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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우주에 배신당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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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소리와 함께, 발에 차여 내팽개쳐진 에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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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적색 마탑주와 주변의 마법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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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조금씩 웅성거리고 있는 다른 시민들까지- 주변 일대의 모습을 동시에 시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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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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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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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으로 전개한 마력감지에 마법사들이 반응한다. 청색 마탑에서도 광역 탐지는 금지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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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를 포함한 주변 마법사들의 보유한 마력을 통해 수준을 가늠해 보고, 뚜둑거리는 손을 가볍게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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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은 내 스스럼없는 마법감지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는, 차단 마법을 전개해 감지를 끊으려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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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니들 수준으로 내 마력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좆밥 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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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검이던 때의 칼레온을 찍어 눌렀던 것처럼, 마력의 출력을 앞세워 저급한 마법식을 짓뭉개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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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 전개한 마법을 그렇게 찍어누르니, 개중 나름의 수준 높은 마법사가 나서서 마법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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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게 힘으로 찍어누르기 힘든 수준의 고위급 차단 마법, 곧 탐지는 끊겼지만 이미 견적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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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이 대충 어느 수준인지, 가진 마력의 양은 어떻고 마법사로서의 격은 또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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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은 아직 꺼내지 않았다. 복장이 터질 것 같지만, 지금은 진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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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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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크게 내쉬자 조금 침착함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에인의 상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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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방어를 펼친 건지, 아니면 그냥 그리 세게 걷어차이지 않은 건지, 상처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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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아파하는 것 같지도 않고, 잠시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뿐이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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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꼬맹이가 피나 눈물 중 하나라도 흘리고 있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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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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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다시 일어나 도도도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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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인을 따라 움직였다. 길을 막는 행인들이나 마법사들은 어깨로 쳐내고 밀치며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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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을 발로 차버렸던 적색 마탑주의 앞을 가로막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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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나 엄마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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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는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렸다. 으득,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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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변에는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마탑주가 발로 차버린 어린아이가 대뜸 ‘엄마’ 같은 말을 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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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으로 유명한 적색 마탑주에게 아이가 있었다- 그런 소문이 퍼지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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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저기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나 데려갔어. 나쁜 사람들이었는데 진혁악마님이 나 구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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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멈춘 적색 마탑주 앞에서, 에인은 평소보다 빠른 목소리와 몸짓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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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나도 이제 엄마처럼 마법 할 수 있어. 이거 진혁악마님이 만들어 준 건데, 여기 그림은 엄마 그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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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의 완드에 새겨진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법사의 문장 옆에 직접 그려넣은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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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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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는 차가운 눈으로 에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전에 지었던 것과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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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구나, 애야. 나는 네 엄마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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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투는 상냥했지만,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분명한 경멸과 혐오를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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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엄마 맞는데……왜 아니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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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렇게 말하며 마탑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탑주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그 손을 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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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지려고…나는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어, 별 거지 같은 것이 달라붙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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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마탑주의 손에서 작은 화염이 치솟았고, 뱀의 혀처럼 움직이는 화염은 에인을 향해 닥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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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고 볼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나는 곧바로 에인을 내 뒤로 잡아당기며 화염을 막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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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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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열이 오른 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젠 상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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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화염 내성] 레벨은 18층 수준에서는 가히 절대적이라고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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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탑주가 쏘아낸 화염을 막아낸 팔뚝이 화끈거린다. 마탑주급에게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위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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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결코 어린아이에게 가볍게 쏘아내도 되는 화력이 아니다. 에인은 이 불꽃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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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지만, 만약 막지 못했다면 분명 전신이 불타고 말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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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마탑주는 딱히 에인이 방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죽일 심산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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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탑주의 혐오에 찬 말을 들으면서도, 혹시나 모를 가능성을 생각해 마지막까지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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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소 과격한 방법을 써서라도, 에인과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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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백히 살의가 느껴지는 불꽃을 쏘아낸 이상, 그따위 사정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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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게 에인을 위한 사정은 아니었을 게 분명하니까. 그렇다면 더 볼 것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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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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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맨 팔뚝으로 불꽃을 막아낸 나를 보며, 작게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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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볼 리가 없지, 조금 전에도 대놓고 광역 탐지를 전개했었고- 애초에 수정구로 연락을 받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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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은 품 안에서 완드를 만지작거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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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마의 보호자인가, 타죽기 싫으면 그 더러운 것 데리고 눈앞에서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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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의 방대한 마력이 내 주변을 압박해왔다. 보통이라면 숨쉬기도 버거워할 강력한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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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겐 가소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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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죽기 싫으면 꺼지라고? 나를 태워 죽이는 게 과연 가능할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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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검과 방패를 꺼냈다. 마탑주도 전투태세를 갖추는 나를 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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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내 마력감지에 무언가 걸렸다. 두 사람 간에 주고받은 마법적 통신, 전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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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처리했다며, 이것들은 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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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곧장 조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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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어, 이렇게 된 김에 내가 직접 손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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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는 것은 가능했지만, 누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것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짐작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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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마탑주와 그 부하 마법사중 하나겠지. 청색 마탑주처럼 전속 비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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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건 천천히 물어보면 된다.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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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기 직전- 조그만 그림자가 나를 막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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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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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머리의 꼬마, 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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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를 그냥 돌려보내고, 가까운 벤치에 앉아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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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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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내가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을 보자마자, 재빨리 나를 막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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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싸우지 말라고, 소원이라고 말하면서. 엄마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 꼬마에겐 당연한 일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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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잘못이다. 에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내 독단으로 ‘엄마’를 베어버리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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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 앞에서 해도 되는 행동은 분명 아니었다. 머리에 너무 열이 오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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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벤치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짧은 다리를 파닥거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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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엘프의 비술을 이럴 때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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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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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에인이 마침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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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싫은가 봐, 안 보고 싶었나 봐……나는 엄마가 제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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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아니었다. 한참을 혼자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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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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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의 자식이 혈사교에게 그렇게 허무하게 납치됐다는 사실부터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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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상식이라곤 전혀 모른다는 점도, 내가 끓인 잡탕죽 따위를 맛있다고 좋아했던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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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성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엄마가 ‘에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다고 했던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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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다려’라는 말에 순순히 기다리다가 그대로 납치를 당한 것도- 돌이켜 보면, 하나같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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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상상이 너무 불쾌하고 기분 나빠서,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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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에인에게 나 자신을 겹쳐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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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처지, 비슷한 마음. 어쩌면 결말마저도 나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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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원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일만은 제발 아니었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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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겨우 삼키며, 에인의 머리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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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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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고른다. 조심스럽게.하지만 내 서툰 말재주로는 에인을 위로할 수 없다. 말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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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어른들은 항상 바쁘고 사정이 많거든. 그냥 조금 오해가 있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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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트리며, 벤치에서 일어나 인벤토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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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들어주기로 했잖아, 조금만 기다려봐. 금방 가서 오해를 풀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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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온을 꺼내 상급 마법석을 끼우고, 검령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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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네 스승님이랑 같이 숙소에 가 있어. 어디인지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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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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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현자가 되겠다는 녀석이 이런 걸로 기죽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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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령에게 꼬마를 잘 지키라고 단단히 신신당부했다. 검령은 보기보다 에인을 꽤 아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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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마법석까지 끼워줬으니, 18층의 평균 수준을 생각해보면 차고 넘칠 만큼 강력한 경호원이 되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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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에인을 숙소로 돌려보내고,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적색 마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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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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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심각한 오해를 한 모양이니, 오해를 푸는 과정도 좀 심각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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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악마가 소원을 이뤄주는 방법으로는 딱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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