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0 KiB

8층의 서브 퀘스트는 대부분 전투와 관련된 것들이다.

다크엘프, 하이엘프, 왕국군의 삼대 세력이 직간접적으로 충돌하는 현장에서 무력을 행사하는 것.

나는 다시 정찰대에 합류함과 동시에, 정석적인 퀘스트 내용대로 이곳저곳에서 날뛰었다.

-쾅!

투척한 쇠구슬이 사족보행형 골렘의 머리를 박살 내고, 그 안에 숨어있던 마법사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족 보행형 골렘은 왕국군의 특수 병기 중 하나로, 내부에 술사가 탑승해 조종하는 특이한 골렘이다.

실시간 조종이라는 특징으로 이런저런 정보 수집에 이용되고 있다는데, 어마어마하게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뭐, 뭐야……너는 누구냐! 왜 우리를 공격하지!”

인간족 마법사는 오른손에 파이어볼을 만들어내며, 나를 향해 물었다.

확실히 저놈이 보기에는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일 거다.

다크엘프 진영을 정찰할 목적으로 들어왔는데, 웬 인간한테 공격받은 상황이니까.

“이거 안 보이냐?”

나는 내 어깨에 찬 견장을 가리켰다. 견장에는 다크엘프 정찰대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마법사는 문양을 알아보더니 경악했다. 인간이 다크엘프의 편에 붙은 게 놀라운 모양.

근데, 인간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남의 땅에 병기를 끌고 들어왔으면 당연히 공격받는 거 아니냐.

“그, 그건……맙소사, 다크엘프 쪽에 붙다니. 네놈, 더러운 용병 나부랭이였구나!”

-화르륵!

“전투행동을 벌일 생각은 없었지만, 네놈 같은 인류의 배신자를 놔둘 수는 없지!”

저 마법사 눈에는 내가 돈에 눈이 멀어서 이종족의 편을 드는 용병 같은 걸로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뭐, 지금 시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긴 하지만.

마법사가 소환한 파이어볼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느껴지는 마력의 양은, 음, 별 거 없네.

-퍼엉!

대충 팔을 휘둘러 파이어볼을 쳐냈다. 역시 이놈도 그냥 잡몹 수준밖에 안 된다.

하긴, 그동안 내가 만났던 NPC들이 유독 강했던 거니까. 애초에 왕국군 NPC들은 다 약하고.

“무, 무슨, 네놈 정말 인간이냐……?”

인벤토리에서 미스릴 완드를 꺼내, 마법사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깡!

마법사는 나름의 방어를 펼쳤지만, 미스릴 완드는 그걸 무시하고 놈을 기절시켰다.

기절한 마법사는 대충 버려두고, 사족보행 골렘을 으깬 다음 핵을 뽑아 정찰대에 가져다주었다.

“그렇군, 이게 인간족의 새 병기란 말이지……정말 고맙다, 또 한 건 했구나!”

“어.”

“오늘도 그냥 가는 거냐? 너무 그러지 말고, 가끔은 같이 식사라도 하자.”

다크엘프 정찰대원의 권유를 무시하고, 나는 오늘도 내 숙소로 혼자 돌아갔다.

**

삼대 세력간의 무력충돌은 점점 잦아지고, 세력의 중심이 되는 NPC들도 점점 바빠진다.

영약을 먹고도 병세를 완전히 떨치지 못한 여왕을 대신하고 있는 엘레노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대여, 요즘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아닌가? 도움을 주는 건 고맙지만, 조금 쉬엄쉬엄 하지그래?”

“됐어.”

“그대,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구나. 역시 그대도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지? 다 알고 있다!”

덕분에 엘레노어가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쳐낼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알기는 무슨, 됐으니까 네 일이나 해.”

엘레노어는 내 태도 변화를 느끼고 있는 듯했지만, 당장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급했다.

여왕의 병세가 길었던 육신의 수명이 슬슬 다해가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엘레노어는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가 전쟁에 가까워질수록 더 바빠질 것이다.

나한테는 아주 잘 된 일이었다.

“후우……”

나는 빽빽한 퀘스트창을 띄우고, 오늘도 싸우러 나선다.

**

작정하고 진도를 빼기 시작하니, 퀘스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엘리트 NPC나 히든 보스쯤 되지 않으면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벤토리에는 퀘스트 보상이 계속해서 쌓였고, 경험치를 얻으며 레벨과 스펙도 조금씩 올랐다.

7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질주] 스킬이나 [약점 간파] 스킬의 레벨도 꽤 성장했고, 전반적인 전투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마력의 운용 쪽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마력강화를 자력으로 깨우치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불안하게 요동치는 마력을 뜻대로 다루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펜던트를 사용해 마력강화를 발동하고, 그 감각을 몸에 익히려고 노력한 지도 벌써 몇 주째다.

랭커들이나 사용하는 최상급 스킬을 8층에서 익히려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인 걸까.

“원리는 슬슬 대충 알겠는데……”

명상을 하며 마력을 움직이다 보면, 혈관이나 신경계와는 다른 모종의 통로가 느껴진다.

커뮤니티의 자칭 정통파 메이지들의 말에 따르면, 이건 모든 생물이 갖고 있는 마력의 회로라는 모양이다.

펜던트를 통해 마력강화를 발동하면, 이 회로를 통해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흘러들어온 마력은 그대로 다시 방출되는데, 그렇게 방출된 마력은 곧 내 신체를 감싼다.

마력강화를 발동할 때의 ‘쿠르릉’ 하는 천둥소리와, 마력강화가 제공하는 방호력의 원천이 이것이다.

회로를 통해 방출된 마력이 공기를 떨리게 하고, 몸을 두껍게 감싸며 갑옷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흘러들어오는 마력은 펜던트에 충전된 마력일테고.”

그렇다면, 자력으로 마력강화를 하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 회로를 통해 마력을 순환시키면 그만.

하지만 미로처럼 복잡한 경로를 마력이 올바르게 통과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

내 마력은 항상 진정되지 않은 상태로 격하게 움직이고, 제대로 통제되지도 않고 있으니까.

그냥 근육이나 신체의 특정 부위에 마력을 쏟아붓는 거라면 어렵지도 않은데 말이다.

“후우……염병할……”

사실, 마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자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마력이 의지와 마음에 반응하기 때문에.

내 의지와 마음이 모순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거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서브 퀘스트는 오늘 자로 거의 모두 클리어했다. 이제 다크엘프의 서 2장도 끝나간다.

즉, 엘레노어가 다시 깡통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

마지막 남은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고, 진영 퀘스트 2장을 마무리지었다.

이제 남은 건 보상 수령뿐이다. 나는 8층 보스전을 준비하며 숙소에서 혼자 커뮤니티를 들여다보았다.

이번 층의 보스는 8층 초반에 보았던 나무 골렘의 강화판으로, 핵이 따로 없는 특수한 골렘 타입의 적이다.

정석 공략 방식은 화염 속성 마법을 사용한 원거리 포격전.

마법사 위주로 파티를 꾸린다면 10인 이하의 파티로 공략할 수 있을 만큼 상성을 많이 탄다고 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속성 공격은 [라이트닝 차지]의 전기 속성 하나 뿐이기에, 별로 참고할 만한 내용은 못 된다.

기본 패턴도 나무뿌리를 이용한 속박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단순하니, 쉽게 깰 것 같다.

-똑똑.

커뮤니티 창을 닫고 나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미 특유의 기척으로 엘레노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문은 노크 직후 곧바로 열렸다.

“역시, 아직 안 자고 있을 줄 알았다. 무리해서라도 시간을 내길 잘했군.”

엘레노어는 내 떨떠름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모처럼 그대가 찾아왔는데, 좀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질 못해서 무척 아쉬웠던 참이거든.”

“그러셔.”

“정찰대에서 전해달라는 것도 전해줄 겸 해서, 잠시 이야기하러 와 봤다.”

엘레노어의 손에는 한 쌍의 장갑이 들려 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진영 퀘스트 2장의 최종 보상 같다.

저걸 받는 순간 이곳의 NPC들은 다시 깡통이 된다. 생각보다 이르지만, 상관없다.

“그대, 요즘 들어 마음이 편치 않아 보여. 아직도 이유를 말해주기는 힘든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련의 탑에 관한 이야기, NPC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아아, 재촉하는 건 아니다. 그냥……그대가 많이 괴로워 보여서.”

“그러냐.”

“그래 보여,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엘레노어는 쓰게 웃었다. 그리곤 이내 자신이 방해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말하기 힘들다고 해서 계속 참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벽에다 대고서라도 이야기해보면 조금 편해질지도 몰라.”

엘레노어는 그렇게 말하고는, 퀘스트 보상인 장갑을 내게 건네주었다.

장갑을 받자마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동시에, 엘레노어에게서 느껴지던 강렬한 기척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후후, 좋은 밤이구나.”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엘레노어의 표정에서 생동감이 옅어졌다.

7층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평범한 NPC로 돌아간 것이다.

벽에다 대고서라도 이야기해보면 편해질지도 모른다고 했던가.

“다 니들 때문이잖아, 이 개 같은 깡통 새끼들아……”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엘레노어에게 생각나는 대로 말을 토해냈다.

딱히 편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