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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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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수합병

이놈들은 어딜 어떻게 봐도 별로 대단한 조직은 아니다.

갱단이라고 영단어로 칭하니까 괜히 있어 보이는 것뿐이지, 그 근본은 그냥 동네 깡패 새끼들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이렇게 별 대단치도 않으면서 무리지어 다니는 놈들의 최대 특징은 언제든, 강약약강이라는 점이다.

발사되지도 못한 채 찌그러진 모히칸 캐논, 바닥에 엎어져 버린 놈들의 대장 라토. 상황 파악은 끝났을 터.

모히칸 패거리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냅다 등을 보이며 달려도 모자랄 판이지만, 저렇게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놈들의 또 다른 특징.

먼저 튀기에는 가오가 상하는 거다. 그게 아니면 보스를 두고 그냥 도망치기 좀 그렇다거나.

“이게 니들 두목이냐?”

나는 엎어진 라토의 머리를 발끝으로 깡깡 차대며 물었다. 대답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한숨을 쉬며 다른 놈들도 다 쥐어팰 생각으로 앞으로 나선 순간, 후방에 있던 모히칸 한 놈이 무기를 꺼냈다.

라토의 빨간 모히칸이 포신으로 변했던 것처럼, 놈은 검은 모히칸을 네 발의 총구로 변환시켜 나를 겨누었다.

-두두두두두두두!!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한 모히칸 기관총, 나는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쏟아지는 탄환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여태까지의 공격들과는 다르게 탄환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피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맞기로 했다.

-팅! 티딩! 티디딩!

[철벽]스킬을 사용하고 [혼신]스킬로 스탯을 증폭시키자, 너무나 손쉽게 튕겨나가는 탄환.

위력은 그냥 따끔하기만 한 정도다. 실탄이 아니라 비비탄 총 세례를 맞고 있는 정도의 느낌.

나는 쏟아지는 탄환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모히칸을 뜯어버렸다.

-으적!

그러자 전기가 끊어진 로봇처럼 픽 주저앉아 버리는 검은 모히칸의 깡패.

뭐지, 단순히 헤어스타일을 통일한 게 아니라 이 모히칸이 이놈들의 주요 파츠였던걸까?

아무래도 좋다. 나는 뜯어낸 모히칸을 던져버리고, 남아 있는 다른 모히칸들에게 물었다.

“니들 두목이 누구야, 이 중에서 제일 높은 자식.”

“히, 히익! 괴물!”

“튈 생각 말고 대답을 하라고, 닭벼슬들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도망가려는 또 다른 모히칸의 다리를 로우킥으로 분쇄해버렸다.

그러자 남은 모히칸들은 벌벌 떨면서 손가락으로 바닥에 쓰러진 붉은 모히칸, 라토를 가리켰다.

“그래? 그러면 이놈 다음으로 높은 놈은 누군데, 부두목이나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야. 차기 두목이나.”

모히칸들은 이번에도 쓰러져 있는 검은 모히칸을 가리켰다. 조금 전에 기관총을 쏘던 놈이다.

“그럼, 다음은?”

다시 묻자, 모히칸들은 저마다 웅성거리며 연공서열이 어쩌고 하며 누군가를 떠밀기 시작했다.

그런 언쟁 끝에 떠밀려 나온 녀석은 이번에도 검은 모히칸을 달고 있는 놈이었다. 행동대장이라나.

행동대장 모히칸은 다가오는 나를 보며 쩔쩔매다가, 이내 ‘헛! 하고 숨을 내뱉더니 대뜸 고개를 숙였다.

“혀, 형님께서 이제 우리 두목이십니다!”

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보스의 자격]이라는 업적이 달성되며 보너스 스탯을 획득했다.

[퀘스트 완료 :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항쟁]

그리고 두 갱단 사이에서 한쪽의 편을 들라던 퀘스트도 완료되며, 경험치와 골드가 보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후속 퀘스트가 발생했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금속 팔이 인상적인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두목인 렉스라는 놈을 향해 물었다.

“그러면, 니들 보스는 누구냐?”

23층 진입으로부터 45분째, 나는 이렇게 갱단 두 개를 먹어치웠다.

**

23층의 갱단 퀘스트는 이제까지의 층에서 종종 있었던 진영 퀘스트와는 조금 다르다.

하나의 진영에 소속되어 쭉 해당 루트를 따라가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무척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소속된 갱단을 뒤통수친다거나, 갱단의 보스를 암살하고 자신이 보스를 먹는다거나 하는 짓도 가능하다.

심지어 공권력에 갱단을 넘겨버리는 것도 가능하고, 복수의 갱단에 양다리를 걸쳐 극한까지 이득을 취하는 것도 가능.

본인이 그럴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퀘스트의 형식으로 이런 선택지들을 계속 들이민다고 한다.

그리고 내 앞에도 그런 선택지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묘한 퀘스트 하나가 나타났다.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인수합병]

설명 : 당신은 그레이 캐슬의 뒷골목을 점령하고 있는 갱단을 무력으로 무릎꿇려, 산하로 흡수했습니다.

오랜 기간 반목하며 균형을 유지해온 두 갱단이 흡수 통합되었다는 사실은 뒷골목에 큰 파란을 불러오겠지요.

이같은 파란은 분명 여러 종류의 분쟁과 혼란을 낳을 것이며, 이에 대처하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퀘스트 목표]

  1. (이름없음)갱단을 그레이 캐슬의 정점에 올려놓기.

  2.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3.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4. (선행 목표 달성 시 개방됩니다.)

오픈 커뮤니티에 검색해 보니, 에픽 퀘스트처럼 나 혼자만 받은 퀘스트는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첫 번째 목표를 조금도 달성하지 못하고, 다른 루트의 퀘스트로 빠지게 됐다는데.

반목하고 있는 십수 개의 갱단을 도전자들이 내키는 대로 돕는 구조상, 달성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대형 길드가 작정하고 퀘스트를 통제한다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나 이외의 도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 2661서버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거 한번 해볼까.”

“뭘 말씀이십니까?”

퀘스트 창을 들여다보며 뱉은 혼잣말을 듣고, 검은 모히칸……이었던 갱 녀석이 물었다.

이곳은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아지트, 23층은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편이기에 나는 이곳을 거처로 삼았다.

좀 더럽고 죄다 쇳덩이들밖에 없어서 살풍경하지만, 그래도 드러누울 수 있는 소파 정도는 있다.

“그러니까……인수합병, 그레이 캐슬에 있는 갱단 전부.”

“예? 그레이 캐슬을 통합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딱딱한 소파에 [황금빛 양털]을 깔고 드러누운 나를 향해, 전직 모히칸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 왜 모히칸이 아니라 전직 모히칸이냐면……내가 꼴 보기 싫어서 모히칸 싹 다 뽑으라고 했거든.

그래서 전직 모히칸이다. 참고로 대체할 헤어 파츠가 없어서 전직 모히칸들은 싹 다 대머리인 상태다.

“어, 근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형님, 형님은 다른 구역에서 넘어오신 분이죠?”

“다른 구역, 대충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단순히 내 무력에 의문을 표하거나, 다른 거대 갱의 존재를 우려하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밑으로 들어오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싹싹하게 굴고 있는 이놈의 표정은 뭔가 달랐다.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것이, 그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내가 설명해주지.”

벌벌 떠는 대머리를 어깨로 밀치고 앞으로 나온 것은,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전 보스.

강철팔을 가진 사나이, 렉스는 괴담을 이야기하듯 운을 띄웠다.

“그레이 캐슬에는 사신이 산다.”

**

23층의 세계는 엘리시온이라 불리는 거대한 강철의 낙원이다.

공해로 오염되어 더는 살 수 없게 된 바깥세계를 버리고 이주해 온, 인류를 위한 닫힌 이상향.

하지만 실제로 그 이름과 어울리는 ‘이상향’은 엘리시움 중앙의 화이트 그리드- 혹은 가장 중앙인 유토피아 시티 뿐이다.

화이트 존의 바깥은 방향에 따라 레드 그리드니 블루 그리드니 하는 색깔로 불리며, 각각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곳, 그레이 캐슬은 엘리시온의 끝자락- 온갖 혐오시설이 모여있는 낙원의 그림자와 같은 장소.

적색도 청색도 황색도 구분 없이, 한데 뒤섞여 쓰레기와 같은 회색으로 물드는 성채.

무질서가 곧 질서인 무법지대- 그런 설정이라고 커뮤니티에서 읽은 적이 있다.

“온갖 씨발것들이 모이는 그레이 캐슬에도 역사가 있어, 그래 봤자 족보싸움이 거의 다지만, 뭐가 있기는 있다 이거야.”

“아무튼, 그레이 캐슬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적인 갱이 세 명 있었는데, 누군지 아냐?”

“드레드 잭슨, 조니 엑스, 그리고 제이 토멘트……이 세명은 그레이 캐슬에서 나고 자란 새끼들이면 모르는 놈이 없어.”

렉스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강철팔을 대뜸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게 제이 토멘트의 마크지. 저기 자빠져 있는 닭벼슬 새끼랑 나는, 예전에 제이의 갱단에 함께 있었어.”

강철팔에 새겨진 문양은 렉스가 입고 있는 옷에 그려진 아이언피스트 갱단의 마크와도 비슷해 보였다.

“후우……어차피 이건 궁금하지도 않겠지. 아무튼, 계속 말하자면, 그 세 명이 전설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야.”

렉스의 한쪽 눈알이 파랗게 빛나며, 가까운 테이블에 홀로그램을 그려내었다.

“그놈들 세 명 모두가 이 그레이 타운을 한 번 통합하거나, 통합 직전까지 갔던 놈들이고……”

홀로그램이 나타낸 것은 그레이 타운의 어느 뒷골목 풍경- 그리고, 누군지 모를 사람의 시체.

“다 뒈졌거든, 원래 살아있는 새끼들은 전설이 못 돼.”

시체의 오른팔에는 렉스가 보여준 것과 똑같은 마크가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