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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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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준비운동
몸과 영혼이 맞물리지 않았기에 ‘반쪽 마왕’ 인걸까.
하지만 그 반쪽 마왕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은 장난이 아니었다. 반쪽이라는 이름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족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어마어마한 마력의 양은 그렇다 쳐도, 그 밀도가 굉장하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힘이 저 몸뚱이 하나에 단단하게 뭉쳐 있다.
이제까지 만났던 마족들의 힘이 수증기처럼 흩뿌려져 있었다고 한다면, 저건 얼음처럼 뭉쳐 있다.
“와 이거, 진짜, 존나……이상하네.”
자연경관 하나를 생물 사이즈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마력 감지로 보고 있으면 괜히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역사상 최강의 마왕이니 뭐니 하는 배경 설정 값을 할 테지.
회색 마왕은 그 영혼을 톱니바퀴 장치에 빙의시킨 것 만으로 48층의 보스를 해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몸뚱이만 해도 48층 보스급은 될 테고, 저 몸에 빙의한 마족 역시 원래는 마왕급의 마족이었으니.
아마 이놈이 실질적으로 48층 보스 이상으로 강하지 않을까?
“흐하하하하! 힘이 넘쳐흐르는구나, 이게 회색 마왕의 몸뚱이인가!”
마왕은 기분이 좋은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웃어젖혔다.
-쩌적.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마력이 떨리며 주변 사물에 균열을 일으킨다.
얼마나 힘이 강력하면 저런 게 될까 싶다가도, 그만한 힘을 웃음 따위로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어휴, 아무리 기분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그 귀한 걸 그렇게 질질 흘리냐. 요실금도 아니고.
“시험해 볼까.”
-지잉!
마왕이 돌연 웃음을 그치더니, 눈에서 묘한 색의 광선을 쏘았다. 전조 없는 공격이다.
나는 마력을 두른 방패로 그것을 막아냈지만, 광선은 내 방패를 숭덩 썰어버리고 내 팔을 그었다.
-치지직……!
팔에서 탄내가 난다. 굉장히 강력한 열선, 그것도 내 속성 내성을 뚫을 수준의 위력이다.
마왕은 이어서 팔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강력한 돌개바람이 불어 나를 덮쳐왔다.
-콰과광!
말이 돌개바람이지, 나와 함께 휩쓸린 주변의 사물들은 그것만으로 가루가 나 버렸다.
돌개바람에 휩쓸려 뒤로 밀려나는 도중, 인벤토리에서 쇠구슬 하나를 꺼내 가볍게 던져 봤는데.
날아간 쇠구슬은 마왕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곧바로 바람에 갈가리 찢겨 조각나버렸다.
허, 마력을 싣거나 한 건 아니지만 쇳덩이가 스펀지처럼 찢기네.
새삼 그 바람을 맞고도 멀쩡한 내 신체의 강도는 어떻게 된 건가 스스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신속]
단번에 속도를 높여 마왕에게 접근해, 검을 휘둘러 놈의 몸뚱이를 노렸다. 손맛이 안 좋다.
-카각.
분명 맨몸뚱이인데 거대한 바위에 칼질을 한 기분이다.
그냥 바위라면 내 검에 두 동강이 날 테지만, 이놈의 몸은 기껏해야 긁힌 상처가 났을 뿐이다.
역시 최강급 마왕의 몸뚱이군, 내 마력을 이만큼 두른 검인데도 베이지 않다니.
-후웅!
마왕은 이번에는 쫙 펼친 날개를 휘둘렀다. 날개의 날카로운 끄트머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저 날카로운 마디마디마다 어마어마한 밀도의 마력이 맺혀 있다. 스치기만 해도 베일 거다.
그 때, 돌연 무거운 충격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꽈앙!
오함마로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감각, 몸이 크게 밀려났다.
“크흐흐.”
나를 때린 것은 어떤 마법도 무기도 아니었다. 새까만 아우라가 둘러진 마왕의 주먹이었다.
“이제 좀 알 것 같군, 이 몸의 사용법을.”
아무래도 지금까지 날아왔던 녀석의 공격은, 육체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새로 산 핸드폰의 기능을 이것저것 마구 눌러 보듯이, 일단 하나씩 써 본 거다.
그런데도 이런 위력, 이런 속도, 이런 템포인가- 확실히 징그럽게 세긴 센 모양이다.
“아, 그러셔.”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지.
**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회색 마왕의 육체는 꽤 전형적인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산양의 것을 닮은 뿔이 있었고, 한 쌍의 날개와 꼬리가 달려 있고, 손톱은 면도칼처럼 날카롭다.
전형적인 악마 형상이라는 건, 마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 손톱이며 날개며 꼬리 하나하나가 모두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는 공격용 기관.
그렇기 때문에, 작정하고 힘을 쓰기 시작한 마왕의 공격은 내 두 손 두 발로는 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파앙!
스프링처럼 둥글게 말렸던 꼬리가 어마어마한 탄성을 내며 쏘아졌다.
나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방패를 꺼내, 방사형의 표면을 이용해 날아드는 꼬리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사용된 방패는 그대로 파괴되었다. 공격 한 번에 장비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위력이 나온다.
아니, 사실 위력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장비의 내구도가 내 스펙을 따라오지 못하게 된 지는 제법 됐으니까.
문제는 저만한 위력의 공격이 쉴 틈도 없이 계속 날아든다는 점이다.
원래 육탄전은 그렇다. 공격 한 번을 할 때마다 턴을 소모한다. 이렇게 공격을 막고 나면 원래는 내 차례.
하지만 저 양심없는 놈은 압도적인 스피드와 다양한 공격 수단을 이용해, 억지로 턴을 늘리는 게 가능했다.
-휘잉!
꼬리 공격이 막히자, 날개를 휘둘러 칼바람을 일으킨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고위 마법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톱날처럼 회전하는 마법 탄환이 닥쳐오고, 저 탄환에 적중당한 부위는 갈려나간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갈린다. 조금 전에 한 발 맞아봐서 하는 말이다.
“씨이벌……이건 왜 낫질 않아.”
마법 탄환에 맞았던 팔뚝 부위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내 재생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상처 부위에 모종의 마법적 방해가 걸려 있다. 저주 같은 디버프 계열이 아니다.
-푸슉!
상처 자체가 주기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몸을 찢고 있다. 잔여형 공격 스킬인거다.
이런 건 상처 부위를 크게 도려낸 다음 포션으로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마왕은 한순간도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그럴 틈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신속]
[혼신]
두 개의 버프 스킬을 사용해 다시금 민첩 스탯을 증폭시키고, 날아드는 탄환을 피하며 전진한다.
그렇게 다시금 거리가 확 좁혀졌을 때.
마왕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보란 듯 손바닥을 펼쳤다가 꽉 쥐었다. 마력이 요동친다.
[초감각]
인간의 인지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내 감각은 그 보잘것없는 행동으로 벌어질 일을 바로 눈치챈다.
재빨리 두르고 있던 망토에 마력을 쑤셔 넣어 방패 대신으로 삼고, 몸을 감쌌다.
그에 더해 [철벽]스킬과 [혼신]스킬로 방어력을 증폭시킨 후, 얼굴 부분을 팔뚝으로 가린다.
-콰과과과광!!
정면에서 크레모아가 터진 것 같은 감각, 정체불명의 마력 탄환 수십 개가 온몸을 난타한다.
내 마력을 둘러 강화한 망토는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고, 이마 부근에서 주륵 피가 흘렀다.
갑옷의 몇 부위가 박살 난 채 바닥을 나뒹굴고, 편두통을 연상시키는 욱신거림이 왼쪽 머리께를 괴롭혔다.
“후우……후우……”
와 나 시발, 진짜 어이가 없네. 그냥 마력을 사방으로 분사하는 것만으로 이런 위력이 나온다고?
“…… …… …… ……”
마왕이 뭐라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게 귓가를 스친다.
방금 그걸로 고막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좀 기다리면 알아서 들리겠지.
하지만 떠들어 대던 마왕의 손아귀가 돌연 눈앞에 닥쳐든다. 날카로운 마력을 두른 채.
-쫘악!
재빨리 고개를 숙였지만, 관자놀이 부근의 살이 쭈욱 찢겼다. 귀도 좀 잘린 것 같다.
내 [초재생]과 포션의 힘으로도 완전히 결손된 신체는 회복하기 어렵다.
층수가 낮아 급이 높은 포션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잘려나간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
회색 마왕의 몸을 차지한 녹색 마족의 원래 전법은 스피드를 살린 초고속 전투.
-후웅! 후웅!
그런 만큼, 폭발에 휩쓸려 멀쩡하지 않은 나를 향해서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공격이 계속 날아든다.
아직 반응은 따라가고 있다. 그간 연마한 무기술과 체술은 확실하게 공격을 막고 받아치고 있다.
하지만 놈의 공격에 뒤따르는 마력에 의해, 자꾸만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육탄전 중심인 주제에, 자꾸 광범위 추가타가 발생하고 있는 거다.
“양심이 없나, 씨발……!”
-카앙!
날아드는 마왕의 공격을 억지로 쳐내고, 놈의 품으로 깊이 파고든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빈틈을 잡았다.
마력을 실은 검을 크게 휘둘러, 놈의 몸을 크게 베어낸다.
-촤악!
어마어마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마왕의 육체가, 마침내 처음으로 크게 베이며 피를 뿜어냈다.
**
억지로 빈틈을 파고들어 유효타를 입히긴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타닥!
어쩔 수 없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너저분해진 몸 상태를 한 번 확인했다.
고막도 슬슬 돌아왔고, 다른 상처도 그럭저럭 낫고 있다.
“이 로투랑을 한 번 이겼던 사내답군,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갖고 있어. 설마 이 몸을 벨 수 있다니.”
마왕은 방금 그게 내 밑천이었음을 눈치채고, 낄낄 웃으며 나를 칭찬했다.
“어떠냐 인간, 이참에 내 부하가 되지 않겠나? 마계에 새 시대가 도래할 거다.”
뭐라뭐라 떠드는 마왕을 무시하고, 체내의 마력과 HP 잔량을 점검한다. 아직 여력은 있다.
이래저래 많이 다치기도 했고, 싸움 내내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진 느낌이지만.
도저히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질 않는다. 저층을 등반할 때의 그 막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이대로 싸우다 보면 좀 아슬아슬하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겠지.
좋아, 이 정도면 됐다.
요즘 성장세가 너무 가팔랐던 탓에, 맞상대를 만나지 못해 한동안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
도핑 없이 기본적인 무기술과 스킬만으로 어디까지 싸울 수 있을지도 대충 확인했고, 감도 슬슬 돌아온 것 같다.
뻐근한 어깨를 한 번 돌려 보고, 몸 안의 마력을 정해진 회로를 따라 순환시킨다.
순환된 마력으로 온몸을 감싸고, 방출하여, 내 육체의 힘에 그대로 더한다.
[마력 강화]
-쿠르릉!
천둥 소리와 함께 몸이 빛에 휩싸인다.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새 장비를 꺼낸다.
“하여튼 마족 새끼들, 강약약강이라고 이길 것 같으면 바로 말부터 많아진다더니.”
9층에서 얻은 다크엘프제 방어구 풀 세트, 에르웬이 만들어준 내 애검.
기본 상점제 장비를 수납하고, 내 진심 장비 세팅으로 돌아왔다.
“재생 패시브 가진 놈이랑 싸우는데, 다 이긴 줄 알고 나불거려?”
최소한 반피는 넘게 까고 나서 그러던가, 아직 [불굴]은 켜지지도 않았다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