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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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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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토너먼트는 시련의 탑 최강자를 뽑는 천하제일 무술대회 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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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벤트의 원래 취지는 그런 것이었겠지만, 대형 길드간의 조율로 현재는 유망한 신인들을 위한 대회가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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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대형 길드의 간부중에는 거의 십 년을 탑에 체류하고 있는 미친 녀석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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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 내부의 사회 안정을 도모한다며, 스스로 탑에 남기로 한 자경단 같은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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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들에게 반쯤 NPC 취급을 받는 그 ‘고인물’들이 출전한다면, 당연히 그놈들 중 하나가 우승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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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번 본선에 진출했던 도전자는 다음 회부터는 출전하면 안 된다든가……뭐 그런 암묵의 룰이 형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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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고로, 내 경쟁자이자 이번 토너먼트의 우승후보 중에도 대형 길드의 간부 같은 놈들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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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형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상층 랭커들 몇몇이 출전하긴 했다. 모두 우승후보 1,2위를 다투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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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내 예선 상대 중 대단한 놈은 딱히 없다. 상층 랭커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중층 랭커는 조금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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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준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그런 중층 랭커들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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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꼽는 이유는 당연히 스펙의 문제, 내 클래스가 아직도 노멀 클래스 전사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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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커뮤니티에 뿌리박힌 전붕이 멸시는 어디 가질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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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개한 내 스펙이 대단했다는 점이나, 온갖 보스를 솔플로 격파했다는 사실도 사람들을 설득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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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솔플을 해 본 사람이 없으니, 대단하다 대단하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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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월드 보스 격파 기록도, 온갖 공략을 끌어모으고 엘리트 NPC들의 협력까지 이뤄 달성한 결과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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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이라는 매우 낮은 층에서 출현했다는 이유로, 쓰러트린 월드 보스의 강함 자체를 크게 내려쳐 보는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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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세대 시련의 탑 도전자들은- 9층에서 공개했던 내 스펙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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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혁이 존나 잡캐네 스킬이 왜이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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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스킬은 거의 없고, 높은 내성 수치와 온갖 내성과 무기술등의 패시브 스킬로 도배된 내 스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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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북을 통해 효율 좋은 스킬을 골라 익히는 대부분의 도전자는, 내가 가진 스킬들의 의미를 알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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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몇몇 스킬들은 ‘왜 전사가 이딴 스킬이 있음?’ 이라며 웃음거리로 취급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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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조별 예선 참가하시는 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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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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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실 장비랑 아이템 여기에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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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와 헤어진 뒤, 나는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토너먼트 경기를 위한 대기실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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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앞에서는 길드 관계자가 접수원 역할을 하며, 참여자의 아이템 명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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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참가자는 이 종이에 토너먼트에서 사용할 아이템의 목록을 기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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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상으로 있는 제약은 아니고, 토너먼트의 공정성과 재미를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한 조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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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아이템은 스탯 버프류와 회복류를 가리지 않고 딱 두 개까지만, 무기는 미리 등록한 것 외에는 스위칭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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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구와 무기는 입장할 때 장비 상태를 보여준 것이라면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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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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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짝 웃으며 텅 빈 종이를 돌려주었다. 접수원은 주민센터의 공무원처럼 한숨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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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등록하실 아이템 하나도 없어요? 지금 장비하신 것 외에는 금지되시는데, 그 상태로 나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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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원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한 작은 ‘준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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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대로 나갈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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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 차림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 하나- 가벼운 방어구도 무기도 없는 맨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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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이만한 퍼포먼스가 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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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의 승리 룰은 간단하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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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으로 이 ‘무력화’ 는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죽여버리건, 기절시키건, 도전자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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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형 길드끼리 합의한 사안으로, 상대 도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처벌’이 내려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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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시스템상으로 상대 도전자를 죽이기도 쉽지 않다. 무력화 판정이 내려지면 자동으로 경기가 종료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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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장외 판정도 있다는 것 같고, 항복을 선언하면 경기가 종료되기도 하고……아무튼 그런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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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후, 토너먼트 개인전 부문, A조 예선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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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가 곧 경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나는 지금 경기장 한쪽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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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을 보러 온 도전자의 숫자는 프로야구 관중 수준이 우스워 보일 정도,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들이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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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띄워놓은 오픈 커뮤니티의 [중계] 탭도 소란스럽게 페이지를 갱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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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게이 떴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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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중 누가 진혁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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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굽지말고 빨리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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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장비 숨기려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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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몇번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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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플러새끼 3위예상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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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배당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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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를 향한 주목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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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소거법으로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내가 ‘서진혁’일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은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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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후, 토너먼트 개인전 부문, A조 예선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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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각 도전자들 앞에 있던 가림막이 사라지고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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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드디어 그 유명하신 솔플러 얼굴을 보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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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맞은편에 있는 중년의 남자가 히죽대며 그런 말을 내뱉었다. A조 예선 1라운드의 1위 후보로 유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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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길드에서 운영하는 경기 예상 토토의 배당률과 예측 순위에 따르면- 저 사람이 1위고 내가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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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에서 장기간 체류한 저층 랭커 출신, 최근에 25층 플로어를 졸업하고 빠르게 50층 직전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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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클래스는 전직 조건이 까다롭지만 1대1에 강하기로 유명한 전사 계열 레어 클래스인 중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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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장비를 숨기고 그래, 어차피 근접 전붕이 아니야? 남자답게 뜨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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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오른손의 전투망치를 높게 치켜들었다.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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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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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과 함께 [신속]을 발동하고, 정면으로 도약해 상대와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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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숨기긴 누가 숨겨, 명치 딱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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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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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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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순위 1위의 중장기사는 가장 먼저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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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나 오러는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도 거의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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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이템 효과도 없이, 순수한 피지컬만으로 명치를 갈겨서 기절시켰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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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상대들의 수준은 이미 가림막이 사라지기 전부터, 마력감지를 통해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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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의 마력량으로 보아 모두 나보다 스펙이 낮고, 어설픈 근육의 움직임을 보면 실력도 형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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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어이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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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건실하게 승점을 챙겨 올라가라고? 전붕이라 상성이 나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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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앉았다,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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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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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배당률 1위 후보를 기절시키고, 바로 땅을 박차서 다른 도전자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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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어서 예측 순위 3위, 화염술사 클래스의 마법사는 내 속도에 반응도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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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의 전사보다 몸빵이 약할 것 같으니, 살짝 힘을 빼고 명치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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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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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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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기절, 다시 땅을 박차서 다음 상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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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대형 방패를 들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인다. 그대로 방패 위로 힘차게 주먹질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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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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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가 산산이 조각나며, 상대는 폭발음과 함께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남은 건 이번에도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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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진출은 꿈에도 꾸지 않고 있었을 저스펙, 예측 순위 최하위의 도전자- 마찬가지로 주먹질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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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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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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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외의 모든 도전자가 전투불능이 됨에 따라,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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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전자당 1초에서 0.5초씩, 총 경기 시간 합계 3.8초. 팝콘 한 알을 먹을 시간도 없는 역대 최단시간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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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 경기를 보며 관중들은 잠시 얼어붙었고, 뒤늦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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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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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호성을 만끽하며, 나는 경기장 위에서 약간의 웃음을 띠며 셀카 겸 캡쳐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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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한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도전자들의 순위는 쓰러진 순서대로 판정되니까- 최하위 도전자가 2위로 승자조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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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조 진출을 예측하는 스포츠 토토는 역대 최고의 역배를 터트린 셈이다. 나는 커뮤니티에 바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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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진혁#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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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역배충 병신 토쟁이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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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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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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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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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무수한 개추와 쪽지의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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