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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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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탑 붕괴

적색 마탑의 문은 여전히 맹렬한 화염으로 감싸여,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진정한 의미로 닫힌 문은 없다. 아직 안 열린 문만 있을 뿐이지.

-콰앙!

오러를 두른 발길질로 걷어찬 문짝이 고속으로 날아가, 마탑 안쪽의 벽에 부딪히며 조각났다.

마탑 로비에 있던 마법사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목이 끌리는 건 나쁘지 않다.

요즘은 살짝 나아진 감이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말재주도 사회성도 무척 나쁘다.

“마탑주 나와.”

그래서 이번에는 짧게 말하고, 검과 방패에 마력을 둘렀다.

내 뜻을 이보다 분명하게 전달할 방법은 없으리라. 안 나오면 쳐들어갈 거라고.

마탑의 마법사들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한 상태였다. 사람이 칼 들고 쳐들어왔는데 반응하고는.

“저기요, 뭐 하는 분이신지 모르겠는데……”

로브를 쓴 남자 마법사 하나가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남자의 손을 떨쳐내고, 왼손에 든 방패를 남자의 배에 힘껏 꽂아 넣었다.

-으적.

“흐억……”

남자 마법사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쓰러졌다. 이어서 [위압] 스킬을 전개했다.

뭐 하는 분이신지 모르겠다고, 그럼 이젠 알겠네. 내가 뭐 하러 온 새끼인지.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을 발동해 무기와 전신에 전격을 둘렀다.

파직거리는 번개가 튀기 시작하자, 마법사들의 얼굴에 당황이 어린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마탑주 나오라고.”

내가 말로만 떠드는 것도, 마법사들이 얌전하게 구는 것도, 모두 거기까지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벽에 몸을 기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스태프를 든 여자 마법사였다.

혼자 ‘나는 다르다’ 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던 마법사의 곁에서 붉은 마법진이 연달아 소환되었다.

전투에 들어서며 예민하게 날이 선 감각과 마력감지는 그 마법진이 무엇을 토해내려는지 정확하게 눈치챘다.

매직 미사일과 유사한 화염 속성의 기초 공격 마법, 사용된 마력의 양과 형태를 보면 연발식이 틀림없다.

하지만 마법진이 불길을 토해내는 것보다, 내가 그 마법사의 지척까지 접근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신속]

[혼신]

두 가지 버프 스킬을 사용한 내 움직임을, 책상물림만 하던 마법사 따위가 쫓을 수 있을 리가 있나.

단번에 도약하며 마법사의 명치에 무릎을 꽂아 주자, 얇은 얼음이 깨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마법사가 혼절했다.

아마 방어 마법을 하나 두르고 있던 것 같은데, 너무 약해서 무슨 수를 쓸 것도 없이 박살 내버렸다.

“뭐 해, 저거 막아!”

그 사이 전투태세를 갖춘 마법사들이 소리쳤다. 그런 말을 할 시간에 주문이라도 외웠어야지.

“파, 파이어 애로우!”

누군가의 영창과 함께 불화살이 쏘아졌다. 대충 손등으로 쳐내고 가까운 마법사의 턱을 후려쳤다.

-우둑.

턱 관절이 가볍게 박살 나며 픽 쓰러진다. 내가 생각해 뒀던 마법사를 무력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주문은 입으로 외우는 것, 죽통을 박살 내 놓으면 무영창이 불가능한 마법사는 즉시 무력화된다.

-삐이이이익!

마탑 안에 돌연 큰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동시에 마탑에 장치되어 있던 여러 마법이 발동한다.

이제야 마탑 전체의 비상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마탑주도 상황을 눈치챘겠지.

“기어나와라, 마탑주.”

적색 마탑이 통째로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

마법사와의 전투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마법사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원래 다수를 상대로 한 섬멸전이야말로 솔플러인 나의 주력 분야였으니까.

저 멀리서 완드를 들고 있던 마법사 다섯 명이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며, 화염을 쏘아 냈다.

다수의 마법사가 힘을 합쳐 전개하는 고화력 마법, 다만 마법진의 형태는 조금 전에 다른 놈이 쓰는 걸 봤다.

폭발하는 화염의 탄환을 공중에 형성한 뒤, 다섯 차례에 걸쳐 축차로 분사하는 화염의 산탄총.

-콰광! 쾅! 콰과광!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눈앞을 향해 닥쳐오는 형형색색의 불길을- 무시하고 그냥 전진한다.

[화염 내성]은 내가 가장 먼저 얻은 내성 스킬 중 하나, 그걸 뚫으려면 다섯이 아니라 오십 명은 힘을 합쳤어야 했다.

“히, 히익! 왜, 왜 이것도 안통하는데에!”

앙탈을 부리듯 소리치는 마법사의 얼굴을 벽에 처박아 버리고, 검을 휘둘러 나머지 네 명의 아래턱을 베었다.

무영창이 가능한 마법사 하나가 저항하고자 화염의 사슬을 소환했지만, 사슬은 일 초 만에 부서졌다.

-콰직!

다섯의 마법사를 제압한 뒤에는, 다른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는 놈들부터 우선으로 노렸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쇠구슬을 투척하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마법사의 숫자가 우수수 줄어들었다.

혼비백산에 빠진 몇몇 마법사들은 아예 등을 보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굳이 그들까지 쫓지는 않았다.

나는 딱히 적색 마탑을 박살 내러 온 게 아니다. 마탑주를 불러내기 위해 이러고 있을 뿐이지.

“어, 어떻게, 분명 마탑의 ‘옥염 결계’가 몸을 짓누르고 있을 텐데……”

아직 완드를 들고 전투중인 마법사 하나가 그런 소리를 했다. 뭔가 방해 효과를 가진 마법이 전개되고 있던 모양.

그러고보니 [민첩] 스탯이 살짝……정말 살짝 낮아져 있었다. 효과가 너무 약해서 눈치도 못 채고 있었군.

“이 건방진 놈, 행패는 거기까지다!”

그 때,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마탑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한 떡대 하나가 나타났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갑옷을 입고, 손에는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있다. 키만 해도 거의 2m는 되어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중갑 전사지만, 메이스는 제대로 화염으로 불타고 있고- 갑옷에는 마법진이 떠올라 있다.

오호라, 가끔 있다고 들었지. 마법을 이용해 근접에서 전투하는 배틀메이지 타입인가.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플레임 차지!”

중갑의 배틀메이지는 불타는 메이스를 봉처럼 빙빙 돌려대기 시작했다.

“지랄하네.”

-쾅!

놈은 그대로 오러를 두른 내 주먹에 맞아, 메이스와 갑옷이 한번에 박살 나며 뻗어버렸다.

그 따위로 눈앞에서 폼잡고 있으면, 그냥 샌드백 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조금 전부터 계속 방해받고 있지만, 어떻게든 탐지를 펼쳐 보니 이걸로 1층은 거의 전멸.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채로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또 폼 잡고 있는 남자 마법사가 있었다.

“거기까지다, 침입자. 내가 있는 한 마탑주님께는 손가락 하나 못 댈 거다.”

-와장창!

“이제 없으니까 댈 수 있겠네.”

거슬리는 마법사를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지나는 길에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은 [라이트닝 차지]로 기절시켰다.

급이 낮은 마법사들은 숲에서 만났던 몬스터들만도 못해서, [대전]을 켜고 스치는 것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렇게 계단을 조금 올라가고 나니, 돌연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감지에 걸렸다.

-위이이이잉!

[초감각]으로 강화된 청력에 들리는 엔진이 돌아가는 듯한 소음, 그리고 느껴지는 열기.

허공의 마력이 일제히 누군가의 통제 아래 들어가, 거대한 마법을 짜내고 있다.

이같은 마력 조작과 운용이 가능한 것은 당연히 마탑주 하나뿐이겠지.

즉, 저 마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방향으로 도약한다면 단번에 마탑주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한다면 저 마법이 나를 정면으로 덮칠 것이라는 점- 별로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직후, 완성된 마법진이 토해내는 화염은 커다란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쾅!

나는 스킬로 스탯을 증폭시키며, 그 거대한 뱀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

불꽃의 뱀은 화염 마법의 최고 전문가인 적색의 마탑주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일격이었다.

당연히 아무런 피해도 없을 수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불타버렸다.

내 몸이 아니라, 옷과 갑옷이.

인벤토리에서 다른 갑옷을 꺼내 장착하고, 적색 마탑주의 앞에 섰다.

마탑주는 인상을 굳게 찌푸린 채, 주변에 화염 속성의 마법진을 수십 개나 전개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자신의 공방에서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저 숫자의 마법진은 좀 이상하다.

마력감지로 전말을 파악해 보니, 마탑주는 적색 마탑의 온갖 설비를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조금 전에 그 녀석이지. 목적이…뭐야. 왜 나를 찾았지…?”

마탑주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깽판을 친 보람이 있군,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한 태도가 되어 있다.

내 목적은 단순하다. 마탑주에게서 에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글쎄.”

-생각해 둔 것은 있지만, 아직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차례는 아니었다.

나는 딱히 마탑주를 죽이러 온 건 아니다. 적색 마탑을 무너트리려고 온 것도 아니고.

상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만 있다면, 굳이 이 이상 폭력을 행사할 이유는 없다.

딱 하나만 빼면.

“한 대.”

빡친다.

“한 대만 맞아라.”

목적이고 지랄이고, 일단 저 씨발년의 면상에 한 대 꽂아 주지 않고서는 분이 안 풀린다.

에인을 걷어찬 값으로, 너도 일단 딱 한 대만 맞고- 이야기는 그다음에 하자.

존나 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