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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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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역배
사실, 토너먼트는 시련의 탑 최강자를 뽑는 천하제일 무술대회 같은 게 아니다.
물론 이벤트의 원래 취지는 그런 것이었겠지만, 대형 길드간의 조율로 현재는 유망한 신인들을 위한 대회가 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 길드의 간부중에는 거의 십 년을 탑에 체류하고 있는 미친 녀석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련의 탑 내부의 사회 안정을 도모한다며, 스스로 탑에 남기로 한 자경단 같은 녀석들.
도전자들에게 반쯤 NPC 취급을 받는 그 ‘고인물’들이 출전한다면, 당연히 그놈들 중 하나가 우승할 테니까.
그래서, 한번 본선에 진출했던 도전자는 다음 회부터는 출전하면 안 된다든가……뭐 그런 암묵의 룰이 형성된 상태다.
그런고로, 내 경쟁자이자 이번 토너먼트의 우승후보 중에도 대형 길드의 간부 같은 놈들은 딱히 없다.
물론, 대형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상층 랭커들 몇몇이 출전하긴 했다. 모두 우승후보 1,2위를 다투는 놈들이다.
당연히 내 예선 상대 중 대단한 놈은 딱히 없다. 상층 랭커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중층 랭커는 조금 있는 정도.
하지만 강준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그런 중층 랭커들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주로 꼽는 이유는 당연히 스펙의 문제, 내 클래스가 아직도 노멀 클래스 전사라는 사실이었다.
몇 년 동안 커뮤니티에 뿌리박힌 전붕이 멸시는 어디 가질 않는 것이다.
예전에 공개한 내 스펙이 대단했다는 점이나, 온갖 보스를 솔플로 격파했다는 사실도 사람들을 설득하진 못했다.
애초에 솔플을 해 본 사람이 없으니, 대단하다 대단하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월드 보스 격파 기록도, 온갖 공략을 끌어모으고 엘리트 NPC들의 협력까지 이뤄 달성한 결과였으니까.
9층이라는 매우 낮은 층에서 출현했다는 이유로, 쓰러트린 월드 보스의 강함 자체를 크게 내려쳐 보는 이들도 많았다.
게다가, 현세대 시련의 탑 도전자들은- 9층에서 공개했던 내 스펙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진혁이 존나 잡캐네 스킬이 왜이럼 ㅋㅋ]
액티브 스킬은 거의 없고, 높은 내성 수치와 온갖 내성과 무기술등의 패시브 스킬로 도배된 내 스킬창.
스킬북을 통해 효율 좋은 스킬을 골라 익히는 대부분의 도전자는, 내가 가진 스킬들의 의미를 알지도 못했다.
아예 몇몇 스킬들은 ‘왜 전사가 이딴 스킬이 있음? 이라며 웃음거리로 취급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토너먼트 조별 예선 참가하시는 분이신가요?”
“예.”
“사용하실 장비랑 아이템 여기에 적어주세요.”
강준호와 헤어진 뒤, 나는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토너먼트 경기를 위한 대기실에 입장했다.
대기실 앞에서는 길드 관계자가 접수원 역할을 하며, 참여자의 아이템 명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모든 참가자는 이 종이에 토너먼트에서 사용할 아이템의 목록을 기입해야만 한다.
시스템상으로 있는 제약은 아니고, 토너먼트의 공정성과 재미를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한 조치라고 한다.
소비 아이템은 스탯 버프류와 회복류를 가리지 않고 딱 두 개까지만, 무기는 미리 등록한 것 외에는 스위칭 금지.
방어구와 무기는 입장할 때 장비 상태를 보여준 것이라면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요.”
나는 살짝 웃으며 텅 빈 종이를 돌려주었다. 접수원은 주민센터의 공무원처럼 한숨 쉬며 말했다.
“하아…등록하실 아이템 하나도 없어요? 지금 장비하신 것 외에는 금지되시는데, 그 상태로 나가실 거예요?”
접수원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한 작은 ‘준비’ 때문이다.
“네, 이대로 나갈 건데요.”
현재 내 차림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 하나- 가벼운 방어구도 무기도 없는 맨몸이다.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이만한 퍼포먼스가 또 없겠지.
**
토너먼트의 승리 룰은 간단하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면 승리.
시스템적으로 이 ‘무력화’ 는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죽여버리건, 기절시키건, 도전자 마음대로.
물론 대형 길드끼리 합의한 사안으로, 상대 도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처벌’이 내려지게 되어 있다.
애초에 시스템상으로 상대 도전자를 죽이기도 쉽지 않다. 무력화 판정이 내려지면 자동으로 경기가 종료되니까.
거기에 장외 판정도 있다는 것 같고, 항복을 선언하면 경기가 종료되기도 하고……아무튼 그런 룰이다.
[3분 후, 토너먼트 개인전 부문, A조 예선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곧 경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나는 지금 경기장 한쪽 끝에 서 있다.
예선을 보러 온 도전자의 숫자는 프로야구 관중 수준이 우스워 보일 정도,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들이 소란스럽다.
그리고 내가 띄워놓은 오픈 커뮤니티의 [중계] 탭도 소란스럽게 페이지를 갱신하고 있었다.
[진혁게이 떴냐 ㅋㅋㅋㅋ]
[다섯명중 누가 진혁이임?]
[전굽지말고 빨리시작해라]
[저거 장비 숨기려는거임?]
[오늘 경기 몇번있음?]
[솔플러새끼 3위예상한다 ㅋㅋ]
[오늘 경기 배당률.jpg]
역시 나를 향한 주목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는 상태.
그래도, 소거법으로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내가 ‘서진혁’일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은 꽤 있었다.
[1분 후, 토너먼트 개인전 부문, A조 예선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각 도전자들 앞에 있던 가림막이 사라지고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야~ 드디어 그 유명하신 솔플러 얼굴을 보는구만!”
내 맞은편에 있는 중년의 남자가 히죽대며 그런 말을 내뱉었다. A조 예선 1라운드의 1위 후보로 유력한 사람.
그리핀 길드에서 운영하는 경기 예상 토토의 배당률과 예측 순위에 따르면- 저 사람이 1위고 내가 2위다.
25층에서 장기간 체류한 저층 랭커 출신, 최근에 25층 플로어를 졸업하고 빠르게 50층 직전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거기에 클래스는 전직 조건이 까다롭지만 1대1에 강하기로 유명한 전사 계열 레어 클래스인 중장기사.
“근데 왜 장비를 숨기고 그래, 어차피 근접 전붕이 아니야? 남자답게 뜨자고!”
남자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오른손의 전투망치를 높게 치켜들었다. 시간이 됐다.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신속]을 발동하고, 정면으로 도약해 상대와 거리를 좁혔다.
장비를 숨기긴 누가 숨겨, 명치 딱 대라.
-꽈앙!
“꺾!”
예측 순위 1위의 중장기사는 가장 먼저 탈락했다.
**
마력강화나 오러는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도 거의 쓰지 않았다.
당연히 아이템 효과도 없이, 순수한 피지컬만으로 명치를 갈겨서 기절시켰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예선 상대들의 수준은 이미 가림막이 사라지기 전부터, 마력감지를 통해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체내의 마력량으로 보아 모두 나보다 스펙이 낮고, 어설픈 근육의 움직임을 보면 실력도 형편없다.
딱히 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어이가 없는 거다.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건실하게 승점을 챙겨 올라가라고? 전붕이라 상성이 나쁠 거라고?
웃기고 앉았다,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나.
-쾅!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배당률 1위 후보를 기절시키고, 바로 땅을 박차서 다른 도전자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이어서 예측 순위 3위, 화염술사 클래스의 마법사는 내 속도에 반응도 못 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전사보다 몸빵이 약할 것 같으니, 살짝 힘을 빼고 명치 한 방.
-꾸웅!
“헉…!”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기절, 다시 땅을 박차서 다음 상대에게로.
큼직한 대형 방패를 들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인다. 그대로 방패 위로 힘차게 주먹질 한 방.
-콰앙!
방패가 산산이 조각나며, 상대는 폭발음과 함께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남은 건 이번에도 마법사.
본선 진출은 꿈에도 꾸지 않고 있었을 저스펙, 예측 순위 최하위의 도전자- 마찬가지로 주먹질 한 방.
-퍼억!
“으겍!”
나 이외의 모든 도전자가 전투불능이 됨에 따라,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각 도전자당 1초에서 0.5초씩, 총 경기 시간 합계 3.8초. 팝콘 한 알을 먹을 시간도 없는 역대 최단시간 경기.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 경기를 보며 관중들은 잠시 얼어붙었고, 뒤늦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그 환호성을 만끽하며, 나는 경기장 위에서 약간의 웃음을 띠며 셀카 겸 캡쳐를 찍었다.
1위를 한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도전자들의 순위는 쓰러진 순서대로 판정되니까- 최하위 도전자가 2위로 승자조 진출.
승자조 진출을 예측하는 스포츠 토토는 역대 최고의 역배를 터트린 셈이다. 나는 커뮤니티에 바로 글을 썼다.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역배충 병신 토쟁이새끼들아]
(사진)
어 형이야
빨아야겠지?
그리고 곧바로 무수한 개추와 쪽지의 세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