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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비취의 영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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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은 처음에는 왜 그런 것을 묻느냐고 했지만, 이내 거두절미하고 아는 것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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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는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품고 있는 나무로, 모든 엘프들의 생명의 근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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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 에르웬의 어투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어린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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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원을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어머니인 대지가 낳은 첫 번째 생명의 나무가 바로 세계수였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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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가 무한에 가까운 마나와 생명력을 갖고 있을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인게지, 첫 번째 생명에게 주어진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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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는 스스로 낳은 두 엘프종에게 그 생명을 나누어 주었어. 무한에 가까운 생명을 나눠 받은 엘프는 영생종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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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쩐지 에르웬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 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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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는 무척이나 장생하지만, 세계수와 영혼의 탯줄이 이어져 있던 그때의 엘프들은 정말로 영원히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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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의 눈이 미묘하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과거를 돌이키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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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혼은 불멸하더라도, 몸은 결국 쇠하기 마련이지. 세계수는 이 한계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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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하여 죽음을 맞은 엘프의 혼을 다시 거두어들여, 새 육신을 낳아 그곳으로 순환시킨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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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에 새겨진 의식과 기억은 새 육신으로 전달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죽음을 맞은 엘프는 다시 젊어질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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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엘프의 영혼이 새 육신을 얻고 다시 태어난다, 한마디로 하면 환생이라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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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엘프가 스스로 번식하여 늘어날 수 있었던 탓일까, 언젠가부터 세계수도 힘을 잃고 시들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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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봤던 세계수의 모습을 기억난다. 비쩍 말랐는데도 굉장한 힘과 존재감을 갖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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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시든 상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는데, 에르웬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연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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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 하나가 이렇게 많은 엘프들의 생명을 모두 감당하고 있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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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안겨주던 순환의 굴레가 망가지며, 엘프들은 더 이상 새 육신을 얻을 수 없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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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이 쇠하면 그것으로 끝, 우리의 영혼도 세계수로 돌아가지 않고 세상에 흩뿌려지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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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비통해하는 엘프들은 많았지만, 수천 년이 지나 모두 흙으로 돌아간 지 오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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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가 시든 것은 다크엘프가 대수림을 떠나기 전의 이야기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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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시절의 세계수와 영생의 굴레를 기억하는 다크엘프는 여왕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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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도 완전히 그 세대의 인물은 아니고, 애매하게 걸쳐 있다고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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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는 지금의 형태가 옳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통해 뜻을 물려주는 것은 의미가 깊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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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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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너희 인간족이 그렇지 않느냐? 백 년도 못 살지만 끊임없이 번성하고 발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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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발전과 성장은 유언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며, 에르웬은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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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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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으로 가슴에 못질된 맹세가,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을 움직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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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되긴 했지만, 그렇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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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은 이 정도뿐인데, 만족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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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은 못 했다. 솔직히, 에르웬의 마지막 말 때문에 괜히 기분만 나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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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 티 낼 수는 없어서,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르웬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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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오래 살았을 뿐이라, 아는 것이 많지는 않구나. 이 이상을 알고 싶다면 여왕을 찾아가는 게 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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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여왕은 아무때나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 에르웬을 먼저 찾아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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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여왕은 좀 상태가 안 좋지마는……너는 엘레노어의 정혼자 신분이니 어떻게든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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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혼자 신분이 아직도 유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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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고작 20년 정도 얼굴을 안 비춘 것 뿐 아니냐. 인간족에겐 긴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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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해 놓고 20년 동안 얼굴 한번 안 비춰도, 취급이 바뀌지 않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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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엘프의 시간 감각은 쉽게 감이 오질 않는데, 긴 시간을 통째로 건너뛰고 나니 더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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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왕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아직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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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왕이 나한테 호의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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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세계수에 미련이 남아, 엘레노어를 통한 정략혼으로 하이엘프와 평화 협정을 맺고 싶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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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협정은 7층에서의 내 행보로 박살이 나버렸고, 평화는커녕 전쟁 직전까지 온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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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당에, 여왕이 세계수에 대해 궁금해하는 나를 곱게 봐줄까? 절대 아닐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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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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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웬도 그 생각은 못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손뼉을 치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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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여왕의 병세를 고쳐줄 영약을 구해오는 건 어떻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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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앞에 푸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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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 다크엘프의 서 - 비취의 영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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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위대한 다크엘프의 여왕이 병석에 앓아누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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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여왕 본인이 몸져누웠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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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중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를 오가고 있을 수도 있고, 사실 가벼운 감기에 들었을 뿐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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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당신이 여왕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성의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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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제약 기술은 무척 훌륭하니, 평범한 약을 가져다주는 걸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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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 전해지는 비취의 영약 정도가 아니라면, 여왕은 당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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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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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취의 영약을 손에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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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취의 영약을 능가하는 진상품을 준비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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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왕의 병을 치료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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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런 식으로 진영 퀘스트 라인에 다시 들어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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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거, 내가 아는 퀘스트다. 상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8층 진영 퀘스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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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층 진영 퀘스트는 원래 자잘한 서브 퀘스트 여럿을 진행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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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난데없이 서브 퀘스트 대부분을 생략하고, 가장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에 진입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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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거, 내가 알기에는 무조건 파티 퀘스트로 진행해야 하는 기믹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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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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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의 영약 퀘스트는 사실 공략글을 읽으면 아주 쉽게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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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을 얻는 건 둘째치고, 영약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정보를 습득하는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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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글을 따라가면 정보 습득이고 뭐고 다 생략하고, 바로 영약을 습득해서 빠르게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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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영약을 습득하는 부분인데, 영약을 얻으려면 반드시 파티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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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인 인원수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는 절대 수행하지 못하는 기믹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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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공략이 그대로 먹힐지도 미지수다. 도전 환경이 다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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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멜이나 엘레노어를 데려가고 싶어도, 전쟁 직전의 분위기 때문에 전투요원은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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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대장장이인 에르웬도 많이 바쁜 모양이고, 비전투 인원을 데려가는 건 애초에 논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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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구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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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짧게 대답해 퀘스트 수락 의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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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음부터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에픽 퀘스트를 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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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 됐다. 어려운 과제를 눈앞에 던져 놓으면 일단 잡생각은 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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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를 열어, 비취의 영약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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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의 영약을 얻기 위해 찾아가야 하는 장소는 이번에도 던전, 다만 조금 특별한 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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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에서 특정한 루트를 따라야만 진입할 수 있는 던전 안의 던전이자, 히든 던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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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제단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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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것은 7층에서 감각 강화를 터득하기 위해 찾았던 저주받은 제단과 비슷하게 생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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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단이 8층에만 총 다섯 개가 있고, 그중에서 이 세 번째 제단을 통해서만 히든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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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공략글에 나온 대로 제단에 놓인 석상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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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리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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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제단 중앙이 열리며, 보스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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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 봉인된 제단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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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여기저기 톱니바퀴가 박혀 있는 골렘으로, 스펙은 그냥 흔한 필드 보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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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요즘 골렘 타입의 적을 자주 만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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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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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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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둔기 하나를 꺼내 휘두르자, 골렘의 팔 하나가 박살 나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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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렘은 사지에 박힌 톱니바퀴를 전부 파괴하지 않으면 끝없이 재생하는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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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기본 방어력은 골렘 타입의 보스치고 무척 낮은 편에 속한다. 이렇게 한 방에 박살 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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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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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와 가슴 부분에 박힌 톱니바퀴 하나당 한 대씩, 정확히 다섯 대로 보스를 처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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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패턴도 없는 이런 필드보스는, 이젠 그냥 좀 센 잡몹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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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층을 더 올라가야 내 스펙에 맞는 적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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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보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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