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51 lines
12 KiB
Markdown
451 lines
12 KiB
Markdown
|
||
“자작님 미쳤습니까? 이건 아닙니다!”
|
||
|
||
더글라스 자작, 돈키호테에 그 누구보다 과몰입한 귀족.
|
||
|
||
그의 앞을 집사가 다급히 가로막았다.
|
||
|
||
그 앞에는 커다란 균열이 있었으니.
|
||
|
||
“저 너머에 나의 정적들이 있네.”
|
||
|
||
거대한 적과 맞서 싸워 약자를 보호한다.
|
||
|
||
돈키호테에 심취한 자작의 말에 집사가 열불이 터졌다.
|
||
|
||
“그냥 소설일 뿐입니다!”
|
||
|
||
자작의 돈키호테 놀음에 어울려줄 수 있었다.
|
||
|
||
엉뚱한 행동을 하며 갑작스레 여정을 떠났을 때도 순순히 따라나섰다.
|
||
|
||
“들어가면 개죽음일 뿐입니다!”
|
||
|
||
하지만 이건 안 된다.
|
||
|
||
자작은 지금 균열로 쳐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
||
|
||
집사는 다급하게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제 목을 겨눴다.
|
||
|
||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으니, 이젠 이 방법 밖에 없었다.
|
||
|
||
“정신 차리십시오!”
|
||
|
||
“...”
|
||
|
||
“망해가던 가문마저 살려내신 분이, 왜 책 한 권에 이 지경이 되신 겁니까!”
|
||
|
||
돈키호테?
|
||
|
||
읽어보니 훌륭한 책이었다.
|
||
|
||
과거를 포함한 현존하는 몇 없는 서적들을 뒤져봤을 때, 손에 꼽는 명작이었다.
|
||
|
||
하지만 그게 현명한 자작을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할 정도였던가?
|
||
|
||
누군가는 그렇다 하겠지만, 자작을 평생 봐왔던 집사의 대답은 아니었다.
|
||
|
||
“들어가신다면... 저도 죽겠습니다!”
|
||
|
||
집사의 결심에 자작은 그제야 그를 돌아봤다.
|
||
|
||
“산초, 아니 에단.”
|
||
|
||
망해가는 가문임에도 곁을 지켰던 집사, 에단.
|
||
|
||
자작의 눈에는 어느덧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은 노년의 집사가 보였다.
|
||
|
||
그만큼 자신 또한 늙어버렸다.
|
||
|
||
“갑자기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한가?”
|
||
|
||
“예, 도대체 왜...”
|
||
|
||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모든 걸 내던지고 균열로 돌격하겠다니.
|
||
|
||
더글라스 자작은 잠깐 숨을 고르다 말했다.
|
||
|
||
“불치병에 걸렸네.”
|
||
|
||
“...예?”
|
||
|
||
“온몸으로 느껴지네.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
||
|
||
아직은 강철 갑옷을 입고도 뛸 만큼 건재하다.
|
||
|
||
하지만 이게 마지막임을 깨달았다.
|
||
|
||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침대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진짜 노인이 되어버리겠지.
|
||
|
||
자작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
|
||
|
||
“그럼 회복 물약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마시면...”
|
||
|
||
“내가 왜 모르겠나?”
|
||
|
||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주딱의 물약.
|
||
|
||
“마셔 봤네.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
|
||
|
||
하지만 그걸로도 변화가 없었다.
|
||
|
||
그러던 차에 돈키호테를 읽었다.
|
||
|
||
망상증 환자이지만 그 누구보다 기사처럼 올곧은 노인의 이야기.
|
||
|
||
“돈키호테는 마지막에 쓰러졌네.”
|
||
|
||
돈키호테는 마지막에 자신의 망상을 인정하고 병에 걸려 죽었다.
|
||
|
||
마음이 꺾여버린 것이다.
|
||
|
||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
||
|
||
“그럼...”
|
||
|
||
“가문은 아들이 잘 이끌어 갈 거네.”
|
||
|
||
대전쟁 때 마수에게 딸과 아내를 잃었다.
|
||
|
||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
||
|
||
하지만 어린 아들과 영지민들이 있어 어떻게든 영주로서 노력했다.
|
||
|
||
그렇게 영지를 일궈내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하나였다.
|
||
|
||
“저 너머에 나의 정적들이 있네.”
|
||
|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
||
|
||
그는 균열을 노려보며 똑같이 말했다.
|
||
|
||
집사는 더는 말리지 못했다.
|
||
|
||
똑같은 말이었지만, 더는 미친 노인이 아닌 결심한 기사가 서 있었으니.
|
||
|
||
“할 건 해야지 않겠나.”
|
||
|
||
자작은 로시난테라 불렀던 말에서 내려 바닥에 검집을 버려두었다.
|
||
|
||
잘 벼려진 강철검 한 자루만 쥔 채로, 산책가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
||
|
||
“겸사겸사 돈키호테의 못다 한 꿈도 이룰 겸 말이네.”
|
||
|
||
자작은 잠깐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
||
|
||
실은 용기가 없었다.
|
||
|
||
살다보니 죽는 게 무서워진 것이다.
|
||
|
||
하지만 돈키호테를 보고 깨달았다.
|
||
|
||
“나는 이제서야 마음을 다잡은 거야.”
|
||
|
||
비록 돈키호테의 결말은 현실적일지 몰라도
|
||
|
||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균열 너머로 그대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
||
|
||
*
|
||
|
||
[제목: 더글라스 자작령 근황...jpg]
|
||
|
||
(균열로 뛰쳐 들어가는 자작 뒷모습 짤)
|
||
|
||
ㅅㅂ 실화냐
|
||
|
||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
||
|
||
더글라스 자작님 균열로 들어가버림
|
||
|
||
(뒤늦은 소식에 병사들이 모여든 짤)
|
||
|
||
(혼란에 잠긴 영지 백성들 짤)
|
||
|
||
당연히 영지 분위기 창나고 사람들 어쩔 줄 모르는 중;
|
||
|
||
[추천5931] [비추천302]
|
||
|
||
- 주작도 정성껏
|
||
|
||
- 1점
|
||
|
||
- 귀족들이 다 그렇죠 뭐 ㅋㅋ
|
||
|
||
- 누가 들어가라고 칼들고 협박함? ㅋㅋ
|
||
|
||
ㄴ 시발아 자작님 모욕하냐?
|
||
|
||
ㄴ 자작님은 그럴 사람 아님
|
||
|
||
ㄴ ㅅㅂ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하냐?
|
||
|
||
[제목: 방금 자작령 근황 ㅇㅇ.jpg]
|
||
|
||
(균열 주변에 모인 사병들 짤)
|
||
|
||
(혼 나간 장남, 굳어버린 집사 짤)
|
||
|
||
ㅇㅇ 방금 근황글 올린 갤럼인데
|
||
|
||
지금 우리 영지 도련님 자작님 구출하시겠다고 병사 끌어모으시는 중;
|
||
|
||
나도 징집될 거 같은데 어짜냐 ㅅㅂ
|
||
|
||
밭 갈다와서 이게 먼 낭패고
|
||
|
||
[추천6129] [비추천12]
|
||
|
||
- 아니 ㅅㅂ 진짜에요?
|
||
|
||
- (선 채로 죽어버린 엘프 콘)
|
||
|
||
- 튀어 병신아 글 올릴 시간에
|
||
|
||
ㄴ 작성자) 아니 근데, 또 자작님 평소에 해주신 게 너무 많아서;
|
||
|
||
ㄴ 작성자) 일단 다들 모이긴 했는데 ㅅㅂ 분위기 심상치 않다 지금
|
||
|
||
“엥?”
|
||
|
||
돈키호테가 시중에 풀린지 며칠 째.
|
||
|
||
웬 귀족이 홀로 균열 속으로 뛰쳐들어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
||
|
||
“아니 이건 진짜 예상 못했는데?”
|
||
|
||
과몰입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다.
|
||
|
||
하지만 균열 속으로 뛰쳐들어가리라 예상은 못했다.
|
||
|
||
애초에 누가 그럴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
||
|
||
문제는 해당 귀족이 영지 내에서 굉장히 좋은 귀족이었다는 것이었다.
|
||
|
||
[제목: 이거 할까 말까...jpg]
|
||
|
||
(마차에서 찍은 자짤)
|
||
|
||
(균열 앞, 원정대 모집하는 짤)
|
||
|
||
본인 영지 상인임
|
||
|
||
마침 더글라스 자작가 지나가는 길인데, 균열 앞에 시끄러워서 가봄
|
||
|
||
자작님 구출하러 가는 원정대 꾸린다는데
|
||
|
||
참여만 해도 4만 경단 준다는데 해볼까?
|
||
|
||
[추천1092] [비추천2]
|
||
|
||
- 뭐 ㅅㅂ 4만???
|
||
|
||
- 아니 언제까지 모집하는지 물어봐봐
|
||
|
||
- 성공 시 인생 졸업 ㄷㄷ;
|
||
|
||
- 정신 차려 ㅂㅅ아 그거 니 목숨값이야
|
||
|
||
ㄴ 내 목숨값으로 4만이나 쳐주면 그건 존나 귀인인데?
|
||
|
||
ㄴ 어 그런가?
|
||
|
||
심지어 원정대까지 꾸리고 있었다.
|
||
|
||
참여 시 누구나 4만 지급.
|
||
|
||
실력 있는 기사나 마법사일 경우 세 배 까지도 지급.
|
||
|
||
성공 시 그 두 배를 또 지급.
|
||
|
||
이전에 드워프 광산 균열에서 마수가 들락날락 거린 게 포착되어서 그런가.
|
||
|
||
- 농민이었는데 지원 가능함?
|
||
|
||
- 본인 그래도 기사시험 칠만큼의 실력은 있는데 받아주나
|
||
|
||
- 돌법산데 신청 되나요
|
||
|
||
“의외로 지원자가 많네.”
|
||
|
||
다들 못해서 안달이었다.
|
||
|
||
만약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에게 4만이란 거금이 돌아간다.
|
||
|
||
성공하면 인생 졸업이었다.
|
||
|
||
하루에 일거리도 구하기 힘든 게 현실.
|
||
|
||
다들 한 번쯤은 해볼만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
||
|
||
[제목: 주딱님께 요청드립니다.]
|
||
|
||
작성자: 에단
|
||
|
||
(원정대 모여서 찍은 짤)
|
||
|
||
이미 아시겠지만, 균열 너머로 자작님을 구출하려고 합니다.
|
||
|
||
도련님께서 추진하신 일이고 제국에서도 허락을 받았습니다.
|
||
|
||
혹시 무기나 방어구 지원을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
||
|
||
(철 갑옷, 철 검 기타 잡스런 무기 짤)
|
||
|
||
강철 갑옷은 워낙에 비싸기도 하고, 균열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
||
|
||
그래서 저희 영지는 유독 전쟁품이 부족합니다.
|
||
|
||
지금 팔아주시기만 한다면, 가문 재산을 다 써서라도 구매하겠습니다.
|
||
|
||
만약 자금이 부족하다면, 부디 저희에게 투자하신다 생각해주십시오.
|
||
|
||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균열 내 보고 겪었던 모든 정보를 수집, 정리해 보고하겠습니다.
|
||
|
||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
||
|
||
[추천8932] [비추천92]
|
||
|
||
- 와 아니 이거 공식이네 ㄷㄷ;
|
||
|
||
- 일단 올려
|
||
|
||
- 개추요
|
||
|
||
- 존나 진심이네. 아무리 자작령이여도 이 정도 지출은 존나 뼈아플텐데 ㅇㅇ;
|
||
|
||
“벌써 원정대를 꾸렸다고?”
|
||
|
||
방금 구인글이 올라온 것 같은데, 벌써 사람이 다 찼다.
|
||
|
||
문제는 아쉬운 방어구 상태.
|
||
|
||
녹슬거나 긁힌 갑옷들이 대다수였고, 멀쩡한 강철제는 턱없이 부족했다.
|
||
|
||
“근데 이걸 보내는 게 맞나?”
|
||
|
||
집사한텐 미안한 소리지만, 나한텐 목숨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
||
|
||
감정에 동요해 원정대가 우르르 다 들어가 죽어버리면 이만한 손해도 없었다.
|
||
|
||
이미 들어간 자작은 어쩔 수 없었다.
|
||
|
||
현실적으론 말리는 게 맞았다.
|
||
|
||
“내가 범인만 아니었어도 그랬을 텐데.”
|
||
|
||
[‘강철 검’ 10개를 배송했습니다!]
|
||
|
||
[‘강철 갑옷’ 10세트를 배송했습니다!]
|
||
|
||
[‘고폭 수류탄’ 50개를 배송했습니다!]
|
||
|
||
- 주딱*) 아 ㅋㅋ
|
||
|
||
ㄴ 에단) 아니 이렇게까지 주십니까?
|
||
|
||
ㄴ 에단) 대금은...
|
||
|
||
ㄴ 주딱*) ㄴㄴ 걍 가져가셈
|
||
|
||
현대에서도 베르테르의 효과라는 게 있었다.
|
||
|
||
하물며 여긴 멸망 중세.
|
||
|
||
“충분히 이런일이 일어날만도 했지.”
|
||
|
||
자작 구출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
||
|
||
“하지만 내가 들어가지 말란다고 안 가?”
|
||
|
||
이미 원정대는 마음을 다 잡았다.
|
||
|
||
이래도 저래도 들어갈 거라면 튼튼히 잘 방비해서 들어가라는 의미로 지원을 보냈다.
|
||
|
||
“게다가 얼마 하지 않기도 하고...”
|
||
|
||
중세에서나 희귀하지, 현대에서 강철은 그렇게 희귀한 재료가 아니었다.
|
||
|
||
게다가 검 제작에 사용되는 용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맘 편히 지원했다.
|
||
|
||
- 에단)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
||
|
||
“이제 들어간다!”
|
||
|
||
몇몇의 실력 있는 기사와 마법사, 기타 지원자들로 이루어진 급조 원정대.
|
||
|
||
에단의 말과 함께 균열 너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
“지금에라도 지원을 높여야 하나?”
|
||
|
||
내가 목격했던 바깥의 마수들은 훨씬 튼튼하고 공격성이 짙었다.
|
||
|
||
조금 더 지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
||
|
||
-우우웅
|
||
|
||
“엥?”
|
||
|
||
돌연 균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
|
||
“뭐, 뭐지?”
|
||
|
||
“균열이 갑자기 왜...”
|
||
|
||
들어가려던 원정대 또한 당황하긴 마찬가지.
|
||
|
||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듯 거칠게 일렁이는 모습에 모두가 멈칫한 그 순간이었다.
|
||
|
||
-뚝, 뚝.
|
||
|
||
곧 균열 너머에서 온통 검붉은 기사 한 명이 걸어나오기 시작했으니.
|
||
|
||
“자, 자작님?”
|
||
|
||
“...”
|
||
|
||
에단 집사의 황당한 물음과 함께 기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
||
기사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
||
|
||
자신의 피인지 마수의 피인지.
|
||
|
||
그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기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갤러리에서 멈췄다.
|
||
|
||
“주딱, 주딱...”
|
||
|
||
“왓?”
|
||
|
||
그리고 나를 반복적으로 부르는가 싶더니, 돌연 눈앞에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
||
|
||
[‘더글라스 자작’이 ‘???’를 배송 신청했습니다!]
|
||
|
||
[‘???’는 열람 시 정보가 해금됩니다.]
|
||
|
||
알 수 없는 무언가.
|
||
|
||
나는 그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
|
||
그리고 거실에서 뒹굴거리는 페니에게 달려갔으니.
|
||
|
||
“페니에몽 도와줘!”
|
||
|
||
“으응?”
|
||
|
||
무려 칠죄종 중 두가지 힘을 가진 페니라면 믿을만 했다.
|
||
|
||
당황하는 페니를 붙잡고 ???를 배송시켰다.
|
||
|
||
‘변종 마수 같은 게 와도 막아낼 수 있겠지.’
|
||
|
||
정 밀린다 싶으면 근처에 드워프 명검과 건조기도 있었다.
|
||
|
||
자작이 죽어가며 내게 간절히 보냈던 만큼, 일단 안전을 확보한 채 배송 받은 순간이었다.
|
||
|
||
-톡.
|
||
|
||
“이건...”
|
||
|
||
그렇게 거실에 도착한 건...
|
||
|
||
끝없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자그마한 구슬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