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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적색의 마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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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은 뭔가 바쁜 일이라도 있는지, 무척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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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마법을 이용해 이런저런 물건을 급하게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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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시절, 사단장이 방문한다던 날의 우리 부대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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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방문 예정을 잡고 오신 건 아니죠? 마탑주은 지금 한창 바쁘실 시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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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응대하는 마법사는 바쁜 와중에도 그럭저럭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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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뜸 찾아와 마탑주를 만나게 해 달라는 우리의 부탁도 그냥 흘려넘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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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서 문제다. 이 마법사는 분명 에인의 모습을 수정구를 통해 마탑주에게 전송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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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고, 아무튼 얼굴을 보면 바로 알 거라는 내 말을 믿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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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최근에 마탑주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걸까? 에올피아가 만들어 준 자료가 최신화가 안 됐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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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마법사에게 마탑주가 최근에 바뀌었느냐고 물었지만, 원하던 대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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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현 마탑주님께서는 15년 전에 취임하신 이후로 지금까지 직책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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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이나 10년 정도면 모를까, 15년이라면 아예 다른 가능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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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나이는 에인 본인도 잘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15살 이상 먹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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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단순히 얼굴을 못 알아볼 뿐인가? 납치당한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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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아, 너 혹시 엄마랑 떨어진 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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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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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애초에 그렇게 오래 지났을 리도 없고……젠장,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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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란 속에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혹시 몰라 잘라왔던 마탑주의 사진을 꺼내어 마법사에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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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지금 마탑주 맞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이번에도 ‘그렇다’ 는 것이었다. 그럼 에인이 착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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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인은 어휘와 상식이 부족할 뿐이지 기억력이 나쁜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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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도 복잡한 고위 마법진을 완벽하게 똑같이 그려낼 수 있고, 주문 언어를 암기하는 것에도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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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엄마 못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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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눈을 크게 깜빡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거나, 울먹이고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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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인은 이제껏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꼬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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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만큼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사소한 표정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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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에인이 속상할 때 짓는 표정이다. 자주 본 표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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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만날 수 있어.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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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의 머리를 토닥이며, 잠시 고민했다. 눈앞의 마법사에겐 아직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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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에올피아도 적색 마탑주에게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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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에인은 최소한 숨겨둔 자식이라는 의미, 대놓고 요 꼬마를 마탑주의 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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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실례지만, 혹시 마탑주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다시 연락을 드려 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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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가족, 가족입니다. 저 말고 이 꼬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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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시라고요? 마탑주님의 자제분은 아닐 테고…… 들어본 적은 없지만, 혹시 친척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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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그렇다고 대답하며, 에인의 이름도 알려주었다. 마법사는 다시 수정구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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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의 표정이 이 이상 나빠지는 건 사양이다. 이래도 모른다고 한다면 그냥 자식이라고 밝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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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알아봤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거라면, 최소한 언질 정도는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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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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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를 이용해 뭔가 통신을 하던 마법사가, 대뜸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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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저희 마탑에서 나가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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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당혹스러운 축객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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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혀 버린 적색 마탑의 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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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겹의 마법으로 보안 장치가 된 문은 건드리기만 해도 약한 불씨를 튀기며 우리의 접근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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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축객령이 아니라 출입을 완전히 금지당했다. 이유도 전혀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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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우리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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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내 옷소매를 당기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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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그냥 맥없이 쫓겨난 상태. 에인에게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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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지 않자, 에인은 혼자 도도도 문으로 달려가다가 불씨와 함께 튕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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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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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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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넘어진 에인을 일으켜 세웠다. 조그맣고 하얀 손에 울긋불긋한 화상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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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상처부위에 들이부었다. 심한 상처는 아니라 금방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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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파……진혁악마님, 나 왜 못 들어가? 엄마 못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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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만날 수 있어. 아마 마탑이 많이 바빠서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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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만 자면 엄마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소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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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순간마다 꼭 말빨이 딸리는 나는, 그저 ‘아니야, 만날 수 있어.’ 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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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은 에인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앉혔다. 아무렇게나 한 말이지만 적색 마탑이 바쁜 건 정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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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거기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주변의 행인 중 마법사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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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바빠서 그런 걸 거야. 어디, 자, 저 사람한테 한 번 물어보자. 무슨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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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저벅저벅 걸어가, 로브를 입은 남성의 앞을 막아선 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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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뭐 하나만 물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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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씨, 댁은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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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 말인데, 평소엔 저렇게 안 바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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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 남자는 은근히 짜증을 내면서도, 평범하게 ‘그렇다’ 고 대답해주었다. 나는 이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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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뭐 때문에 저리 바쁘답니까? 우리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 왜 저러는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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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은 모르고……듣자하니 외부에서 대단한 마법사가 오늘인가 내일인가 방문하기로 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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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이 방문하는 날 부대 같다는 인상이었는데, 아무래도 진짜 그런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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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에인을 모르는 체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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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나는 로브 남자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주로 적색 마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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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의 마탑주는 어떤 인물인지,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있는 대로 묻고 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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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뛰어난 마법적 재능을 바탕으로 출세한 불세출의 화염 마법사, 여러 여성 마법사들의 존경을 받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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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가 되었을 때의 나이는 무려 스물하나, 당시 역대 최연소의 마탑주로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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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는 마법사답게 성격이 다소 괴팍한 면이 있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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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원인인지 곁에 남자가 없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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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마법사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연구는 포기하고 적당한 신분의 남자에게 들러붙는 일이 흔하다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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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마탑주는 그런 기미는커녕, 근처에 이성을 두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느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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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에인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얻은 자식인 걸까. 애초에 아이 아빠는 또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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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다리 뒤에 숨어있는 에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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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정말로 엄마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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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다니까. 이때쯤에 나온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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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착하게 기다릴게. 엄마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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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 남자에게 들은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바로 적색 마탑주는 매일 일정 시간마다 마탑의 설비를 점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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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만든 결계 장치의 유지 보수를 위해서라는데, 그때라면 아마 마탑주를 직접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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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본인을 직접 만나서, 사정을 듣건 어쩌건 할 테다. 이번에는 조금 억지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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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며 가까운 벤치에 앉아 있을 때였다. 돌연 에인이 폴짝 뛰어내려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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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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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까지 써서 달리고 있는 건지,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나는 곧바로 에인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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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적색 마탑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낸 붉은 로브의 여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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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지만,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받아온 사진이랑 거의 똑같이 생겼다. 적색 마탑주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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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꼬맹아. 넘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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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탑주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곁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적색 마탑의 마법사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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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달려간 에인은 작은 몸집을 살려 다른 마법사들을 뚫고, 대번에 마탑주에게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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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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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적색 마탑주의 표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번을 연달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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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스쳐 지나간 감정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두 가지. 당혹과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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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조차도 일반적인 시야로는 포착하기 힘들었겠지만, 나는 남다른 반응 속도와 [사고 가속] 덕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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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일렁였던 감정은 금세 사라지고, 적색 마탑주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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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순간- 마탑주는 다시 인상을 찌푸렸고, 곧 입술 끝에서 짧은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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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러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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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로브 자락 사이로 갑작스레 튀어나온 다리가 에인을 거칠게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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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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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아이가 먼지와 함께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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