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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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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욕구불만
나는 함께 힘의 정수를 되찾으러 가자고, 매우 열정적으로 녹색 마족을 설득했다.
물론 나는 말재주가 정말 형편없으며, 남을 말로 설득하는 일에는 완전히 젬병이다.
“크아아악! 이 악마 같은 놈, 알았다! 알아들었다!”
그래서 말로 안 했다.
말이 아닌 [라이트닝 차지]를 이용한 내 짜릿한 설득에, 녹색 마족은 완전히 넘어왔다.
물론 진짜로 전기찜질만 한 건 아니고, 적당히 주물러 준 다음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서 이야기를 꾸며 냈다.
당연히 내가 꾸며낸 거짓말에는 허점이 많았지만, 그 허점은 커뮤니티의 망령들이 알아서 보충해 주었다.
[마계에 레볼루쑝 일으키려고 하는데 대본좀 써줄사람 구함]
시간이 남아도는 커뮤 망령들, 그리고 마계의 배경 설정에 관심이 많은 사관 도전자들이 설정을 잡아준 거다.
“그, 그게 사실이냐. 정말 마왕이 무력화되었다고? 거짓말은 아니겠지?”
현재 이 녹색 마족은, 나를 모종의 사고에 휘말려 외마계에 떨어져 살아온 인간으로 알고 있는 상태다.
“그래 인마, 그 새끼 그거 영혼만 어디로 소환돼서 몸뚱이만 남았다니까?”
커뮤니티에서 손에 넣은 정보, 자체적으로 잡은 설정, 그리고 상대방을 착하게 만드는 무력.
“네, 네놈의 말이 사실이라면……매우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로군.”
이 세 가지의 조화로, 나는 전직 마왕을 훌륭하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녹색 마족과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정보를 공유했다.
듣자하니, 회색의 마왕에겐 타인의 힘을 빼앗고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힘의 정수란 건 회색 마왕이 전대의 마왕들에게서 뽑아낸 힘을 응축시켜놓은 보석 같은 거라고 하고.
실체가 존재하는 물건이니, 마왕이 무력화된 지금- 작정하고 쳐들어간다면 얼마든지 뺏을 수 있을 거라고.
물론 마왕성에 정면으로 쳐들어가려면 단둘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나는 때를 기다리던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너 말고도 마왕한테 당한 놈들이 있잖아? 그 녀석들을 싹 모아서 쳐들어가는 게 어때?”
힘의 정수를 뺏긴 마족의 숫자는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당장 동서남북의 마왕만 세도 일단 네 명은 되고.
그 네 명 중 두 명을 내가 죽이긴 했는데, 대충 동서남북의 2인자 마족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정수를 뺏겼다는 것은 마왕의 견제 대상이 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런 놈들을 싹 모으면 큰 전력이 될 거다.
“그렇군, 그렇다면 성공률도 크게 오르겠어. 혁명의 동지를 모으자는 건가.”
녹색 마족은 그 혁명 동지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채로,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군이 아니라 내 적을 모으러 다니는 여정이라니, 리버스 포켓몬 마스터구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대 마왕의 비원 - 힘의 정수]
설명 : 당신은 과거 남쪽 마계의 마왕으로 군림했던 녹색의 마족, 로투랑의 야망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색의 마왕을 두려워해 문지기의 신분으로 숨죽이고 있었지만, 그에겐 아직 마왕의 좌를 향한 집념이 깃들어 있었죠.
그는 힘의 정수를 되찾고 회색의 마왕을 무찔러, 다시금 마왕의 좌에 올라서고자 합니다.
당신은 그것을 도울 수도, 방해할 수도, 혹은 돕는 척하며 자신의 실리만을 챙길 수도 있을 겁니다.
[퀘스트 목표]
1. 로투랑의 힘의 정수를 손에 넣기.
2. 로투랑에게 힘의 정수를 돌려주기(선택).
3. 로투랑의 힘의 정수를 파괴하기(선택).
4. 로투랑의 힘의 정수를 빼앗기(선택).
5. 로투랑을 살해하기(선택).
퀘스트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 녹색 마족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선택지에 가까웠다.
일단 힘의 정수를 손에 넣기만 하면, 그다음에 어떤 선택을 하든 보상은 들어올 거다.
문제는 어떤 선택지를 골랐을 때 보상이 가장 크느냐, 그건데.
나는 잠시 퀘스트 목표를 보며 고민하다가- 아주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가만 보니까 이거, 선택 목표 전부 달성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일단 정수를 돌려준 다음 다시 뺏고, 뺏은 건 부숴 버리고, 마지막으로 죽여 버리면 되겠는데?
“북쪽 마계 놈들이라면 설득하기 쉬울 거다, 그곳으로 가도록 하지.”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녹색 마족과 동행했다.
**
마계를 배경으로 하는 14층에도 마을로 불리는 거주 공간은 존재한다.
사실, 말이 마계지 내마계 안쪽은 의외로 살기 나쁘지 않은 공간이다. 사소한 단점 몇 개가 있을 뿐.
밤이 되면 드물게 거대한 마수가 나타나 사람을 물어간다는 점이나, NPC도 죄다 음험한 마족이라는 것 정도?
NPC 마족들은 뿔이 하나밖에 없는 허접들이라, 14층까지 올라올 저력이 있는 도전자에겐 대수롭지 않은 문제다.
전대 마왕이라는 놈들이 죄다 따까리 신세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마족은 기본적으로 강약약강 정신이니까.
하지만 그 강약약강 정신이라는 게 이번에는 나를 참 귀찮게 했다.
“어이, 인간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로투랑 님의 시종 같은 건가?”
“인간 따위가 시종이라니, 휴대식이겠지!”
마을의 마족들이 도전자에게 시비를 털지 않는 것은, 그들이 절대적인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뿔 두 개짜리와 세 개짜리의 마족들은 전혀 절대적 약자가 아니다. 강자 축에 속하지.
단순한 마력의 양만 보면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고, 거기에 마족의 종족 특성인 강한 마나 지배력을 가진 놈들.
그렇기에 딱 봐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녹색 마족에겐 굽실거리고, 그 옆에 있는 나에겐 거들먹거리기 바쁘다.
북쪽 마계의 마왕을 맡고 있었다던 녀석을 찾기 위해 지역을 넘어온 지 벌써 두 시간 째.
그 두 시간 동안, 나는 몇 번이고 이런 상황에 놓였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대응하는 방식은 한결같았다.
“야, 이놈들은 어떠냐?”
“빼앗기지 않았다, 약해.”
힘의 정수를 빼앗기지 않은 평범하게 약한 마족들이란 뜻이다.
로투랑은 대답과 함께 질끈 눈을 감았다. 내게 시비를 걸던 마족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전대 마왕 출신의 강자인 로투랑과 내가 맞먹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표정.
-콰지직!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가장 가까운 마족을 정수리부터 반으로 갈라버렸다.
**
마계 북쪽 지역으로 넘어온 두 시간 동안, 내가 처치한 마족의 숫자는 대충 백쯤 된다.
그리고 백이나 되는 마족을 잡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이놈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매우 부족하다는 거다.
타고난 육체의 강인함과 보유한 마력의 양은 굉장하지만, 거대하다기보다는 비대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힘의 정수를 뺏긴 놈들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놈들마저 마력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해 빠졌으니.
살만 뒤룩뒤룩 찐 도축장의 돼지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이 자식이!”
대뜸 몸이 반으로 갈라진 동료를 보곤, 격분하여 달려드는 뿔 세 개짜리 마족.
나는 [강철 직검]에 마력을 흘려 넣고, 달려드는 마족 녀석의 팔을 빛나는 칼날로 베어버렸다.
이 [강철 직검]은 1층에서도 구할 수 있는 상점제 잡템인 만큼, 원래라면 마족들의 강인한 육체를 벨 수 없다.
[예리] 풀강을 해도 예리함이 부족하고, [내구] 풀강을 해도 내구도가 부족해 쉽게 부러지는 게 당연한 수준.
하지만 내 마력을 흘려 예리함과 내구도를 보충함으로써, 천하의 보검 못지않은 무기가 된다.
-촤악!
마족 하나를 더 베어 넘기고, 옆에서 손톱을 휘둘러오는 다른 마족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으적,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통째로 분질러진 마족의 목이 눈앞에 알맞게 놓였다.
그대로 한 번 더 검을 휘둘러, 놈의 몸통과 머리를 이별시켜주었다.
검에 마력을 흘려 넣는 것은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는 감각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MP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도 없고, 동작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스킬의 상위 호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마력을 다루는 검술이 스킬에 비해 부족한 점이라면, 복잡한 조작을 요구한다는 것 정도뿐.
버튼 하나로 쓸 수 있는 매크로와, 하나하나 직접 입력해서 발동하는 커맨드의 차이다.
예전에는 나도 그 ‘커맨드 입력’을 어려워해서, 액티브 스킬을 섞어 쓰곤 했지만.
[마력 지배]를 손에 넣고 마력을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된 지금은- 검술 스킬 자체를 아예 안 쓰게 되었다.
[웨폰 마스터리 Lv.2]
- 한손검 숙련 (929 / 999)
하지만 시스템은 이걸 스킬 사용으로 인식하는지, 스킬을 쓸 때마다 오르는 숙련도 수치는 계속 상승 중.
곧 한손검 숙련도는 최대치인 999를 찍을 예정이다. 이것도 업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끝났어, 마저 가자.”
덤벼오는 마족들을 싹 쓸어버린 후, 피를 털어낸 검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어느 쪽이 마족인지 모르겠군, 외마계에서 살다 보면 인간도 이렇게 되는 건가.”
녹색 마족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내 처지가 이렇다.
14층 최강 수준인 몬스터가 질겁할 정도의 강함.
커뮤니티의 랭커들도 내가 얼마나 강한지는 전혀 가늠을 못 하고 있다.
이러니까 자꾸 회색의 마왕인지 뭔지에 대해서 미련이 생길 수밖에.
힘의 정수를 완전히 되찾은 마계 혁명 군단이 충분히 강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