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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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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시련의 탑 8층
보스 클리어와 함께 곧바로 전이문을 활성화했다.
전이문을 넘어갈 때의 울렁거리는 느낌이 사라지고 펼쳐진 세계는 7층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소는 넓게 펼쳐진 숲,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나무들도 그다지 특별할 건 없다.
-쿵!
잠시 가만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는데,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마력을 퍼트려 소리의 주인을 감지해 냈다.
커다란 나무 골렘 같은 게 쿵쿵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7층에 나온다는 나무 괴물과는 다른 것 같다.
하이엘프의 사역마나 경비용 골렘 같은 것으로 보인다.
뭐든간에 그리 강해 보이지도 않고,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일단 다크엘프의 마을부터 가보자.
마을의 위치는 굳이 지도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이미 외우고 있다.
-탁탁탁!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했다. 7층 보스를 클리어하고 얻은 스킬의 효과가 발휘된다.
빠른 속도를 내세워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보스는, 최대 기여도 보상으로 이런 스킬을 주었다.
[질주 Lv.1]
내 다리에 약간의 마력이 맴돌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속력이 올라갔다.
내 민첩 스탯에 비례해 성능이 달라지는 구조인지, 1레벨짜리 스킬치고 효과가 상당하다.
그렇게 달리던 중, 나는 조금 전에 감지했던 나무 골렘과 마주쳤다.
아무래도 숲 전체에 이런 골렘이 틈틈이 깔려 있는 모양이다.
골렘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덤벼들었다.
7층 보스를 일격사시키고 달성한 업적의 보상을 시험해 볼 차례가 됐다.
[약점 간파]
눈앞의 나무 골렘을 지정하고 스킬을 발동하자, 묘한 마력의 흐름이 놈에게 얽혀들었다.
마력을 사용해 주변을 감지할 때와 비슷한 감각이지만, 조금 다르다.
마력 감지가 일정 범위에서의 움직임을 감지한다면, 이건 상대방의 내부를 훑어보는 느낌.
나무 골렘의 전반적인 구조가 머릿속에 읽혀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취약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저 골렘은 등짝 부분에 박혀있는 작은 씨앗을 핵으로 삼아, 그곳에 마력을 담아 움직이고 있다.
고로, 저 씨앗을 파괴하면 바로 무력화된다.
-끼기기기긱!
골렘은 느릿하게 팔을 들어 올렸다. 나를 내려찍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둔중한 생김새 이상으로 심각하게 느려터졌다. 저런 건 맞아주려고 해도 못 맞아준다.
[철벽]
골렘의 품으로 접근해, 철벽 스킬을 발동한 주먹을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콰광!
주먹은 한 방에 골렘의 몸을 파괴하고 등까지 꿰뚫었고, 붉은 이펙트와 함께 핵이 파괴되었다.
뭔가 평소랑 크리티컬이 터지는 느낌이 다르다.
스킬 설명에 급소 적중시 크리티컬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 부분 때문인 것 같다.
원래의 크리티컬은 치명타를 먹였을 때 발생하는 판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건 간파한 급소를 적중시키면 인위적으로 크리티컬을 발생시킨다.
치명타가 아닐 수도 있었을 공격을, 강제로 치명타로 만드는 느낌.
시스템은 가끔 설명이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많으니, 이렇게 뭐든 직접 체험해가며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 마을에 가고 싶은데.
-쿠구궁.
바닥을 파헤치며 나무 골렘 여러 마리가 나타나 내 주변을 에워쌌다.
**
한 마리를 잡으면 여러 마리가 추가로 나타나는 구조였던 것 같다.
아마 공략글에 관련 정보가 나와 있겠지만, 급하게 층을 올라오느라 확인을 못 했다.
상황만 보면 몬스터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자 포위당한 꼴로, 굉장한 낭패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쿵!
핵이 정확하게 박살 난 나무 골렘들이 모조리 땅에 엎어졌다.
잠시 기다려 봤지만, 추가로 나타나는 골렘은 없었다. 아마 나타나는 숫자에 제한이 있었던 거겠지.
나는 보통의 도전자가 10명 이상씩 모여서 잡아야하는 각 층의 보스를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이제 와서 이런 잡몹이 많이 나타나 봤자 아무 방해도 안 된다.
골렘들을 쓰러트리고 계속해서 길을 나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
“이게 뭐야.”
주변에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안개가 스멀스멀 내려앉았다.
시스템에 표시되는 미니맵도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고, 길 자체도 내가 아는 길과 달라진 것 같았다.
원래도 다크엘프 마을 근처에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이런 맵 기믹 같은 건 딱히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쯤 왔으면 슬슬 마을이 보여야 하는데, 온통 안개뿐이다.
[감각 증폭]
마력을 주변에 퍼트리며, 감각 증폭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곧바로 혼란에 빠졌다.
퍼트린 마력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버리고, 제대로 주변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이거 마법이네.”
아무래도 주변에 퍼져 있는 안개가 모종의 방해 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감지를 방해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게 다가 아니다. 내 감각을 뒤죽박죽으로 망가트리고 있는 것 같다.
방식을 보면 일정 범위에 발생하고 있는 마법 같은데, 마력감지에도 영향을 미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커뮤니티에 검색하면 해법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이런 건 너무 공략에 의존하기도 뭣하다.
내가 자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언젠가 이것 때문에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니.
“후우……”
가볍게 심호흡하며, 다시 한번 마력을 전개한다.
[집광] 스킬을 사용할 때의 감각을 되살려서, 최대한 마력을 한 점에 모아서 조작해보자.
잘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안 됐다.
시발.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오히려 마력의 흐름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명상을 시도할 때와 비슷하다. 마음의 혼란이 그대로 마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젠장할, 나는 그냥 다크엘프들의 상태를 빨리 확인해 보고 싶은 것뿐인데.
“……다시 해 보자.”
눈을 감고 온 신경을 마력감지에 쏟는다. 마력은 계속해서 통제되지 않고, 멋대로 흩어진다.
마음대로 흩어지는 마력을 붙드는 것은 계속해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 보자.
흩어지는 마력을 반대로 밀어주자.
그 대신 한꺼번에 최대한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멀리까지 가도록.
상태창에 표시되는 MP 수치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무작정 마력을 퍼트렸다.
그러자 멀리멀리 퍼져 나간 마력의 끝에 어떤 기척이 걸렸다.
-타닥!
나는 그 기척을 느끼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보인 것은, 커다란 룬 베어.
그리고 그 룬 베어를 베어 넘기고 있는 익숙한 모습의 다크엘프.
역시, 7층에서부터 이 특유의 강렬한 기척은 좀처럼 놓치기 힘들었지.
-쿵!
룬 베어가 쓰러지고, 검에 휘감은 그림자를 흩어버린 다크엘프는 내 쪽을 향해 외쳤다.
“거기, 누구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과연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저건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을까.
“나야.”
그렇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다크엘프- 엘레노어는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고.
“설마, 정말 그대인가?”
곧바로 나를 알아보았다.
**
다크엘프 마을의 위치는 7층에서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였다.
다만 누군가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마을 주변에 펼쳐둔 안개의 마법을 더욱 강화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시야를 조금 방해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아예 감각을 모두 뒤죽박죽으로 만들도록.
“마법의 예외 대상을 지정할 때, 왜 그대 생각을 못 했었는지 모르겠어. 하루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건만.”
나를 다시 만난 게 그렇게 좋은지, 무척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말하는 엘레노어.
엘레노어가 마법을 설정할 때 나를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아마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밤 안개 너머 - 르우엘의 그루터기]
엘레노어를 따라 다시 다크엘프의 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른 다크엘프들도 엘레노어처럼 나를 알아볼까?
마음속으로 그런 의문을 떠올린 직후, 나는 이마를 쳤다.
“아니, 상관없잖아.”
대체 뭘 걱정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NPC들이 나를 못 알아보는 게 뭐가 문제라고.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쓸데없는 일에 사로잡히지 않고 성장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니까.
다크엘프들의 친절은 나를 무르게 만든다. 그래서 황급히 7층을 떠난 것 아니었나.
그런데 왜, 지금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지?
아니,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서진혁, 이 역겨운 새끼. 아직도 안식 같은 걸 바라고 있구나.
리즈멜과의 대화 이후, 나는 다크엘프들을 그냥 NPC로 대하지 않기로 정했다.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면, 그건 그냥 사람이라고.
하지만 시련의 탑은 그 생각이 틀렸다고 알려주었다. 이들은 엄연히 시스템의 일부, NPC에 불과하다고.
“그대가 돌아온 걸 알면 다들 깜짝 놀라겠지? 한동안 마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었는데, 숨통이 좀 트이겠어.”
“인간족은 빨리 늙을 텐데, 그대는 또 어떻게 예전이랑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시련이란 것은 다 마쳤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차원을 여행했지? 벌써 기대되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꿈과 호기심으로 불타고 있는 엘레노어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 지난 20년간의 이야기를 들려다오.”
- 이해와 합리는 흩어지고, 원초적인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쳐든다.
다크엘프 진영을 고르면 안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