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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수
제대로 합을 나눠본 적은 없지만, 이 여기사는 징그러울 정도로 강하다.
내가 괜히 곧바로 도주를 결심했던 게 아니다. 애초에 도주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물론 그때보다 대단히 스펙이 오른 건 아니기에, 평범하게 생각해 본다면 이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콰광!
메르세데스가 측면으로 휘두른 검을 막아내자마자, 전신에 어이없을 정도로 강한 충격이 닥쳤다.
다시 말하지만 막은 거다. 그냥 무방비하게 맞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검을 들어 막았다.
“씨, 발……!”
그런데 막아도 막은 것 같지가 않다. 나는 [감각 강화]를 발동하며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고 발을 굴러 거리를 좁히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간결한 동작으로 검을 휘두른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방향으로의 전환에 능한 공격이다.
상대의 반응과 대응을 미리 상정하고 움직이는 검로, 막아도 피해도 정확하게 후속타로 이을 수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아주 간단하게 내 상정을 뛰어넘어 대응해 왔다.
-후웅.
검을 뻗는 동작 자체는 지극히 평범하다. 이런 각도로 할 수 있는 건 단순한 받아치기 뿐이다.
-콰광!
하지만 평범한 받아치기일 뿐인데도, 비정상적인 위력과 속도가 나왔다. 몸이 기울었다.
메르세데스의 검은 그대로 한 번 더 휘둘러졌다. 재빨리 검을 들어 올려 막아 냈다.
그러나, 분명 제대로 막아냈음에도 뒤로 주욱 밀려났다.
심지어 이걸로 끝이 아니다.
-콰캉!
분명 멀리 밀려났던 것 같은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내 검을 후려친다.
손바닥이 징징 울린다. 악력이 조금만 달렸어도 검을 놓칠 뻔했다.
-카가각, 카각!
검을 맞대고 각자의 검로를 펼치며, 서로의 목을 노리는 대치 상황.
이럴 때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곧바로 일격을 허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 년은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자세를 보면 그냥 손목 힘만 쓰는 것 같은데, 검에 실리는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형편없군.”
이어서, 메르세데스는 단번에 자세를 낮추고 무게중심을 바꿨다.
위에서 짓누르던 검이 순식간에 아래로 파고든다. 나는 재빨리 검을 고쳐 쥐어 대처했지만.
-콰각!
녀석이 검을 위로 휘두른 순간, 막대한 충격을 받으며 몸이 위로 떠 버렸다.
“썅.”
외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추격에 대비해 공중에서 최대한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하지만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는 오히려 뒤로 물러서며 검을 털었다.
-풀썩.
나는 바닥에 착지하며, 다시 한번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 깐프 새끼가 사람을 아주 개좆으로 보고 있구나.
메르세데스는 조금 전부터 시종일관 한 손만 써서 나를 상대하고 있었다.
처음에 등 뒤로 손을 돌렸을 때는 보조무기라도 꺼내는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뒷짐을 진 거였다.
그래놓고 격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면서 이렇게 덤벼오던데, 아주 시발 어이가 없다.
“진짜 시발, 이놈의 탑은 왜 이렇게 양심이 없는 거야.”
내 검술 실력도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저 양심 없는 년을 상대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중급 검술 Lv.4]
저층 도전자 중에서 나보다 검술 스킬이 높은 도전자는 없을 텐데, 저건 뭐가 저렇게 센 건지.
“단명하는 종족은 생각도 짧군, 설마 정말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메르세데스는 검을 늘어트리고 다가오며, 뻔한 도발을 내뱉었다.
“당연하지, 느그들 왕자처럼 쉽게 단념하는 성격이 아니거든.”
저 년도 저렇게 말하면서도, 사실은 알고 있을 거다.
내 전력은 이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아직 설레설레 하고 있다는 걸.
나는 다양한 무기를 전환해가며 싸우는 변칙적인 전투 방식을 아직 내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딱히 검술만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애초에 힘을 아끼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해서 좋을게 없을 텐데, 인간족.”
내 도발에 인상을 구긴 메르세데스는, 그대로 발을 굴러 사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부우욱!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검이 공기를 가르며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 정말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젠 슬슬 익숙해졌다. 뒷짐을 진 채로 펼칠 수 있는 검로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사실 변칙 무기술만이 내 모든 것은 아니다.
그것 말고도 잔재주가 몇 개 더 있거든, 이를테면 이런 거.
[혼신]
-카앙!
혼신 스킬을 발동해 휘두른 내 검이, 메르세데스의 검을 튕겨 냈다.
**
2층 보스전에서 터득했던 패시브 스킬, 혼신.
스킬의 성능은 전력을 다한 공격의 위력이 증가한다는 참으로 모호한 것이었다.
무슨 수치가 적힌 것도 아니고, 그냥 전력을 다하면 위력이 세진다니?
얻은 뒤로 한 번도 그 성능을 체감해 본 적이 없었던 이 스킬의 진가는 일정 레벨을 돌파한 뒤에야 나타났다.
-카앙!
자신의 검이 튕겨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해본 것인지, 메르세데스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그럴테지, 녀석이 보기에는 내 근력이 갑자기 강해진 것처럼 느껴질 테니.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일정 레벨을 돌파한 혼신 스킬에는 액티브 사용 옵션이 붙었다. 효과는 특정 스탯의 순간적 증폭.
MP를 소모하는 일회성 버프 스킬로, 솔직히 연비는 좋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해 스탯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혼신]
메르세데스의 검을 쳐낸 뒤, 한 번 더 혼신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에 증폭시킨 스탯은 민첩.
빈틈을 드러낸 메르세데스의 몸통을 향해, 평소보다 훨씬 빨라진 검을 휘둘렀다.
-카각!
메르세데스는 그마저도 막아냈지만, 결코 완벽하게 막은 것은 아니었다.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던 뒷짐도 풀렸고, 순간적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기울어 자세가 무너졌다.
물론 이 상태에서 검로를 이어가도 유효타를 먹이긴 힘들 거다.
그러니, 비장의 무기는 이런 순간에 꺼내는 거지.
“딱 걸렸다.”
인벤토리에서 손도끼를 꺼내, 메르세데스의 귀를 향해 휘둘렀다.
**
엘레노어와의 수련을 통해 마력감응을 터득한 이후, 나는 혼신 스킬을 훨씬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다.
체내의 마력이 이동하는 것을 감각할 수 있게 되면서, 혼신 스킬의 원리를 대강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신체의 특정 근육에 마력을 흘려 넣어 폭발적인 힘을 내는 방식이었다.
원리를 파악하자 응용으로 잇는 것도 쉬웠고, 실전 전투에 바로 적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촤악!
휘둘러진 손도끼가 엘프 특유의 길쭉한 귀를 거칠게 그었다.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상처는 상처, 제대로 한 방 먹였다.
도망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대에게, 빈틈을 노려 한 방 먹였다.
“흐핫.”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인지,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끝내준다.
이대로 멈출 수 없다.
한번 파고든 빈틈을 이 정도 값으로 때울 수는 없지, 이대로 계속해서 몰아친다.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쏟아내며 공격을 이어나간다. 검과 창과 도끼와 망치와 쇠구슬까지.
-캉캉캉캉캉카강카가강카앙!!
그동안 단련해온 무기술과 체술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이, 놈……!”
혼신 스킬의 활용은 단순히 스탯이 증폭되는 것 이상의 이점을 가진다.
특정 스탯을 갑자기 한 방향의 강화에 몰아버림으로써, 내 공격의 속도와 위력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당연히 메르세데스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감을 잡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카앙!
방어에만 급급하던 메르세데스의 검을 쳐올리고, 가드가 텅 비어버린 몸통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푹!
드디어 제대로 들어간 공격, 이어서 나는 한동안 쓰지 않았던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트닝 차지]
-파지직!
단검을 통해 전격이 흘러들어 가며, 메르세데스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원래는 조금 짜릿한 정도에 불과했던 스킬이지만, 이것도 마력 운용을 깨우치며 위력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박혀 들어간 단검이 뽑히지 않는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기에, 그대로 단검을 놓아버리고 손도끼를 휘둘렀다.
-콱!
메르세데스의 맨손이 손도끼를 붙잡았다. 조금 전보다 명백하게 반응이 빠르다.
쯧, 내 턴은 이걸로 끝인가.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괜찮았다. 뒤로 가볍게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큭……”
메르세데스는 작게 신음하며 옆구리에 박힌 단검을 뽑아냈다. 생각보다 깊게 박힌 듯하다.
만약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갑옷과 방패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저 단검도 제대로 박히지 않았을 거다.
나를 얕잡아 본 결과가 무시할 수 없는 부상으로 이어진 거다.
“야, 아까 한 말 또 해봐. 뭐가 형편없다고?”
난잡하게 꺼내놓았던 무기를 인벤토리로 되돌려 정리하며, 가볍게 도발을 던졌다.
쓸데없을 정도로 높은 자존심이 특징인 하이엘프 아니랄까 봐, 메르세데스의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쿠르릉!
천둥 소리와 함께 메르세데스의 몸에 새하얀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마력 강화다.
방어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복 차림이지만, 저걸 사용한 시점에서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증폭됐겠지.
“그래, 너도 2페이즈라 이거지?”
즉,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