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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님 미쳤습니까? 이건 아닙니다!”
더글라스 자작, 돈키호테에 그 누구보다 과몰입한 귀족.
그의 앞을 집사가 다급히 가로막았다.
그 앞에는 커다란 균열이 있었으니.
“저 너머에 나의 정적들이 있네.”
거대한 적과 맞서 싸워 약자를 보호한다.
돈키호테에 심취한 자작의 말에 집사가 열불이 터졌다.
“그냥 소설일 뿐입니다!”
자작의 돈키호테 놀음에 어울려줄 수 있었다.
엉뚱한 행동을 하며 갑작스레 여정을 떠났을 때도 순순히 따라나섰다.
“들어가면 개죽음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건 안 된다.
자작은 지금 균열로 쳐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집사는 다급하게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제 목을 겨눴다.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으니, 이젠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
“망해가던 가문마저 살려내신 분이, 왜 책 한 권에 이 지경이 되신 겁니까!”
돈키호테?
읽어보니 훌륭한 책이었다.
과거를 포함한 현존하는 몇 없는 서적들을 뒤져봤을 때, 손에 꼽는 명작이었다.
하지만 그게 현명한 자작을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할 정도였던가?
누군가는 그렇다 하겠지만, 자작을 평생 봐왔던 집사의 대답은 아니었다.
“들어가신다면... 저도 죽겠습니다!”
집사의 결심에 자작은 그제야 그를 돌아봤다.
“산초, 아니 에단.”
망해가는 가문임에도 곁을 지켰던 집사, 에단.
자작의 눈에는 어느덧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은 노년의 집사가 보였다.
그만큼 자신 또한 늙어버렸다.
“갑자기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한가?”
“예, 도대체 왜...”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모든 걸 내던지고 균열로 돌격하겠다니.
더글라스 자작은 잠깐 숨을 고르다 말했다.
“불치병에 걸렸네.”
“...예?”
“온몸으로 느껴지네.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아직은 강철 갑옷을 입고도 뛸 만큼 건재하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임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침대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진짜 노인이 되어버리겠지.
자작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
“그럼 회복 물약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마시면...”
“내가 왜 모르겠나?”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주딱의 물약.
“마셔 봤네.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
하지만 그걸로도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돈키호테를 읽었다.
망상증 환자이지만 그 누구보다 기사처럼 올곧은 노인의 이야기.
“돈키호테는 마지막에 쓰러졌네.”
돈키호테는 마지막에 자신의 망상을 인정하고 병에 걸려 죽었다.
마음이 꺾여버린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럼...”
“가문은 아들이 잘 이끌어 갈 거네.”
대전쟁 때 마수에게 딸과 아내를 잃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아들과 영지민들이 있어 어떻게든 영주로서 노력했다.
그렇게 영지를 일궈내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하나였다.
“저 너머에 나의 정적들이 있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는 균열을 노려보며 똑같이 말했다.
집사는 더는 말리지 못했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더는 미친 노인이 아닌 결심한 기사가 서 있었으니.
“할 건 해야지 않겠나.”
자작은 로시난테라 불렀던 말에서 내려 바닥에 검집을 버려두었다.
잘 벼려진 강철검 한 자루만 쥔 채로, 산책가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겸사겸사 돈키호테의 못다 한 꿈도 이룰 겸 말이네.”
자작은 잠깐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실은 용기가 없었다.
살다보니 죽는 게 무서워진 것이다.
하지만 돈키호테를 보고 깨달았다.
“나는 이제서야 마음을 다잡은 거야.”
비록 돈키호테의 결말은 현실적일지 몰라도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균열 너머로 그대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제목: 더글라스 자작령 근황...jpg]
(균열로 뛰쳐 들어가는 자작 뒷모습 짤)
ㅅㅂ 실화냐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더글라스 자작님 균열로 들어가버림
(뒤늦은 소식에 병사들이 모여든 짤)
(혼란에 잠긴 영지 백성들 짤)
당연히 영지 분위기 창나고 사람들 어쩔 줄 모르는 중;
[추천5931] [비추천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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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도 정성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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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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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이 다 그렇죠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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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어가라고 칼들고 협박함? ㅋㅋ
ㄴ 시발아 자작님 모욕하냐?
ㄴ 자작님은 그럴 사람 아님
ㄴ ㅅㅂ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하냐?
[제목: 방금 자작령 근황 ㅇㅇ.jpg]
(균열 주변에 모인 사병들 짤)
(혼 나간 장남, 굳어버린 집사 짤)
ㅇㅇ 방금 근황글 올린 갤럼인데
지금 우리 영지 도련님 자작님 구출하시겠다고 병사 끌어모으시는 중;
나도 징집될 거 같은데 어짜냐 ㅅㅂ
밭 갈다와서 이게 먼 낭패고
[추천6129] [비추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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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ㅅㅂ 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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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죽어버린 엘프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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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병신아 글 올릴 시간에
ㄴ 작성자) 아니 근데, 또 자작님 평소에 해주신 게 너무 많아서;
ㄴ 작성자) 일단 다들 모이긴 했는데 ㅅㅂ 분위기 심상치 않다 지금
“엥?”
돈키호테가 시중에 풀린지 며칠 째.
웬 귀족이 홀로 균열 속으로 뛰쳐들어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니 이건 진짜 예상 못했는데?”
과몰입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균열 속으로 뛰쳐들어가리라 예상은 못했다.
애초에 누가 그럴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문제는 해당 귀족이 영지 내에서 굉장히 좋은 귀족이었다는 것이었다.
[제목: 이거 할까 말까...jpg]
(마차에서 찍은 자짤)
(균열 앞, 원정대 모집하는 짤)
본인 영지 상인임
마침 더글라스 자작가 지나가는 길인데, 균열 앞에 시끄러워서 가봄
자작님 구출하러 가는 원정대 꾸린다는데
참여만 해도 4만 경단 준다는데 해볼까?
[추천1092] [비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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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ㅅㅂ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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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언제까지 모집하는지 물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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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시 인생 졸업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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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ㅂㅅ아 그거 니 목숨값이야
ㄴ 내 목숨값으로 4만이나 쳐주면 그건 존나 귀인인데?
ㄴ 어 그런가?
심지어 원정대까지 꾸리고 있었다.
참여 시 누구나 4만 지급.
실력 있는 기사나 마법사일 경우 세 배 까지도 지급.
성공 시 그 두 배를 또 지급.
이전에 드워프 광산 균열에서 마수가 들락날락 거린 게 포착되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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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었는데 지원 가능함?
-
본인 그래도 기사시험 칠만큼의 실력은 있는데 받아주나
-
돌법산데 신청 되나요
“의외로 지원자가 많네.”
다들 못해서 안달이었다.
만약 자신이 죽더라도 가족에게 4만이란 거금이 돌아간다.
성공하면 인생 졸업이었다.
하루에 일거리도 구하기 힘든 게 현실.
다들 한 번쯤은 해볼만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제목: 주딱님께 요청드립니다.]
작성자: 에단
(원정대 모여서 찍은 짤)
이미 아시겠지만, 균열 너머로 자작님을 구출하려고 합니다.
도련님께서 추진하신 일이고 제국에서도 허락을 받았습니다.
혹시 무기나 방어구 지원을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철 갑옷, 철 검 기타 잡스런 무기 짤)
강철 갑옷은 워낙에 비싸기도 하고, 균열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영지는 유독 전쟁품이 부족합니다.
지금 팔아주시기만 한다면, 가문 재산을 다 써서라도 구매하겠습니다.
만약 자금이 부족하다면, 부디 저희에게 투자하신다 생각해주십시오.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균열 내 보고 겪었던 모든 정보를 수집, 정리해 보고하겠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추천8932] [비추천92]
-
와 아니 이거 공식이네 ㄷㄷ;
-
일단 올려
-
개추요
-
존나 진심이네. 아무리 자작령이여도 이 정도 지출은 존나 뼈아플텐데 ㅇㅇ;
“벌써 원정대를 꾸렸다고?”
방금 구인글이 올라온 것 같은데, 벌써 사람이 다 찼다.
문제는 아쉬운 방어구 상태.
녹슬거나 긁힌 갑옷들이 대다수였고, 멀쩡한 강철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근데 이걸 보내는 게 맞나?”
집사한텐 미안한 소리지만, 나한텐 목숨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감정에 동요해 원정대가 우르르 다 들어가 죽어버리면 이만한 손해도 없었다.
이미 들어간 자작은 어쩔 수 없었다.
현실적으론 말리는 게 맞았다.
“내가 범인만 아니었어도 그랬을 텐데.”
[‘강철 검’ 10개를 배송했습니다!]
[‘강철 갑옷’ 10세트를 배송했습니다!]
[‘고폭 수류탄’ 50개를 배송했습니다!]
- 주딱*) 아 ㅋㅋ
ㄴ 에단) 아니 이렇게까지 주십니까?
ㄴ 에단) 대금은...
ㄴ 주딱*) ㄴㄴ 걍 가져가셈
현대에서도 베르테르의 효과라는 게 있었다.
하물며 여긴 멸망 중세.
“충분히 이런일이 일어날만도 했지.”
자작 구출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들어가지 말란다고 안 가?”
이미 원정대는 마음을 다 잡았다.
이래도 저래도 들어갈 거라면 튼튼히 잘 방비해서 들어가라는 의미로 지원을 보냈다.
“게다가 얼마 하지 않기도 하고...”
중세에서나 희귀하지, 현대에서 강철은 그렇게 희귀한 재료가 아니었다.
게다가 검 제작에 사용되는 용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맘 편히 지원했다.
- 에단)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들어간다!”
몇몇의 실력 있는 기사와 마법사, 기타 지원자들로 이루어진 급조 원정대.
에단의 말과 함께 균열 너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에라도 지원을 높여야 하나?”
내가 목격했던 바깥의 마수들은 훨씬 튼튼하고 공격성이 짙었다.
조금 더 지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우우웅
“엥?”
돌연 균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균열이 갑자기 왜...”
들어가려던 원정대 또한 당황하긴 마찬가지.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듯 거칠게 일렁이는 모습에 모두가 멈칫한 그 순간이었다.
-뚝, 뚝.
곧 균열 너머에서 온통 검붉은 기사 한 명이 걸어나오기 시작했으니.
“자, 자작님?”
“...”
에단 집사의 황당한 물음과 함께 기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기사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피인지 마수의 피인지.
그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기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갤러리에서 멈췄다.
“주딱, 주딱...”
“왓?”
그리고 나를 반복적으로 부르는가 싶더니, 돌연 눈앞에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더글라스 자작’이 ‘???’를 배송 신청했습니다!]
[‘???’는 열람 시 정보가 해금됩니다.]
알 수 없는 무언가.
나는 그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거실에서 뒹굴거리는 페니에게 달려갔으니.
“페니에몽 도와줘!”
“으응?”
무려 칠죄종 중 두가지 힘을 가진 페니라면 믿을만 했다.
당황하는 페니를 붙잡고 ???를 배송시켰다.
‘변종 마수 같은 게 와도 막아낼 수 있겠지.’
정 밀린다 싶으면 근처에 드워프 명검과 건조기도 있었다.
자작이 죽어가며 내게 간절히 보냈던 만큼, 일단 안전을 확보한 채 배송 받은 순간이었다.
-톡.
“이건...”
그렇게 거실에 도착한 건...
끝없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자그마한 구슬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