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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딱 맞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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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사신과 17호 사신 덕분에, 그레이 캐슬을 노리는 흑막의 정체는 손쉽게 알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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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도 갱신되었고, 남은 것은 흑막을 찾아내 처치하고 그레이 캐슬을 점령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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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내 흥미는 퀘스트가 아니라 사신들이 사용하는 전자발경이란 기술로 옮겨 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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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경을 가르쳐 달라고……? 너는 뮤턴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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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은 대뜸 전자발경을 가르쳐 달라는 내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뮤턴트 아니라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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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경은 대 사이보그 전투술임과 동시에, 체내에 파워팩을 가진 사이보그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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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이보그가 아닌 나는 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건 알아서 하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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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뭘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냐. 데이터라면 복제해 줄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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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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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다. 우리도 전자발경은 인큐베이터에서 디지시냅스로 익힌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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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똑같은 얼굴을 한 이 사신들은 내 예상대로,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된 복제인간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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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로 편집된 어떤 인물의 DNA를 기반으로 생성하여, 학습 장치를 통해 지식을 주입받은 양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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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치고는 하나하나 개성이 엄청나지만, 어쨌든 가진 지식은 장치를 통해 흡수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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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당연히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도 불가능, 복제한 데이터를 전송해도 내겐 수신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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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디지시냅스라는 이름의 학습장치를 구하더라도, 사이보그가 아닌 나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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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한 사신 중에서 좀 똘똘한 타입을 데려와 설명하라고 하면 어떨까……그런 녀석은 애초에 협조를 안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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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이러면 나가린데……어쩔 수 없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클래식한 방법을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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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풀어줄 테니까 도망칠 생각 하지 마라. 도망치다 걸리면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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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나는 죽는 것만은 절대 사양이다! 그런데 풀어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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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사신은 불안하다는 듯 물었으나, 나는 일단 구속구부터 풀어주고 설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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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과 담쌓은 개백수의 몸으로 시작해, 자력으로 각종 무기술을 상급 수준까지 익힌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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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급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NPC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시작은 훨씬 무식한 방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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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리자드맨 전사들에게 칼자루 하나 꼬나쥐고 덤벼들어, 말 그대로 맞고 깨지고 부딪히며 배웠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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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긴 하지만, 그게 나 같은 놈한테 가장 잘 맞는 방식이다. 모르면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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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전격장 몇 발만 꽂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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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성 스킬도 올릴 겸, 전자발경은 맞으면서 배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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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좀 오래 걸리더라도, 역시 이만한 방법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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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을 통해 그레이 캐슬의 통합을 견제해 온 흑막의 정체는, 뻔하게도 엘리시온 중앙 의회의 상원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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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름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상원의원이라는 자리 자체가 극소수만이 오를 수 있는 위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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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유 역시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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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은 엘리시온 외곽에 위치한 지역이자, 동시에 엘리시온을 둘러싸고 있는 벽과 같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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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탓에,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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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하기도 어려운 숫자의 인구가 무력을 기반으로 한데 뭉친다면, 그건 사실상 군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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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과 조직력은 아직 어설픈 수준이지만, 지리적인 이점과 막대한 인구수라는 명확한 강점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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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들이 일제히 봉기라도 한다면, 그 위협은 엘리시온 중심부, ‘화이트 그리드’에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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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신에게 쓱싹하고 썰리는 무력 수준을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싶지만- 또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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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의 보스였다던 제이 토멘트라는 작자만 해도, 굉장히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녀석이었다고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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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엘리시온의 상원의원은 그런 지방 군벌의 출현을 걱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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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의 의원직은 명목상 선출직이지만, 실상은 세습되는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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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가진 귀족이나 마찬가지인 의원에게, 군벌의 출현은 경계할 수밖에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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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추측해보자면, 아마 갱단을 처음 통합한 드레드라는 녀석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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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하니까, 반란을 꿈꾸는 위험분자로 보였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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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신’은 그런 위험분자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흉악한 암살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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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이 가진 개성에도 불구하고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양산품 ,암살을 위해서만 탄생한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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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괜찮은 거 맞냐……! 나중에 이걸 빌미로 때리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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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서, 한 손에 전류를 깃들인 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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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원하게 최대 출력으로 전격장 몇 발 꽂아달라니까, 지레 겁을 집어먹고 이딴 소리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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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아서 뭐든 술술 불어주는 건 좋은데, 이럴 때는 역시 방해가 되네. 다른 사신한테 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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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이젠 나도 모른다! 전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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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민하던 중, 결국 마음을 굳힌 듯 사신이 손을 내뻗는다. 나는 곧바로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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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감지와 [초감각]을 동원해 흐르는 힘의 결을 가능한 한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이론에 대입해 현상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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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되는 에너지가 마력이었다면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역시 순수한 전류는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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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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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발, 정통으로 전격장을 맞은 뒤- 남은 전류가 속을 헤집는 것을 천천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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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전류가 내 안으로 들어온 이후 어떤 식으로 퍼지는지는 대략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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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류를 유도해서 외부로, 즉 상대에게 ‘꽂아넣는’ 과정인데…… 아직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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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분명 최대 출력으로 쏘라고 했는데 왜 이런 애매한 위력이지? 좀 약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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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제대로 안 할래? 풀파워로 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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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사신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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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사신은 그다음에도 애매한 위력으로 전격장을 발사했지만, 몇 번 반복하니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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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엔 망설임 없이 최대 출력 전격장을 날릴 수 있게 되었지만, 딱히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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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금방 뭔가 얻어낼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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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쉽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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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최대 출력 전격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최대 4회까지가 한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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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경이라는 기술 자체가 파워팩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식이니, 제한이 있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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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워팩은 자가발전 기능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충전되긴 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꽤 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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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태도가 고분고분한 사신들을 하나씩 데려와 번갈아 전격장을 날리게 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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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정말 진심으로 죽일 작정으로 했는데요…… 그걸 다 맞고도 왜 멀쩡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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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글쭈글한 목소리로 소심하게 의문을 제기한 건 12호 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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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전기에 강해. 그보다 너도 배터리 다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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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적당히 흘려넘기며 반대로 묻자, 12호는 찐따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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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찌질함이 묻어나오는 건 18층의 자색 마탑주 이후로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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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걸로 전격장은 맞을 수 있는 만큼 맞은 셈인가. 내성도 딱히 오른 것 같진 않고, 여전히 성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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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대 더 맞아보면 뭔가 깨달을 것 같기도 한데…… 갱단원들에게 시켜서 모은 배터리도 이미 전부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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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들의 프레임을 구동시키는 데 들어가는 전력량이 워낙 커서, 전기를 공급할 방법이 많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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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그레이 캐슬은 항상 전력난에 시달리는 장소라고 하니,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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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진짜 이걸로 충전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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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익! 그런 거 맞으면 죽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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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라이트닝 차지]로 전력을 공급할 수는 없을까 싶어 물어봤지만,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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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이전에 내 [라이트닝 차지]를 반사했던 1호 사신은 아직도 일부 회로가 손상된 상태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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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 사신을 줄이고 싶지는 않고, 결국 파워팩이 자동 충전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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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효율은 별로지만 파워팩을 충전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저희, 식품 섭취가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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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12호 사신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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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씀드리지만 효율은 정말 형편없어요. 어디까지나 구식 설계의 흔적이 남은 수준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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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그레이 캐슬에서 사신을 충전할 만큼의 식품을 구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니 저렇게 쭈굴대며 말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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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 아무 식품이나 섭취해도 괜찮은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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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하는 식품 종류는 아무거나 상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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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식품이면 뭐든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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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은 그렇게 말하며, ‘어차피 연료일 뿐이니까요, 칼로리 스틱도 괜찮아요’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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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량, 고지방, 고당류- 그거라면 딱 맞는 게 내 인벤토리에 넘칠 만큼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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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말을 하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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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시련의 탑 도전자들이 애용하는 달콤한 칼로리 스틱, 화이트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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