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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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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주딱의 지휘 아래 숨어 있던 마수 중 대다수가 사냥당했다.
막막했던 상황 속 주딱이 눈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다시 신목을 탈환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커질 즘이었다.
-쾅!
개구리 변종 마수 앞에 드론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웨이브가 일어난 것이었다.
“아아...”
드론을 잃었다.
엘프들의 유일한 눈이 사라졌다.
허망한 모습으로 그 광경을 목도하던 엘프들은, 다행히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곧장 활시위를 당겨 균열에서 기어 나오는 마수들을 향해 화살을 던졌다.
제일 무방비할 때, 위치가 다 드러났을 때, 그때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팅!
“어?”
화살이 투명한 막 아래 힘없이 추락하기 전까지는.
“멜랑, 마법을 써!”
엘리아나가 혼이 나간듯한 부단장인 멜랑에게 소리쳤다.
부단장이자 마법에도 조예가 깊은 멜랑이 거의 즉시 마법을 던졌으나...
-콰앙!
“마, 마법도 안 먹혀요!”
저 보호막 아래 마법도 무용지물이었다.
여태껏 안개로 빨아들인 엘프들의 마나를 보호막으로 치환한 것이었으니.
공격도, 그렇다고 관측도 불가능했다.
“어, 어떻게 해야...”
엘리아나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 즘이었다.
-위이잉.
어디선가 익숙한 날갯짓이 들려왔다.
엘리아나가 고개를 돌렸을 땐, 조금 전 주딱의 사역마와 똑같이 생긴 게 날고 있었다.
“어라?”
방금 터진 거 아니었나?
*
드론은 싸다.
심지어 싸고 성능도 좋다.
두려움도 없고 조종도 편리했다.
괜히 전쟁에서 사람보다 드론을 많이 쓰는 게 아니었다.
나는 새 드론을 이용해 다시 세계수 가까이 접근했다.
-꾸르륵!
커다란 변종 마수가 혀를 뻗었으나, 이번에는 당하지 않았다.
“느려.”
드론 숙달이 된 내게 저 단순 일직선 공격은 이제 피할 수 있었다.
[공지: 엘프 필독 (재재재재수정)]
작성자: 주딱*
31. (세계수 뿌리 근처 풀숲 사이 짤)
32. (세계수 몸통에 보호색으로 위장한 짤)
[추천9999+] [비추천0]
- 캬;
- 다른 게시글에서 봤는데, 저거 하늘 날아다니는 거 도대체 뭐임?
- 주딱 시야 공유 대마법인 듯
- 사역마 아니냐?
ㄴ ㄴㄴ 사역마도 감정 있어서 저렇게 무지성으로 곡예하진 않음
ㄴ 애초에 생명이 아닌 것 같던데
ㄴ 지폭마가 지금 연구하는 게 마법 골렘 작동하는 거 아니었음?
ㄴ ㅋㅋㅋㅋ 거긴 겨우 팔 하나 움직이는데, 여긴 하늘에서 곡예를 타네
ㄴ zl존폭풍법사) ㅅㅂ 어캐함
변종 마수는 보호막 탓에 공격이 불가능했다.
급한대로 남아 있는 일반 마수들의 위치를 계속 공유했다.
그 결과 대다수를 잡아내는덴 성공했으나, 상황 진전은 크게 없었다.
“결국 저걸 잡아야 한다는 거네.”
웨이브의 보스라 볼 수 있는 변종 마수를 잡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을 게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 와 아니 벌써 코앞까지 밀려왔네
- 엘혐 엘혐하는데 이건 진짜 위긴데?
- 엄;
- 저거 어떻게 막아야 하냐?
전쟁을 해도 대치 상태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변종 마수가 나온 이후로 대치 상태란 없었다.
텅 빈 신목을 거점삼아 끈임없이 생성되는 안개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안개는 곧 이전보다 더 크기를 키워 엘라드 숲을 잡아먹을 기세로 퍼져나갔다.
[제목: 엘라드리엔 상황...jpg]
(도시 입구까지 밀려온 안개 짤)
(마수들이 안개를 따라 근처까지 진입한 짤)
- 와 조졌네
- 진짜 진짜 어떻게 함?
- 근데 저건 엘프 아니여도 막을 방법이 없지 않나?
- ㅅㅂ 별의 별걸로 다 공격하네
엘라드리엔은 숲에서도 감추어진 깊은 내부에 있었다.
입구가 좁고 숨을 곳이 많아 그야말로 엘프들의 요새였다.
하지만 안개가 이 모든 걸 무력화시켰다.
속수무책으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고 입구를 순식간에 내주고 말았다.
- 근데 엘프 총 있지 않음?
ㄴ 오
이전에 엘라드 대침공 때 건네주었던 지뢰와 총이 있지만, 그것도 문제였다.
결국 밀려오는 마수를 일시적으로 막아내는 용도에 불과했으니.
[제목: 우릴 기억해줘!]
(총과 검을 든 엘프 기사단 짤)
(뒷길을 통해 안개에 근접한 짤)
(엘프가 따봉하는 콘)
결국엔 근접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변종 마수니, 보호막이니 하는 것도 총 앞에서는 무력할 뿐.
최후의 보루로 아껴두었던 총을 꺼내, 엘프 최정예 기사들이 팀을 꾸렸다.
- (기억할게! 기사 콘)
- X
- 아니 이걸 들어간다고?
ㄴ 근데 저 방법 말고 뭐가 있음?
ㄴ 그래도 가면 거의 다 죽을텐데 ㅅㅂ;
사실상 자살이나 다를 바 없는 무모한 결사대가 안개 너머로 진입했다.
그 속에는 내 노예, 아니 파딱 풀피엘프가 선두에 서 있었다.
자욱한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엘프들을 눈에 담으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 한 켠에 쌓아둔 택배들을 느긋하게 뜯으며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나도 할 일을 할까.”
택배를 뜯자, 무수히 많은 드론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전 드론과는 그 크기와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애초에 전부 무거운 무언가를 싣고 나를 용도로 제작된 드론들이었으니.
[LMAMS]
[란쳇]
“자폭용 드론 효과 볼 때도 됐지.”
잘 몰라서 이것저것 다 사봤다.
전쟁용으로 사용했던 자폭드론부터, 일반 드론과 폭발물을 따로 구매하기도 했다.
애초에 드론이 무서운 점이 그랬다.
적당한 하중만 버틸 수 있다면, 어떤 드론이든 자폭 드론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 드론에 폭발물만 실으면 되니까.
[제목: 얘네 다 죽겠는데?]
(궁지에 몰린 엘프 기사들 짤)
퍼온 짤인데, 아무리 봐도 끝난 거 같은데...
ㅅㅂ 엘프가 싫긴 했어도 이건 좀 그렇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시글들을 눈에 담으며, 나는 드론을 천천히 들었다.
[물품을 안전히 배송에 성공했습니다!]
“자, 드가자.”
이제 성능을 볼 시간이었다.
*
“쉿, 여기서 기다려요.”
엘리아나는 몸을 급히 낮추며 쓰러진 나무 잔해 뒤로 몸을 낮췄다.
그에 뒤따라온 엘프들이 숨을 죽였다.
각자 기다란 검과 총이 들려 있었다.
엘리아나는 잠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신목에 자리잡은 변종 마수를 바라봤다.
‘주딱의 마법이라면 분명 효과는 있을 텐데...
문제는 어떻게 맞추냐는 것이었다.
변종 마수의 주변으로 수많은 개구리형 마수들이 진을 치듯 둘러싸고 있었다.
쏘더라도 대신해서 맞아줄 게 너무나도 뻔했다.
총의 위력은 이미 봐서 잘 알고 있으나, 단일 대상으로 효과가 강했다.
그러니 엘리아나의 작전은 간단했다.
“선두가 앞에서 마수를 벨 동안, 변종 마수를 맞추세요.”
“...알겠습니다!”
기습 정면돌파였다.
게다가 주딱에게 부탁해 수류탄도 몇 개 가져왔다.
정말 도저히 방법이 없을 최후의 순간, 변종 마수에게 안겨줄 생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엘프들이 전부 알고 있었다.
‘만일 천운으로 변종 마수를 잡는다 해도...
안개가 바로 사라지는 일은 없다.
당장은 마나로 버티고 있다곤 하지만, 이것도 머지않아 다 떨어지면 잠에 들겠지.
적진 한복판에서 무방비로 잠에 빠지는 순간,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우리가 해야만 해요.”
하지만 달리 다른 방법은 없었다.
아니,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생각하는 지금도 안개는 지금도 엘라드리엔 내부로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엘리아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나무에서 빠르게 튀어나갔다.
“지금이에요!”
엘리아나의 외침과 함께 여러명의 엘프 기사들이 기습적으로 몸을 드러냈다.
-타앙!
그리고 거의 동시에 사격을 가했지만, 애석하게도 효과는 없었다.
-꾸르륵!
변종 마수를 몸으로 지키던 마수들이 대신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으니.
“멈추지 말아요!”
엘리아나는 무더기로 다가오는 변종 마수들에게 수류탄을 던졌다.
-콰아앙!
유려한 곡선을 타고 날아간 수류탄은, 그대로 일대의 마수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했다.
-꾸르륵
-꾸르르륵
그 빈자리를 순식간에 다른 마수들이 매꿔나갔다.
애초에 이번 웨이브로 나온 마수들은 왕국 내부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변종 마수를 중심으로 일종의 둥지를 틀어 변종 마수를 지키기만 할 뿐이었으니.
-서걱, 서걱!
이 순간에도 마나는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엘리아나는 거의 묘기 수준의 몸놀림을 선보이며 마수들을 반으로 갈라냈다.
뒤따라오던 엘프들 또한 순식간에 변종 마수와 거리를 좁혔으나, 그뿐이었다.
“단장님, 앞이...”
“으윽...!”
압도적인 물량을 이용해, 마수들이 살아 있는 생체 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돌파구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빠져나갈 곳이 없어.
엘리아나는 안개와 마수 속에서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어딜 바라봐도 전부 마수로 가득 차 있을 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그 순간이었다.
“아악!”
“단장님!”
정면을 가로막던 마수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난데없는 상황에 놀라기도 잠시, 그 사이로 변종 마수의 혀가 칼처럼 날아들었다.
변종 마수가 같은 마수를 재물삼아 같이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엘리아나는 그만 다리가 베이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이익...!”
다량의 피가 다리를 타고 흘렀다.
이를 꽉 물고 검을 지탱하여 몸을 일으켰지만, 그게 전부였다.
상처로 인해 마나가 빨리는 속도가 훨씬 심해지고, 안개는 더더욱 짙어졌으니.
‘설마 이렇게 죽는다고?
어딜 봐도 끔찍한 미래만 그려질 뿐.
엘리아나의 눈앞에 선명히 드리운 죽음에 침착했던 표정이 사색으로 물들 즘이었다.
-위이잉.
“어?”
고요하면서도 이질적인 날갯짓 소리.
분명 저 위를 날고 있어야 했던 드론이,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강철 요정?”
아니, 묘하게 생긴 게 달랐다.
조금 더 크고 아래에 무언가를 붙여둔 듯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건 유유자적 엘프들을 지나 곧장 변종 마수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꾸르륵!
변종 마수는 드론의 모습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태 크고 작은 웨이브들이 주딱 하나로 인해 무효로 돌아갔다.
사실상 저것 하나 때문에 웨이브 전에 상황이 정리될 뻔하지 않았던가?
고작해야 정찰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지만, 변종 마수는 방심하지 않았다.
-콰드득!
재빠르게 날아간 개구리 변종 마수의 혀가 드론을 그대로 관통했다.
하지만 그게 패착이었다.
또 다른 드론의 죽음에 엘리아나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려는 찰나였다.
- 주딱*: 절대 몸을 숙여 폭발을 피하지 마
눈앞에 나타난 알림 하나.
“절대...?”
엘리아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다급히 몸을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숙여!”
“!”
엘리아나의 외침에, 숙련된 엘프 기사들이 전부 다 몸을 숙인 그때였다.
일순간 드론에서 번쩍였다.
이윽고 아주 잠깐의 섬광이 일렁이는 듯 하더니.
-콰아아앙!!!
곧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