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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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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피를 먹는 생물
“표정이 왜 그래요, 이거 아니에요?”
발랄한 목소리로 해괴한 인사를 건넨 김진아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3년전 페스티벌에서 만나 잠시 파티를 이루었고, 거하게 뒤통수를 맞으며 헤어졌던 그 사람이 맞다.
물론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저 ‘두 사람’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최길현과 최길훈 형제- 김진아는 두 사람을 꼭 죽여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위험해질 상황이었으니까.
“저도 이제 커뮤니티 말투 잘 알아요, 일부러 농담으로 해 본 건데……표정 좀 풀면 안 돼요?”
지랄, 내가 지금 표정을 풀게 생겼나.
“3년 만에 만났는데 좀 화기애애해도 괜찮잖아요. 그래도 저희 꽤 친한 거 아니었어요?”
나는 김진아의 변한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고, 피부는 창백하리만치 새하얗다.
아직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종족이 상층에서 나온다는 건 알고 있다.
타인의 피를 빨아 생명을 갈취하는 귀종의 괴물, 흡혈귀.
“흡혈귀가 되셨군.”
“알아보시네요?”
“딱 봐도 티 나잖아.”
“아하, 그건 그렇죠.”
하지만 분명 평범한 마법사 도전자였던 김진아가, 왜 대뜸 흡혈귀가 되어서 나타났단 말인가.
관련된 모든 키워드를 차단하고 헤어졌던, 그 3년 전의 페스티벌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도 그동안 고생 좀 했거든요. 종족을 바꾼 건 별일도 아니었어요. 인간이길 포기한 게 몇 번이었는지도 몰라요.”
카페테리아의 종업원 NPC가 내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김진아는 자리를 옮겨 내 맞은편에 앉았다.
“제 마음대로 한 잔 시켰어요. 제가 사는 거니까 취향에 안 맞아도 불평하시면 안 돼요?”
닳아빠진 미소를 지어 보인 김진아는 내게 차를 권했다. 나는 인상을 쓰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홀짝.
아무렇게나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향이 입안에서 흘러넘쳤다. 아는 맛이다.
강력한 지효성의 마비약을 섞어 넣었던, 그때 마셨던 것과 완벽히 똑같은 차다.
“어때요?”
“좆같은데.”
내 퉁명스러운 대답에 김진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뭘 위해 통하지도 않을 같은 마비 차를 준 걸까.
혹시 마비약으로 감추고 다른 걸 탔나 싶어 마력으로 감지까지 해봤지만, 그런 낌새는 없었다.
그저 과거의 일을 비꼬고 싶었던 건가. 하지만 그 일이라면, 나도 할 말이 없진 않은데.
“아, 그러고 보니 그 얘기를 안 드렸네요. 왜 이렇게 경계하시나 했어요.”
다음 순간, 김진아는 흡혈귀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쿡쿡 웃었다.
“저, 진혁 씨한텐 별로 원한 없어요.”
그리고는, 개도 안 믿을 개소리를 내뱉었다.
**
김진아가 하는 말에 특별히 틀려먹은 부분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야, 그땐 제가 먼저 잘못했던 거죠. 제 목숨 건지겠다고 진혁 씨를 죽이려 한 셈이잖아요.”
하지만 독기가 잔뜩 씌어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를 보고도,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싸울 생각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제가 겁이 많아서 호위로 데려온 것뿐이에요.”
토너먼트 본선에 진출했던 도전자만 스무 명이 넘고, 거기에 랭커급 도전자 수십 명을 더한 전력이다.
개소리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월드 레이드도 해봄직한 병력을 그냥 호위로 쓰고 있다고?
이 정도 구성이면 어지간한 중견 길드 하나쯤은 간단하게 짓밟을 수 있겠구만, 말 같지도 않은 구라를.
“진짜라니까요, 진혁 씨를 어떻게 할 생각이었다면 이보다 더 데려왔죠.”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소름 끼치는 속뜻이 손쉽게 읽힌다. 그래, 이보다 뭐가 더 있다 이거지.
“…저것들은 뭐지?”
“저것들이요?”
“이 사람들, 뭐냐고.”
내 주변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진아는 작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옆 테이블에서 잡담을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던 도전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김진아는 다시 손을 까딱였다.
“안 그래도 이걸로 진혁 씨랑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완벽하게 감췄다고 생각했는데……대체 어떻게 아신 건지.”
다가온 도전자는 자신의 왼뺨과 턱을 양손으로 붙잡았고, 그대로 힘을 주어 자신의 머리를 비틀어 꺾었다.
-우두둑.
“미친……!”
탑을 오르며 온갖 기괴한 꼴을 다 본 나도 기겁할 광경이었다. 비틀린 목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피는 물줄기가 되어 공중에서 흘렀고, 김진아의 창백한 손안으로 모여들었다.
흡혈귀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이런저런 짓을 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이건 대체.
“혈아귀라는 거예요, 제 스킬로 만든 사역마죠.”
김진아는 ‘원래는 좀 더 징그럽게 생겼다’며, 자신의 등 뒤에서 피로 이루어진 팔을 소환했다.
소환된 여덟 개의 팔은 목이 비틀린 도전자의 몸을 목각인형처럼 비틀더니, 다시 목 안으로 피를 흘려넣었다.
금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혈아귀- 도전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도 이렇게 갓 죽은 시체로 만든 건, 생전의 모습과 자아를 대부분 보존한 채로 조종할 수 있어요.”
“그러면, 지금, 이 사람들이 다 한번 죽은 시체들이라고? 여기 있는 전부가?”
“말하자면 그렇죠, 그래도 겉보기에는 산 사람이랑 아무 차이 없잖아요? 진짜로 어떻게 안 거예요?”
자신이 저지른 미친 짓거리와 내가 지은 표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김진아는 태연하게 물었다.
“미친 새끼.”
“저도 알아요.”
종족을 바꾼 건 별일도 아니었다는 말이,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
김진아는 내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혈아귀의 위장을 어떻게 알아차렸느냐며 집요하게 질문했다.
“거대 길드 간부 중에서도 눈치챈 사람은 없었어요. 일부러 위험한 사람들 근처는 피해 다니기도 했지만요.”
“웬만하면 중요할 때를 빼고는 명령도 안 내렸고, 흘러나오는 마력이나 기척도 완벽히 감췄죠.”
“전사 클래스 쪽 사람들은 대놓고 감시해도 전혀 모르더라고요. 진혁 씨만 이상하게 계속 눈치채던 거 있죠?”
쾌활한 목소리로 주절거리던 김진아는 매운 갈빗집에서 있었던 일도 직접 언급했다.
혹시라도 눈치채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경계 명령을 입력해 놨었다고 한다.
처리한다- 당장 이 수많은 혈아귀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살인을 참 쉽게 입에 올린다.
“기척이 이상했으니까.”
“어떻게 이상했는데요?”
“말해주면 알기는 하고?”
나는 희대의 미친년 앞에서 더 이상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마력을 주변에 살포하며 [위압]스킬을 발동했다.
김진아는 사방에서 가해지는 압력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위압]스킬의 효과가 그렇게 강력한 건 아니지만, 마법사가 이걸 완전히 무시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으음, 대답해 주기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 어차피 진혁 씨 말고는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전투태세를 갖춘 채, 반대로 질문했다.
“목적이 뭐야.”
나름 친하게 지냈던 강준호와 친목회에서 만났던 여러 도전자가 모두 혈아귀가 되었다.
여기 모인 전력은 절대 만만하지 않지만, 내가 언제는 상대가 만만해서 싸웠던가.
대답 여하에 따라 여기서 바로 목을 벤다. 아니, 뭐라고 하는지만 듣고 그냥 벨 거다.
“그렇게 위협하지 않으셔도 말씀드릴 생각이었어요. 진혁 씨라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김진아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핏빛 혓바닥이 춤추듯 움직이며 문장을 뱉는다.
“제 목표는 3년 전부터 하나뿐이었어요.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을지도 모르죠.”
“저는요, 언제든 제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목적이라면- 생존이죠.”
“그게 전부예요.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잖아요? 진혁 씨도 아시죠?”
김진아는 번들거리는 눈을 붉게 빛내며, 운을 띄웠다.
“전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지난 3년간의 이야기.
**
저는 눈을 감으면 항상 같은 꿈을 꿔요.
꿈 속에서 제가 하는 일은 항상 정해져 있죠, 떨리는 손으로 향긋한 차에 독을 넣는 거예요.
하지만 독을 마신 남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다른 두 명의 남자를 잔인하게 베어요. 맞아요, 그날의 꿈이에요.
진혁 씨가 그 형제를 아무렇지 않게 베는 모습을 보며, 저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은 채 마냥 울고만 있었어요.
모든 게 끝이라고, 이제 나도 죽게 될 거라고, 생각을 잘못했다고, 그런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죠.
하지만 진혁 씨는 결국 저를 죽이지 않았어요. 대신 잔인한 선택지를 제 눈앞에 두고 떠났죠.
“너, 개새끼…속였, 속였어…걸레 같은, 년이……”
두 형제는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은 채,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제게 욕을 했어요.
바로 알았죠, 이 두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제가 죽게 될 거라는 걸요. 진혁씨도 알고 있었죠?
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말이에요, 저는 이미 진혁 씨를 죽음으로 내몰려 했던 적이 있잖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해요, 죄송…”
저는 울면서 쓰러져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어요. 진혁 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사과를 반복하면서.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직접 그들의 목을 찔렀습니다.
마법을 쓰면 금방 소란이 일어나, 사람들이 몰려왔을 테니까요.
판단도 결심도 빨랐지만, 문제는 행동이었어요. 저는 분명 떨리는 손으로도 힘차게 단검을 잘 찔렀어요.
‘아, 안 들어가.
하지만…진혁 씨의 차에 독을 타는 것과 다르게, 직접 사람을 죽이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야 저, 진짜 약해 빠졌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