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235 lines
11 KiB
Markdown

132. 번개와 불화살
천천히 흐르는 체내의 마력이 내 몸 상태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내 몸은 정말로 한 차례 두 동강이 났다. 저 빌어처먹을 사기적인 도끼는 아무런 저항 없이 내 척추뼈를 끊었다.
하지만 HP로 인한 시스템의 보호 기능, 치명상을 방지해 준다는 모호한 기능이 그 상태로도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그 직후 [초재생]과 [불굴]이 발동하며 절단되었던 뼈가 아슬아슬하게 붙은 상태.
그렇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는 상태의 몸을, 마력으로 억지로 조종하고 있는 거라고.
-카강!
아스테리오스의 도끼를 흘려내며 뒤로 한 발짝 뛰었다. 전신에 미친듯한 격통이 닥친다.
그럴테지, 기적 수준을 넘어서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으니.
그것도 그냥 움직인 게 아니라, 저 미친 도끼를 막아내기까지 하지 않았나.
“흐……흐핫.”
하지만 입에서는 마땅히 나와야 할 신음 대신, 웃음이 흐른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생명의 위기, 그 속에서 이뤄낸 진화, 기쁘지 않을 수가 있나.
-쿵! 쿵! 쿵!
거리를 벌린 나를 향해 아스테리오스가 다시금 닥쳐든다. 용맹하기 그지없는 사나운 돌진, 이어지는 일격.
마력강화까지 전개한 탓에 매우 빠른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금의 내게는 슬로우 모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몸 상태로 저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걸 수백 번도 더 고민할 수 있을 만큼.
“이걸로 할까?”
마력강화를 통해 방출된 마력을 조작하여, 특정한 형태로 직조한다. 방사형의 원뿔 형태로.
마력의 입자 하나하나를 원하는 대로 배치해 도형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었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날아드는 도끼를 향해 오러를 두른 검으로 살짝 쳐내고, 원뿔형태로 배치한 마력을 이용해 빗겨낸다.
허공에 방패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그리고 방패를 이용한 흘리기는 내 특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콰아아앙!
천파만파 갈라지는 마력의 잔흔과 벼락 세례, 무사히 빗겨냈음에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진다.
팔과 손목 부근의 근육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역시 정면으로 받을 수 없는 위력이었다.
아스테리오스는 이어서 다시 도끼를 휘두른다.
느릿하게 보이는 그것을 천천히 확인하고, 최적의 대처 방법을 고민한 뒤, 실천으로 옮긴다.
-카가강!
오러를 두른 검으로 다시금 도끼를 흘려내고, 놈의 품 안으로 깊이 파고든다.
[약점 간파]
놈의 명치가 눈에 훤히 들어온다. [약점 간파]의 효과로 어디를 노려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레벨이 오른 [약점 간파]의 정확한 스킬 성능은, 상대방의 취약한 부위를 표시하는 것.
그리고 그 부위를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타격하면, 강제로 크리티컬 판정을 발생시킨다.
여태까지는 강제 크리티컬을 터트릴 기회가 좀처럼 없었으나, 이번에는 될 것 같았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철벽]을 두르고 뻗은 내 주먹이 어떻게 나아가는지가 보인다.
가장 정확한 경로로 천천히 수정해 나가며, 가장 정확한 타격의 타이밍에 마력을 집중해서.
검이 아닌 맨주먹에, 단단한 오러를 형성해 내뻗는다.
-콰앙!!!
고막이 절로 욱신거리는 폭발음과 함께, 터지는 붉은 이펙트.
마력강화의 방호력을 손쉽게 뚫어낸 내 타격에 의해, 아스테리오스는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도끼에 몸을 잘린 순간 내가 겪었던 것은, 주마등도 임사체험도 아니었다.
이제껏 없었던 극한의 위기 속에서, 한계까지 발휘된 집중력이 만들어 낸 환상.
일이초 남짓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머릿속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패시브 스킬 : 사고 가속 7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내 집중력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했다.
**
푸른 알림창이 연달아 눈앞에 떠오른다.
[전투 각성]등의 패시브 스킬 레벨이 껑충 뛰어오르고, [마력 지배]와 [마력 강화]의 레벨도 올랐다.
한번에 몇 단계의 경지를 껑충 뛰어넘은 게 틀림없었다. 역시 나는 위험에 처할수록 더 빠르게 성장한다.
-우오오오오오오!!
멀리 날아가 처박혔던 아스테리오스가 포효한다. 그에 호응하듯 놈의 도끼가 벼락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아마도 3페이즈에 들어간 거겠지, 방금 그 일격으로 놈의 HP를 잔뜩 깎아버린 것 같으니.
아스테리오스는 이제 온몸에 혈관을 연상시키는 금빛 선을 새기고, 전신에서 전격을 발하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건지 알 수 있었다. 도끼에 깃든 힘을 육체에 나눠준 것이다.
마력강화에 이어 한 번 더 모든 스펙이 뛰어올랐겠지.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초월적이던 도끼의 공격력은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우우우웅!
내 검에 씌워진 오러가 놈의 마력과 공명한다. 나는 공명에서 비롯한 떨림이 이끄는 대로 마력을 움직였다.
[라이트닝 차지]
-파지직!
그러자 스킬이 발동하며, 오러가 번개의 속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을 쥔 손에서부터 찌릿찌릿한 감각이 근육으로 흘러들어왔다. 내 몸뚱이가 마력을 못 견디고 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을 움켜쥔 것 같군. HP가 조금 차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죽기 직전이니까.
HP : 7/1300
보통은 숨넘어가기 직전이라고 할 만한 HP양이지만, 이게 차오르기를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신에 날이 바짝 서 있다. 도망쳐서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거다.
여전히 몸은 등뼈로 간신히 이어져 있고, 출혈량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수준.
정면에서 무기를 부딪치는 순간 충격파에 휩쓸려 간신히 붙어있는 허리가 뚝 부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느낌이 온다. 확신할 수 있다.
만신창이가 된 지금의 내가, 이전까지의 그 어떤 순간의 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파직! 파지직!
금빛 뇌광을 몸에 깃들이고 다가오는 아스테리오스의 실루엣은 가히 뇌신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어서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그 기세는, 돌진하는 황소 같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벼락을 보는 것만 같았다.
번갯불이 쏘아지듯, 정면으로 달려오는 놈을 향해- 나 역시 지면을 폭파시키며 맞서 달려들었다.
-쩌엉! 콰광!
부딪히는 무기, 쏟아지는 마력의 격류가 파도가 되어 주변을 들이엎는다.
우리의 싸움이 만들어내는 여파는 이미 재해에 가까웠다.
**
하늘이 비명을 지르고, 뒤집힌 대지는 다시금 처참히 쓰러진다.
“오오오오오오!!”
“아아아아아아!!”
사이좋게 기합을 내지르며 빛나는 무기를 부딪친다. 흩어지는 마력과 전격이 다시금 주변을 휩쓴다.
저 여파에 대체 몇 번이나 얻어맞았을까. 전격에 지져진 내장이 꿈틀대며 격통을 만든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아스테리오스의 몸은 강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었다.
목숨을 내던지는 싸움에 이미 섬은 초토화라는 말로 모자라는 꼴이 되어 있었다.
흙과 모래는 모조리 증발해버렸고, 미궁의 구조물이며 자연의 나무 등은 모두 흔적도 남지 않았다.
주변은 그저 돌, 돌, 돌, 핵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암석과 그 파편만이 굴러다닌다.
섬 하나의 지표면이 완전히 쓸려나간 것이다.
내가 오러를 깨우친 뒤로 수십 분간 이어진 전투, 이렇게까지 되고 나서야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HP : 64/1300
계속해서 깎여나가고 회복하고를 반복한 내 HP의 잔량은 이 정도.
다른 도전자들이라면 여기까지 HP가 깎인 것만으로 죽다 살았다고 말할 테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몸 상태가 어떤 꼴이 되건 마력을 통해 억지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당장의 전투에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 숫자만 저렇지 풀 컨디션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스테리오스는 어떤가.
도끼의 파괴력과 공격력도, 신체의 기동력과 완력도, 모두 전혀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만한 출력을 끌어내며 찾아오는 반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천천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싸움은 이미 내가 이겼다. 합을 주고받을 것도 없이, 그냥 적당히 피해 다니기만 해도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끝내기는 좀 아쉽지.”
하지만 나는 굳게 검을 쥐었다.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아스테리오스를 곧게 마주한 채, 정신을 집중했다.
오러를 발현하고 곧바로 실전에 써먹으면서, 이것도 대충 가닥은 잡았다.
하지만 오러와 다르게 시도해 본 적 자체도 없고, 눈으로 본 적도 한 번밖에 없는 기술이다.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처참하게 실패하고 놈의 도끼에 맞아 뒈질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처럼 최대로 고양된 상태가 아니면 언제 또 터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실패하면 죽는다고? 그러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원래 위험할 때마다 더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번에도 나 자신을 믿는 거다.
[사고 가속]
느려진 세계에서 흘러가는 마력의 입자를 통제해 내며, 기술을 준비한다.
실제로는 찰나, 체감하기에는 몇 시간쯤 될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며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정확히 세 걸음 멀리 떨어져 있는 뇌신은 총알처럼 쏘아져 다가왔다.
-우오오오오!!
황금빛 벼락을 깃들인 채 기합을 재리는 아스테리오스를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아직 검이 닿을 리 없는 거리지만, 수직으로 그어낸 일섬은 자연스럽게 대기를 가르고 쏘아졌고.
붉은색 크리티컬 이펙트와 함께, 아스테리오스의 몸을 갈라내었다.
-촤악!
[패시브 스킬 : 오러 마스터리 2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검기, 습득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