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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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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레이 캐슬의 갱단

내 앞을 가로막은 불량배는 세 명.

금속으로 이루어진 팔을 달고 있는 덩치 좋은 놈이 둘, 번쩍거리는 의안이 달린 놈이 하나.

그리고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내 마력감지에 걸리는 놈들이 총 여섯 명- 합계 아홉 명이다.

무장 상태는 허리춤에 매여 있는 권총 비스무레한 물건이 하나 있는 정도, 이건 확실히 겉으로 식별하기는 어렵구만.

“모드도 리얼스킨으로만 잔뜩 두른게, 돈 좀깨나 있는 녀석인가 본데……길이라도 잃으셨나? 으응?”

대장으로 보이는 금속팔 남자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불량함이구만.

참고로, 모드라는 건 이놈이 달고 있는 금속팔처럼 몸에 이식하는 기계 파츠의 총칭이다.

리얼스킨은 그중에서도 겉으로 보기에 맨몸과 잘 구분되지 않는 외형의 모드를 말한다던가, 고가라는 것 같다.

“어이, 보스……잠깐만.”

이놈들은 어느 정도로 패야 적당할까 견적을 내고 있던 중, 후방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의안 녀석이 입을 열었다.

보스라고 불린 기계팔 남자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는 의안의 남자와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저 자식, 모드랑 프레임이 스캔이 안 돼. 내추럴이라고 뜨는데?”

“뭐? 내추럴? 진짜야?”

“그게 아니면, 6등급 이상의 군용 스텔스 모드를 쓰고 있는 건데.”

굉장히 작은 목소리지만 [초감각]을 가진 나에게는 선명하게 들린다. 처음 듣는 단어지만 대충 내용은 짐작이 간다.

보스라고 불린 남자가 인상 쓰며 나를 쳐다보았다. 기계가 잔뜩 삽입된 몸이지만 표정은 잘만 읽힌다.

경계하고 있구만, 여기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놈들의 깜냥이 보일 것 같은데……한번 좀 긁어 볼까?

“삥 뜯는거 아니었냐, 고철들아?”

커뮤니티에서 본 대로라면, 이 세계에서 ‘고철’이란 말은 이런 놈들에게 굉장히 심한 욕설이라고 한다.

저품질 모드를 장착한 놈들을 콕 집어 비하하는 말로, 대충 흑인한테 말하는 ‘검둥이’ 정도라나.

“기계팔은 장식이야? 쫄았냐?”

마침 이곳은 슬럼 내지는 빈민촌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분명 못 참는 놈이 하나쯤은 나오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이었다. 눈앞의 세 놈이 아닌-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놈이 무언가를 발사했다.

마력감지로 훑어보니 조그만 미사일이나 뭐 그런 것 같다. 위력은 모르겠지만 속도는 느리군.

일단 한 번 맞아볼까.

-쾅!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 날렸다.

주변이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바닥에는 불이 붙어 타닥타닥 타오르고, 내 몸은……음, 멀쩡하고.

적색 마탑의 일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공격 마법이랑 비슷한 정도인가. 그보다 살짝 센 것 같기도 하고?

마력이 깃들지 않은 순수한 폭발 공격인 탓에, 위력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다.

“병신 렉스, 뭐 그딴 놈한테 바짝 쫄고 지랄이야? 그래가지고 니 구역은 지킬 수 있겠어? 어엉?”

“이 새끼, 라토! 우리 구역에서 뭔 짓이야!”

“대가리 행세하고 있는 자식이 벌벌 떠는 게 답답해서, 내가 먼저 한 발 쏴 줬다. 불만있냐?”

그런데, 나한테 미사일을 쏜 놈은 이들과 같은 패거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묘하게 험악한 분위기다.

엘리트 NPC는 아닌 것 같은데, 상당히 생동감 있는 놈들이다. 지켜보면 뭔가 퀘스트라도 생기려나?

나는 연기 속에서 [암영] 스킬로 몸을 감추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

라토라고 불린 놈은 빨간 모히칸 머리를 하고,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팔을 달고 있는 남자였다.

무식하게 크고 기다란 양 팔을 이용해 고릴라처럼 움직이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꼴사나웠다.

아무튼, 라토는 자신과 비슷한 모히칸 머리를 한 패거리 몇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 새끼가……우리 좆되게 하려고 작정했지? 아까 같은 놈 잘못 건드리면 다 같이 뒤지는 거 몰라?”

나를 막아 세웠던 무리의 보스, 기계팔의 렉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사정은 대충 알만하다.

이 세계에서 모드를 전혀 장착하지 않은 ‘내추럴’은 극소수의 최상위 계층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놈들의 스캔에 ‘내추럴’로 나온 나는, 뭐가 됐건간에 든든한 뒷배경이 있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그게 아니면, 스캔조차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특수 모드를 장착한 위험 인물로 판단되었을 테고.

딱 봐도 거창한 조직은 아닌 이놈들로서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존재였겠지- 그걸 저놈이 쏴버린 거고.

“쫄기는 병신이, 그거 한 발 처맞고 산산조각난 거 보면 모르겠냐? 그냥 쌩 내추럴이구만.”

“이 씨발……”

“딱 보니 어디 별난 집안 도련님인가 본데, 죽여서 깨끗하게 묻으면 보복이고 뭐고도 없지.”

라토 패거리와 렉스 패거리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언쟁을 이어나갔다. 슬슬 사태의 윤곽이 보인다.

“고철이라고 떠드는 새끼는 다 뭉개버린다고 지껄이던 놈이, 나이 좀 먹었다고 아주 겁쟁이가 다 됐잖아.”

“꼬락서니를 보니 그동안 업그레이드는 하나도 안 했나 본데, 그딴 떨거지들이랑 왕 노릇 하느라 고생이 많지?”

“그러니까 너도 고생 그만하고, 이제 그만 은퇴나 해라. 네 그 구식 모드는 내가 좋은 곳에 비싸게 팔아줄게.”

대충 불량배들끼리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려는 상황 같다. 저 모히칸 패거리가 여길 잡아먹으려는 것 같은데.

아무나 두들겨 팬 다음 따까리로 삼아서 길안내를 받을 생각이었던 나에게는, 꽤 괜찮은 상황이다.

그리고, 때맞춰 퀘스트가 발생했다. 제목은 오픈 커뮤니티에서 봤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퀘스트 발생 : 그레이 캐슬의 갱단들 - 항쟁]

설명 : 당신은 그레이 캐슬의 뒷골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갱단 간의 충돌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만, 당신에겐 더 멋진 선택지가 있습니다.

두 갱단 중 하나의 편에 서서 항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무언가 보답을 받을지도 모르죠.

[퀘스트 목표]

  1. 아이언피스트 갱단을 돕기(선택).

  2. 레드 파이어즈 갱단을 돕기(선택).

23층의 주요 서브 퀘스트로 알려져 있는 갱 퀘스트가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거였군.

갱단의 이름은 듣던 것과 다르지만, 서버에 따른 차이거나 최초 진행 퀘스트라서 그런 거겠지.

나는 곧바로 [암영]스킬을 해제하고, 두 패거리 사이를 당당하게 가르고 섰다.

“오케이, 접수.”

이번 퀘스트도 필수 목표가 없고, 갱단을 돕는다는 선택 목표만 두 개가 있다.

즉, 굳이 선택 목표를 고르지 않아도 퀘스트는 진행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다음은 뻔하지.

두 개의 갱단 중 하나를 돕는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이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다 쥐어패면 되겠지.”

양쪽 갱단을 공평하게 다 때려잡고- 내가 이 구역을 먹으면 되는 거다.

**

시련의 탑에서 히든 피스를 찾으려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줘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쉬운 길을 두고 구태여 어려운 길을 찾아가는 것.

내가 미사일을 맞는 모습을 정면에서 봤던 렉스는, 놀란 표정으로 한 발짝 뒷걸음질쳤다.

“뭐야, 안 뒤졌어?”

미사일을 쏜 장본인인 라토 역시, 인상을 구기며 그 큼직한 팔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찌릿거리는 감각과 함께 무언가 얕은 파장이 내 몸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파장이 발생한 지점은 라토의 뒤편, 모히칸 머리를 한 또 다른 남자- 뭔가 스캔을 했군.

“내추럴은 맞는데……에너지 쉴드라도 갖고 있었나 보지? 돈이 어지간히 많은가 봐?”

말하는 투를 보니, 스캔의 결과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눈치다. 스캔의 정확도에 자신이 있는 건가.

아까 구식 모드니 업그레이드니 떠들어 댔던 걸 보면, 저 모히칸들은 상당히 좋은 모드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알량한 쉴드가 너를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냐. 내추럴 자식아!”

-철컥! 철컥! 철컥!

라토의 커다란 양팔이 금속음과 함께 변형한다. 철컥거리며 변화한 팔의 모습은- 마치 대포.

이어서 ‘위이잉’ 하는 동작음과 함께, 대포로 변한 팔이 탄환을 쏘아낸다. 조금 전에 맞은 미사일이다.

원거리에는 이쪽도 원거리로 대응해볼까. 인벤토리에서 쇠구슬 하나를 꺼내 냅다 투척했다.

-콰앙!

공중에서 요격된 미사일은 허무하게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라토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쉴드가 아닌데?”

멍청하게 말을 흘리는 라토의 앞으로 [도약]과 [신속]을 사용해 단숨에 접근했다.

마력회로가 손실된 손으로는 아주 조금의 오러밖에 발현하지 못하지만, 딱 보니 오러까지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다.

가볍게 [철벽]스킬만을 발동한 뒤, 놈의 꼴사나운 팔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으적!

대포로 변한 커다란 팔이 나무젓가락처럼 꺾이며, 그 안에 장전되어 있던 포탄을 뱉어냈다.

콰과광, 쏟아진 포탄이 폭발을 일으키며 라토의 양팔과 어깻죽지가 휩쓸려 파괴되었다.

경악한 표정의 라토는 이를 악물고 등 뒤로 힘껏 뛰더니, 갑자기 힘껏 고개를 까딱였다.

-철컥!

그러자, 놈의 머리를 장식하던 빨간 모히칸 헤어가- 주먹만 한 크기의 총구로 변신했다.

와, 뭐야 저게. 모히칸이 무기가 됐잖아?

모히칸이 변형해 만들어진 총구에 묘한 열기가 모인다. 마력이 아닌 다른 종류의 파괴적인 에너지.

유탄을 쏘아내는 양팔과는 다르게, 에너지를 모아서 쏘는 무기-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뻔하기 짝이 없다.

마력감지를 통해 그 위력과 형태가 가늠할 수 있다. 저 모히칸 캐논은……존나 약하다.

“별 병신같은 무기를 다 보겠네.”

-꽈앙!

라토의 모히칸 머리는 내 주먹 한 방에 찌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