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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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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뭐하는 존재일까?

펠리시는 마탑 최상층에서 턱을 괸 채 켈리어튼을 내려다보며 궁금해했다.

“갤러리의 주인이라...”

엄연히 말하지만, 갤러리의 관리자였으나 펠리시에겐 차이가 없었다.

갤러리도 원래라면 존재해선 안 될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

이를 다루는 주딱은 분명 범상치 않은 존재이겠지.

그래서 더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주딱, 그대는 뭘 바라는가?”

‘바깥’의 위협을 단신으로 간단히 막아내며, 정해진 멸망의 순리를 비틀었다.

상상조차 못한 도구들을 세상에 흩뿌리며 모든 문명을 바꿔나갔다.

그래놓고서 한다는 게 일반 종족들과의 대화나 짤 수집, 갤질이라니?

펠리시는 믿을 수 없었다.

그 정도 되는 존재라면, 필시 무언가 목적을 숨기고 있으리라 여겼다.

“바란다면, 선한 존재였다면 좋겠군.”

펠리시는 빤히 티세트를 바라봤다.

주딱이 보내온 독특한 찻잎들.

모두 훌륭한 디저트였다.

이미 펠리시의 생활에도 주딱이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부디 검은 속내가 없기를 바랄 즘이었다.

“...!”

순간 세상이 뜯어졌다.

잠잠했던 머릿속이 흔들리며, 펠리시에게 경종이 들렸다.

“이건...!”

세상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용마저 죽일 위기 속에 깨어나는 용의 감지 능력이 경고를 날린 것이다.

-쨍그랑!

들고 있던 잔을 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신경쓸 새도 없이, 그녀가 세로로 동공을 찢으며 사고를 초월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앞에 종말이 보였다.

붉은 열기가 대지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하늘 위로 천천히 솟구치고 있었다.

모든 문명을 가루로 만들고, 모든 생명이 인지조차 못한 순간에 바스라졌다.

“아, 아아.”

세상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것은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았다.

마수도 인간도 동물도 모두 피부 근육 뼈 이윽고는 형체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질 뿐.

소름끼치는 고요 속에 모든 것이 가루로 흩어져갈 즘이었다.

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펠리시를 향해, 멸망의 여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 콰아앙!!!

그리고 고막을 건드리는 폭발음이 도달하는 순간!

“허윽!”

펠리시는 꿈에서 깨어났다.

다시 정신을 되찾았을 땐, 그녀의 어깻죽지로부터 붉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또한 그녀의 손은 용의 형태로 변해 있었고 그 여파로 마탑 최상층이 반쯤 뜯겨나갔다.

“아이고 힘들게 만든 마탑이!”

당황하며 올라오는 지폭마를 뒤로한 채, 펠리시는 다급히 갤러리에 접속했다.

펠리시는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그리고 이것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주딱을 향해 다급하게 채팅을 남겼다.

용용죽겠지: (멈춰! 용 콘)

용용죽겠지: 안 돼! 멈추거라!!!

상점에 핵 카테고리가 생겼다.

내가 아는 시스템이라면, 이런 걸 괜히 풀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런 생각 속에 카테고리에 접속했고.

다급한 펠리시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용용죽겠지: 그대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제발 멈추거라

용용죽겠지: 그런 미래가 이루어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

주딱*: ㅇㅇ?

용용죽겠지: 그래, 그대가 즐기는 이 모든 유희가,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지길 원하는 건가?

그것도 좀 많이 다급함을 첨가한.

“아니, 어떻게 알았지.”

펠리시가 말하는 게 본능적으로 핵과 관련되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별개로, 나는 핵을 사용할 생각이 0.1%도 없었다.

괜히 현대의 전쟁광들이 핵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감당이 안되니까.”

핵 버튼은 자살 버튼이었다.

화학 무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마수는커녕 일대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그런데 내가 뭐 좋자고 핵을 써?

[상점/핵]

[리틀 보이]

  1. 99,999,999p

  2. 조건 미충족

  3. 조건 미충족

[팻 맨]

  1. 99,999,999p

  2. 조건 미충족

  3. 조건 미충족

.

.

단 한 번으로 존재를 입증했습니다.

은퇴한 노병이지만, 그 위력은 여전합니다.

“와 가격 미쳤네.”

그리고 애초에 못 산다.

내가 갑자기 헤까닥 돌아서 콧수염을 붙인다 해도 못 쓴다.

1억 포인트, 저걸 어떻게 모으라고?

그리고 저 무기를 산다 해도 둘 데도 없다.

저거 살 바에 참치캔 1억개 사는 게 나로서는 더 이득이란 생각뿐이었으니.

“그리고 있어도 못 사네.”

게다가 모든 종류의 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미충족이라 적힌 두 가지 조건들.

심지어 어떤 조건인지도 모른다.

주딱*: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겠는데

주딱*: 절대 사용할 생각 없으니 걱정 마셈

그래서 펠리시에게 안심하라는 채팅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떨떠름한 대답이었다.

용용죽겠지: 미안하지만 믿기 어렵구나

용용죽겠지: 나는 그대의 선택으로 불러올 수 있는 미래를 목격했다

용용죽겠지: 나는 그런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까 몹시 두렵구나

한마디로 못 믿겠다는 소리였다.

말로 안 한다고 말하기엔, 펠리시는 핵의 위력을 어느 정도 실감한 모양이었다.

그저 말만 듣고 안심하긴 어렵겠지.

“그럼 확신을 주면 되는데...”

어떻게 확신을 주지?

저번에 나를 믿는다던 사이비들처럼 계약서에 대고 맹세할 수도 없었다.

내겐 조금의 마나조차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덜컥 목숨이 달린 계약을 하는 것도 썩 달갑지 않았다.

“영향을 준다는 게 이런 거였나.”

그때 펠리시가 먼저 제안을 건넸다.

용용죽겠지: 그럼 내게 그대의 옷깃을 주거라

다름아닌 내 옷을 달라는 소리.

당연히 나는 흔쾌히 옷을 잡아 찢는... 대신 이유를 물었다.

주딱*: 왜?

이세계는 넓고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막말로 고작 옷깃이라고 해서 건넸다가, 펠리시가 위치 추적을 한다면?

펠리시는 무려 용의 여왕이라 자칭했다.

핵을 열람하는 것만으로 위기 의식을 느껴 미래를 점칠 정도의 능력자였다.

“막말로 날 죽이려고 한다면?”

옷깃 하나도 뭔가 건네기 떨떠름하단 것이다.

물론 펠리시는 내 푸른 노예, 파딱이고 어느 정도 친밀감은 있었다.

하지만 펠리시가 나의 핵버튼을 믿지 못하듯, 나도 갤러리 너머 현실의 위협은 달갑지 않았다.

목숨을 서로 내걸고 믿을만한 깊은 사이는 아니란 소리였다.

주딱*: 싫어요 하지마세요

용용죽겠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불쾌하구나

용용죽겠지: 일단 듣고 판단해보거라

주딱*: ㅇㅋ

용용죽겠지: 우리 용은 상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용용죽겠지: 자세한 생각까진 모르더라도, 어떤 심리상태인지는 알 수 있단 소리지

예시로 용은 자신을 바라보는 필멸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기만하려는 것인지, 두려워하는지, 존경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대상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와 생각을 색감과 향기로 느낄 수 있으니까.

주딱*: 그러니까 내 냄새를 맡고 나의 색을 알아보겠다는 거네요

용용죽겠지: (혐오하는 용용이 콘)

용용죽겠지: 무슨! 난 여색에 관심이 없느니라!

용용죽겠지: 에잇, 됐다. 어서 옷깃이나 내놓거라!

펠리시는 어떻게든 내게서 확신을 얻고 싶어했다.

그야 정말로 그녀가 핵에 대해서 눈치를 채고 여파를 목격했다면...

당연히 누구라도 확신을 얻고 싶을 것이다.

더군다나 펠리시는 진심이었다.

[‘용용죽겠지’님이 용비늘 계약서를 제안했습니다!]

용용죽겠지: 못 믿겠다면 읽어보거라

펠리시에게서 날아온 두꺼운 무언가.

마치 석판처럼 커다란 크기의 그건 다름아닌 펠리시의 용비늘이었다.

용비늘 위에 알아볼 수 없는 글씨가 적힌 것으로 보아 말그대로 용비늘에 새긴 계약서인 모양.

[용비늘 계약서]

용들간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계약서.

용들의 여왕, 펠리시의 비늘로 제작할 수 있다.

해당 계약서의 내용을 위반할 시, 목숨으로 갚는다

용용죽겠지: 그 광경을 목도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공포심을 느꼈다.

그걸 느끼는 건 생각으로 그치고 싶구나.

“으음...”

갤러리 시스템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모르면 차라리 모른다고 대답하고 말지.

나는 고민 끝에 옷자락 끝을 조금 가위질해 떼어냈다.

그리고 펠리시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주딱*: ㅇㅋ 보냈음 확인 좀

용용죽겠지: 믿어줘서 고맙구나 :)

“정말 이렇게만 보내면 된다고?”

옷깃만으로 확신을 얻을 수 있는지 어색했지만, 용이 거짓말하진 않겠지.

게다가 옷깃으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펠리시에게 옷깃을 보낸지 대략 1시간 정도 지났을 즘이었다.

용용죽겠지: 세상에.

용용죽겠지: 그대는 대체...?

펠리시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그것도 조금, 아니 많이 어이없다는 투로.

펠리시는 하얀 옷자락을 집어들었다.

“이게 주딱의...”

한 번도 얼굴 노출이 된 적 없고, 성별조차 불분명한 존재.

갤러리 내에선 존재미상의, 어쩌면 유령과도 같은 존재라는 미신마저 떠돈다.

그리고 펠리시에겐 지옥을 실현시킬 힘을 가진 불가해한 존재였는데...

“이런 평범한 옷이라니.”

천으로 만든 평범한 옷감.

물론 그 완성도를 따지면 과연 평범한가? 의문이 들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나는 그대가 조금 더 불가해한 존재일 줄 알았는데.”

이를테면 물질적 초월의 존재라던가.

의식으로만 남은 반신.

혹은 그 무언가.

그래서 옷깃이라곤 표현했으나, 무언가 그녀도 이해못한 특별한 것이 올지 모른다 여겼다.

그런데 그냥 평범한 옷이었다.

“흐음, 신선하구나. 독특해. 관심이 가.”

그 점이 펠리시의 무료함을 지워내고 호기심을 콕콕 건드렸다.

그녀는 왜인지 모를 친근함에 눈웃음을 짓다가 조용히 옷깃을 코로 가져갔다.

그리고 모든 사고를 하나로 모아 집중해 숨을 들이키는 그 순간.

“!”

그녀는 깨달았다.

주딱은, 갤러리의 관리자는 이 세상 바깥에서 온 미지의 존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