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457 lines
13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ambiguous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좋은 거라고?”
나는 상자를 유심히 내려다봤다.
겉보기엔 평범한 선물 상자 같다.
다만 크기가 많이 커, 사람 한 명 정도는 들어가고도 남을만한 게 마음에 걸린다.
사실 이런저런 추측들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었으니.
[수수께끼 상자]
에르제베트가 만들어낸 상자.
겁나 험한 것이 들어 있다.
열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인다.
“흠.”
시스템 말을 들어 나쁠 게 없었다.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 살아서 갤질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
주딱*: 좋은 거 맞음? 아닌 거 같은데
곧죽어도흡혈: 좋은 거 맞아
곧죽어도흡혈: 그러니까 얼른 열어 봐
주딱*: ㅋㅋ 네
“절대 안 열지.”
미소녀의 집착 감금은 환영이지만, 내겐 갤질이 더 중요했다.
“도로 반송하면 되겠네.”
창고에 보관할 필요도 없이 도로 곧죽흡에게 보내려고 상자로 시선을 내린 순간이었다.
“으음, 잘 안 뜯기네요...”
건조기가 쭈그려 앉은 채 상자를 뜯고 있었다.
깜빡하고 있었다.
건조기는 벙커에 살게 된 이후로, 집안살림 이것저것 도와주곤 했었다.
갤럼들에게서 온 택배를 확인하고 창고를 정리하는 역할도 자처하고 있었는데...
“멈춰!!!”
“헤엑!”
다급히 건조기를 향해 소리쳤으나, 늦었다.
-덜컥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
고작 상자일텐데,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깊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 속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그 순간...
곧죽어도흡혈: 열었구나?
곧죽흡의 채팅과 함께 곧 상자에서 무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아주 길쭉하고 여러 갈래로 퍼진, 미끌미끌해 보이는...
“촉수?”
붉은 촉수가.
피로 만든 건지, 딱 봐도 새빨간 촉수들이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 주딱님!”
터져나오는 촉수를 보고, 나는 재빨리 산탄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촉수에 정확히 총알이 직격했다!
“해치웠나?”
-꾸물꾸물
하지만 촉수는 금세 타격 받은 부분을 회복해 원상태로 복귀했다.
피로 만들어져 물리적 공격을 받아도 금방 원상복귀하는 모양이었으니.
“말파이트 조심해!”
소란을 듣고 나온 페니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원형으로 복귀한 촉수가 그대로 나를 향해 재빠른 속도로 달려들...
“엥.”
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갔다.
뭐지, 내게 적대적인 게 아니었나?
오히려 촉수들은 내게 호의적이었다.
-꾸물꾸물
마치 강아지처럼 내게 볼을 비비고는 금세 내 뒤편으로 날아갔으니.
촉수들의 목표는 내가 아닌 건조기였다.
“꺄아악!”
얇고 두꺼운 촉수들이 건조기의 몸을 완벽히 포박해 공중으로 띄웠다.
“헉, 너무 좋다.”
“이상한 소리 말고 살려주세요!”
건조기를 완전히 붙잡는데 성공하자, 촉수들은 곧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따악!
“아, 아야!”
채찍처럼 날아간 촉수 하나가 건조기의 뽀얀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파악!
“헤에엑!”
뒤이어 날아간 다른 촉수는 정확히 건조기의 정수리를 후렸으니.
건조기는 갑작스런 불의의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울상이 되어 있었다.
“이게 갑자기 뭔...”
무슨 일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때 곧죽흡에게서 채팅이 도착했다.
곧죽어도흡혈: 주딱 괜찮아?
주딱*: 아니 이게 뭔 일임?
곧죽어도흡혈: 놀라지 말고 들어
곧죽어도흡혈: 아무래도 서큐버스가 주딱을 노리는 것 같아
곧죽어도흡혈: 내가 보낸 혈마법이 서큐버스를 감지할테니, 걱정 마
“엥?”
아무래도 곧죽흡이 오해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뜸 날 구해준다니.
주딱*: ㅇㅇ 알고 있는데?
곧죽어도흡혈: 응?
주딱*: 애초에 나랑 같이 지내는 동거인임. 안전하니까 ㄱㅊㄱㅊ 풀어주셈
그래서 오해를 풀고자 위험한 서큐버스가 아니라고 알렸다.
곧죽어도흡혈: ...동거?
주딱*: ㅇㅇ
곧죽어도흡혈: - /
그런데 나아지긴 커녕 분위기만 험악해졌다.
주딱*: 이상한 서큐버스 아님
곧죽어도흡혈: 그러면?
주딱*: 호감고닉 건조기임 그...
곧죽어도흡혈: 커다란 가슴 과시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척 하는 변태?
“...!”
촉수에 묶여 있던 건조기가 채팅을 봤는지, 붉어진 얼굴로 몸을 바둥거렸다.
하지만 세상은 힘의 논리.
결국 건조기는 울상이 되어 추욱 늘어졌다.
곧죽어도흡혈: 오해란 건 알았어
@: 이만 풀어줄게
다행히도 촉수는 금세 건조기를 풀어주고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순순히 돌아가네?”
난 또 납치감금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확실히 그땐 처음으로 피맛을 알았을 때였고, 지금과는 달랐다.
그 덕에 다행히 이번 일은 잘 해결되었다.
마구 딱밤을 맞고 변태라고 매도 당한 건조기 외엔 피해자 없이 해결된 것이다.
“그럼 다시 갤질이나 하러 가 볼까.”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이멸갤의 개념글은 그 규모만큼이나 리젠 속도도 빨랐다.
몇 주는커녕, 단 하루만 미뤄도 몇 페이지는 훌쩍 넘어갈 정도였으니.
“갤손실만큼은 안 된다.”
나는 미뤄두었던 개념글을 다시 정독하기 시작할 즘이었다.
[제목: 속보) 황제납치감금인질협박하는 귀족...jpg]
(어린 황제를 붙잡고 농성을 벌이는 귀족 짤)
(알현실 주변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짤)
ㅇㅇ
[추천8421] [비추천102]
- 씨발 이왜진?
- 아니 이게 진짜라고
- 어메이징 아드리안
- 수컷 오크 알몸짤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진짜임?
- 진짜 씹 ㅋㅋ 그때 켈리어튼으로 탈출하는 건데 아오
“이건 또 뭐야?”
그리고 아드리안 황제로 인질극을 벌이는 실시간 중계글이 념글에 올라와 있었다.
*
“당장 이 문을 열고 투항해라!”
“씨발 부숴버려!”
아드리안 황제의 알현실 안.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온갖 욕설과 고함, 그리고 분노에 찬 질책 등.
“허허, 이거 참.”
아드리안 궁정 마법사, 헬리안은 수염을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 모든 부정적인 소음은 헬리안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더는 그에게서 모두가 우러러보던 궁정 마법사의 권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대 황제 폐하가 그리워지는군요.”
헬리안은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후.
선대 황제, 정확히는 스스로 황제라 칭했던 프레드릭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그땐 모든 게 이 발 아래에 있었는데...”
헬리안은 대마법사에 가까웠던 최상급 마법사였다.
즉슨 궁정 마법사를 할만한 실력자는 아니었다.
다만 그는 줄을 굉장히 잘 탔다.
언제는 프레드릭의 측근으로, 또는 교황과 오랜 권력 파트너 관계로.
“누가 이꼴이 날 줄 알았겠습니까?”
그때만 해도 황제를 붙잡고 인질극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헬리안이 빛바랜 수염을 매만지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이제 고작해야 8살이 된 꼬마 황제가 시선을 맞춰왔다.
힘없는 허수아비 황제이자, 지금은 그의 목숨벌이 인질이었으니.
“그대가 이럴 줄은 몰랐네만.”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꼬마 황제, 머핀은 울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충실한 신하인 줄 알았던 헬리안을 바라봤다.
“...지금에라도 투항하게. 사형만큼은 면할 수 있도록 도와줄테니.”
“그게 어디 되겠습니까? 저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미친놈이 용사인데.”
다리안,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드리안의 진짜 용사이자.
“갤러리 용사...”
무려 그 주딱이 직접 선택한 남자.
그는 주딱을 향한 열정적인 믿음으로 아드리안을 개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썩어 있던 모든 근원을 들춰내고 불태우며, 처형장에 올렸다.
그리고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던 궁정 마법사, 헬리안이 그 다음 대상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헬리안은 자신에게 말하는지, 머핀에게 말하는지 모를 목소리로 말했다.
“배만 구해 여길 뜨는 순간,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래.”
머핀은 고작 8살이 되었으나, 동시에 유일한 제국의 황제이기도 했다.
머핀의 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삼촌인 줄 알았던 헬리안의 배신도, 성당이 여태껏 저지른 범죄도.
끝도없는 탐욕으로 쳐들어오는 ‘바깥’이라 부르는 곳의 마수들도.
“그냥 다들 장터 디저트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 순 없는 걸까.”
주딱이 여는 장터에는 놀라울 정도의 디저트들이 쏟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데, 왜 이리들 남을 못죽여 안달인지.
머핀은 작은 손을 턱에 짚고 곰곰이 고민했다.
그때였다.
-콰앙!
장정 여럿이 모여 밀어도 열리지 않는 알현실의 철문이 뜯겨지듯 열렸다.
말그대로 종잇장처럼 구겨져 열린 것이다.
“...미친 괴물 새끼.”
헬리안의 중얼거림 너머, 안개를 걷고 무표정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갤러리 용사, 다리안이었다.
“다 끝났다, 궁정 마법사. 폐하를 풀어드리고 주딱... 아니, 무명신 앞에 속죄해라.”
한마디로 죽으라는 것.
헬리안은 일반인으로는 닿을 수 없는 범주의 마법사였다.
하급 기사 몇몇 정도라면 손짓으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용사는 안 된다.
겨우 공격을 성공시킨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몸을 재생해버릴 테니까.
“더 다가오지 마라!”
다리안의 걸음에 꼬마 황제, 머핀의 목에 손을 가져댔다.
그러자 다리안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곤 여전히 무표정한 기색으로 팔짱을 껴 이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여기선 죽을 수 없다. 내가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아드리안에 노인은 없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대전쟁으로, 기근으로, 질병으로 기타 어떤 방법으로든 죽어나갔으니.
헬리안은 그때마다 살아남았다.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이 없다.”
60살은 훌쩍 넘긴 노인이었지만, 삶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질겼다.
헬리안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고야 말겠다고.
하지만 다리안은 갤러리와 시계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보다 대뜸 말을 걸었다.
“궁정 마법사.”
“왜 그러지?”
“그분의 능력을 네 얕은 생각의 범주 안에 가두려 들지 말아라.”
다리안이 말하는 그분이라면, 무명신이라 은연중에 받드는 주딱뿐이었다.
헬리안은 뒤편을 눈짓했다.
알현실은 제국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 위치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탈출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 기이한 불덩이도 못 쏘아낼 것이다. 황제가 내게 있으니.
하늘로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할 즘이었다.
다리안이 창 밖 너머를 멍하니 응시했다.
눈앞의 자신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기대감에 찬 표정이었으니.
“도대체 어딜 보는 거냐!”
헬리안이 두려움에 고함쳤다.
그럼에도 다리안은 대꾸없이 1분 동안이나 그 방향을 바라보다, 돌연 미소를 지었다.
“내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군.”
“주딱 말인가? 그래 그 마법들은 인정하마. 하지만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하늘로 도망친다.
게다가 황제도 함께 인질로 잡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때 다리안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헬리안을 마주했다.
“뭐든지.”
그 순간.
-쨍그랑!
돌연 알현실 창문이 깨졌다.
다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요하게 무언가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