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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 사냥
활과 화살의 크기가 거대한 만큼, 날아드는 화살이 내는 소리 역시 남다르다.
-푸학!
다크엘프의 대형 발리스타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며, 화살 세례가 닥쳤다.
이렇게나 커다란 주제에 날아드는 속도는 평범한 화살에 전혀 뒤처지지도 않고, 오히려 더 빠르다는 인상이다.
팔이 네 개라서 활을 더 세게 쏠 수 있는 건가. 어쨌든 엘프의 궁술로 쏘아지는 화살은 피할 수 없다.
-쾅!
마력감지를 전개해 날아드는 화살을 방패로 받아냈다. 부딪히는 소리 역시 아주 요란하다.
그리고 위력도, 씨발, 이거 생각보다 더 센데.
마력강화를 쓴 내 스펙으로도 제대로 받아내기 힘든 공격이었으니,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크학!”
“커헉!”
화살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이들이 몸을 관통당하며 픽픽 쓰러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치명적이지 않은 부분을 맞은 이들도, 화살을 맞은 직후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예상대로 화살 자체에 뭔가 부가 효과가 있는 게 틀림없다. 한 방만 맞으면 즉시 무력화인가.
“씨발 진짜.”
이거, 역린을 찾으려면 일단 저 거인들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내게 활을 쏜 거인을 향해 단숨에 거리를 좁혀, 크게 검을 휘둘러 다리를 베어버렸다.
덩치가 워낙 커서, 어지간해서는 한 방에 끝낼 수가 없다. 방어력과는 별개로 무조건 두 번은 베야 한다.
-촤악!
그렇게 한 놈을 베는 사이에, 다른 거인들은 한 번 더 화살을 메기고- 검을 든 거인들은 뛰어들어온다.
“흐읍!”
메르세데스를 비롯해 도드라지게 강한 몇몇은 당연히 거꾸로 거인을 쓰러트리지만, 그건 역시 소수.
필중필살의 화살을 마구잡이로 쏘아대며, 거대한 덩치로 밀고 들어오는 거인에 대부분이 속수무책이다.
거기에 뱀용 본체는 꿈틀거리며 요동치고, 드문드문 초반의 검은 가지 공격이 쏟아지고 있으니.
씨발, 이 지랄을 여기서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네.
나는 인벤토리에서 쇠구슬을 잔뜩 꺼내, 뒤틀린 엘프 거인들을 향해 냅다 흩뿌렸다.
놈들은 공격력은 강해도 방어력은 형편없으니까, 이렇게 대충 날린 쇠구슬로도 처치할 수 있을 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양심 없는 새끼들은 엘프 특유의 민첩한 몸놀림도 갖고 있었다.
-후웅! 후웅!
“지랄, 이걸 피한다고?”
저 산만한 덩치로 어떻게 저리도 잽싼지, 단순한 궤적의 쇠구슬을 가볍게 피해낸다.
심지어 놈들이 들고 있는 무구 중에는 방패도 있어서, 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막아내기까지.
팔이 네 개라서 궁병인 주제에 방패를 함께 쓸 수 있다. 효율이 존나 좋은 몸뚱이다.
“이 내가 직접 창조한 엘프들은 어떤가, 어리석은 인간족아.”
욕설을 내뱉으며 또 하나의 거인을 베어 넘기던 중, 머릿속에서 전음이 울려 퍼졌다.
하이엘프 왕의 목소리다. 생각해 보니, 뱀으로 변한 직후에도 제대로 말할 수 있었지. 이 새끼.
“수호와 개척을 목적으로 탄생한 두 엘프종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그들은 오직 전투를 위해 태어난 병사이니.”
“그래 이 새끼야, 차원이 다르게 좆같이 생겼네.”
“패배자의 발상이군, 외모는 아무래도 좋지. 새로운 별에 가장 먼저 뿌리내릴 나의 엘프들이 미의 기준이 될 테니까.”
대꾸하는 꼴을 보니 보통 여유로운 게 아닌 것 같다. 비웃음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나쁘다.
“포레스트 엘프와 나이트 엘프에 이어, 새 별에서 새롭게 떠오를 나의 엘프들을- 이 자리에서 던 엘프라고 명명하겠다.”
주둥이로 떠드는 게 아니라서 막을 수도 없고, 아니지, 잠깐만, 주둥이?
가만 있어봐,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역린이라는 명확한 급소에 시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인가. 급소는 그 밖에도 달리 있잖아.
“부상당한 사람들 전부 리콜해, 마력강화 안 되는 놈들도 전부! 아니 그냥 싹 다! 그리고 포격!”
나는 잠시 꺼두었던 마력강화를 다시 발동하고, 검을 들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갔다.
**
갖가지 공격이 다시금 날아들지만, 나는 방어력을 믿고 무작정 정면으로 돌진했다.
-콰곽, 과직, 콰광!
마력강화의 방호력과 [철벽] 스킬을 더해 공격을 받아내며, 몸통박치기로 길을 뚫는다.
최대 속도로 질주하자, 금세 뱀용의 머리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높이 점프했다.
뛰어오른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쩍 벌려지는 아가리, 이 정도로 큰 주둥아리면 당연히 나 정도는 한입에 삼키겠지.
나는 전이와 리콜을 위해 필요한 손목의 마도구를 잠시 떼어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그대로 놈의 입안으로 다이빙했다.
뭣하러 힘들게 급소를 찾고 있단 말인가. 생명체라고 한다면 몸속은 대부분 급소일 거 아니야?
몸 안에 있으면 포격 타이밍에 맞춰서 복귀할 필요도 없고, 귀찮게 거인을 상대할 필요도 없다.
-촤자자작!
뱀용의 식도로 추정되는 부분을 칼로 긁으며 내려왔다. 분수처럼 쏟아진 피와 축축한 소화액이 몸에 잔뜩 묻었다.
현재 나는 갑옷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비를 해제하고 거의 맨몸으로 있는 상태다.
원래라면 이 소화액인지 뭔지에 녹아서 소화되어야 하겠지만, 내가 부식 내성 레벨이 보통 높은 게 아니라서.
“근데 뱀 내장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입을 통해 들어왔으니 여기는 위장이나 식도겠지, 심장 같은 부위를 노리고 싶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나.
이렇게 되면 이제는 인벤토리에 준비해 둔 그 물건의 차례다. 나는 곧바로 그것을 꺼냈다.
마석을 엮어 만든 간이식 마력 폭탄. 원래는 역린을 가르고 처박을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쓰자.
-푹!
나는 가능한 한 깊숙한 안쪽까지 들어와서, 검을 휘둘러 상처를 낸 자리에 마석 폭탄을 잘 심어두었다.
“아군을 버리고 내 뱃속으로 들어오다니, 생에 미련이 없는가- 이름 모를 인간족이여.”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전음. 목소리가 조금 전과 살짝 다르다. 이런 건 생각 못 했나 보지?
-후두둑, 후둑!
위벽인지 뭔지 모를 벽면에서 새까만 체액이 쏟아진다. 조금 전의 위액과는 달라 보인다.
거인이나 나뭇가지 이외의 몸을 지키는 수단인가. 살짝 손을 대 보니, 불로 지진 것처럼 손끝이 타들어 갔다.
이 느낌도 통증도 모두 익숙하다. 누가 뱀 아니랄까 봐 자체적으로 독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고통 속에서 무의미하게 죽도록 해라.”
엘프 왕의 선언과 함께 넘쳐흐르는 독액의 세례에도, 나는 꿈쩍하지 않고 폭탄을 만졌다.
내 독 내성과 부식 내성을 뚫는 게 뭐 어떻다고, 애초에 내가 내성을 키운 방법 자체가 이런 식이었는데.
내 재생력과 이 녀석의 독액, 그리고 내 공격력과 이 녀석의 생명력이 서로 겨루는 거다.
“누가 먼저 죽나 해 보자.”
[혼신] 스킬로 내구력을 최대한 증폭시키고, [철벽]스킬을 사용하며, 나는 폭탄을 가동했다.
**
시야가 백색으로 물들고, 터져 나온 마력에 감각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그대로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사방 모두가 뱀용의 몸뚱어리, 아무렇게나 베어도 전부 공격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내 몸뚱이긴 한데.
[패시브 스킬 : 기절 내성 13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 전투 지속 16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몇몇 스킬 레벨이 계속해서 오르는 걸 보면, 분명 심하게 만신창이일 게 뻔하다. 실제로 통증도 장난이 아니고.
마음같아서는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지만, 목이 잘못됐는지 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서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내 앞에 있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베고 또 베었다.
그러던 중, 약간의 감각이 몸에 돌아오며- 뜨거운 바람이 훅 끼쳐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푸학!
바람이 끼쳐오는 방향으로 몸을 내밀었더니, 바깥이었다. 뱀의 배를 가르고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아아아아아!!
뱀용의 요란한 비명소리가 귓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내가 속에서 날뛰는 사이, 바깥쪽에서도 피해를 준 모양.
나는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전이용 마도구를 다시 장착하고, 리콜을 요청했다.
-츠팟!
공간 전이 특유의 울렁거리는 감각과 함께, 나는 연합 부대의 진지 중 하나로 귀환했다.
“맙소사, 꼴이 말이 아니군. 포션, 누가 포션을 가져와!”
아마도 걸레짝이 되었을 내 몸뚱이를 보고 난리 치는 병사에게 손을 휘휘 젓고, 내 포션을 꺼내 마셨다.
마시려고 했는데 질질 흐르는 걸 봐서는 얼굴도 어떻게 됐나 보네, 사지가 안 날아간 게 천만다행이다.
“크……어윽, 아, 아아.”
그럭저럭 몸을 회복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소리를 냈다. 이번에도 HP가 상당히 갈린 상태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차피 회복될 내 HP가 아니라, 월드 보스의 HP다.
나는 진지 밖으로 나가서 뱀용의 상태를 살폈다. 그 잠깐 사이, 바깥은 말도 안 되는 꼴이 되어 있었다.
“허, 씨팔, 저게 뭐야.”
여기저기에 생채기가 난 뱀용의 몸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왜 뜨거운 공기가 느껴지나 했더니, 불타고 있잖아. 나는 진지의 병사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조금 전부터 갑자기 스스로 발화하기 시작했다. 모종의 마법 같은데.”
HP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새 패턴이겠지, 커뮤니티에서도 피가 깎이고 난 이후가 진짜라고 했으니.
마법 공격에 대한 방어 대책은 착실하게 갖춰져 있다. 난데없이 브레스를 쏴도 한 번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뱀용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이어진 것은 마법이 아닌 물리 공격.
-콰과과광!
화염을 휘감은 뱀은 그대로 그 거체를 움직여, 대지를 휩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