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75 lines
12 KiB
Markdown
275 lines
12 KiB
Markdown
|
|
112. 준비운동
|
|
|
|
몸과 영혼이 맞물리지 않았기에 ‘반쪽 마왕’ 인걸까.
|
|
|
|
하지만 그 반쪽 마왕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은 장난이 아니었다. 반쪽이라는 이름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
|
|
|
마족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어마어마한 마력의 양은 그렇다 쳐도, 그 밀도가 굉장하다.
|
|
|
|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힘이 저 몸뚱이 하나에 단단하게 뭉쳐 있다.
|
|
|
|
이제까지 만났던 마족들의 힘이 수증기처럼 흩뿌려져 있었다고 한다면, 저건 얼음처럼 뭉쳐 있다.
|
|
|
|
“와 이거, 진짜, 존나……이상하네.”
|
|
|
|
자연경관 하나를 생물 사이즈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마력 감지로 보고 있으면 괜히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
|
|
|
|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역사상 최강의 마왕이니 뭐니 하는 배경 설정 값을 할 테지.
|
|
|
|
회색 마왕은 그 영혼을 톱니바퀴 장치에 빙의시킨 것 만으로 48층의 보스를 해먹을 수 있을 정도다.
|
|
|
|
그렇다면 몸뚱이만 해도 48층 보스급은 될 테고, 저 몸에 빙의한 마족 역시 원래는 마왕급의 마족이었으니.
|
|
|
|
아마 이놈이 실질적으로 48층 보스 이상으로 강하지 않을까?
|
|
|
|
“흐하하하하! 힘이 넘쳐흐르는구나, 이게 회색 마왕의 몸뚱이인가!”
|
|
|
|
마왕은 기분이 좋은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웃어젖혔다.
|
|
|
|
-쩌적.
|
|
|
|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마력이 떨리며 주변 사물에 균열을 일으킨다.
|
|
|
|
얼마나 힘이 강력하면 저런 게 될까 싶다가도, 그만한 힘을 웃음 따위로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
|
|
|
어휴, 아무리 기분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그 귀한 걸 그렇게 질질 흘리냐. 요실금도 아니고.
|
|
|
|
“시험해 볼까.”
|
|
|
|
-지잉!
|
|
|
|
마왕이 돌연 웃음을 그치더니, 눈에서 묘한 색의 광선을 쏘았다. 전조 없는 공격이다.
|
|
|
|
나는 마력을 두른 방패로 그것을 막아냈지만, 광선은 내 방패를 숭덩 썰어버리고 내 팔을 그었다.
|
|
|
|
-치지직……!
|
|
|
|
팔에서 탄내가 난다. 굉장히 강력한 열선, 그것도 내 속성 내성을 뚫을 수준의 위력이다.
|
|
|
|
마왕은 이어서 팔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강력한 돌개바람이 불어 나를 덮쳐왔다.
|
|
|
|
-콰과광!
|
|
|
|
말이 돌개바람이지, 나와 함께 휩쓸린 주변의 사물들은 그것만으로 가루가 나 버렸다.
|
|
|
|
돌개바람에 휩쓸려 뒤로 밀려나는 도중, 인벤토리에서 쇠구슬 하나를 꺼내 가볍게 던져 봤는데.
|
|
|
|
날아간 쇠구슬은 마왕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곧바로 바람에 갈가리 찢겨 조각나버렸다.
|
|
|
|
허, 마력을 싣거나 한 건 아니지만 쇳덩이가 스펀지처럼 찢기네.
|
|
|
|
새삼 그 바람을 맞고도 멀쩡한 내 신체의 강도는 어떻게 된 건가 스스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
|
|
|
[신속]
|
|
|
|
단번에 속도를 높여 마왕에게 접근해, 검을 휘둘러 놈의 몸뚱이를 노렸다. 손맛이 안 좋다.
|
|
|
|
-카각.
|
|
|
|
분명 맨몸뚱이인데 거대한 바위에 칼질을 한 기분이다.
|
|
|
|
그냥 바위라면 내 검에 두 동강이 날 테지만, 이놈의 몸은 기껏해야 긁힌 상처가 났을 뿐이다.
|
|
|
|
역시 최강급 마왕의 몸뚱이군, 내 마력을 이만큼 두른 검인데도 베이지 않다니.
|
|
|
|
-후웅!
|
|
|
|
마왕은 이번에는 쫙 펼친 날개를 휘둘렀다. 날개의 날카로운 끄트머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
|
|
|
저 날카로운 마디마디마다 어마어마한 밀도의 마력이 맺혀 있다. 스치기만 해도 베일 거다.
|
|
|
|
그 때, 돌연 무거운 충격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
|
|
|
-꽈앙!
|
|
|
|
오함마로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감각, 몸이 크게 밀려났다.
|
|
|
|
“크흐흐.”
|
|
|
|
나를 때린 것은 어떤 마법도 무기도 아니었다. 새까만 아우라가 둘러진 마왕의 주먹이었다.
|
|
|
|
“이제 좀 알 것 같군, 이 몸의 사용법을.”
|
|
|
|
아무래도 지금까지 날아왔던 녀석의 공격은, 육체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
|
|
|
새로 산 핸드폰의 기능을 이것저것 마구 눌러 보듯이, 일단 하나씩 써 본 거다.
|
|
|
|
그런데도 이런 위력, 이런 속도, 이런 템포인가- 확실히 징그럽게 세긴 센 모양이다.
|
|
|
|
“아, 그러셔.”
|
|
|
|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지.
|
|
|
|
**
|
|
|
|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회색 마왕의 육체는 꽤 전형적인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
|
|
머리에는 산양의 것을 닮은 뿔이 있었고, 한 쌍의 날개와 꼬리가 달려 있고, 손톱은 면도칼처럼 날카롭다.
|
|
|
|
전형적인 악마 형상이라는 건, 마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
|
저 손톱이며 날개며 꼬리 하나하나가 모두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는 공격용 기관.
|
|
|
|
그렇기 때문에, 작정하고 힘을 쓰기 시작한 마왕의 공격은 내 두 손 두 발로는 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
|
|
|
-파앙!
|
|
|
|
스프링처럼 둥글게 말렸던 꼬리가 어마어마한 탄성을 내며 쏘아졌다.
|
|
|
|
나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방패를 꺼내, 방사형의 표면을 이용해 날아드는 꼬리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
|
|
|
하지만 그걸 위해 사용된 방패는 그대로 파괴되었다. 공격 한 번에 장비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위력이 나온다.
|
|
|
|
아니, 사실 위력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장비의 내구도가 내 스펙을 따라오지 못하게 된 지는 제법 됐으니까.
|
|
|
|
문제는 저만한 위력의 공격이 쉴 틈도 없이 계속 날아든다는 점이다.
|
|
|
|
원래 육탄전은 그렇다. 공격 한 번을 할 때마다 턴을 소모한다. 이렇게 공격을 막고 나면 원래는 내 차례.
|
|
|
|
하지만 저 양심없는 놈은 압도적인 스피드와 다양한 공격 수단을 이용해, 억지로 턴을 늘리는 게 가능했다.
|
|
|
|
-휘잉!
|
|
|
|
꼬리 공격이 막히자, 날개를 휘둘러 칼바람을 일으킨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고위 마법이다.
|
|
|
|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톱날처럼 회전하는 마법 탄환이 닥쳐오고, 저 탄환에 적중당한 부위는 갈려나간다.
|
|
|
|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갈린다. 조금 전에 한 발 맞아봐서 하는 말이다.
|
|
|
|
“씨이벌……이건 왜 낫질 않아.”
|
|
|
|
마법 탄환에 맞았던 팔뚝 부위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내 재생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
|
|
|
상처 부위에 모종의 마법적 방해가 걸려 있다. 저주 같은 디버프 계열이 아니다.
|
|
|
|
-푸슉!
|
|
|
|
상처 자체가 주기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몸을 찢고 있다. 잔여형 공격 스킬인거다.
|
|
|
|
이런 건 상처 부위를 크게 도려낸 다음 포션으로 회복해야 한다.
|
|
|
|
하지만 마왕은 한순간도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그럴 틈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
|
|
|
[신속]
|
|
|
|
[혼신]
|
|
|
|
두 개의 버프 스킬을 사용해 다시금 민첩 스탯을 증폭시키고, 날아드는 탄환을 피하며 전진한다.
|
|
|
|
그렇게 다시금 거리가 확 좁혀졌을 때.
|
|
|
|
마왕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보란 듯 손바닥을 펼쳤다가 꽉 쥐었다. 마력이 요동친다.
|
|
|
|
[초감각]
|
|
|
|
인간의 인지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내 감각은 그 보잘것없는 행동으로 벌어질 일을 바로 눈치챈다.
|
|
|
|
재빨리 두르고 있던 망토에 마력을 쑤셔 넣어 방패 대신으로 삼고, 몸을 감쌌다.
|
|
|
|
그에 더해 [철벽]스킬과 [혼신]스킬로 방어력을 증폭시킨 후, 얼굴 부분을 팔뚝으로 가린다.
|
|
|
|
-콰과과과광!!
|
|
|
|
정면에서 크레모아가 터진 것 같은 감각, 정체불명의 마력 탄환 수십 개가 온몸을 난타한다.
|
|
|
|
내 마력을 둘러 강화한 망토는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고, 이마 부근에서 주륵 피가 흘렀다.
|
|
|
|
갑옷의 몇 부위가 박살 난 채 바닥을 나뒹굴고, 편두통을 연상시키는 욱신거림이 왼쪽 머리께를 괴롭혔다.
|
|
|
|
“후우……후우……”
|
|
|
|
와 나 시발, 진짜 어이가 없네. 그냥 마력을 사방으로 분사하는 것만으로 이런 위력이 나온다고?
|
|
|
|
“…… …… …… ……”
|
|
|
|
마왕이 뭐라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게 귓가를 스친다.
|
|
|
|
방금 그걸로 고막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좀 기다리면 알아서 들리겠지.
|
|
|
|
하지만 떠들어 대던 마왕의 손아귀가 돌연 눈앞에 닥쳐든다. 날카로운 마력을 두른 채.
|
|
|
|
-쫘악!
|
|
|
|
재빨리 고개를 숙였지만, 관자놀이 부근의 살이 쭈욱 찢겼다. 귀도 좀 잘린 것 같다.
|
|
|
|
내 [초재생]과 포션의 힘으로도 완전히 결손된 신체는 회복하기 어렵다.
|
|
|
|
층수가 낮아 급이 높은 포션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잘려나간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
|
|
|
|
회색 마왕의 몸을 차지한 녹색 마족의 원래 전법은 스피드를 살린 초고속 전투.
|
|
|
|
-후웅! 후웅!
|
|
|
|
그런 만큼, 폭발에 휩쓸려 멀쩡하지 않은 나를 향해서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공격이 계속 날아든다.
|
|
|
|
아직 반응은 따라가고 있다. 그간 연마한 무기술과 체술은 확실하게 공격을 막고 받아치고 있다.
|
|
|
|
하지만 놈의 공격에 뒤따르는 마력에 의해, 자꾸만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
|
|
|
어마어마하게 빠른 육탄전 중심인 주제에, 자꾸 광범위 추가타가 발생하고 있는 거다.
|
|
|
|
“양심이 없나, 씨발……!”
|
|
|
|
-카앙!
|
|
|
|
날아드는 마왕의 공격을 억지로 쳐내고, 놈의 품으로 깊이 파고든다.
|
|
|
|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빈틈을 잡았다.
|
|
|
|
마력을 실은 검을 크게 휘둘러, 놈의 몸을 크게 베어낸다.
|
|
|
|
-촤악!
|
|
|
|
어마어마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마왕의 육체가, 마침내 처음으로 크게 베이며 피를 뿜어냈다.
|
|
|
|
**
|
|
|
|
억지로 빈틈을 파고들어 유효타를 입히긴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
|
|
|
-타닥!
|
|
|
|
어쩔 수 없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너저분해진 몸 상태를 한 번 확인했다.
|
|
|
|
고막도 슬슬 돌아왔고, 다른 상처도 그럭저럭 낫고 있다.
|
|
|
|
“이 로투랑을 한 번 이겼던 사내답군,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갖고 있어. 설마 이 몸을 벨 수 있다니.”
|
|
|
|
마왕은 방금 그게 내 밑천이었음을 눈치채고, 낄낄 웃으며 나를 칭찬했다.
|
|
|
|
“어떠냐 인간, 이참에 내 부하가 되지 않겠나? 마계에 새 시대가 도래할 거다.”
|
|
|
|
뭐라뭐라 떠드는 마왕을 무시하고, 체내의 마력과 HP 잔량을 점검한다. 아직 여력은 있다.
|
|
|
|
이래저래 많이 다치기도 했고, 싸움 내내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진 느낌이지만.
|
|
|
|
도저히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질 않는다. 저층을 등반할 때의 그 막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
|
|
|
아마 이대로 싸우다 보면 좀 아슬아슬하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겠지.
|
|
|
|
좋아, 이 정도면 됐다.
|
|
|
|
요즘 성장세가 너무 가팔랐던 탓에, 맞상대를 만나지 못해 한동안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
|
|
|
|
도핑 없이 기본적인 무기술과 스킬만으로 어디까지 싸울 수 있을지도 대충 확인했고, 감도 슬슬 돌아온 것 같다.
|
|
|
|
뻐근한 어깨를 한 번 돌려 보고, 몸 안의 마력을 정해진 회로를 따라 순환시킨다.
|
|
|
|
순환된 마력으로 온몸을 감싸고, 방출하여, 내 육체의 힘에 그대로 더한다.
|
|
|
|
[마력 강화]
|
|
|
|
-쿠르릉!
|
|
|
|
천둥 소리와 함께 몸이 빛에 휩싸인다.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새 장비를 꺼낸다.
|
|
|
|
“하여튼 마족 새끼들, 강약약강이라고 이길 것 같으면 바로 말부터 많아진다더니.”
|
|
|
|
9층에서 얻은 다크엘프제 방어구 풀 세트, 에르웬이 만들어준 내 애검.
|
|
|
|
기본 상점제 장비를 수납하고, 내 진심 장비 세팅으로 돌아왔다.
|
|
|
|
“재생 패시브 가진 놈이랑 싸우는데, 다 이긴 줄 알고 나불거려?”
|
|
|
|
최소한 반피는 넘게 까고 나서 그러던가, 아직 [불굴]은 켜지지도 않았다 새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