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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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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자를 유심히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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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평범한 선물 상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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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크기가 많이 커, 사람 한 명 정도는 들어가고도 남을만한 게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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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저런 추측들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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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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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제베트가 만들어낸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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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험한 것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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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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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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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말을 들어 나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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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 살아서 갤질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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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좋은 거 맞음? 아닌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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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좋은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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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그러니까 얼른 열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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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ㅋㅋ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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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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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의 집착 감금은 환영이지만, 내겐 갤질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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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반송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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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보관할 필요도 없이 도로 곧죽흡에게 보내려고 상자로 시선을 내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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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잘 안 뜯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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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가 쭈그려 앉은 채 상자를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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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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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는 벙커에 살게 된 이후로, 집안살림 이것저것 도와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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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럼들에게서 온 택배를 확인하고 창고를 정리하는 역할도 자처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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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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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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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히 건조기를 향해 소리쳤으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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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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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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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상자일텐데,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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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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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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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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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흡의 채팅과 함께 곧 상자에서 무언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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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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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길쭉하고 여러 갈래로 퍼진, 미끌미끌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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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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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촉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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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만든 건지, 딱 봐도 새빨간 촉수들이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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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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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나오는 촉수를 보고, 나는 재빨리 산탄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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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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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에 정확히 총알이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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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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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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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촉수는 금세 타격 받은 부분을 회복해 원상태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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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만들어져 물리적 공격을 받아도 금방 원상복귀하는 모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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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파이트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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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을 듣고 나온 페니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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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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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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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복귀한 촉수가 그대로 나를 향해 재빠른 속도로 달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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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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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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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내게 적대적인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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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촉수들은 내게 호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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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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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강아지처럼 내게 볼을 비비고는 금세 내 뒤편으로 날아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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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들의 목표는 내가 아닌 건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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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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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두꺼운 촉수들이 건조기의 몸을 완벽히 포박해 공중으로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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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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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리 말고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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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를 완전히 붙잡는데 성공하자, 촉수들은 곧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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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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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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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처럼 날아간 촉수 하나가 건조기의 뽀얀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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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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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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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날아간 다른 촉수는 정확히 건조기의 정수리를 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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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는 갑작스런 불의의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울상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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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갑자기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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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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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곧죽흡에게서 채팅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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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주딱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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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아니 이게 뭔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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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놀라지 말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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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아무래도 서큐버스가 주딱을 노리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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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내가 보낸 혈마법이 서큐버스를 감지할테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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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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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곧죽흡이 오해를 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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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날 구해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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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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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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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애초에 나랑 같이 지내는 동거인임. 안전하니까 ㄱㅊㄱㅊ 풀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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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해를 풀고자 위험한 서큐버스가 아니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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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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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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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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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아지긴 커녕 분위기만 험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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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이상한 서큐버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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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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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호감고닉 건조기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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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커다란 가슴 과시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척 하는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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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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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에 묶여 있던 건조기가 채팅을 봤는지, 붉어진 얼굴로 몸을 바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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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은 힘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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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건조기는 울상이 되어 추욱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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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죽어도흡혈: 오해란 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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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 풀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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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촉수는 금세 건조기를 풀어주고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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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순순히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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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납치감금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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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확실히 그땐 처음으로 피맛을 알았을 때였고, 지금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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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다행히 이번 일은 잘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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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딱밤을 맞고 변태라고 매도 당한 건조기 외엔 피해자 없이 해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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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 갤질이나 하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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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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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멸갤의 개념글은 그 규모만큼이나 리젠 속도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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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는커녕, 단 하루만 미뤄도 몇 페이지는 훌쩍 넘어갈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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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손실만큼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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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뤄두었던 개념글을 다시 정독하기 시작할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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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보) 황제납치감금인질협박하는 귀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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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황제를 붙잡고 농성을 벌이는 귀족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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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실 주변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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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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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8421] [비추천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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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이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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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게 진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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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아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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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컷 오크 알몸짤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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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씹 ㅋㅋ 그때 켈리어튼으로 탈출하는 건데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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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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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드리안 황제로 인질극을 벌이는 실시간 중계글이 념글에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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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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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 문을 열고 투항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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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부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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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황제의 알현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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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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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욕설과 고함, 그리고 분노에 찬 질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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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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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궁정 마법사, 헬리안은 수염을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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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든 부정적인 소음은 헬리안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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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그에게서 모두가 우러러보던 궁정 마법사의 권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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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황제 폐하가 그리워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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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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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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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황제, 정확히는 스스로 황제라 칭했던 프레드릭이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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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모든 게 이 발 아래에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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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대마법사에 가까웠던 최상급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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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슨 궁정 마법사를 할만한 실력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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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줄을 굉장히 잘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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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프레드릭의 측근으로, 또는 교황과 오랜 권력 파트너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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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꼴이 날 줄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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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황제를 붙잡고 인질극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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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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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이 빛바랜 수염을 매만지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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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제 고작해야 8살이 된 꼬마 황제가 시선을 맞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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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허수아비 황제이자, 지금은 그의 목숨벌이 인질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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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이럴 줄은 몰랐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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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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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황제, 머핀은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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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자신의 충실한 신하인 줄 알았던 헬리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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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라도 투항하게. 사형만큼은 면할 수 있도록 도와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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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디 되겠습니까? 저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미친놈이 용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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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안,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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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의 진짜 용사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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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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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그 주딱이 직접 선택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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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딱을 향한 열정적인 믿음으로 아드리안을 개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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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썩어 있던 모든 근원을 들춰내고 불태우며, 처형장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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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던 궁정 마법사, 헬리안이 그 다음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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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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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자신에게 말하는지, 머핀에게 말하는지 모를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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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구해 여길 뜨는 순간,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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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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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핀은 고작 8살이 되었으나, 동시에 유일한 제국의 황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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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핀의 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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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인 줄 알았던 헬리안의 배신도, 성당이 여태껏 저지른 범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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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없는 탐욕으로 쳐들어오는 ‘바깥’이라 부르는 곳의 마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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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들 장터 디저트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 순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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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여는 장터에는 놀라울 정도의 디저트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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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데, 왜 이리들 남을 못죽여 안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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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핀은 작은 손을 턱에 짚고 곰곰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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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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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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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여럿이 모여 밀어도 열리지 않는 알현실의 철문이 뜯겨지듯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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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그대로 종잇장처럼 구겨져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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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괴물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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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의 중얼거림 너머, 안개를 걷고 무표정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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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용사, 다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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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났다, 궁정 마법사. 폐하를 풀어드리고 주딱... 아니, 무명신 앞에 속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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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죽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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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일반인으로는 닿을 수 없는 범주의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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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기사 몇몇 정도라면 손짓으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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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용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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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공격을 성공시킨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몸을 재생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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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가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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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안의 걸음에 꼬마 황제, 머핀의 목에 손을 가져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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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다리안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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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여전히 무표정한 기색으로 팔짱을 껴 이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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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죽을 수 없다. 내가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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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에 노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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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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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쟁으로, 기근으로, 질병으로 기타 어떤 방법으로든 죽어나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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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그때마다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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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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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은 훌쩍 넘긴 노인이었지만, 삶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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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은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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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고야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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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리안은 갤러리와 시계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보다 대뜸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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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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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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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능력을 네 얕은 생각의 범주 안에 가두려 들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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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안이 말하는 그분이라면, 무명신이라 은연중에 받드는 주딱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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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리안은 뒤편을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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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현실은 제국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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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탈출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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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이한 불덩이도 못 쏘아낼 것이다. 황제가 내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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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로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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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할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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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안이 창 밖 너머를 멍하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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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자신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기대감에 찬 표정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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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딜 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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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안이 두려움에 고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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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리안은 대꾸없이 1분 동안이나 그 방향을 바라보다, 돌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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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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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말인가? 그래 그 마법들은 인정하마. 하지만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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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닿을 수 없는 하늘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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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황제도 함께 인질로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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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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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다리안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헬리안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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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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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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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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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알현실 창문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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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요하게 무언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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