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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토너먼트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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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16강 상대인 검투사 남자의 이름은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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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버에 동명이인만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흔한 이름이다. 심지어 생긴 것도 흔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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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이목구비, 평범한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 존재감 없는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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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도 흔해빠진 전사 클래스의 파생 직업, 사용하는 무기도 흔해빠진 검과 방패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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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본인과 대치하면 절대 흔하다느니, 평범하다느니, 지껄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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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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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성해, 무장을 갖춘 김민준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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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광전사와 비교했을 때 작을 뿐이지, 키도 굉장히 장신인데다가 팔다리가 쭉쭉 길게도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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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체형은 흑인 운동선수들한테서나 보던 것 같은데, 평범한 한국인 얼굴로 저런 몸을 가지고 있으니 위화감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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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비도 평범한 듯 보이기에 오히려 평범하지 않다. 저런 건 평범하다기보다는 일부러 수수한 걸 고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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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도 [강철 직검]을 주 무기로 선호하듯, 저쪽도 장식이 거의 달리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의 장비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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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지향적인 세팅을 했다는 뜻이다. 저번에 보니 대인전에도 익숙해 보이던데, 원래 바깥에서 뭐 하던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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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만 아직은 물어볼 수 없다. 시합이 시작되면, 아니면 끝난 뒤에, 천천히 대화를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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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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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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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가 끝나고, 나와 김민준은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경기장 한가운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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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움직이기 시작하니 확실히 남다른 점이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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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의 움직임, 호흡, 걸음걸이, 적당한 긴장까지- 모두 놀라울만큼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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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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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 정도로 깔끔한 움직임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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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실전 경험과 꾸준한 단련이 뒷받침되어야만 만들어지는 자세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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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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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았다. 경직된 분위기가 일순간에 달아오른다. 내가 먼저 김민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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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타입이니 어지간해서는 먼저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들어가 주는 게 맞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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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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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궤도로 내려친 [강철 직검]이 김민준의 외날검에 막혔다. 아니, 단순히 막힌 게 아니라 흘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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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은 그대로 검로를 비틀어 외곽으로 빼낸 뒤, 외날검을 휘두르- 지 않고, 검신을 손으로 잡아 목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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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검술 용어로 하프 소딩이라 부르는 그 기술이다. 이걸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다른 도전자들과는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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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검을 쥔 손목을 위로 비틀어 올려, [강철 직검]의 크로스 가드를 앞세움으로써 찔러 들어오는 외날검을 받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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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부드럽게 어깨와 손목을 움직여, 근거리에서 김민준의 목을 향해 칼날을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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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거리에서 벌어지는 소드 레슬링 상황, 이런 상황에서 기술과 기교로 대처하는 게 가능한 도전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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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민준은 해냈다. 크로스가드에 막혔던 외날검을 물 흐르듯이 뒤로 빼서 던져버리고는, 순식간에 부무장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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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용하는 손도끼처럼, 손목에 수납해둔 짧은 단검을 꺼내어 목덜미로 향해오는 [강철 직검]의 날을 받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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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은 그대로 힘을 주어 직검의 날을 밀어내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로우킥을 날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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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의 전환도, 근거리에서의 체술 싸움으로의 전환도, 모두 빠르고 군더더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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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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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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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쪽 다리를 들어 로우킥을 방어하고, 그대로 김민준의 몸을 강하게 밀어 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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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대로였으면 굳이 이런 방어자세를 취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철벽]으로 받아내고 강제로 턴을 잡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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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수수하게 훌륭한 기량을 뽐내는 상대를, 스킬과 스펙으로 찍어누르는 건 못할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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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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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든 관중과 커뮤니티의 익살꾸러기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화려한 맛은 좀 빼고 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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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처럼 무난하게 강한 타입을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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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수 싸움과 기량 승부에 어울려주지 않고, 압도적인 힘과 체급으로 압살해 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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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혼]이라는 사기적인 패시브를 갖고 있으며, 마력강화를 포함한 온갖 강화 수단을 가진 내겐 손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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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찍어누르는 싸움만 하다 보면, 무식하게 스펙만 높은 다른 도전자들과 다를 게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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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때로는 이렇게 정직한 싸움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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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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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의 외날검을 쳐내고, 들고 있는 방패 밑으로 몸을 날려 양다리의 오금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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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은 태클을 방어하기 위해 재빨리 자세와 중심을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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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한쪽 손으로만 다리를 잡고, 반대쪽 손으로는 김민준의 옷깃을 잡는 자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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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격투기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동작이지만, 시련의 탑 도전자의 강인한 육체가 있다면 가능한 변칙 그래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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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하나로만 전신을 지탱하고, 나머지 신체부위를 하체 근처로 밀어 넣어 비정상적인 무게중심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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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극한까지 낮춘 자세에서 등을 이용해 상대를 들어 올려,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아 처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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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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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 트롤의 지도자급 개체가 사용하던 기술과, 리자드맨의 근접 레슬링 기술을 결합한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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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끼리의 검술과 격투에 익숙한 검령은 방어해 냈었지만, 김민준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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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꽂힌 김민준은 재빨리 자세를 다잡았다. 나는 김민준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눈앞으로 방패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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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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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시간벌이용 투척을 피해내고, 검을 뽑아든 김민준의 손목을 비틀며 빼앗았던 단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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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단번에 자세를 크게 낮추었다. 그리고 전신을 채찍처럼 휘둘러 발차기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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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뛰어 피해내자, 이번에는 전신의 탄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도약. 힘차게 외날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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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머리를 쓴 공격이었겠지만, 전체 동작이 너무 커서 빈틈이 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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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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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날검의 간격 안쪽으로 파고들어, 반 박자 빠르게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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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조금 전부터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민준의 기술에는 큰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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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모든 기술이 지나치게 현대적이라는 점. 일반적인 격투의 상식을 깨는 초인적인 동작에는 좀처럼 대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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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 능력은 괜찮아서 나름대로 수를 강구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결국은 금방 한계를 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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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도 내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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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분 후, 이제 승패는 누가 봐도 명확한 수준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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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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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나와 칼을 부딪쳤던 김민준은 헉헉거리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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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생]의 효과로 무한에 가까운 내 지구력을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수비적으로 대응해서 체력을 아꼈지만 슬슬 한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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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기술과 기술의 싸움으로 상대해줬지만, 나는 결국 끝까지 피는커녕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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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시간을 줘도 무의미하겠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뻗은 상대에게 결정타를 넣기는 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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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시네, 어디서 배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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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뻗어있는 김민준을 향해 다가가 손을 뻗으며 물었다. 김민준은 잠시 불타는 듯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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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어차피 졌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금방 표정을 풀고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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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카데미 교육생……시설에서는 수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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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헌터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일종의 실용전문학교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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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헌터들과 온갖 트레이닝 전문가들의 지도를 바탕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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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전자들이 생활체육 아마추어들이라면, 이 사람은 태릉 출신 엘리트 체육인쯤 된다고 생각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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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전투 부문에서는 항상 만점이었는데, 이렇게 질 줄 몰랐습니다. 세상은 넓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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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넓다는 말은 오히려 내가 하고 싶다. 설마 도전자 중에서 나랑 이만큼이나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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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검술과 체술 모두 최소 중급에 10레벨 이상이겠지. 어쩌면 상급 직전까지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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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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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아니다. 차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비등한 수준의 상대와 대련해 본 경험은 분명 내게도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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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녀석은 스펙이 딸릴 뿐이지, 여전히 순수 검술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이런 거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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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가능하면 페스티벌이 끝나기 전에 몇 번 더 붙어보고 싶은데, 이걸 기회 삼아 친구추가라도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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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경기 끝나고 같이 식사라도 하실래요? 이겼으니까 제가 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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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유명인한테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다면 저야 환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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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말투로 건넨 식사 제의, 김민준은 웃음과 함께 그것을 흔쾌히 수락하며 항복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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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민준은 경기가 끝난 후, 식사는 커녕 그대로 잠수를 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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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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