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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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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흑막
8강 경기 상대는 72층을 공략 중인 랭커 출신의 소환술사였다.
우승후보 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토너먼트의 다크호스로 취급받고 있는 도전자.
하지만 경기는 별 극적인 장면 없이 싱겁게 끝났다. 그렇지만, 딱히 상대가 약했던 건 아니다.
아니, 약하지 않았다는 정도가 아니지. 여태까지 토너먼트에서 붙은 도전자들 중에서 스펙적으로는 가장 강했다.
싱겁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일방적인 감상, 이게 다 어제 김남혁 같은 강자를 본 탓이다.
상대 도전자의 강함에 대한 역치가 올랐다고 할까……그리고 상대방의 클래스도 한몫을 했지.
다대일 싸움에 능하고 마법사 상대로 특히 강한 나인데, 하필 상대는 물량빨 마법사인 소환술사였으니까.
[작성자 : 강용준#2491]
[제목 : 오늘자 8강 하이라이트……gif]
(사진)
소환수 무시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진혁게이
(사진)
도끼하나들고 18대1하는 바람의전설혁
(사진)
물량 다 씹어버리고 혁준이대가리깨기
(사진)
번외 : 갑옷정령 몸통박치기로 분쇄(어케했노ㅅㅂ)
- 소환수만 열마리인데 걍 무시하고 들어가네 미친새끼
- 와 씨발 나 소환술사인데 1인칭으로 2짤보면 지릴자신있다 ㅋㅋ
- ㄴ 난 소환술사 아닌데도 개쫄리는데 정상이냐?
- ㄴ 저기 대가리찍히는게 소환수가 아니라 니 파티원이라고 생각해보셈ㅋㅋ
- 이새끼 도끼들고나온거보면 일부러 겁주려고 한거같은데
- 3짤 저걸 들어갈생각을하네 제정신이냐
- 대가리찍는거 ㅅㅂ 슬래셔무비노 ㅋㅋㅋㅋㅋ
커뮤니티의 반응은 이렇게 화끈했지만, 나는 묘한 불연소감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경기장을 나오자마자,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척’에 의해 저절로 긴장감이 싹텄다.
어제보다 숫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 경기장 근처에만 대체 몇 명이 있는 거지?
경기장 관중석에는 얼마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장 근처의 인파에 상당히 많은 숫자가 섞여 있다.
이건 의식하지 않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나는 마력감지의 범위를 축소시킨 채로 인파 사이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슬쩍 빠져나오니,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커뮤니티의 쪽지 알림이 울렸다.
[김남혁 : 머리카락 주인 찾은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보냈으니 확인해보세요.]
설마 그걸 하루 만에 바로 찾은 건가,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
나는 곧바로 김남혁이 보낸 첨부파일을 열어 보았다. 스크린샷은 총 세 개가 있었다.
두 개는 인파 사이에 섞인 모습을 찍은 스크린샷, 하나는 정면 얼굴이 나온 증명사진 같은 스크린샷이다.
정면 얼굴은 앞선 두 개의 스크린샷을 토대로, 어떤 서류에서 같은 사람의 얼굴을 따로 발췌한 것 같았다.
“뭐……?”
아는 얼굴이었다.
익숙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본 적이 있는 얼굴. 비단 얼굴만이 아니라 이름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납득이 안 된다. 정말로 이 녀석이라고? 대체 어떻게?
“진혁 씨, 이런 데서 뭐 하세요?”
그 때, 골목에 있는 나를 발견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여전히 어딘가 아파 보이는 인상의 비실비실한 마법사, 주문술사 강준호였다.
이번에도 관중석에서 내 경기를 보고 있었지, 경기가 끝나자 나를 찾아서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나는 별 일 아니라며 절레절레 손을 젓고, 등을 기대고 있던 골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눈치챘다.
“……”
강준호의 기척이 이상하다.
**
일부러 마력감지의 범위와 수준을 낮추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우면 모를 수가 없다.
평소의 강준호와 명백하게 기척이 다르다. 점멸하는 백열전구처럼 흐리게 깜빡이는 생명반응.
표정, 인상, 말투, 마력까지 모두 평소와 똑같지만- 딱 하나, 기척만이 달라졌다.
“경기 끝나고 표정이 안 좋던데, 컨디션 괜찮아요?”
“……예, 뭐.”
“안 괜찮아 보이는데, 포션이라도 하나 드세요.”
강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페스티벌 코인으로 산 포션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지 않은 채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솜씨 좋은 주문술사인 강준호는, 긴장 상태에 들어간 내 마력의 기세를 읽은 듯했다.
“진혁 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혹시 저번에 말씀하신 그 이상한 사람들이 또 있는 건가요?”
젠장, 안 그래도 스크린샷에 찍혀 있던 ‘그 놈’ 때문에 복잡하던 머리가 팽팽 도는 것 같다.
기가 죽은 듯 살짝 눈썹이 처진 강준호는, 포션을 집어넣고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꺼냈다.
“전에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가게에 있던 사람들 기척이 이상하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그날 이후로 신경 쓰여서 계속 감지해 보려고 했는데, 저는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 진혁 씨를 못 믿는 건 아니에요. 진짜로, 대체 사람들 기척이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중얼거리는 강준호의 목소리는 나와 주문에 관해 토론하던 때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 같던데…말씀 좀 해주세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름이 돋았다.
“꽁꽁 잘 감췄는데, 대체 어떻게 눈치챈 거예요?”
그 입가가 희미하게 비틀리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검을 뽑아 강준호의 목을 겨누었다.
“여기서 목이라도 베시게요? 인적 드문 골목이지만, 제가 소리라도 지르면 다들 금방 몰려올 텐데?”
짙은 비웃음이 섞인 어투는 직전과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본색을 드러낸 걸까.
“소리를 지를 틈이 있을 것 같아?”
나는 뽑아든 칼날에 오러를 둘렀다. 강준호의 목을 자르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이 사람이 죽건 말건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진혁 씨는 그렇지 않겠지만.”
맞는 말이다. 여기서 목을 베어도 강준호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누군가’는 죽지 않는다. 나만 살인범이 될 뿐이지.
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김남혁도 이걸 커버쳐 줄 수는 없을 거다. 애초에 커버를 쳐 줄지도 의문이다만.
“그러지 말고, 우리 대화나 좀 해보는 게 어때요? 진혁 씨도 궁금한 거 많으시잖아요?”
분명,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이겠지.
**
강준호는 나를 페스티벌 구역 외곽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안내했다.
그리 멀지 않은 카페테리아로 향하는 길목에도, 드문드문 나를 알아보는 도전자들이 있었다.
싸인을 해 달라며 엉겨붙기도 하고, 팬이라며 이상한 주접을 떨며 따라붙는 이들도 있었으며, 아는 얼굴도 몇 있었다.
지난 며칠간 친목 모임에서 만났던 요리인들과 아줌마들이- 모두 뻔뻔하게 특유의 기척을 흘리며 다가왔다.
“앉으세요.”
나는 경계태세를 유지한 채, 강준호가 안내한 테이블에 착석했다. 곧 주변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이 앉았다.
그 중에도 아는 얼굴이 상당히 많았다. 김남혁이 보내준 스크린샷에 찍힌 그 녀석도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짧은 키, 똑 닮은 이목구비를 가진 두 사람- 3년 전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쌍둥이 형제.
“최길현이랑…최길훈이었나.”
미스릴 완드로 머리통을 두들겨 맞고, 커뮤니티 인기글에 박제까지 당했던 창 기능사 형제다.
숙소를 엿보다가 재빨리 도망친 모습을 보고, 못해도 저층 랭커 수준의 순발력이라고 생각했는데.
형편없는 창 솜씨와는 별개로 저층 랭커 출신이 맞으니, 내 판단은 역시 정확했던 것 같네.
“3년이나 지났는데, 이름까지 기억하시네요?”
“인상 깊게 남은 놈들이었으니까.”
“하긴 그렇겠죠, 다른 사람들도 대충 알아보시죠?”
강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옆 테이블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래, 모두 아는 얼굴들이다.
내 등을 두드려 줬던 그리핀 길드의 간부. 밥 사준다는 말을 까버리고 잠수를 탄 검투사 김민준.
분석이 끝났다며 도발을 던졌다가, 대차게 굴욕을 당하고 커뮤니티를 끊은 줄 알았던 원소술사 박원호.
토너먼트에서 나와 맞붙었던 예선전 상대들과, 32강 및 16강에서 탈락한 다른 도전자들까지.
이름있는 중견급 강자들과 토너먼트의 슈퍼루키들이, 한데 모여 나를 둘러싸고 있다.
“여기서 패자부활전이라도 열리나 보지?”
“원한다면 그렇게 해 드릴 수 있는데요?”
인상을 찌푸리며 비아냥을 던졌지만, 강준호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쳤다.
이미 토너먼트에서 제낀 적이 있는 이들은 둘째 치고, 잘 모르는 이들도 꽤 섞여 있다.
아무리 다대일 싸움에 강한 나지만, 이만한 인원이 동시에 덤벼든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싸우지 말고 대화로 풀자고 말씀드렸잖아요?”
웃기고 있네, 이게 대화로 풀자는 새끼가 할 짓인가. 정작 본인은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으면서.
“제가 겁이 좀 많아서 그래요, 어차피 저 두 사람 때문에 대충 짐작은 하고 계시잖아요?”
그 말을 끝으로, 강준호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어깨에 놓이는 부드러운 손.
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번 사건의 흑막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반갑노 진혁게이야.”
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나타난 것은- 1554 서버의 여자 마법사,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