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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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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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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딱 맞는 방법
14호 사신과 17호 사신 덕분에, 그레이 캐슬을 노리는 흑막의 정체는 손쉽게 알아내었다.
퀘스트 목표도 갱신되었고, 남은 것은 흑막을 찾아내 처치하고 그레이 캐슬을 점령하는 것뿐.
하지만 이미 내 흥미는 퀘스트가 아니라 사신들이 사용하는 전자발경이란 기술로 옮겨 간 상태.
“전자발경을 가르쳐 달라고……? 너는 뮤턴트잖아?”
사신은 대뜸 전자발경을 가르쳐 달라는 내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뮤턴트 아니라니까 그러네.
전자발경은 대 사이보그 전투술임과 동시에, 체내에 파워팩을 가진 사이보그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이보그가 아닌 나는 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건 알아서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뭘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냐. 데이터라면 복제해 줄 수 있지만……”
“아, 그게 문제인가.”
“그, 그거다. 우리도 전자발경은 인큐베이터에서 디지시냅스로 익힌 거라고.”
참고로 똑같은 얼굴을 한 이 사신들은 내 예상대로,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된 복제인간이 맞았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편집된 어떤 인물의 DNA를 기반으로 생성하여, 학습 장치를 통해 지식을 주입받은 양산품.
그런 것치고는 하나하나 개성이 엄청나지만, 어쨌든 가진 지식은 장치를 통해 흡수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도 불가능, 복제한 데이터를 전송해도 내겐 수신할 방법이 없다.
그 디지시냅스라는 이름의 학습장치를 구하더라도, 사이보그가 아닌 나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같고.
포획한 사신 중에서 좀 똘똘한 타입을 데려와 설명하라고 하면 어떨까……그런 녀석은 애초에 협조를 안 해주겠지.
쓰읍, 이러면 나가린데……어쩔 수 없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클래식한 방법을 쓰도록 하자.
“너, 풀어줄 테니까 도망칠 생각 하지 마라. 도망치다 걸리면 뒤져.”
“물론이다! 나는 죽는 것만은 절대 사양이다! 그런데 풀어준다니?”
17호 사신은 불안하다는 듯 물었으나, 나는 일단 구속구부터 풀어주고 설명하기로 했다.
나는 운동과 담쌓은 개백수의 몸으로 시작해, 자력으로 각종 무기술을 상급 수준까지 익힌 몸이다.
물론 상급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NPC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시작은 훨씬 무식한 방법이었지.
수많은 리자드맨 전사들에게 칼자루 하나 꼬나쥐고 덤벼들어, 말 그대로 맞고 깨지고 부딪히며 배웠던 거다.
무식하긴 하지만, 그게 나 같은 놈한테 가장 잘 맞는 방식이다. 모르면 맞아야지.
“나한테 전격장 몇 발만 꽂아봐.”
오랜만에 내성 스킬도 올릴 겸, 전자발경은 맞으면서 배우도록 하자.
시간은 좀 오래 걸리더라도, 역시 이만한 방법이 없지!
**
암살을 통해 그레이 캐슬의 통합을 견제해 온 흑막의 정체는, 뻔하게도 엘리시온 중앙 의회의 상원의원이었다.
정확한 이름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상원의원이라는 자리 자체가 극소수만이 오를 수 있는 위치니까.
또한, 이유 역시 단순했다.
그레이 캐슬은 엘리시온 외곽에 위치한 지역이자, 동시에 엘리시온을 둘러싸고 있는 벽과 같은 지역.
그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탓에,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측정하기도 어려운 숫자의 인구가 무력을 기반으로 한데 뭉친다면, 그건 사실상 군벌과 다르지 않다.
기술력과 조직력은 아직 어설픈 수준이지만, 지리적인 이점과 막대한 인구수라는 명확한 강점이 있으니.
만약 그들이 일제히 봉기라도 한다면, 그 위협은 엘리시온 중심부, ‘화이트 그리드’에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신에게 쓱싹하고 썰리는 무력 수준을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지만- 또 모르는 일이니까.
렉스의 보스였다던 제이 토멘트라는 작자만 해도, 굉장히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녀석이었다고 들었고.
아무튼, 엘리시온의 상원의원은 그런 지방 군벌의 출현을 걱정한 것이다.
엘리시온의 의원직은 명목상 선출직이지만, 실상은 세습되는 지위.
영지를 가진 귀족이나 마찬가지인 의원에게, 군벌의 출현은 경계할 수밖에 없었겠지.
조금 더 추측해보자면, 아마 갱단을 처음 통합한 드레드라는 녀석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왕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하니까, 반란을 꿈꾸는 위험분자로 보였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리고 ‘사신’은 그런 위험분자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흉악한 암살 병기.
각각이 가진 개성에도 불구하고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양산품 ,암살을 위해서만 탄생한 존재가-
“저, 정말 괜찮은 거 맞냐……! 나중에 이걸 빌미로 때리려는 건……!”
-지금 내 앞에서, 한 손에 전류를 깃들인 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냥 시원하게 최대 출력으로 전격장 몇 발 꽂아달라니까, 지레 겁을 집어먹고 이딴 소리나 하고 있다.
겁이 많아서 뭐든 술술 불어주는 건 좋은데, 이럴 때는 역시 방해가 되네. 다른 사신한테 시켜야 하나.
“에잇, 이젠 나도 모른다! 전격장!”
그렇게 고민하던 중, 결국 마음을 굳힌 듯 사신이 손을 내뻗는다. 나는 곧바로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마력 감지와 [초감각]을 동원해 흐르는 힘의 결을 가능한 한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이론에 대입해 현상을 분석한다.
사용되는 에너지가 마력이었다면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역시 순수한 전류는 파악하기 어렵다.
-파지직!
그렇게 한 발, 정통으로 전격장을 맞은 뒤- 남은 전류가 속을 헤집는 것을 천천히 느꼈다.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전류가 내 안으로 들어온 이후 어떤 식으로 퍼지는지는 대략 감이 온다.
문제는 전류를 유도해서 외부로, 즉 상대에게 ‘꽂아넣는’ 과정인데…… 아직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그건 그렇고, 분명 최대 출력으로 쏘라고 했는데 왜 이런 애매한 위력이지? 좀 약한데?
“야, 제대로 안 할래? 풀파워로 쏘라니까?”
나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사신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겁먹은 사신은 그다음에도 애매한 위력으로 전격장을 발사했지만, 몇 번 반복하니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엔 망설임 없이 최대 출력 전격장을 날릴 수 있게 되었지만, 딱히 성과는 없었다.
뭐, 금방 뭔가 얻어낼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아쉽긴 하네.
**
사신이 최대 출력 전격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최대 4회까지가 한계라고 한다.
전자발경이라는 기술 자체가 파워팩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식이니, 제한이 있는 건 당연하다.
물론 파워팩은 자가발전 기능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충전되긴 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꽤 길다는 거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태도가 고분고분한 사신들을 하나씩 데려와 번갈아 전격장을 날리게 시켜야만 했다.
“저, 저는 정말 진심으로 죽일 작정으로 했는데요…… 그걸 다 맞고도 왜 멀쩡하신 건가요……?”
쭈글쭈글한 목소리로 소심하게 의문을 제기한 건 12호 사신이었다.
“난 원래 전기에 강해. 그보다 너도 배터리 다 됐냐?”
질문을 적당히 흘려넘기며 반대로 묻자, 12호는 찐따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찌질함이 묻어나오는 건 18층의 자색 마탑주 이후로 처음이네.
아무튼- 이걸로 전격장은 맞을 수 있는 만큼 맞은 셈인가. 내성도 딱히 오른 것 같진 않고, 여전히 성과도 없다.
몇 대 더 맞아보면 뭔가 깨달을 것 같기도 한데…… 갱단원들에게 시켜서 모은 배터리도 이미 전부 소진됐다.
사신들의 프레임을 구동시키는 데 들어가는 전력량이 워낙 커서, 전기를 공급할 방법이 많이 없다.
그렇잖아도 그레이 캐슬은 항상 전력난에 시달리는 장소라고 하니,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나.
“야, 근데 진짜 이걸로 충전 안 되냐?”
“히, 히익! 그런 거 맞으면 죽어버려요!”
혹시 내 [라이트닝 차지]로 전력을 공급할 수는 없을까 싶어 물어봤지만,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는 모양.
듣자 하니, 이전에 내 [라이트닝 차지]를 반사했던 1호 사신은 아직도 일부 회로가 손상된 상태라는 모양이다.
괜히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 사신을 줄이고 싶지는 않고, 결국 파워팩이 자동 충전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저, 사실…… 효율은 별로지만 파워팩을 충전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저희, 식품 섭취가 가능하거든요……”
그때, 12호 사신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마, 말씀드리지만 효율은 정말 형편없어요. 어디까지나 구식 설계의 흔적이 남은 수준이라서요.”
물론 이 그레이 캐슬에서 사신을 충전할 만큼의 식품을 구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니 저렇게 쭈굴대며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냥 아무 식품이나 섭취해도 괜찮은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섭취하는 식품 종류는 아무거나 상관없고?”
“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식품이면 뭐든 돼요……”
사신은 그렇게 말하며, ‘어차피 연료일 뿐이니까요, 칼로리 스틱도 괜찮아요’ 라고 덧붙였다.
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그거라면 딱 맞는 게 내 인벤토리에 넘칠 만큼 있지.
“진작 말을 하지 그랬냐.”
나를 포함한 시련의 탑 도전자들이 애용하는 달콤한 칼로리 스틱, 화이트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