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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회색 성채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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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레이 캐슬을 통일한 건 뉴로그레이브라는 갱단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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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의 대가리인 드레드 잭슨은 ‘기관총 드레드’라고 불렸지. 지 앞길 막는 놈들은 전부 갈겨버리는 걸로 유명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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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는 온갖 미친놈들이 우글거리던 그레이 캐슬을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버리고, 자기가 이 회색 지대의 왕이라고 선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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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는 이상할 정도로 ‘왕’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지. 머리는 별로였던 것 같은데, 어디서 주워들은 말에 빠진 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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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드레드가 진짜 어떤 놈이었는지는 나도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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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도 말야, ‘그레이 캐슬 역사상 제일 셌던 갱단이 뭐냐?’ 하면, 뉴로그레이브부터 꼽는 놈들이 아직 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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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그 새끼들 시절엔 기저귀 차던 놈들이 지껄이는 거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뉴로그레이브가 셌던 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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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그 두목인 드레드는, 그레이 캐슬을 통일하고 바로 다음 날에 뒈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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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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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선언한 다음 날에 갑자기 사라져서는, 며칠 뒤에 시체로 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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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냥 죽은 게 아니야. 시체가 완전히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이식했던 모드나 프레임까지 멀쩡한 데가 없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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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때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놈들은 없었어. 애초에 드레드 자체가 그냥 무식한 병신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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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 드레드’라니까 뭔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그 시대를 진짜 살아본 놈들은 다 안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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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는 그냥 별명대로 총만 존나게 갈겨댔을 뿐이고, 뉴로그레이브를 진짜로 키운 건 그 밑에 있던 부하들이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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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세력이 커지고 난 후에는, 그레이 캐슬의 통일이라는 목표에 끌려 제 발로 합류한 놈들이 더 많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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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놈들은 처음엔 고분고분했어도- 드레드가 얼마나 멍청한지 알고 나선 점점 말을 안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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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중 하나가 뒤통수 갈기고 죽인 거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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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가 뒤지자마자 뉴로그레이브는 바로 쪼개졌어, 좀 치는 놈들이 죄다 자기가 다음 보스라고 나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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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는 다시 혼돈의 시절이었지, 자기가 드레드를 죽였다고 허세 떠는 놈들도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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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쪼개진 뉴로그레이브 잔당과 새롭게 생겨난 갱단이 다시 통일된 건, 그로부터 15년 뒤의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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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그레이브가 그레이 캐슬에서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갱단이었지만, 정작 보스였던 드레드는 그냥 병신이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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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야, 그다음에 나타난 놈은 달랐어. 조니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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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는 드레드랑은 아예 급이 달랐지. 갱단의 세력은 작았지만, 그냥 그레이 캐슬 통틀어 제일 센 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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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수준의 프레임이랑 모드를 몸에 떡칠하고, 자기 측근 몇 명만 데리고 다니면서 근처 갱단을 하나씩 다 조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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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파괴적이라는 말이 존나 잘 어울리는 새끼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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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망나니처럼 굴지도 않았고, 통제가 안 되는 부하도 없어서, 드레드보다 훨씬 빠르게 통일을 이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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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놈이 그레이 캐슬을 통합해서 뭘 하려고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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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순식간에 갱단을 통합한 그 녀석도 뭔가 뜻을 밝히기도 전에- 드레드랑 비슷한 꼴로 뒈져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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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보스인 조니 엑스만 뒈진게 아니었어, 놈과 함께했던 부하들도 함께 시체로 발견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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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시작된 거야, 그레이 타운을 통합한 놈들은 모두…사신에게 죽임당한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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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소문에 쐐기를 박은 게, 제이 토멘트의 죽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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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타운 통합을 이루거나, 통합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곧 사신에게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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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그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거의 자기 추억담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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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신이라는 놈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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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렉스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에 비로소 ‘사신’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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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도 데이터도 없다. 나도 제이의 죽음 이후 온 힘을 기울여 찾아봤지만, 건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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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가 아무도 없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이 사이버펑크 세계에 드론이나 카메라 따위는 널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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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듣자하니 모드를 장착하기 위한 핵심 부품인 ‘프레임’에는 모두 블랙박스가 붙어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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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에게 당한 것으로 추측되는 시신의 블랙박스는 모두 고장 나 데이터가 사라진 상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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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라도 맞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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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버펑크 세계에도 흔하지는 않지만 EMP장비가 있다고 하니, 그거라면 대충 설명이 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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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렉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물론 대답은 모두 시원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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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렉스는 내가 ‘사신’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사실 자체를 신경 쓰는 듯하더니, 작게 귓속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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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추측이지만……사신은 엘리시온 정부가 파견한 살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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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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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이 통일된 조직이 된다면, 도시를 위협할 전력이 될 테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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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러니 괜히 갱단 통합 같은 터무니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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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더 흥미가 생긴단 말이지. 히든피스를 찾는 입장에서는 특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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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조금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빠른 시일내에 그 ‘사신’을 한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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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도 같은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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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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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아까 그거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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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그레이 캐슬에 존재하는 갱단 세력과 그 위치에 대해서부터 좀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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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라면 제가 정리해 뒀습니다 형님! 프레임 아이디 알려주시면 바로 데이터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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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런 거 없어,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게 뽑아서 가져와. 여긴 태블릿 같은 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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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이라니, 그런 언제적 구닥다리 골동품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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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히칸 현 대머리 깡패에게 얇은 태블릿 하나를 받아, 지도를 살펴보고 적당한 동선을 생각해 길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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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어치운 두 갱단을 제외하고, 이 그레이 캐슬에 존재하는 다른 갱단의 숫자는 총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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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도 따라와서 길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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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한 뒤, 검을 뽑아들고 아지트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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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지도에 표시된 지점, 그리고 목표는 그 지점까지 향하는 길에 있는 모든 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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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은 엘리시온의 외곽 지역을 칭하는 말이니, 그냥 크게 한 바퀴 빙 돌면 되는 동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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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개최 전까지 23층을 깨 놓으려면, 이 정도는 하루 만에 처리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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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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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과 콘크리트가 뒤섞인 폐건물이 우르르 박살 나며, 거대한 기계 병기가 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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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의 장비를 장착한 갱단 두목, 이름은……뭐더라, 관심이 없어서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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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갱단 두목이 어디선가 기묘한 무기를 가져와 장비하고는, 내게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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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죽대는 것도 거기까지다, 좆같은 뮤턴트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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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위력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무기인지, 놈은 위풍당당한 태도로 지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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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뮤턴트는 또 뭐야.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박살 냈던 갱단에서 누가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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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스캔을 돌려도 금속 부품이 보이질 않으니, 이제는 나를 생체 병기 같은 걸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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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건 뮤턴트를 죽이는데 최적화된 병기라고 보면 되는 걸까나, 한 번 맞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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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새끼들한테는 이게 딱이지, 고주파 위상 교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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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갱단 두목의 무기가 불을 뿜었지만, 나는 그 자신만만한 공격에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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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파 위상 교란기, 생긴 건 다르지만 조금 전에 다른 녀석이 사용했던 무기랑 똑같은 이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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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효과로 분자 결합을 흐트러트려 생물을 증발시키는 광선을 쏜다던데,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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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가 어떻건 간에, 단순히 에너지를 방출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계열의 무기는 내게 일절 통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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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스킬을 사용하거나, 마력강화를 사용하거나, 어쨌든 마력을 쓰면 모두 평범하게 방어할 수 있는 공격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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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작해야 23층의 NPC인 이놈들의 무기가 내는 출력으로는, 내 마력 방호를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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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된 병기도, 마력이라는 초월적인 힘의 존재 앞에서는 모두 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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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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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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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된 광선을 무시하고 접근해, 놈의 엑소스켈레톤인가 하는 장비를 전격으로 지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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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기계들이라서 그런지,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을 이용한 공격이 아주 잘 먹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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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름의 보호 장비가 있는 모양인지, 몇몇 놈들한테는 아예 막힐 때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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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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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병기가 과전류에 의해 기능을 정지하자,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갱단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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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놈의 부하들은 죄다 비슷한 꼴로 뻗어 있다. 이걸로 마지막이었던 이 갱단도 사실상 전멸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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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놓친 갱단이 더 있는 게 아니라면, 슬슬 퀘스트창에 변화가 일어날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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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퀘스트 목표가 갱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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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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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의 갱신과 함께, 눈앞에는 붉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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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의 사신이 나를 추적한다는 알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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