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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뭐하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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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마탑 최상층에서 턱을 괸 채 켈리어튼을 내려다보며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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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의 주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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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말하지만, 갤러리의 관리자였으나 펠리시에겐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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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 원래라면 존재해선 안 될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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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다루는 주딱은 분명 범상치 않은 존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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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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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대는 뭘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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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위협을 단신으로 간단히 막아내며, 정해진 멸망의 순리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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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조차 못한 도구들을 세상에 흩뿌리며 모든 문명을 바꿔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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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서 한다는 게 일반 종족들과의 대화나 짤 수집, 갤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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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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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되는 존재라면, 필시 무언가 목적을 숨기고 있으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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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란다면, 선한 존재였다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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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빤히 티세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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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보내온 독특한 찻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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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훌륭한 디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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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펠리시의 생활에도 주딱이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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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검은 속내가 없기를 바랄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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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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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세상이 뜯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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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머릿속이 흔들리며, 펠리시에게 경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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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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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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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저 죽일 위기 속에 깨어나는 용의 감지 능력이 경고를 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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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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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던 잔을 떨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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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신경쓸 새도 없이, 그녀가 세로로 동공을 찢으며 사고를 초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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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앞에 종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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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기가 대지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하늘 위로 천천히 솟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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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명을 가루로 만들고, 모든 생명이 인지조차 못한 순간에 바스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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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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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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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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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도 인간도 동물도 모두 피부 근육 뼈 이윽고는 형체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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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는 고요 속에 모든 것이 가루로 흩어져갈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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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펠리시를 향해, 멸망의 여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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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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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막을 건드리는 폭발음이 도달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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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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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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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을 되찾았을 땐, 그녀의 어깻죽지로부터 붉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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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녀의 손은 용의 형태로 변해 있었고 그 여파로 마탑 최상층이 반쯤 뜯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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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힘들게 만든 마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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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며 올라오는 지폭마를 뒤로한 채, 펠리시는 다급히 갤러리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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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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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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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주딱을 향해 다급하게 채팅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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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멈춰! 용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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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안 돼! 멈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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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에 핵 카테고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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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시스템이라면, 이런 걸 괜히 풀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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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생각 속에 카테고리에 접속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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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펠리시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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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대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제발 멈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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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런 미래가 이루어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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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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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래, 그대가 즐기는 이 모든 유희가,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지길 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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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좀 많이 다급함을 첨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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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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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가 말하는 게 본능적으로 핵과 관련되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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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별개로, 나는 핵을 사용할 생각이 0.1%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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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현대의 전쟁광들이 핵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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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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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버튼은 자살 버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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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무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마수는커녕 일대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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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뭐 좋자고 핵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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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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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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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9,999,9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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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건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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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건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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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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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9,999,9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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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건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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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건 미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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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으로 존재를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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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노병이지만, 그 위력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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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가격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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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초에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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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자기 헤까닥 돌아서 콧수염을 붙인다 해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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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포인트, 저걸 어떻게 모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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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무기를 산다 해도 둘 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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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살 바에 참치캔 1억개 사는 게 나로서는 더 이득이란 생각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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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있어도 못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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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모든 종류의 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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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미충족이라 적힌 두 가지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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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떤 조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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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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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절대 사용할 생각 없으니 걱정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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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펠리시에게 안심하라는 채팅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떨떠름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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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미안하지만 믿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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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나는 그대의 선택으로 불러올 수 있는 미래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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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나는 그런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까 몹시 두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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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못 믿겠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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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안 한다고 말하기엔, 펠리시는 핵의 위력을 어느 정도 실감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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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만 듣고 안심하긴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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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확신을 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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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확신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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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를 믿는다던 사이비들처럼 계약서에 대고 맹세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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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조금의 마나조차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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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덜컥 목숨이 달린 계약을 하는 것도 썩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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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준다는 게 이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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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펠리시가 먼저 제안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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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럼 내게 그대의 옷깃을 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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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아닌 내 옷을 달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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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나는 흔쾌히 옷을 잡아 찢는... 대신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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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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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넓고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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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고작 옷깃이라고 해서 건넸다가, 펠리시가 위치 추적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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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무려 용의 여왕이라 자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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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열람하는 것만으로 위기 의식을 느껴 미래를 점칠 정도의 능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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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날 죽이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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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 하나도 뭔가 건네기 떨떠름하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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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펠리시는 내 푸른 노예, 파딱이고 어느 정도 친밀감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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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펠리시가 나의 핵버튼을 믿지 못하듯, 나도 갤러리 너머 현실의 위협은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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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서로 내걸고 믿을만한 깊은 사이는 아니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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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싫어요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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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불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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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일단 듣고 판단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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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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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우리 용은 상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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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자세한 생각까진 모르더라도, 어떤 심리상태인지는 알 수 있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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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용은 자신을 바라보는 필멸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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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기만하려는 것인지, 두려워하는지, 존경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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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와 생각을 색감과 향기로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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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러니까 내 냄새를 맡고 나의 색을 알아보겠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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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혐오하는 용용이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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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무슨! 난 여색에 관심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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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에잇, 됐다. 어서 옷깃이나 내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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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어떻게든 내게서 확신을 얻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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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정말로 그녀가 핵에 대해서 눈치를 채고 여파를 목격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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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누구라도 확신을 얻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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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펠리시는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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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님이 용비늘 계약서를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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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못 믿겠다면 읽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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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에게서 날아온 두꺼운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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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석판처럼 커다란 크기의 그건 다름아닌 펠리시의 용비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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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늘 위에 알아볼 수 없는 글씨가 적힌 것으로 보아 말그대로 용비늘에 새긴 계약서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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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늘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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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들간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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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들의 여왕, 펠리시의 비늘로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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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계약서의 내용을 위반할 시, 목숨으로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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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 광경을 목도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공포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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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느끼는 건 생각으로 그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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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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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시스템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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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차라리 모른다고 대답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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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 끝에 옷자락 끝을 조금 가위질해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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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펠리시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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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ㅋ 보냈음 확인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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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믿어줘서 고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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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만 보내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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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으로 확신을 얻을 수 있는지 어색했지만, 용이 거짓말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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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옷깃으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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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펠리시에게 옷깃을 보낸지 대략 1시간 정도 지났을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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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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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그대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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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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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조금, 아니 많이 어이없다는 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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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는 하얀 옷자락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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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주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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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얼굴 노출이 된 적 없고, 성별조차 불분명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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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내에선 존재미상의, 어쩌면 유령과도 같은 존재라는 미신마저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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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펠리시에겐 지옥을 실현시킬 힘을 가진 불가해한 존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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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범한 옷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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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으로 만든 평범한 옷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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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완성도를 따지면 과연 평범한가? 의문이 들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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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가 조금 더 불가해한 존재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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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물질적 초월의 존재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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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으로만 남은 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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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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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옷깃이라곤 표현했으나, 무언가 그녀도 이해못한 특별한 것이 올지 모른다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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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냥 평범한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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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신선하구나. 독특해. 관심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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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이 펠리시의 무료함을 지워내고 호기심을 콕콕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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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인지 모를 친근함에 눈웃음을 짓다가 조용히 옷깃을 코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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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사고를 하나로 모아 집중해 숨을 들이키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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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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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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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갤러리의 관리자는 이 세상 바깥에서 온 미지의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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