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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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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 속에서 집중력과 판단력은 급격히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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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야가 한순간에 백색으로 물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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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스킬을 사용해 내구 스탯을 증폭, [철벽]스킬을 발동해 방어력을 증강.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내 차폐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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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히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부족하다면, 다음은 주변을 이용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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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대 사이즈의 차폐물, 에메랄드 와이번의 뒤편으로 몸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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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깝지만, 이놈들의 몸은 본인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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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체 자체의 내구력으로 되는 건지, 아니면 특이한 마법적 수단으로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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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라면 살 것이고, 후자라면 뒤지겠지. 뻗어버린 와이번이 곧이곧대로 내 방패가 되줄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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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판단을 마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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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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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나온 굉음이 울리던 귓가에는 곧 이명만이 맴돌고, 시야는 이미 새하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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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시각, 그리고 이어서 촉각과 마력 지각마저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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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의 HP 바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깎여나가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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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겨 있는듯한 몽롱함을 느끼며, 힘겹게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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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르게 마력을 순환시켜 몸의 상태를 확인하고, 동시에 내 쪽으로 광선을 쏘았던 와이번들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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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쪽을 향해 쿵쿵거리며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거리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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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들도 그렇게 느려터진 건 아니라서, 거리가 좁혀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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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끊겼던 것은 거의 한순간뿐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잠깐 사이 몸은 아주 걸레짝이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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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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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이 멋대로 나온다. 뭔가 토할 것 같았는데도, 피는커녕 침조차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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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목이 타들어 간 것 같다. 씨발, 숨만 쉬어도 불로 지져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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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도 제대로 지져진 것 같고, 사지도 멀쩡한 곳이 없다. 이 정도면 거의 석탄이 됐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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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에 표시된 HP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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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커헉, 큭, 씨, 바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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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뭔가 기분이 좋다. 타들어 간 입꼬리가 삐쭉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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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을 이룰 때마다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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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맹세가 나를 앞으로 잡아끈다면, 성장의 쾌감은 내 등을 떠미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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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흐흐,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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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느끼고 있는 쾌감은 성장을 체감했기 때문인가. 그건 아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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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혐오한다. 스스로 느끼는 쾌감과 온갖 동물적 욕구를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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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자신을 죽을 위기에 내던져왔다. 죽고 싶어서, 나를 죽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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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을 위기 속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강해지기에, 생각해 보면 이만큼 모순된 행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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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위기에 자신을 내던지는 행동 자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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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죽고, 성공하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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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도박처럼 보이지만, 양쪽 모두를 바라는 내겐 어느 쪽이건 당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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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헥, 켁, 크, 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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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느끼며, 내게 접근하는 다섯 마리의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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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짜릿하고, 짜증 나고, 징그럽고, 혐오스럽고, 역겹고, 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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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의지는 마력의 운용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에, 이 순간 내 마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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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내 마력을 이용하는 게 아니니까, 이런 때라도 안심하고 써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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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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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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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을 마친 펜던트를 사용하자, 벼락 소리와 함께 온몸에 막강한 힘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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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바깥으로 나온 와이번들은 보다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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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안은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건 아니지만, 못 날아오를 정도로 좁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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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와이번 다섯 마리 중 두 마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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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놈들의 진짜 무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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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지금부터가 진짜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HP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죽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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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릿수를 돌파한 [전투 지속]과 [전투 각성]등의 영향도 있겠지, 반쯤 익은 몸으로도 나는 여전히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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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HP가 급격히 떨어지며 발동한 [불굴]의 강화 효과, 펜던트로 발동한 마력강화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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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의 그 어떤 순간보다, 지금의 내가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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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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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박차며 쏜살같이 지상의 와이번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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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은 발톱을 휘둘러 달려드는 나를 후려치려 했으나, 내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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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좁힌 뒤, 인벤토리에서 꺼낸 굵은 창을 내질러 와이번의 목 근처에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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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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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와이번들에게서 강렬한 마력의 파장이 느껴졌다. 광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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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버프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할 수 있었던 공격이다. 지금은 더 쉽게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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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진 광선이 지면을 휩쓸었지만, 나는 이미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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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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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세를 고치고, 한손검을 든 채 소드 차지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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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 판정과 함께 몸이 전방으로 쏘아지고, 순식간에 날아올라 있던 와이번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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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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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락 말락한 애매한 거리, 인벤토리에서 대형 할버드를 꺼내 와이번의 어깻죽지에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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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할버드의 자루를 붙잡고 기어올라, 와이번의 등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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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달성 : 비룡의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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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모를 업적이 달성되며, 보상으로 스탯이 약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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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은 등에 올라탄 나를 떨쳐내기 위해 온갖 곡예비행을 시도했으나, 그런 것에 떨어질 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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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와이번의 어깨에 검과 창을 더 박아넣은 뒤, 더 단단하게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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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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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와이번들이 격추를 위해 광선을 쏘아댔지만, 개중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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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이번이 잘 날아서인지, 저놈들이 동족을 향해 제대로 쏠 수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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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단 올라타니까 편하다는 건 알겠다. 슬슬 편하게 버티는 법도 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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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 라이더같은 클래스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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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탈것을 키울 수 있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에서 투척용 무기를 새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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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란하게 비행하는 와이번의 등 위에서도, 내 투척 능력의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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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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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다른 와이번을 향해, 무기를 집어던져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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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와이번의 최대 약점은 역시 화력에 비해 방어력이 낮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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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속도도 생각보다 느려서, 내 최대 특기인 투척 공격으로 몇 번이나 유효타를 입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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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슬 쓸모를 다한 와이번의 어깨를 크게 도려낸 뒤, [혼신]으로 근력을 강화해 손으로 날개를 뜯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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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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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와이번은 추락, 다른 와이번들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채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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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션을 들이켜 남은 상처를 치유해가며, 다 죽어가는 와이번들의 숨통을 끊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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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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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에 맞아 죽을 뻔 했던 것만 빼면, 완전히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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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대로 실력을 갖추고 난 이후로 대형 몹과의 싸움은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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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만 잘못 맞아도 죽지만, 기교랄 게 없는 짐승의 무식한 공격에는 한 대도 안 맞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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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이것도 내 기본 스펙이 이놈들을 따라갈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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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는 진짜 사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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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결국 불굴과 펜던트를 이용한 마력강화의 더블 버프가 어이없을 정도로 강력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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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력한 버프 성능이 마냥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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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전투력 상승을 가져다주는 마력강화의 발동을 완전히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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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 사용 후에 찾아오는 반동도 얕볼 수 없고, 충전식인 탓에 원할 때마다 유연하게 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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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의 성능을 알아버린 이상,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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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무 강한 아이템은 여러모로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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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루라도 빨리 자력으로 마력강화를 할 수 있게 되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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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성은 이쯤 하고, 이제 남은 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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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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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려둔 와이번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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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와 발톱을 모두 뜯어버리고, 검과 창으로 바닥에 반쯤 꿰어놓은 에메랄드 와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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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로는 전혀 싸울 수 없겠지만, 주둥아리가 남아 있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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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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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은 내가 눈앞에 당당히 다가오자, 즉시 마력을 끌어모아 광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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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 한 방에 죽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조금 전에 검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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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가 되어줄 차폐물은 이제 없지만, 마력강화를 사용 중이라 실질 방어력은 조금 전보다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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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보스몹 판정도 아니고, 잡으라고 있는 놈들도 아니라서 그런지 보상을 따로 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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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가 알아서 뭐든 챙겨가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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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속성의 고위력 공격이니까, 몇 번 맞다 보면 다양한 내성이 쭉쭉 오르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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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 : 대마법 내성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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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 : 주문 내성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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