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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흑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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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경기 상대는 72층을 공략 중인 랭커 출신의 소환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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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 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토너먼트의 다크호스로 취급받고 있는 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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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는 별 극적인 장면 없이 싱겁게 끝났다. 그렇지만, 딱히 상대가 약했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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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약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아니지. 여태까지 토너먼트에서 붙은 도전자들 중에서 스펙적으로는 가장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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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일방적인 감상, 이게 다 어제 김남혁 같은 강자를 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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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도전자의 강함에 대한 역치가 올랐다고 할까……그리고 상대방의 클래스도 한몫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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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일 싸움에 능하고 마법사 상대로 특히 강한 나인데, 하필 상대는 물량빨 마법사인 소환술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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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용준#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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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늘자 8강 하이라이트……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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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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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수 무시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진혁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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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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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하나들고 18대1하는 바람의전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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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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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다 씹어버리고 혁준이대가리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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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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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 갑옷정령 몸통박치기로 분쇄(어케했노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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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수만 열마리인데 걍 무시하고 들어가네 미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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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씨발 나 소환술사인데 1인칭으로 2짤보면 지릴자신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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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난 소환술사 아닌데도 개쫄리는데 정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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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저기 대가리찍히는게 소환수가 아니라 니 파티원이라고 생각해보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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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새끼 도끼들고나온거보면 일부러 겁주려고 한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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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짤 저걸 들어갈생각을하네 제정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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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리찍는거 ㅅㅂ 슬래셔무비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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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반응은 이렇게 화끈했지만, 나는 묘한 불연소감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나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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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기장을 나오자마자,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척’에 의해 저절로 긴장감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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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숫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 경기장 근처에만 대체 몇 명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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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관중석에는 얼마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장 근처의 인파에 상당히 많은 숫자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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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의식하지 않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나는 마력감지의 범위를 축소시킨 채로 인파 사이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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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슬쩍 빠져나오니,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커뮤니티의 쪽지 알림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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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혁 : 머리카락 주인 찾은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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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걸 하루 만에 바로 찾은 건가,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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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김남혁이 보낸 첨부파일을 열어 보았다. 스크린샷은 총 세 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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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는 인파 사이에 섞인 모습을 찍은 스크린샷, 하나는 정면 얼굴이 나온 증명사진 같은 스크린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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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얼굴은 앞선 두 개의 스크린샷을 토대로, 어떤 서류에서 같은 사람의 얼굴을 따로 발췌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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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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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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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본 적이 있는 얼굴. 비단 얼굴만이 아니라 이름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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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납득이 안 된다. 정말로 이 녀석이라고?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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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씨, 이런 데서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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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골목에 있는 나를 발견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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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딘가 아파 보이는 인상의 비실비실한 마법사, 주문술사 강준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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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관중석에서 내 경기를 보고 있었지, 경기가 끝나자 나를 찾아서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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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 일 아니라며 절레절레 손을 젓고, 등을 기대고 있던 골목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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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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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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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의 기척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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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마력감지의 범위와 수준을 낮추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우면 모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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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강준호와 명백하게 기척이 다르다. 점멸하는 백열전구처럼 흐리게 깜빡이는 생명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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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인상, 말투, 마력까지 모두 평소와 똑같지만- 딱 하나, 기척만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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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끝나고 표정이 안 좋던데, 컨디션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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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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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 보이는데, 포션이라도 하나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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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페스티벌 코인으로 산 포션을 내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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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받지 않은 채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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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주문술사인 강준호는, 긴장 상태에 들어간 내 마력의 기세를 읽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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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혹시 저번에 말씀하신 그 이상한 사람들이 또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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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안 그래도 스크린샷에 찍혀 있던 ‘그 놈’ 때문에 복잡하던 머리가 팽팽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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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죽은 듯 살짝 눈썹이 처진 강준호는, 포션을 집어넣고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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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가게에 있던 사람들 기척이 이상하다고 말씀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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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날 이후로 신경 쓰여서 계속 감지해 보려고 했는데, 저는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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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혁 씨를 못 믿는 건 아니에요. 진짜로, 대체 사람들 기척이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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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는 강준호의 목소리는 나와 주문에 관해 토론하던 때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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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 같던데…말씀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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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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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잘 감췄는데, 대체 어떻게 눈치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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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가가 희미하게 비틀리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검을 뽑아 강준호의 목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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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목이라도 베시게요? 인적 드문 골목이지만, 제가 소리라도 지르면 다들 금방 몰려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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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비웃음이 섞인 어투는 직전과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본색을 드러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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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를 틈이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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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뽑아든 칼날에 오러를 둘렀다. 강준호의 목을 자르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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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이 사람이 죽건 말건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진혁 씨는 그렇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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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여기서 목을 베어도 강준호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누군가’는 죽지 않는다. 나만 살인범이 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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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김남혁도 이걸 커버쳐 줄 수는 없을 거다. 애초에 커버를 쳐 줄지도 의문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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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우리 대화나 좀 해보는 게 어때요? 진혁 씨도 궁금한 거 많으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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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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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나를 페스티벌 구역 외곽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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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카페테리아로 향하는 길목에도, 드문드문 나를 알아보는 도전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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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을 해 달라며 엉겨붙기도 하고, 팬이라며 이상한 주접을 떨며 따라붙는 이들도 있었으며, 아는 얼굴도 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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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친목 모임에서 만났던 요리인들과 아줌마들이- 모두 뻔뻔하게 특유의 기척을 흘리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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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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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계태세를 유지한 채, 강준호가 안내한 테이블에 착석했다. 곧 주변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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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도 아는 얼굴이 상당히 많았다. 김남혁이 보내준 스크린샷에 찍힌 그 녀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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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카락에 짧은 키, 똑 닮은 이목구비를 가진 두 사람- 3년 전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쌍둥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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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현이랑…최길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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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릴 완드로 머리통을 두들겨 맞고, 커뮤니티 인기글에 박제까지 당했던 창 기능사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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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엿보다가 재빨리 도망친 모습을 보고, 못해도 저층 랭커 수준의 순발력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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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창 솜씨와는 별개로 저층 랭커 출신이 맞으니, 내 판단은 역시 정확했던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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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지났는데, 이름까지 기억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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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남은 놈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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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겠죠, 다른 사람들도 대충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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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옆 테이블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래, 모두 아는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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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을 두드려 줬던 그리핀 길드의 간부. 밥 사준다는 말을 까버리고 잠수를 탄 검투사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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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 끝났다며 도발을 던졌다가, 대차게 굴욕을 당하고 커뮤니티를 끊은 줄 알았던 원소술사 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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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에서 나와 맞붙었던 예선전 상대들과, 32강 및 16강에서 탈락한 다른 도전자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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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있는 중견급 강자들과 토너먼트의 슈퍼루키들이, 한데 모여 나를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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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패자부활전이라도 열리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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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그렇게 해 드릴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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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찌푸리며 비아냥을 던졌지만, 강준호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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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토너먼트에서 제낀 적이 있는 이들은 둘째 치고, 잘 모르는 이들도 꽤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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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다대일 싸움에 강한 나지만, 이만한 인원이 동시에 덤벼든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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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싸우지 말고 대화로 풀자고 말씀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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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있네, 이게 대화로 풀자는 새끼가 할 짓인가. 정작 본인은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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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겁이 좀 많아서 그래요, 어차피 저 두 사람 때문에 대충 짐작은 하고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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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강준호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어깨에 놓이는 부드러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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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번 사건의 흑막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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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노 진혁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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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나타난 것은- 1554 서버의 여자 마법사,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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