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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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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별격
오픈 커뮤니티가 전에 없던 기세로 불타오른다.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인기글이 빠르게 갱신되는 건 아예 처음 보는 것 같다.
심지어 그 인기글 대부분이 나를 언급하다 못해, 온갖 주접을 떨며 찬양하는 내용이었으니.
[작성자 : 강진수#2521]
[제목 : 오늘부로 서진혁 지지를 철회한다]
(사진)
오늘부터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서진혁과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 된다 서진혁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세상에 70억 명의 서진혁 팬이 있다면, 나는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1억 명의 서진혁 팬이 있다면,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천만 명의 서진혁 팬이 있다면, 나는 여전히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백 명의 서진혁 팬이 있다면, 나는 아직도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한 명의 서진혁 팬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나일 것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의 서진혁 팬도 없다면, 나는 그제서야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서진혁, 나의 사랑. 서진혁, 나의 빛. 서진혁, 나의 어둠. 서진혁, 나의 삶.
서진혁, 나의 기쁨. 서진혁, 나의 슬픔. 서진혁, 나의 안식. 서진혁, 나의 영혼.
서진혁, 나.
- 대 진 혁
- 역배의 신 ㅋㅋㅋㅋ
- 그 좆같은새끼를 뭐가좋다고빠노
- ㄴ 정배충 기습출현 ㅋㅋㅋㅋ
- ㄴ 꺼어어어어억~~잘먹고 갑니다~~~
- 어제 서진혁 카페 다녀왔습니다
- 솔직히 한번정도는 빨아줄수있음
이야, 탑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온갖 주접 템플릿들이 죄다 모여 있구만.
물론 커뮤니티에 이렇게 ‘빨아주는’ 녀석들만 있는 건 아니다. 역배를 터트린 녀석이 있으면 정배가 망한 놈도 있는 법.
당장 이 밑만 해도 [이 씨발 개좆같은새끼 죽이고싶으면 개추 ㅋㅋ] 라는 제목의 글에 내 사진이 박혀 있으니까.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내 무력을 향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아직 예선전 경기는 두 번이 더 남아 있다.
“서진혁 씨.”
그런데, 대기실로 돌아오니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불렀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다.
무장은 하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옷에 똑같은 마크가 붙어 있다. 그리핀 길드를 상징하는 마크다.
마크의 형태가 조금 다른 걸 보니, 뭔가 특이한 일을 맡은 녀석들이거나- 길드의 간부급이 분명하다.
“뭡니까.”
그리고 내 예상으로는 후자가 확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들……하나하나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게 마력을 거의 흘리지 않고 있고, 걸음걸이와 중심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다.
맨 앞의 남자는 짧은 직검을 쓰는 전사, 그 뒤의 다른 남자는 둔기류를 사용하는 근접계, 맨 뒤의 여자는 마법사가 분명하다.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총량, 그리고 각자 유지하고 있는 묘한 간격이 그 증거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나를 왜 찾아왔지?
“그, 스포츠 토토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
“아.”
얘네가 그 스포트 토토 관리자들이었구나.
**
그리핀 길드의 간부들은 자초지종을 간략히 설명했다.
역배가 터져서 생긴 손해로 항의하러 왔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딱히 내가 승부조작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도전자들끼리의 간단한 도박이라고 해도, 돈이 걸린 일이다 보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있을 거라고.
원한을 품은 이들이 실제로 물리력을 행사하러 올 가능성도 있으니, 그런 일은 자제해달라고- 그런 이야기였다.
커뮤니티 여론은 돈을 잃은 쪽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지만, 실제와 커뮤니티 여론은 또 다른 법이니까.
3년전에 열렸던 지난 페스티벌, 나는 커뮤니티를 통해 비춰지는 분위기만을 믿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었다.
언뜻 평화롭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이 시련의 탑 사회의 치안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내가 경험한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그랬듯이, 강력한 무력을 가진 개인이 날뛴다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사회.
“예, 좀 자제할게요.”
친절하게 걱정해줘서 대답하긴 했는데, 뭘 자제해야 하는 거지. 이미 커뮤니티에 어그로는 잔뜩 끌어놨는데.
흐음, 앞으로의 대전 상대는 정배순으로 탈락시켜야 하나? 근데 그건 승부조작이잖아?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나마 센 놈부터 처리하는 게 맞기도 하고, 이거 내가 의식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데.
“그런데, 혹시 클래스가 어떻게 되세요? 경기 봤는데, 이제 그냥 전사는 아니신 거죠?”
고민하던 중, 그리핀 길드의 간부 중 한 사람이 그렇게 물었다.
“아뇨, 그냥 전사인데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커뮤니티를 열어 다음 대진표를 확인했다.
그 사이, 그리핀 길드에서 관리하는 스포츠 토토의 집계 배당 순위가 달라져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예측 1위고, 2위는 다른 조에서 올라온 저층 랭커……나를 제외하면 가장 스펙이 높은 놈이다.
그리고 3위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저레벨 도전자였다. 이번에 터진 역배를 보고 마구잡이로 건 모양이다.
이러면 이제 신경쓸 필요 없겠다, 역배 한 번으로 순위 예측이 완전히 엉망이 됐어.
좋아, 내 마음대로 해야지.
**
다음 경기에도 무장은 변경하지 않고 나갔다. 그냥 평범한 의복에 맨주먹.
상대로는 40층을 공략 중인 마법사가 한 명, 47층을 공략 중인 궁수가 한 명, 55층을 공략 중인 격투가가 한 명.
마지막으로 예측 순위 2위였던 저층 랭커, 25층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둔기 전사였다.
-꽈앙!
물론 첫 번째 예선전 상대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순서대로 명치에 주먹 한 방씩.
하지만 이번에는 살짝 방식을 바꿨다. 모든 경기가 5초 안에 끝나버리면 보는 맛이 없잖아.
-콰과광! 콰앙!
마법사가 쏘아낸 거대한 암석과 화염의 탄환이 내 몸에 직격했다. 당연히 피해는 입지 않았다.
나는 사색을 한 마법사가 연달아 쏘아내는 마법을 모조리 무시하고 천천히 걸어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사, 살살.”
“살살?”
“살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떠는 게 좀 안쓰러웠지만, 차별하지 않고 명치에 한 방 꽂아주었다. 살살은 무슨.
그렇게 겁이 났으면 그냥 기권해도 됐을 텐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뭔가 꿍꿍이속이 있던 게 틀림없다.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냥 너무 겁먹어서 기권 생각이 안 났을 수도 있겠다. 나도 옛날엔 그랬으니까.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더라, 1층 보스전에서 패퇴하고 패닉에 빠져 포션의 존재도 잊어버렸었지.
지금 돌이켜 보면, 고작 그 정도 상처로 무슨 호들갑을 떨었나 싶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만.
-탁.
마법사를 때려눕힌 후, 뒤통수로 날아온 화살을 잡아챘다. 작은 소리도 안 내고 날아오는 화살이었다.
[천의 마술]의 힘으로 살펴보니, 화살에 약한 침묵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소음을 완전히 제거하는 효과의 마법이지만, 화살 자체가 마력을 머금고 있으니 은밀성은 꽝이다.
“뭔, 뒤통수에 눈알이라도 달렸나……!”
활시위를 매긴 궁수가 그렇게 말하며 입을 떡 벌렸다. 있는 마력도 다 질질 흘리는 놈이 무슨 말이람.
내가 뒤통수에 눈알이 달린 게 아니라, 너희가 멀쩡히 있는 눈을 다 감고 다니는 거야.
예선 1차전을 통과한 승자조 싸움인데도, 평균 수준이 매우 낮다.
여기 이 녀석들 중에서 첫 번째 경기의 중장전사를 이길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대진이 빡세다고 한 거였구나, 다른 도전자들 기준에서는 정말로 운이 나빴던 거야.
-와아아아아아!!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맞아준 퍼포먼스 덕분인지, 5초도 걸리지 않았던 첫 경기보다 훨씬 큰 함성이 울렸다.
커뮤니티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새끼 씨발 원펀맨임?] 이라는 글이 엄청난 추천수를 받은 상태.
다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첫 경기처럼 주접이나 숭배글보다는, 진지하게 내 스펙을 분석하는 글이 매우 많이 올라와 있었다.
이제야 진지하게 나를 우승권 전력으로 보기 시작한 거겠지. 드러낸 게 없으니 분석하는 내용은 형편없지만.
불타고 있는 커뮤니티에 [슬슬 가지러 가볼까(2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쓰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끝없이 달리는 수백 개의 댓글을 감상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더니, 금방 다음 대진표가 올라왔다.
“오, 뭐야.”
이번 승자조 구성원은 직전과는 사뭇 달랐다. 나를 제외한 대전상대가 모두 랭커 출신.
25층의 현역 저층 랭커가 두 명, 25층 랭커 출신의 중층 도전자가 한 명, 그리고- 현역 중층 랭커가 한 명.
페스티벌 개최 전, 커뮤니티에서는 나를 중층 랭커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강한수……이야, 이름은 진짜 강해 보이네.”
그렇다면, 진짜 현역 중층 랭커와 맞붙으면 결과는 어떨까- 사실, 이미 알고 있다.
당연히, 맨주먹으로도 내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