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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노욕의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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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회복되고 HP는 최대로 차올랐지만, 완전한 풀 컨디션이 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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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서클을 장시간 사용하며 소모된 MP는 그대로, 반면 재버워크는 크게 일격을 먹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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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상에 준하는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놈에게도 회복 수단 하나쯤은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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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지금 몰아쳐야 한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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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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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두른 검을 휘둘러, 휘청거리는 재버워크의 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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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놈이 펼쳐낸 방어막에 의해 검은 막히고 말았다. 역시 오러 서클 없이는 한 방에 뚫을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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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바닥나기 직전, 쓸만한 치유 수단도 이미 써버렸다. 이 이상으로 오러 서클을 사용하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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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뭐, 내가 언제는 안 무모한 짓만 했나. 망설임 없이 팔에 오러 서클을 두르고, 힘차게 검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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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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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버워크의 몸을 두르고 있는 방어막은 뚫릴 생각을 하질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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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서클의 출력이 떨어졌나? 그게 아니면 놈의 방어막이 더 단단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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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품은 채 즉시 [사고 가속]을 발동시킨다. 느리게 비치는 시야로 천천히 원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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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눈에 들어온 것은, 재버워크의 등 뒤에 떠 있는 오브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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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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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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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가 다섯 개라는 정보조차 틀렸던 건가. 두 개 이상을 다루는 것조차 비정상이랬으면서,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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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꼭 절망적인 건 아니다. 재버워크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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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하지 않은 건지- 회복 수단은 따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순간 시간은 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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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고속으로 캐스팅하는 것도, 오브를 조종하는 것도, 모두 상당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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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중상을 입고, 방어 마법이 깨지며 소량이나마 독을 흡입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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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꼴로 얼마나 오랫동안 제 실력을 낼 수 있을까, 그것도 전투 경험이 얼마 없는 책상물림 마법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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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흐… 상처를 입은 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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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곧바로 카운터가 날아올 줄 알았지만- 재버워크는 어쩐지 피를 뚝뚝 흘리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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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그런 수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보통 각오론 할 수 없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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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갔다. 나는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유지한 채, 잠시 놈의 지껄임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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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그렇게까지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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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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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에게, 그 아이가 대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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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꾸할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나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는 바람에 무심결에 입을 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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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니, 에인의 기억을 훔쳐봤다면서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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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마법사에게 뭘 기대하느냐마는, 이번 말만큼은 진심으로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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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주워 온 아이에게 그렇게 정을 주는 겐가? 게다가 절반은 흉측한 마족의 피를 이은 존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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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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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아이가 언젠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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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꼬마가 재앙의 씨앗이라니,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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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건 몰랐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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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재버워크의 말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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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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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층인 19층이 18층의 아주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정확히 얼마나 미래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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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 19층의 배경은 18층의 무대인 대륙이 거대한 재앙을 겪고 몰락한 이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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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재앙이 당연히 재버워크와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분명히 이 미친 마법사가 뭔가 벌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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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마족의 혼혈은, 성장하면서 결국 완전한 마족으로 변모하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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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따지자면, 분명 이놈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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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단순한 마족이 아닌, 반드시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마족으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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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혼혈은 어릴 적부터 발달장애와 자폐적 기질을 조금씩 보이는데, 어째서인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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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두뇌에 두 자아가 섞여서 혼재하기 때문이라네, 인간의 자아와 마족의 자아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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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아라는 표현은 조금 어폐가 있군. 대립 의식, 그 정도 표현이 걸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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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되어 있으면서도 끈질기게 반목하는 두 의식이, 서로를 죽이고 있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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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인간 쪽의 의식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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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간 이어진 재버워크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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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끝내, 강렬한 파괴욕구와 위험한 힘을 가진 마족이 될 터- 아마 이런 이명이 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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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층에서 영혼의 형태로 등장하는 보스, 내가 14층에서 베어 넘긴 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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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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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은 회색 마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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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사라져야 마땅한 재앙의 싹을 유효하게 활용했을 뿐인……쿨럭,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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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가 돌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잠깐 흡입했을 뿐임에도 남색 마탑의 독은 잘 듣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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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마족이 되어 날뛰게 될 것이라는 재버워크의 예측은 분명 옳을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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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마왕이 되건 뭐가 되건, 지금의 꼬마는 그냥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좋아하는 가엾은 아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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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대는 건 끝이냐, 숨 돌릴 시간 줘서 고맙다. 덕분에 마력이 꽤 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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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에인의 얼굴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아마 에인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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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젠가 사악한 마족이 되어 세상을 파괴할 거라고, 너는 살아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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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현자가 되고 싶어하던 그 꼬마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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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꼬맹이가 웃으면서 지내기를 바랐고, 그걸 방해하는 놈들은 죄다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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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검에 오러를 두르고 선언한다, 네가 나한테 뒈지는 이유는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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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쿡,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우선 사과부터 하지, 내가 자네를 너무 얕본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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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토해낸 피를 닦아내며,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스태프를 처음으로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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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설픈 수는 쓰지 않겠네, 자네를 쓰러트려야 할 적수로 보고……전력을 다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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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내 [초감각]스킬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강렬한 경고를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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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의 등 뒤로 새로운 일곱 번째의 오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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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번 더, 새로운 여덟 번째의 오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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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더, 또 새로운 아홉 번째의 오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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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오브의 숫자는 순식간에 백 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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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재능 있는 마법사라도 두 개 이상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 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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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재버워크는 그것을 다섯 개나 동시에 다루는 초월적인 경지에 다다른 마법사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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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개수는 대체 뭐란 말인가, 백 개라니- 인간의 뇌로 저만한 오브를 동시에 다루는 게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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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완전히 문외한이던 시절의 나라면 ‘또 양심 없는 지랄을 하네’ 라 말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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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쌩초짜 수준이라고는 해도 마법에 입문한 지금의 내 시선으로 보기에는- 저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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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나 실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만한 오브를 동시에 다루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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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저항할 수 없는 환각 마법 같은 것으로 눈을 속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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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나 보군, 하지만 이건 환영도 속임수도 아니라네. 자, 직접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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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버워크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 쥔 스태프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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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스태프 윗부분에 달린 네모난 큐브가 흔들거리더니- 이내 반으로 갈라져 그 내용물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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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게 발광하는 선이 오밀조밀 엉켜 있는, 붉은 고깃덩어리- 겉보기엔 그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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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력감지를 통해 확인한 그 정체는, 이제까지 본 그 어떤 것보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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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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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지닌 비현실적인 양의 마력, 백 개의 오브를 동시에 다루는 연산 능력, 그 모든 비밀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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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속 고깃덩이의 정체는, 수많은 인간에게서 추출했음이 분명한 조직- 극한까지 압축된 뇌신경과 마력회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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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백 명이 넘는 인간에게서 ‘마법’을 담당하는 부분을 모조리 추출해, 자신의 스태프에 집어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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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쭉한 스태프 하나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필요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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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만한 숫자를 동원하는 건 처음이라네, 하지만 자네가 어디 적당히 강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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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스태프에 달린 큐브는 다시 흉측한 내용물을 감추고,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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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백 개의 오브 역시 함께 발광하며, 숨이 막힐 것 같은 마력으로 일대를 잠식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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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수단을 숨기고 있을지 모르니, 단순한 방법으로 가겠네. 받아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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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마력을 모두 쏟아부어 날리는 최강의 일격- 한 방 싸움으로 결판을 짓자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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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멀 클래스 전붕이인 내게는 마땅히 강력한 공격 기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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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지 뭐, 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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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면, 이 자리에서 만들어야겠지. 머리를 쥐어짜내 방법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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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서클을 실전에서 바로 시전했던 것처럼, 이 자리에서 이론상으로만 있던 기술을 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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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말해준 오러 운용의 종결점, 전사에게 있어서 고유마도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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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의념기를, 이 자리에서 만들어 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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