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19 lines
12 KiB
Markdown
219 lines
12 KiB
Markdown
|
|
203. 토너먼트 32강
|
|
|
|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도전자들이 신경에 거슬려, 일부러 감지의 수준을 많이 낮춰둔 탓인가.
|
|
|
|
돌이켜 보니, 몇몇 사람들의 기척이 유독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
|
|
|
아예 안 느껴졌던 건 또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흘러나오는 마력과 생명반응이 좀 오락가락하는 느낌?
|
|
|
|
필라멘트 수명이 다 되어서 깜빡이는 백열전구처럼, 기척이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조금씩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다.
|
|
|
|
처음 겪는 일이라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냥 몇몇 사람들의 기척이 이상했다.
|
|
|
|
“무슨 스킬 때문인가?”
|
|
|
|
잠시 이마를 짚고 고민해봤지만, 마땅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굳이 신경써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
|
|
|
친목 모임에 나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스펙이 낮거나 애매한 저레벨 도전자들, 내게 달라붙었던 아줌마도 마찬가지다.
|
|
|
|
뭔가 수상쩍은 일을 꾸미고 있다 할지라도, 그게 뭔들 나한테 통할 일은 없다. 잔재주 종류는 내게 특히 안 통하니까.
|
|
|
|
그보다는 내일 열릴 토너먼트 본선을 더 신경 쓰는 게 좋겠지.
|
|
|
|
본선은 예선과 다르게 도전자간의 1대1 매치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으로, 특수 보호 효과가 제공된다.
|
|
|
|
HP가 0으로 떨어지거나, 빈사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강력한 보호막+회복 효과. 즉, 사망 방지 장치다.
|
|
|
|
이 보호 효과 덕분에, 본선에 진출한 도전자들은 상대방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전력으로 싸울 수 있게 된다.
|
|
|
|
설령 즉사급 데미지를 입어도, 보호 효과를 받아 기력만 소진한 채 경기장 바깥으로 전송된다고 하니까.
|
|
|
|
한편, 커뮤니티에는 마침 그 보호 효과와 관련된 공지사항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
|
|
|
[(필독)토너먼트 본선 참가자들에게 안내 드립니다.]
|
|
|
|
탑의 치안을 담당하는 거대 길드의 마스터가 직접 올린 범죄 예방 공지였다.
|
|
|
|
내용은 토너먼트 본선 탈락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과, 범죄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
|
|
|
|
토너먼트에서 즉사급 데미지를 입고 탈락한 도전자는, 보호 효과가 발동되어 기력만 상실하고 경기장 바깥으로 전송된다.
|
|
|
|
그렇다면, 기력을 상실한 도전자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하기라도 하면 어떨까.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하고 살해당할 것이다.
|
|
|
|
물론 토너먼트 본선 진출자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개나 소나 쉽게 죽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
|
|
|
그리핀 길드에서 주최하는 스포츠 토토도 본선으로 가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진다. 예민해진 도전자도 당연히 많겠지.
|
|
|
|
시련의 탑은 초대장만 받으면 누구나 들어오는 장소, 당장은 잠잠하지만 범죄자나 질 나쁜 인간들도 얼마든지 섞여 있다.
|
|
|
|
고로- 큰돈을 걸었다가 잃고 탈락자에게 보복하려 드는 개인, 혹은 집단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
|
|
|
대형 길드의 보호조치에도 빈틈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이들이 약속할 수 있는 건, 범죄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
|
|
|
PK라는 단어로 순화하고는 있지만, 결국 처형뿐이다.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 모두 칼을 들고 나설 거다.
|
|
|
|
“아, 그러고 보니까……”
|
|
|
|
그런 생각을 하니 마침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토너먼트 단체전, 파티를 이뤄 붙는 경기랬지.
|
|
|
|
유망한 신인 도전자들을 위한 자리인 개인전과는 다르게, 그쪽은 각 길드의 간부들이 힘을 과시하기 위한 장소다.
|
|
|
|
그랜드 페스티벌에서만 열린다는 길드전 콘텐츠보다 규모는 작지만, 진짜 강한 도전자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
|
|
|
오늘은 그 예선이 진행되고 있다니까, 남는 시간은 그거나 보러 가도록 하자.
|
|
|
|
**
|
|
|
|
각 서버의 치안을 책임지는 대형 길드의 본질은, 잘 쳐줘도 자경단이고 나쁘게 말하면 군벌이나 다름없다.
|
|
|
|
대한민국의 법률과 처벌이 통용될 수 없는 이곳에서, 무력을 독점하고 본인들의 잣대로 타인을 심판하는 존재들.
|
|
|
|
그런 녀석들이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정당성과 무력을 주기적으로 어필해 줄 필요가 있다.
|
|
|
|
대형 길드의 간부 중에는 탑에서 10년 이상을 썩은 괴물들도 있으니, 그 이상 무슨 어필이 필요할까 싶지만.
|
|
|
|
원래 이런 건 눈으로 안 보면 꼭 이해하지 못하고 개기는 놈들이 한둘쯤 나오는 법이다.
|
|
|
|
그리고 단체전은 그런 놈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무력 어필의 장, 비유하자면 대규모 열병식 같은 자리.
|
|
|
|
상층 랭커와 길드 간부들로 이뤄진 올스타 파티가, 아낌없이 그 힘을 드러내는 정상 결전이다.
|
|
|
|
-쾅! 콰광! 콰앙!
|
|
|
|
시간이 남는 차에 보러 온 단체전 예선은, 그런 평가에 걸맞게 상당히 수준 높은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
개인전 예선에서 봤던 애매한 저층~중층 랭커가 아닌, 다수의 고층 도전자들이 맞붙고 있다.
|
|
|
|
스킬 한방한방이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며, 나조차도 얕볼 수 없는 충격량이 대기를 쩌렁쩌렁 울려 댄다.
|
|
|
|
“이야……세긴 세네.”
|
|
|
|
양쪽 파티 모두 75층 이상의 고층 도전자랬던가, 탑을 졸업하고 헌터가 되기 직전인 완성품들.
|
|
|
|
확실히 스펙이 높긴 높다. 저런 녀석들이 개인전에 우르르 나왔다면, 나도 우승은 장담할 수 없었으리라.
|
|
|
|
다만 스펙에 비해 기량이 영 아니다. 뭐, 고층 도전자라고 해도 성장방식은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
|
|
|
[초감각]
|
|
|
|
고층 도전자들의 수준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경기장까지 닿도록 넓은 범위에 마력을 퍼트려 보았다.
|
|
|
|
그리고 곧바로 실수했음을 깨닫고 마력을 거두었다. 여기서는 감지를 쓰면 안 됐다.
|
|
|
|
첫 번째 문제점은 경기를 구경하러 온 도전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 혼탁하게 섞인 다수의 마력에 현기증이 났다.
|
|
|
|
“엇, 방금, 무슨……?”
|
|
|
|
두 번째 문제점은, 무대 위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파티의 핵심- 마법사 한 명이 내 마력을 느끼고 움찔했다는 점.
|
|
|
|
아무리 스킬에 의존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고레벨 마법사답게[마력 감지]계열 스킬의 레벨이 높은 탓이리라.
|
|
|
|
팽팽하게 맞붙던 두 파티의 싸움은 한 쪽의 마법사가 한눈을 판 사이, 균형이 무너지며 그대로 승부가 갈렸다.
|
|
|
|
“아, 거 참, 집중 좀 하지.”
|
|
|
|
집중력도 나쁘면서 쓸데없이 예민한 게 독이 됐구나. 안타까워라.
|
|
|
|
**
|
|
|
|
다음 날, 토너먼트 본선 시작까지 30분이 남은 시점.
|
|
|
|
나는 바글거리는 인파를 뚫고 대기실에 입장했다. 생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
|
|
|
토너먼트가 행사로서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본선 시작이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인파가 몰릴 줄은 몰랐다.
|
|
|
|
단순히 인파가 몰린 것 외에도, 응원한다며 나를 둘러싸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던 탓에 시간이 좀 걸렸다.
|
|
|
|
떨쳐내려면 얼마든지 떨쳐낼 수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괜히 누가 다치면 안 되니까.
|
|
|
|
“오늘은 무기 쓰시는 겁니까?”
|
|
|
|
대기실에 들어가니, 일전에 나를 응원한다고 했던 그리핀 길드의 간부가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
|
|
|
아마 경기 전후의 혼잡을 수습하기 위해 배치된 것 같다. 나는 검과 방패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그래도 이제부터는 본선이니까, 계속 맨주먹만으로 싸우는 건 상대방에게도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
|
|
|
“응원하고 있습니다.”
|
|
|
|
-툭툭.
|
|
|
|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대기했다. 곧 나는 경기장 안쪽으로 이동되었다.
|
|
|
|
수많은 객석에 채워진 사람들이 환호하며 손을 흔든다. 가볍게 마력감지를 펼쳐 보니, 조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
|
|
요 며칠 함께 주문을 연구하며 던전을 돈 강준호가 있었다. 그리고 조금 옆으로 저번에 만난 친목회 인원들까지도.
|
|
|
|
나한테 달라붙던 젊은 아줌마들이 꺅꺅거리며 내 이름을 소리치고 있다. 허, 참, 이걸 모여서 응원해주네.
|
|
|
|
“하핫, 그 차림은 뭐야? 이제 와서 전사라고 페이크라도 치려고?”
|
|
|
|
한편 내 맞은편의 32강 상대, 원소술사 박원호는 실실 웃으며 그런 말을 내뱉었다. 뭐라는 거지.
|
|
|
|
“페이크가 아니라 진짜 전사인데.”
|
|
|
|
“핫,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분석 끝났다고 했지?”
|
|
|
|
“뭘 어떻게 분석했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
|
|
|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받아치자, 놈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기다렸다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
|
|
|
“나는 보통 도전자들이랑은 좀 다르거든, 네가 번개 속성의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챘지.”
|
|
|
|
놈의 마력이 스멀스멀 내 발밑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은근슬쩍 마력감지를 펼치고 있었나.
|
|
|
|
“예전에 공개했던 스킬 중 [라이트닝 차지]가 있었지만, 고작 차지 스킬로는 그렇게 자유롭게 마력을 다룰 수 없어.”
|
|
|
|
딱 여기까지 듣고, 나는 이 녀석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착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녀석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
|
|
|
이 녀석도 어설픈 재주가 독이 된 케이스였다. 놈은 내 예선 경기를 보고 내 마력을 곧바로 분석해 냈다.
|
|
|
|
나는 마법 스킬을 얻은 전사치고는 너무 높은 수준으로 번개의 마력을 다루고 있었고, 그것이 착각으로 이어져서-
|
|
|
|
“네가 보여준 특징에 딱 맞는 하나의 클래스, 유니크 클래스인 청마도사……훗, 정곡을 찌른 모양이군.”
|
|
|
|
-나를 번개 속성 전문의 마법사라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 하필이면 그 착각에 딱 맞는 특징의 클래스가 있었고.
|
|
|
|
청마도사, 번개 마법을 주무기로 완드와 스태프에 의존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타입의 마법사 클래스.
|
|
|
|
자신의 신체를 전기로 자극하는 것으로, 근력과 민첩 스탯을 증가시키는 고유 버프 스킬이 존재한다고 한다.
|
|
|
|
“이해해, 청마도사 클래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으니까……나한테 간파당하고 싶지 않았겠지.”
|
|
|
|
놈은 범인을 잡아낸 명탐정처럼 위풍당당하게 떠들었다. 동시에 경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가 움직였고.
|
|
|
|
“네 모든 스킬은 번개 속성! 단일 속성 대책은 시간이 조금만 있으면 거뜬하지! 이제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
|
|
|
[천의 마술]이 놈이 장착한 장비에 걸린 마법을 읽어내었다. 여러 종류의 번개 속성 저항 마법이다.
|
|
|
|
“아, 그러셔.”
|
|
|
|
[경기가 시작됩니다.]
|
|
|
|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박원호는 곧바로 한 겹의 절연 마법을 더 둘렀다.
|
|
|
|
녀석이 잘못 판단한 점은 한둘이 아니지만, 다 제쳐놓고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을 꼽자면- 일단은 두 가지.
|
|
|
|
첫 번째, 번개 속성 대책은 했을지언정- 물리 공격 쪽에는 전혀 대책을 세워두지 않았다는 점.
|
|
|
|
-꽈앙!
|
|
|
|
“크학!”
|
|
|
|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앞으로 질주한 나는 방패로 놈의 면상을 힘껏 후려쳐 주었다.
|
|
|
|
번개 속성만 막으면 이길 줄 알았냐. 설령 내 클래스가 정말 청마도사였다고 해도 피지컬은 어디 안 가잖아.
|
|
|
|
예선 때 다른 도전자들을 원펀치로 보낸 내 근력과 순발력에, 이 녀석 수준으로는 전혀 대응할 수 없다.
|
|
|
|
두 번째, [파동 제어]를 통해 상대의 내부로 침투하는 전자발경은, 이런 얄팍한 방어 마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
|
|
|
|
“야, 머리에 콘돔 뒤집어쓰고 벼락 맞으면 살겠냐?”
|
|
|
|
“어, 어?”
|
|
|
|
-콰르릉!!
|
|
|
|
방패치기에 이어서, 머리를 잡고 쏟아낸 전격장. 박원호는 쓰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