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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여왕님: 아빠랑 모든 게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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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그런데 공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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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여왕님: 응, 직감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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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도 생김새도, 기억도 모두 그녀의 아버지, 오필리아 공작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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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이가 들었을지언정 얼굴원형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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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치여왕만큼은 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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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여왕아 그게 무슨 소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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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채팅에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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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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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유니콘만 제외하고 온갖 해괴한 것들이 다 살아 숨쉬는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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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인데 공작이 아닌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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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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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연스레 와이번 사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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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주술을 부려 마법사로 위장해 스파이짓하던 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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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와이번 데려오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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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간단한 방법은 검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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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을 감시 대상으로 두고 와이번을 데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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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와이번이 못 추려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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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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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술은 이미 들통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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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주술로 도플갱어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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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이 주술 말고 다른 것에도 반응할지는 미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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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참치여왕을 제외하곤 모두가 공작이 맞다고 믿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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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가짜라고 확신할 수 있음? 그럴만한 증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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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여왕님: 증거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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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여왕님: 전부 직감일 뿐이야. 저 사람은 내 아빠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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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참치여왕의 생각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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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여왕이 저렇게 확신에 차 말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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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방법은 자백하게 만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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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 스파이 맞아요. 하고 자백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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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방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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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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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도 떨어지고, 허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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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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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맞아야지가 가능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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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날 올려치기하는 이 세계관에서라면 먹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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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님아 내가 도와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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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여왕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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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ㅇㅇ 대신 사용하기 전에 내가 적어둔 말은 꼭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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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을 해당 위치로 배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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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점에서 물건 하나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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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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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부터 이어진 파티의 열기는 식어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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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밝게 빛나는 왕성을 바라보다, 어두운 정원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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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파티를 더 안 즐겨도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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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 듯 나타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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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심 중인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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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버지와 오랜만에 산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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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는 어렸을 때부터 산책을 좋아했지.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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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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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정원 사이를 거닐며, 에블린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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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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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가 망하기 이전, 위태롭지만 평화로웠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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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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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꿈만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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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지고 모든 게 어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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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전부 실종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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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했던 하녀나 하인들은 죽거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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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욕이 사라진 그녀를 건져 올린 건, 주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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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침대를 사겠다며 나타나 참치캔 100개를 준 이상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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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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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친구가 되어 외로움을 지워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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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으로 만들어 모든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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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은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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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외로움을 지워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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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곳에 가족에 대한 갈망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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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두 세상을 떠난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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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했던 아빠도, 아끼던 둘째 셋째도 다 죽은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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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불현듯 나타난 공작에 그녀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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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여왕이었지만, 한때는 어린 공작 영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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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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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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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오필리아 공작이 다가와 자상하게 에블린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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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여기 있다. 꿈이 아니야. 우린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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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공작의 품에 고개를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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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든든한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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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임에도 언제나 자상하고 나긋나긋했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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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소한 발걸음 행동, 기타 모든 요소가 그가 진짜 공작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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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블린도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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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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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블린은 곧 천천히 품에서 떨어져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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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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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역시 꿈이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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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속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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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제 그녀는 어린 공작 영애가 아닌 일국의 여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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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이 배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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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스템의 글귀와 함께 야외 탁자에 무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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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모양대로 움푹 팬 묘한 철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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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그걸 품에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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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실종되고 10년도 훌쩍 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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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그동안 마경에서 마수와 싸우며 살아남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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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분명 그랬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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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그것의 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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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전쟁에서 죽지 않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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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마수들을 베어넘기며 끈질기게 살아남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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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절대 마수 따위에게 협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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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로 흉내내긴 너무 어려웠죠? 아빠는 모두가 존경하는 공작이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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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도플갱어를 만들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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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방 들통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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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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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습관에 금방 들켜버리고 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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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그게 무슨 소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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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접 고문하고 정보를 캐내며 오래도록 흉내 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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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작처럼 보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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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홀연 듯 나타났을 때, 인간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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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품 속에 안아든 물품을 이리저리 가동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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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억, 습관 모든 것을 물었겠죠. 하지만 아빠는 절대 대답하지 않으셨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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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빠를 흉내 내는 저것이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렸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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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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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아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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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블린의 의심에도 그것은 당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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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에블린 네가 의심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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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확히 오필리아 공작이라면 했을법한 말을 흉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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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경에서 살아남으면서도 오직 에블린, 너만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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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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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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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근처 야외 테이블에 앉아 탁자 위에 그 물건을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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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푹 페인 홈에 손을 끼워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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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탐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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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을 눈을 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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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빠를 엄청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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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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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소리와 함께 긍정을 뜻하는 소리가 기계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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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오해를 푼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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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에, 그것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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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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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탐지기를 돌려 그것의 앞에 올려놓아, 손을 끼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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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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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게 묻는 목소리에, 에블린은 조용히 작동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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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 질문하기 전에, 내가 알려준 말은 꼭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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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이 당부했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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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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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척 속여 물으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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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짓도 들통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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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문도 잠시 그녀는 주딱이 시킨대로 질문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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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판별 마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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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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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는 마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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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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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그 목소리에 아빠를 대하는 귀염성은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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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하지 마. 이건 주딱이 직접 만든 대마법의 창조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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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딱의 대마법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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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수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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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했던 그것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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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든 침착을 유지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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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장난이 지나치구나.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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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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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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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할 생각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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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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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고할 시, 고전압이 마도구에서 흘러나와 널 태워죽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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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천천히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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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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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거짓말 탐지기와 에블린을 말없이 노려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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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도 돼. 하지만 빼면 넌 공작을 기만한 마수로 인정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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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왜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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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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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마주하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공작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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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못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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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실종된 지 10년도 훌쩍 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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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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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말하려다가 마도구를 내려다보며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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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조율하고 마나 없이 대폭발을 일으키는 주딱의 창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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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다급히 입을 닫은 그때, 에블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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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기억 속의 아빠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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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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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린 에블린이 기억하는 공작의 습관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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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습관은 원래 자기 자신도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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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의 말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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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죽는 그 순간까지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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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작 그 이유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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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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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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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채로,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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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 번도 아빠를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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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장녀였지만, 사랑받는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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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작은 출정 당일까지도 에블린을 사랑스런 딸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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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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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수틀리자, 그것의 얼굴이 흉악하게 번질 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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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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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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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이 누군가를 부르자, 곧 수풀에서 기사 하나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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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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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반응하기도 전에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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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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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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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을 연기하던 그것은 곧 슬라임처럼 녹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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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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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에블린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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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여왕님,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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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로이드가 다급히 부축하며 참치캔 하나를 꺼내 건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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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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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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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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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멋대로 들춰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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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않던 참치를 거부한 것부터가 이미 인정한 거나 다름이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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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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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는 어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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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몸을 숙여 에블린을 다독여주려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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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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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괴성이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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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가 다급히 등을 돌리자, 그것이 몸을 거대하게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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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이 풀리며 원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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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할 것들이, 감히 날 시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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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로브를 두른 해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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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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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마법사, 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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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나 나왔던 오래된 마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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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조차 상대하기 힘들다던 리치에, 로이드가 다급히 검을 꺼내 목을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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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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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베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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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철검조차 리치의 뼈를 베어내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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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리치가 낫을 꺼내들어 주변을 거칠게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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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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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드가 에블린을 안고 피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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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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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허벅지가 베여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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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 있는다고 갑옷을 입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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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다. 생각보다 똑똑하군. 이렇게 정체를 들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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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는 들킨 것 치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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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엔 너도 헛똑똑이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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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 둘? 잡는 거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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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파티로 흐트러진 환경이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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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믿고 이곳에 기사 하나만 부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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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미소를 지으며 낫을 크게 들어올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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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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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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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 나라를 정말 내가 건국했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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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를 목전에 두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인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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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리치가 돌연 섬뜩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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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녀의 뒤편으로 아득한 무언가가 눈을 번뜩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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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리치의 발아래로 그림자가 서서히 거대해지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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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든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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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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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거대한, 미치도록 거대한 강철판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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