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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는 문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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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어도 오늘의 쾌락을 즐기는, 곧 죽어도 신체적 쾌락을 쫓는 종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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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쾌락만 쫓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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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은 그런 자신의 태생을 혐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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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 따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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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욕구만 쫓는 서큐버스들이 끔찍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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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교류 없이 무작정 성적 요구만 채운다는 게 짐승과 다를 게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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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본능 따위에 눌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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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렇게 다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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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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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시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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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후줄근한 흰 티를 입은 채 콜라를 마시는 남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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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머리가 뜨겁고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가빠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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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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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몸상태가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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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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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은 이불을 얼굴 위로 당기며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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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자신을 봐도 달려들거나 겁박하고 탐하려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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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호의적인데, 그 호의에 끈적함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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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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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를 보고 욕망하지 않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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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욕망을 모르는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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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켜본 바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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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마이 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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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말파이트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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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주딱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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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뛰쳐나온 페니를 향해, 주딱은 갤러리를 당당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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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개념글에 등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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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 치마... 너무 허전한데 어떻게 입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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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짚는 로봇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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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관심사와 흥미를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가장 높은 조회수를 이끌어낼 만한 제목을 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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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321] [비추천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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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 씹 주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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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딴 게 주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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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 종족은 뭐임? 개 열쳐받게 생겼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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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나 망치마렵네 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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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잼인데?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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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주딱*) (그럼 죽어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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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념글 등반 완료. 사진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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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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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장난이었다는 걸 알고는 페니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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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릴리안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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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관심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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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누구한테도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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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주딱은 릴리안을 욕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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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관심을 가지는 건 오직 갤러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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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24시간갤창앰생똥글주작념글에환희를느끼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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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무심한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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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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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압도적인 능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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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힘을 가지고 저렇게 깨끗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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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오래 전부터 주딱에게 흥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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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흥미인 줄 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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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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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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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돌려 마주한 거울 속에 릴리안은, 누구보다 서큐버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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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사람들의 욕망과 관심이 그녀에게 주식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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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주딱을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들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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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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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의 머릿속에 한가지 가능성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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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는 사랑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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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알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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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욕망과 관심, 접촉 따위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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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종족 본능을 거스른 변종에게 내려지는 일종의 형벌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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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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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서큐버스는 오직 짝사랑 대상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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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이 이를 깨닫는 순간, 그녀는 그만 입을 작게 벌린 채, 얼굴이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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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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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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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온 건조기가 자신도 집에 머무르게 해달라는 말을 꺼낸 바로 직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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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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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파이트 잘 봐, 서큐버스야!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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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건 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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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를 힐끔 보자, 건조기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후다닥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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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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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그 모습을 가리켜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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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망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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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를 봤다면 간이고 쓸개고 빼줄지 모를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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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렇다기엔 페니도 자기 스스로 색욕이니 뭐니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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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 갈 데 없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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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다는데 내치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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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도시에서 생활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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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예쁘면 이를 이용이라도 할 텐데, 저 외모라면 나라도 무너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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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건조기는 그걸 이용할만한 성격도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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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조기 종족 때문이라면, 걱정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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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서큐버스라는 그녀의 종족 때문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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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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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장에 가,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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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건전한 이성 연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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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거리에서 남녀가 목도리를 같이 두루고 있는 게 표지인 건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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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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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한 귀여운 연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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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문란함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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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나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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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갑자기 가져왔으니 이상할 법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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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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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책을 들고 고개를 푹 숙인 건조기에게 불쑥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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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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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일순간 건조기가 자리에서 고양이처럼 튀어오르며 뒤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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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한 눈에 봐도 보일 정도로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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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딱님 왜 갑자기 그런 야한 책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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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설명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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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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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그 반응에 한참동안 굳어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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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건조기는 책을, 정확히는 목도리를 커플이 함께 두른 부분을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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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늘 아래 남녀가 바깥에서 목도리를 함께 두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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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귀여운 커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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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적이에요. 야해요! 어, 어떻게 저런 책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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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집에 있기 위한 연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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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백 프로 진심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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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내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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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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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생각을 해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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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의 저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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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확인한다고 이마에 손등이 닿았을 때, 우연찮게 손가락이 스쳤을 때도 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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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야짤을 올렸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반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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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야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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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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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특, 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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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외워라, 이건 공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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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변종인 건조기라고 해도 여기에서 빗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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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건조기는 여태 행동을 보건데, 그녀는 일반적인 서큐버스의 행동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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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커플간의 정신적인 교감, 풋풋한 연애에 미친 듯이 얼굴이 빨개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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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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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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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험삼아 건조기의 볼을 검지와 엄지로 살짝 잡아당겼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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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허으 허어억, 헤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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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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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그 모습을 유심히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묘한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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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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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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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서큐버스답지 못한 모습이 오히려 믿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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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의 동의까지 얻어 건조기는 당분간 벙커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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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기억 속에 서큐버스들은 저러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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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잠긴 페니를 두고, 나는 건조기를 업어다 침대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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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벙커 내 지낼 방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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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를 또 업그레이드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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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 자체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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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 종족의 갤럼들이 주는 선물을 받다보니 지낼 공간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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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거실 겸 부엌, 페니의 방과 내 방이었던 것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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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너무 비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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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업그레이드는 공간 확장용 개념보단 내구성의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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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껑충 뛰는 것도 한몫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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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앞마당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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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만일을 대비한 제2의 피난처이자 창고 개념의 벙커를 만드는 것도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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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기에 쳐했을 때 어떻게 이동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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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벙커는 아예 도시와 떨어진 곳에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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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구상만 해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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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 아라크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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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동굴 입구 근처에 찍힌 아라크네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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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를 잡고 큰 돈을 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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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와잇! 사냥꾼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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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451] [비추천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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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ㅅㅂ 내가 먼저 찾을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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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ㅋㅋ 사막에서 찾고 있었는데 ㅈ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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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공유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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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작성자) ㅋㅋ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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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니 벌써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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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조종을 걸었다고 추측되는 변종 마수를 발견한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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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어튼 참치여왕 인질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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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없어 금방 정상화 된 일이었으나,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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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현상금 1등의 실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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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가 정신 조종을 당할 정도였으니, 당연히 사냥꾼들은 아라크네 잡기를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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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같이 잡아드릴게요, 위치 공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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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작성자) 쪽지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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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쪽지 시스템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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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없음 병신아 안 준다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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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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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거 조작 짤임 아라크네는 절대 저런 숲에서 나오지 않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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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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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그런 거 없는데 뇌피셜 싸지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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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사실 아라크네는 숲에서 사는 거 맞음 내가 긁으면 발끈해서 위치 말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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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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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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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서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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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가격이 세 배로 뛰고, 섬광탄 지원을 약속해주기 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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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면, 반은 인간 반은 거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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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섬광탄 하나면 웬만한 마수들은 손쉽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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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라크네는 상체는 사람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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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섬광탄 앞에서 무력할거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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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ㅋㅋ 먼저 졸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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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아라크네를 조우한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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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탄을 던져 터뜨리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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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잡고 돈 많이 모아서 은퇴할거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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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녀에게 꼭 고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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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344] [비추천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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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 부럽네 걍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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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광탄 터지면 겜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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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죽어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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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섬광탄을 건네받은 사냥꾼이 곧바로 동굴 속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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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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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탄이 터진 후, 동굴 속에서 찢어지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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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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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속 아라크네는 어떠한 견제도 못한 채, 금방 사냥꾼에게 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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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 손쉽게 거미 다리를 밟고 인간의 모습을 한 상체 앞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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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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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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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격 변종 마수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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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동굴 속 어떤 마수도 발악하거나 움직이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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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길을 터주고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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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의도된 연출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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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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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거 왜 눈이 없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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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가 돌연 몸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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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검날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아라크네의 모습이 얼핏 비추어 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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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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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등 위로 전부 갑옷 같은 것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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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섬광탄도 통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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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마수가 함정 판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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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수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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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 다니며, 후퇴할 줄 아는 어인들이 그 예시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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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주도 다룰 줄 알고, 아예 함정까지 파 기다리는 변종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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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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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몸을 아라크네의 손이 관통함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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