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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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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어딜 어떻게 봐도 별로 대단한 조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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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라고 영단어로 칭하니까 괜히 있어 보이는 것뿐이지, 그 근본은 그냥 동네 깡패 새끼들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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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별 대단치도 않으면서 무리지어 다니는 놈들의 최대 특징은 언제든, 강약약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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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되지도 못한 채 찌그러진 모히칸 캐논, 바닥에 엎어져 버린 놈들의 대장 라토. 상황 파악은 끝났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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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칸 패거리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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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등을 보이며 달려도 모자랄 판이지만, 저렇게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놈들의 또 다른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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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튀기에는 가오가 상하는 거다. 그게 아니면 보스를 두고 그냥 도망치기 좀 그렇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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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니들 두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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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엎어진 라토의 머리를 발끝으로 깡깡 차대며 물었다. 대답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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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며 다른 놈들도 다 쥐어팰 생각으로 앞으로 나선 순간, 후방에 있던 모히칸 한 놈이 무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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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토의 빨간 모히칸이 포신으로 변했던 것처럼, 놈은 검은 모히칸을 네 발의 총구로 변환시켜 나를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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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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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한 모히칸 기관총, 나는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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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쏟아지는 탄환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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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의 공격들과는 다르게 탄환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피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맞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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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티딩! 티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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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스킬을 사용하고 [혼신]스킬로 스탯을 증폭시키자, 너무나 손쉽게 튕겨나가는 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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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은 그냥 따끔하기만 한 정도다. 실탄이 아니라 비비탄 총 세례를 맞고 있는 정도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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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쏟아지는 탄환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모히칸을 뜯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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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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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전기가 끊어진 로봇처럼 픽 주저앉아 버리는 검은 모히칸의 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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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단순히 헤어스타일을 통일한 게 아니라 이 모히칸이 이놈들의 주요 파츠였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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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다. 나는 뜯어낸 모히칸을 던져버리고, 남아 있는 다른 모히칸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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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두목이 누구야, 이 중에서 제일 높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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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익!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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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 생각 말고 대답을 하라고, 닭벼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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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도망가려는 또 다른 모히칸의 다리를 로우킥으로 분쇄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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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은 모히칸들은 벌벌 떨면서 손가락으로 바닥에 쓰러진 붉은 모히칸, 라토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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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이놈 다음으로 높은 놈은 누군데, 부두목이나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야. 차기 두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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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칸들은 이번에도 쓰러져 있는 검은 모히칸을 가리켰다. 조금 전에 기관총을 쏘던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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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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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자, 모히칸들은 저마다 웅성거리며 연공서열이 어쩌고 하며 누군가를 떠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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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언쟁 끝에 떠밀려 나온 녀석은 이번에도 검은 모히칸을 달고 있는 놈이었다. 행동대장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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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대장 모히칸은 다가오는 나를 보며 쩔쩔매다가, 이내 ‘헛!’ 하고 숨을 내뱉더니 대뜸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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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형님께서 이제 우리 두목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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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보스의 자격]이라는 업적이 달성되며 보너스 스탯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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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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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갱단 사이에서 한쪽의 편을 들라던 퀘스트도 완료되며, 경험치와 골드가 보상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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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후속 퀘스트가 발생했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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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속 팔이 인상적인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두목인 렉스라는 놈을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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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니들 보스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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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 진입으로부터 45분째, 나는 이렇게 갱단 두 개를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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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의 갱단 퀘스트는 이제까지의 층에서 종종 있었던 진영 퀘스트와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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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진영에 소속되어 쭉 해당 루트를 따라가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무척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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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속된 갱단을 뒤통수친다거나, 갱단의 보스를 암살하고 자신이 보스를 먹는다거나 하는 짓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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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공권력에 갱단을 넘겨버리는 것도 가능하고, 복수의 갱단에 양다리를 걸쳐 극한까지 이득을 취하는 것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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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그럴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퀘스트의 형식으로 이런 선택지들을 계속 들이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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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앞에도 그런 선택지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묘한 퀘스트 하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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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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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당신은 그레이 캐슬의 뒷골목을 점령하고 있는 갱단을 무력으로 무릎꿇려, 산하로 흡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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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반목하며 균형을 유지해온 두 갱단이 흡수 통합되었다는 사실은 뒷골목에 큰 파란을 불러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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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파란은 분명 여러 종류의 분쟁과 혼란을 낳을 것이며, 이에 대처하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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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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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없음)갱단을 그레이 캐슬의 정점에 올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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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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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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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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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커뮤니티에 검색해 보니, 에픽 퀘스트처럼 나 혼자만 받은 퀘스트는 아닌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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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이 첫 번째 목표를 조금도 달성하지 못하고, 다른 루트의 퀘스트로 빠지게 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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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목하고 있는 십수 개의 갱단을 도전자들이 내키는 대로 돕는 구조상, 달성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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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가 작정하고 퀘스트를 통제한다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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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 이외의 도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 2661서버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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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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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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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창을 들여다보며 뱉은 혼잣말을 듣고, 검은 모히칸……이었던 갱 녀석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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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아지트, 23층은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편이기에 나는 이곳을 거처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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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럽고 죄다 쇳덩이들밖에 없어서 살풍경하지만, 그래도 드러누울 수 있는 소파 정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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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인수합병, 그레이 캐슬에 있는 갱단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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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레이 캐슬을 통합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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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소파에 [황금빛 양털]을 깔고 드러누운 나를 향해, 전직 모히칸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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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모히칸이 아니라 전직 모히칸이냐면……내가 꼴 보기 싫어서 모히칸 싹 다 뽑으라고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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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직 모히칸이다. 참고로 대체할 헤어 파츠가 없어서 전직 모히칸들은 싹 다 대머리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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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근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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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형님은 다른 구역에서 넘어오신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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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역, 대충 그렇지? 근데 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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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내 무력에 의문을 표하거나, 다른 거대 갱의 존재를 우려하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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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밑으로 들어오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싹싹하게 굴고 있는 이놈의 표정은 뭔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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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것이, 그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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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설명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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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떠는 대머리를 어깨로 밀치고 앞으로 나온 것은,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전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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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팔을 가진 사나이, 렉스는 괴담을 이야기하듯 운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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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캐슬에는 사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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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의 세계는 엘리시온이라 불리는 거대한 강철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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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로 오염되어 더는 살 수 없게 된 바깥세계를 버리고 이주해 온, 인류를 위한 닫힌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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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그 이름과 어울리는 ‘이상향’은 엘리시움 중앙의 화이트 그리드- 혹은 가장 중앙인 유토피아 시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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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존의 바깥은 방향에 따라 레드 그리드니 블루 그리드니 하는 색깔로 불리며, 각각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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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 그레이 캐슬은 엘리시온의 끝자락- 온갖 혐오시설이 모여있는 낙원의 그림자와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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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도 청색도 황색도 구분 없이, 한데 뒤섞여 쓰레기와 같은 회색으로 물드는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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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가 곧 질서인 무법지대- 그런 설정이라고 커뮤니티에서 읽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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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씨발것들이 모이는 그레이 캐슬에도 역사가 있어, 그래 봤자 족보싸움이 거의 다지만, 뭐가 있기는 있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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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레이 캐슬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적인 갱이 세 명 있었는데, 누군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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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 잭슨, 조니 엑스, 그리고 제이 토멘트……이 세명은 그레이 캐슬에서 나고 자란 새끼들이면 모르는 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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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강철팔을 대뜸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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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이 토멘트의 마크지. 저기 자빠져 있는 닭벼슬 새끼랑 나는, 예전에 제이의 갱단에 함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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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팔에 새겨진 문양은 렉스가 입고 있는 옷에 그려진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마크와도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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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어차피 이건 궁금하지도 않겠지. 아무튼, 계속 말하자면, 그 세 명이 전설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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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의 한쪽 눈알이 파랗게 빛나며, 가까운 테이블에 홀로그램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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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 세 명 모두가 이 그레이 타운을 한 번 통합하거나, 통합 직전까지 갔던 놈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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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이 나타낸 것은 그레이 타운의 어느 뒷골목 풍경- 그리고, 누군지 모를 사람의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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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뒈졌거든, 원래 살아있는 새끼들은 전설이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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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의 오른팔에는 렉스가 보여준 것과 똑같은 마크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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