, 마법 교습을 받기 시작한 지 2주가량이 지났다.

**

원래부터 이 마을에는 최장 2주까지만 체류하기로 마음을 정해뒀었다.

마법을 배우는 건 어디까지나 부가 목표고, 결국 메인은 에픽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니까.

에인을 위한 물품을 충분히 챙기고, 나는 마지막으로 가짜 현자를 찾았다.

“어쩐 일이신지……오늘은 떠나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 커헉!”

곧바로 문답무용으로 놈을 죽였다. 이놈이 에인에 대해 알게 된 이상 더더욱 살려둘 수 없었다.

그동안 마법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거지만, 이 혈사교라는 놈들은 기본적인 사고의 베이스가 남다르다.

인신공양을 이용해 힘을 늘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조건만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가출 청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당장은 현자로서 얌전하게 지내고 있지만, 재능이 넘쳐 흐르는 에인을 노리고 무슨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다.

이 놈에게 집필하게 시킨 ‘교과서’도 완성된 참이고, 에인 역시 이놈에게 더 배울 건 없어 보였다.

근본이 흑마법사라 그런지, 기초 마법의 깊이는 일주일 차의 에인보다 못하더라고.

“진혁악마님, 나 준비 끝났어.”

“그래, 짐은 다 챙겼지?”

“응, 여기 넣어놨어.”

에인은 그동안 익힌 수납 마법인 ‘아이템 박스’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꼬마 에인은 고작 2주 만에 기초 마법에 있어서는 거의 달인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나도 지난 2주 동안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초급 요리 Lv.3]

초급 요리 스킬의 레벨이 3까지 올랐다.

그게 전부다.

시발.

절대로 이것 때문에 마을을 일찍 떠나기로 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