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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시련의 탑 17층

성장 기념으로 치즈돈까스 도시락 하나를 까먹으며, 느긋하게 커뮤니티를 구경했다.

[대형상자 아직 안털린 서버 있긴하냐?]

[오늘부터 뿔조각 모으기 노가다 드간다 ㅋㅋ]

[근데 2661 저새끼 구라 아님?]

내 정보 공유글에 대한 도전자들의 반응은 언제나 그랬듯이 제각각이었다.

진지하게 히든을 한번 노려보려는 이들도 있었고, 틈새시장을 노려 이득을 챙겨 보려는 이들도 있었고.

내가 공유한 정보가 아예 거짓말일 수 있다며 의심하는 이들까지도 있었다.

뭐, 사실 의심은 당연한 거다.

히든피스와 관련된 정보글은 어그로나 낚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니까.

내가 올린 스크린샷만으로 모든 정보가 검증되는 게 아니기도 하고, 애초에 내 신용도가 낮은 점도 문제다.

화려한 망령시절의 전적에, 허풍처럼 들리는 썰, 솔플러라는 특성상 분탕을 쳐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 등등.

완전 실명제 커뮤니티에서 혼자만 반고닉으로 있는 셈이니, 신뢰를 받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솔직히 나 같아도 안 믿어.

특히 이번 정보글은 더더욱 그렇다. 정보 검증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 많아도 너무 많으니.

미노타우로스의 뿔조각 천 개쯤이야, 경매장을 통해 사들이거나 대형 길드에서 작정하고 모집하면 금방 모이겠지만.

대형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장신구 4종을 모두 모으는 건 일부 서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대부분 서버의 보물상자가 진작에 다 털렸고, 졸업자들이나 사망자들이 갖고 있다가 없어졌으면 다시 얻을 수도 없고.

게다가 보스인 아스테리오스를 상대하는 데 필요한 스펙 수준도 어마어마하게 높기까지 하다.

나조차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상층의 랭커들이 플로어를 거슬러 내려와야 할 텐데.

플로어를 거슬러 내려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저층 랭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겠지.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다시 한번 말하는데 아무나 하지 마라 보스 존나쎄다]

나 내구스탯 100넘고 뎀감기까지 있는데 한방컷날뻔했다

16층 스펙으로는 탱이고 지랄이고 좆도 안되니까 중상층이상 랭커만 도전하셈

솔직히 최초클보상 말고는 보상도 구려서 할이유도 없을듯

  • 그래도 한방컷은 안났으니까 탱 잘서면 되는거아님?

  • ㄴ ㅈㄹㄴ

  • ㄴ 내구 100 넘는 탱커가 어디 흔하냐?

  • 뭐임시발 너 내구 100넘는다고? 구라아님?

  • 내구 백넘는데 한방컷ㅇㅈㄹ한다 16층인데 뭔 ㅋㅋ

  • ㄴ 히든인데 그럴수도있는거아님?

  • ㄴ 16층 전붕이새끼가 내구 100넘는다는거부터 말안됨

  • ㄴ 탑서운이야기 : 2661게이는 1층에서 40렙을찍은 개미친새끼다

  • 저 재료템 다모은새끼가 아무나겠냐 신경쓰지마셈 ㅇㅇ

혹시 모르니 아스테리오스의 스펙에 대해 경고를 진지하게 여러 번 남겨두고, 커뮤니티를 닫았다.

마지막으로 대형 길드의 간부들에게도 이번 히든에 관해 개인 쪽지로 몇 가지 말을 전해두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무식하게 들이받다가 죽는 놈이 나오면 그건 자연사라고 쳐야 한다.

이제 다음 층으로 올라가 볼까.

나는 폐허가 된 섬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전이문을 활성화했다.

**

전이문 특유의 울렁이는 감각을 느끼며 새롭게 펼쳐진 17층의 세상.

“어우 씨, 생각보다 심한데.”

전이문 너머로 넘어오자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숨이 턱턱 막히는 습기와 열기였다.

대체 습도가 얼마나 높은 건지, 실내 수영장 내지는 습식 사우나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열기나 더위 자체에 대한 내성은 매우 높지만, 환경이 가져다주는 불쾌함은 딱히 줄어들지 않는단 말이지.

왜 도전자들이 저층 최악의 층 중 하나로 꼽는지 알 것 같다.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겠어.

“이번 층은 빨리 넘어가야겠어.”

17층의 배경은 정글이라고 해야 하나, 밀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울창한 숲 속이다.

지능이 높아 사회를 이루고 사는 침팬지의 마을이 안전지대로 존재하고, 그 외의 지역에는 야수들이 나오는 식.

특이하게 판타지틱한 몬스터가 아니라 마력으로 능력이 강화되었을 뿐인 짐승들이 주 적으로 나온다.

그냥 좀 센 짐승이 나온다고 하면 만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이 17층에 나오는 짐승들은 모두 하나같이……오, 마침 저기 하나 나오네.

-뀌이이이이익!!

울창한 나무를 박살 내며, 거대한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들어 왔다.

생긴 건 그냥 상아가 좀 길게 뻗은 멧돼지지만,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가끔 사람들이 멧돼지의 덩치를 경차 수준의 사이즈라고 부풀려 말하고는 하는데.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저놈은 그걸 넘어서, 20톤 덤프트럭 크기였다.

이곳의 짐승들은 단순히 피지컬이 강화된 것을 넘어서, 어마어마한 체급까지 갖고 있다.

나는 주먹에 마력을 두르고 [철벽] 스킬을 발동시켜, 달려오는 멧돼지의 머리에 꿀밤을 놓아 주었다.

-꽝!

망치로 후려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붉은 크리티컬 이펙트가 터지며, 멧돼지는 즉사했다.

초반부터 나오는 걸 보면 알겠지만, 이만한 덩치를 갖고 있음에도 이놈은 잡몹.

17층의 하이라이트는 이 밀림을 사분할 하고 있는 네 마리의 ‘주인’ 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짐승이다.

판정은 필드 보스지만, 거의 레이드 수준으로 인원을 꾸려야만 공략할 수 있는 놈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포인트로, 그 주인 짐승의 종류가 완전히 랜덤이라는 점이 있다.

어느 탑에는 초대형 멧돼지가, 어느 탑에는 초대형 고릴라가, 또 어느 탑에는 초대형 늑대가.

어떤 짐승이 어떤 타입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필드 보스의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어떤 탑에는 유니크 개체인 흑호가 보스로 나왔다던데, 미궁 보스보다 강해서 오랫동안 공략이 막혀 있었다나?

여기 2661번 탑에도 그런 개체가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오러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제대로 실험해 볼 수 있을 거 아니야.

**

나는 침팬지들이 사는 마을에 들리는 건 생략하고, 우선 동쪽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밀림 구역을 사분할 하고 있는 보스들은 당연히 동서남북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일단은 동쪽부터, 한 놈을 잡은 다음 밀림 전체를 한 바퀴 돈 다음 미궁 지역으로 갈 거다.

“오, 이런 것도 있었지 참?”

쭉 전진하다 보니, 웬 거대한 파리지옥 같은 식물이 나를 향해 아가리를 뻗어왔다.

깜빡하고 있었는데, 가끔 파리지옥이니 끈끈이주걱이니 라플레시아니 하는 식물들도 적으로 나타난다.

막 덩굴을 휘두르면서 공격하는 그런 몬스터스러운 놈들이 아니라, 진짜 딱 거대화된 식충 식물.

그리고 식충 식물이 있는 만큼 거대한 해충들도 나타난다. 주먹만 한 크기의 모기 같은 게.

물론 모두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파지지직!

덤벼온 파리지옥이 [라이트닝 차지]에 당해 까맣게 타버렸다.

비단 파리지옥뿐만이 아니라, 조금 전에 말한 주먹만한 사이즈의 모기도 계속 비슷한 꼴을 당하고 있었다.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 스킬을 상시 펼쳐두는 것으로, 나는 인간 전기파리채 같은 짓을 할 수 있다.

미노타우로스도 감전사시킬 수 있는데, 좀 큰 모기나 식물 따위야 말할 것도 없지.

“지능이 딸리니까 그냥 불나방이랑 다를 게 없네.”

-파지직!

다가오면 타죽을 뿐인데도 덤벼오는 거대 모기와 거대 말벌을 보며 계속 전진했다.

처음 마주쳤던 거대 멧돼지에 이어 거대 원숭이와 거대 악어도 주먹으로 아작내가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

[동쪽 주인의 구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맵에 들어서니, 딱 필드 보스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우! 우우우우! 우! 우! 우!

동쪽 밀림의 주인 개체는 산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고릴라, 나름대로 강한 축에 속하는 보스였다.

그것도 연륜을 나타내는 흰 털이 돋아있는 실버백 고릴라다. 마력량도 꽤 되는 것 같고, 이건 당첨이군.

“무기를 꺼내면 거의 무조건 선제공격을 한댔나?”

나는 커뮤니티에서 봤던 팁을 떠올리며, 가볍게 [강철 직검]을 뽑았다. 이어서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

[밀림의 주인은 공물을 바치지 않는 침입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BOSS - 동쪽의 주인 실버 백]

[짐승의 눈이 당신을 위압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뭔가 제약 같은 게 걸리는 듯하다가 캔슬되었다. 오러의 위력을 실험하기 딱 좋겠다.

-둥둥둥둥둥!!

땅까지 울릴 정도로 가슴팍을 두들겨대는 고릴라를 쳐다보며, 천천히 검에 오러를 둘렀다.

곧 고릴라는 나를 향해 쿵쿵거리며 접근해 왔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고작 두 걸음 만에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다.

[도약] 스킬과 [신속] 스킬을 함께 전개하며 공중으로, 고릴라의 머리를 노리고 뛰어오른다.

저만한 덩치니까 단번에 베어내긴 힘들겠지, 일단 되는대로 오러를 길게 뻗어서 크게 베어보자-

“응?”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길게 뻗은 오러와 생각 이상으로 쉽게 베어지는 머리.

[‘동쪽의 주인 실버 백’ 을 처치하셨습니다.]

필드 보스가 평타 한 방에 즉사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